Legendary Ranker's Comeback RAW novel - Chapter 340
◈ 340화
-로그인을 하시겠습니까?
별안간 들려온 메시지에 강서준은 저도 모르게 침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다시는 듣지 못할 거라 여겼던 시스템 메시지.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키아아아악!
생각을 이을 틈은 없었다. 강서준은 사납게 휘둘러지는 망치의 궤적을 피해 쇠붙이를 놈의 어깨에 꽂아 넣었다.
하지만 현실엔 튜토리얼은 없다.
레벨 20에 달하는 망치 고블린은 어떤 보정도 받질 못한 강서준이 당해 낼 만큼 약한 몬스터가 아니었다.
하여 쇠붙이는 둔탁한 돌덩이에 부딪친 것 같은 소리를 낼 뿐이었고.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망치 고블린의 살벌한 눈초리가 강서준을 쫓았다.
붉은 눈빛에 살기가 감돌았다.
콰아아아앙!
창졸간에 휘둘러진 망치를 미처 피하질 못한 강서준은 그대로 머리를 얻어 맞아 멀리 튕겨 나갔다.
“끄…… 끄으으.”
그는 단 일격에 시야가 멀어지고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에 빠진 것이다.
머리통이 터진 걸까?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단 말인가?
온갖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붉게 물든 시야 너머로 망치 고블린의 발이 보였다.
힘겹게 고개를 드니 가까이 다가선 녀석이 내리찍을 자세를 준비하고 있었다.
입가에 걸린 건 승자의 미소.
망치에 묻은 피떡이 된 살점.
그제야 강서준은 죽음을 떠올렸다.
‘아아…….’
인간은 나약하다.
특히 아포칼립스가 만연한 세계에선 무능력한 인간은 이리 허무하게 죽어 버릴 수도 있다.
구인류가 어째서 드림 사이드를 계획했고, 무리하게 초능력자를 각성시키려 했는지.
왜 115번이나 되는 게임을 거듭했는지도 이제는 완전히 납득할 수 있었다.
레벨 20, 망치 고블린…….
저렙의 몬스터조차 이기지 못할 퇴화한 인간은 벌레만도 못한 처지였다.
‘……아니.’
죽음을 앞둔 강서준의 눈으로 새로운 빛깔이 감돈 건 그때였다.
‘여기서 죽을 수는 없다.’
그가 약해진 건 중요한 게 아니다. 당장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무언지를 알아내는 것이야 말로 최선이다.
공략.
1레벨의 플레이어가 20레벨의 몬스터를 쓰러트릴 유일한 방법.
붉게 물든 강서준의 시야로 얇은 눈꺼풀이 껌뻑이는 망치 고블린의 커다란 눈이 보였다.
‘그래…… 눈!’
그 순간 이를 악문 강서준은 빠르게 몸을 굴려 망치의 궤적을 피해 냈다.
그리고 득달같이 몸을 일으켜 망치 고블린에게 달려들었다.
손에 쥔 건, 바닥에 굴러다니던 날카로운 돌멩이.
강서준은 빠르게 놈의 눈으로 돌멩이를 찍어 넣었다.
크아아아악!
하지만 동시에 휘두른 망치는 강서준의 복부를 정확하게 가격하고야 말았다.
콰아앙!
“……끄으윽.”
갈비뼈가 부러졌는지 혹은 심장이 망가진 건지.
전신에 힘이 축 늘어져 더는 의식을 유지할 기운도 없는 듯했다.
강서준은 울컥 죽은 피를 뱉어 내고, 흐릿한 시야로 눈에 박힌 돌멩이를 빼내려 안간힘을 쓰는 망치 고블린을 보았다.
그나마 녀석에게 대미지를 준 덕에 잠시나마 생각할 시간은 가질 수 있었다.
‘아까 그건…… 환청이었을까.’
나지막이 들려왔던 시스템 메시지는 그 이후로 강서준에게 다시 들려오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얘기다.
이곳은 ‘게임 속’이 아니며, 시스템이 관장하는 세계 또한 아니었다.
근데 시스템 메시지가 들린다고?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흥분한 콧김을 내뱉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망치 고블린을 응시하던 강서준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로그인.”
***
로그인.
플레이어가 게임을 즐기기 위해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 접속하는 단계.
강서준은 드림 사이드를 즐기기 위해 5년을 매일같이 로그인을 반복했다.
게임이 현실이 된 이후로는 늘 로그인이 된 상태라서 굳이 할 필요도 없었지만.
[사용자 정보를 확인합니다.] [3, 2, 1 …… 0.] [확인되었습니다.]강서준은 거짓말처럼 나타난 메시지에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플레이어 ‘강서준’ 님이 접속했습니다.]이어서 왼쪽 상단에 자리 잡은 익숙한 HP와 MP를 보여 주는 막대, 오른쪽엔 로그 기록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진짜라고?’
그 의문에 뒤통수라도 치듯 뚝뚝 떨어지던 HP는 금세 그 내용을 채워 나가기 시작했다.
