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tar chef RAW novel - Chapter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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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22 – 화려한 데뷔 (1)
얼마 지나지 않아, 빅토르 위고와 안톤 쉬거 셰프, 그리고 그의 철부지 제자인 듯 보이는 스테판에 이르기까지.
이들 세 사람이 홀 테이블 한 자리를 꿰차고 앉았다. 이내 필상이 그들이 앉은 테이블 옆에 선 채로 조심스레 물음을 건넸다.
“예정보다 빠르게 방문하신 터라 아직 식사를 대접해드릴 준비를 마치지 못한 상황입니다. 기다리시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도록, 차와 간단한 간식거리라도 내드릴까요?”
그 말에 안톤 쉬거 셰프가 인자한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내저었다.
“아뇨, 괜찮습니다. 괜히 예정된 시간보다 빨리 걸음 해서 죄송할 따름이죠. 천천히 준비해주셔도 됩니다. 기다림의 시간이 1초 늘어날 때마다, 셰프의 요리를 맛볼 때 느낄 황홀함은 제곱으로 늘어나게 될 테니까요.”
그는 배려와 존중이 몸에 배어 있는, 주름이 단순한 노화의 흔적이 아닌 나이테처럼 느껴지는 우아한 사람이었다.
손등에 수놓아진 자잘한 흉터와 화상 자국은 그가 주방에서 어찌나 치열한 젊음을 보냈는지를 대변해 주었으며, 사소한 몸짓에서조차 일련의 기품이 느껴지기도 했다.
또 노장이라 불리곤 하는 여러 베테랑 셰프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특유의 ‘*피네스’(*Finesse:능숙한 솜씨)가 느껴지기도 했고 말이다.
“감사합니다. 최대한 조속히 준비를 마친 뒤, 음식을 서비스해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해 보인 필상이, 곧장 자신의 주방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힘 있는 발소리가 그런 필상의 뒤를 따르기를 잠시. 이내 주방 입구에 다다른 필상이 잠시 멈춰선 뒤, 제 ‘*화이츠’(*조리복)의 맵시를 가다듬고는 셰프를 상징하는 검은색 스카프를 더욱 꽉 동여맸다.
그렇게 주방 안에 첫발을 내딛던 찰나, 필상의 얼굴 위로 만족감이 가득 서린 미소가 피어올랐다.
모든 직원이 하나같이 한껏 집중하고 있던지라, 자신이 주방에 들어섰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한 채로 자신의 섹션에서 선보이게 될 요리의 밑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이었다.
“다들 주목.”
필상이 근엄한 어투로 말문을 열고 나서야, 주방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던 손을 잠시 멈춘 채 필상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내 필상이 브래들리에게 가볍게 손짓을 해 보이자, 그가 제 콧잔등에 맺힌 땀을 훔쳐내며 다가왔다.
“준비는 어떻게 돼가고 있죠?”
“거의 다 끝나갑니다.”
“얼마나 걸릴까요?”
“십 분 정도면 충분하겠군요.”
“컨디션은 어때요?”
“최고예요.”
짤막하게 답해 보인 그가, 직원들을 한 번 스윽 둘러 본 뒤 덧붙였다.
“다들 실력을 뽐내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한 상태죠.”
그 말에 필상 역시 시선을 옮겨가며 주방 안을 지키고 서 있는 직원들을 좌에서 우로, 천천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모든 직원이 영화 ‘300’의 스파르타 제국 병사들이라도 된 것 마냥, 비장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짓고 있을 따름이었다.
수십 개의 눈이 독기로 반들거리고 있었으며, 그들의 몸 주변에서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아우라가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것만 같았다.
더할 나위 없이 듬직한 모습들이었다. 비록 지금 당장은 미흡한 부분이 더러 엿보이는 상황이라지만, 그래도 ‘이들과 함께 수년을 함께한다면, 정말 어벤져스에 버금가는 최고의 팀을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내 필상이 직원들의 긴장을 풀어주고자 장난기가 살짝 서린 투로 말문을 열었다.
“지금 여러분 꼭 잘 훈련된 ‘핏불테리어’처럼 보이는 거 알고 계세요?”
그 말에 주방 곳곳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새어 나오기를 잠시, 필상이 제 손바닥을 살짝 들어 올려 보이는 것으로 소음을 잠재워 보인 뒤 재차 말을이었다.
“지금 제 기분은 뭐랄까, 꼭 일생일대의 중요한 경기를 코앞에 두고 있는 유명 풋볼팀의 라커룸에 들어온 기분이네요. 사실 상황이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최선을 다 해주셨지만, 주어진 시간은 너무 짧았고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파우스트의 실패를. 아니, 저의 실패를 염원하고 있죠.”
그 말에 장내의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앞서 말한 대로, 많은 이들이 자신에 대한 선입견을 저버리지 못한 상태였다.
우습게도 무수히 많은 셰프들이 자신이 ‘반칙’을 하고 있다고 떠들어 대고 있는 상황이었다