[스킬, ‘초재생(S+)’을 발동합니다.]게임 속에서와 마찬가지로 강서준의 스킬이 자동적으로 발동하고 있었다.
그는 엉망으로 망가졌던 신체가 제멋대로 회복되는 걸 확인하면서도 황당한 기분을 삼켜야만 했다.
“……설마 아직 게임 속인 건가.”
어쩌면 ‘몰모트’라는 존재 자체가 함정이었고, 이곳도 0115 채널의 어딘가일지도 모르는…….
결국 그조차 카오스의 어딘가에서 아직 헤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
하지만 이는 로그 기록을 통해 금방 해소할 수 있었다.
[이곳은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입니다.] [일부 기능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3, 2, 1 …… 0.] [당신은 스킬, ‘플레이어(L)’를 습득했습니다.] [스킬, ‘플레이어(L)’로부터 새로운 스킬을 활성화시킬 수 있습니다.] [동기화 중입니다…….]이내 강서준의 머릿속으로 복잡했던 내용이 착착 정리되기 시작했다.
라그나로크로부터 탈출하여 이곳에 오게 된 경위, 몰모트로부터 전해 들은 정보들…… 그러니까 현재 그가 겪는 상황에 대한 설명.
‘말하자면 난 플레이어란 초능력을 각성한 셈이로군.’
드림 사이드를 돌파한 관리자는 저마다의 초능력을 각성하기 마련이었고.
신(新)인류로 재탄생한 강서준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초능력을 각성한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일목요연하게 머릿속으로 정리된 데에는 다음 스킬의 역할이 컸다.
[얼티밋 스킬, ‘시스템(U)’을 습득했습니다.] [적대적인 시선을 감지했습니다.]한편 강서준은 그를 향해 흉포한 울음을 토해 내는 망치 고블린을 볼 수 있었다.
이젠 그다지 위협도 되질 않아 순간적으로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 놈.
“그래. 너도 있었지…….”
놈은 분노에 이성을 잃은 듯 으르렁댔고, 망치를 붕붕 휘두르더니 겁도 없이 강서준에게 냅다 달려들었다.
역시 저렙 몬스터는 아는 게 없어 이렇게나 용감하다.
“……쯧.”
강서준은 한껏 달려들던 놈의 머리를 손도 안 대고 그대로 콱 잡아 올렸다.
키잇…… 키이잇!
허공에서 발만 동동대는 녀석.
[스킬, ‘이기어검술(S+)’을 발동합니다.]강서준은 이를 말없이 올려다보다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망치 고블린의 머리는 너무나도 쉽게 터져 나갔다.
“이렇게 약한 몬스터인데…….”
이런 놈을 두고 생사를 넘나들었다는 걸 다른 사람이 듣는다면 기함을 토하겠지.
모르긴 몰라도 그에게 패배했던 수많은 S급 몬스터들이 억울함을 토로할 것이다.
……하아.
“그나저나 시스템이라고?”
강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자신의 내부로 자리 잡은 한 스킬에 주목할 수 있었다.
여태 당해 본 전적이 있어 ‘시스템’이란 존재에겐 약간의 불안감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모두 기우에 불과했다.
-답. 얼티밋 스킬, ‘시스템’은 ‘차원 서고’와 ‘도서관 시스템’으로 인하여 파생된 스킬입니다.
이는 그의 직업 전용 스킬들이 독자적인 성장을 통해 이룩한 결과였으니까.
“어떻게 그럴 수 있었지?
-답. 얼티밋 스킬, ‘시스템’은 스킬 ‘플레이어’의 요청으로 ‘카오스’의 증폭 과정에서 탄생한 존재입니다.
한마디로 초능력자로 각성하면서 얻게 된 그의 두 번째 능력이라 할 수 있었다.
“설마 내 뒤통수를 치진 않겠지?”
-답. ‘시스템’은 플레이어 ‘강서준’에게 귀속되어 있습니다. 실행할 수 없는 명령입니다.
“흐음…….”
잠시 시스템에게 질문을 던지던 강서준은 이내 고개를 주억거리며 상황을 받아들였다.
아직 이 힘을 완전히 믿는 건 아니었지만, 시스템의 각성으로 살아난 건 맞았다.
어쨌든 그의 힘이 아닌가?
도움이 되면 됐지. 나쁘진 않다.
-아직 동기화가 완료되지 않았습니다. 시스템은 잠시 후 강제로 종료됩니다.
그리고 아쉽게도 ‘플레이어’의 힘을 오랫동안 현재의 신체에 머물게 할 수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답. 동기화를 완료하려면 플레이어는 로그아웃을 유지해야만 합니다.
완료되지 못한 동기화는 그가 가진 힘을 전부 사용할 수 없는 제약이었고.
이 과정을 모두 완료하려면 그는 로그아웃 상태로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강서준은 미간을 좁혀 물었다.
“그럼 동기화까지 얼마나 걸려?”
계산이라도 하듯 잠시 조용하던 시스템의 대답은 금방 돌아왔다.
-답. ‘3시간 57분’ 남았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3시간 57분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고작 3시간 57분…….
그 정도만 버틴다면 그는 드림 사이드에서 쌓았던 모든 힘을 되찾는다.
핵전쟁으로 멸망한 지구, 온갖 몬스터가 도사리는 세계, 실존하는 카오스…….
수많은 걱정거리가 앞을 가로막더라도 이젠 이를 힘차게 뛰어넘을 능력이 생기는 것이다.
‘……그럼 3시간 57분을 어떻게 버티냐가 관건인데.’
그나마 초재생으로 죽을 뻔한 신체를 완벽하게 복구시켜 놨으나, 또 한 번 같은 상황에 놓이지 않으리란 법은 없었다.
종전에 외뿔 오우거로부터 도망친 망치 고블린의 숫자만 대략 수십 마리.
그가 마주친 한 마리는 무리에서 떨어진 낙오자에 불과했다.
‘언제 어디서 다시 마주쳐도 이상하지 않아.’
그나마 망치 고블린이면 다행이다. 그보다 고렙의 몬스터를 만나면 과연 어찌해야 할까.
시야에 보이는 첨탑은 플레이어의 능력이 없으면 다가가기도 멀어 막연하기만 했다.
‘방법을 찾아야…….’
그리고 고민하는 강서준에게 유능한 시스템은 한 가지 유쾌한 답변을 만들어 냈다.
-답. 사라지지 않는 힘을 사용하면 됩니다.
***
쿠구구구궁!
외뿔 오우거의 주먹이 바닥을 내리찍으니 충격파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몰모트는 창졸간에 몸을 던져 무너진 건물 잔해를 방패로 삼아 충격파를 분산시켰다.
그도 나름 드림 사이드를 성공시킨 관리자였다. 외뿔 오우거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실력이 있다.
‘진짜 문제는 저놈인데…….’
몰모트의 시선은 외뿔 오우거의 그림자에 숨어 있는 흉악한 기운으로 향했다.
조금이라도 탐색 계열 스킬이 낮았더라면 전혀 눈치챌 수조차 없는 은밀한 녀석.
그림자를 오가면서 창졸간에 심장을 노리는 암살 계열 몬스터였다.
‘쉐도우맨.’
게임에선 쉽게 사냥할 수 있는 몬스터 중 하나였지만 현실은 녹록지 못했다.
초능력을 각성한다고 해도 그 수준은 게임 속에서와 천지 차이로 달랐다.
특히 게임처럼 방어구조차 걸치지 못하는 열악한 현실에선 더더욱 위험했다.
‘스쳐도 치명상이다.’
스텟 또한 현실에선 직접 운동하여 길러야 하는 부분이 있다.
여태 외부 구역에 숨어 살던 몰모트의 입장에선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순간이다.
‘강서준이 조금이라도 빨리 각성자들을 데려와야 할 텐데…….’
아직 몬스터가 득실거리는 땅에서 강서준을 홀로 보낸 게 내심 걸리긴 했다.
하지만 신경 쓰진 않았다.
그가 누군가?
두 개의 세계를 모조리 홀로 독점하고 공략해 낸 유일무이한 랭킹 1위의 플레이어.
비록 능력이 없는 무지렁이 같은 상태라고 하더라도 손쉽게 죽진 않을 것이다.
‘난 시간만 끌면 된다.’
게다가 이 정도 소란이라면 생존자 캠프에서도 충분히 알아차렸을 것이다.
어쩌면 각성자들로 구성된 일대 부대가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희망 회로는 멋대로 돌아갔다.
쿠우우웅!
다만 재수 없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고 하던가?
“……미친.”
돌연 외뿔 오우거의 발밑에서 거대한 입이 쑤욱 올라오더니 통째로 놈을 삼켜 버렸다.
번들거리는 외피에 수백 개는 되는 듯한 이빨이 인상적인 거대한 지렁이.
데스 웜.
레벨만 300을 넘길 무시무시한 몬스터는 그대로 오우거를 산 채로 잡아먹고 아래로 꺼졌다.
그림자에 숨어 있던 쉐도우맨 또한 속수무책으로 사망했다는 건 두말할 것도 없다.
드드드드드.
바닥이 흔들리면서 땅속 어딘가로 기어 다니는 데스 웜이 머릿속으로 그려졌다.
“젠장 일이 더럽게도 꼬였네.”
하지만 불행은 그게 시작일까.
“몰모트 씨! 괜찮아요?”
각성자들을 데리고 돌아오라 보냈던 강서준이 그 혼자 이곳으로 돌아온 것이다.
“……아니, 왜 혼자야?”
“그렇게 됐습니다.”
“그렇게 되긴 무슨……!”
신경질을 낼 시간은 없었다. 바닥이 흔들리면서 데스 웜이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강서준! 가능한 한 높은 곳으로 올라가! 운이 좋으면 녀석이 널 쫓지 않을 수도…….”
“괜찮아요.”
사방이 흔들리고 바닥에서부터 묵직한 마력이 솟구치는 가운데.
강서준은 태연한 표정으로 바닥을 발로 툭 찍더니 말했다.
“처리해. 로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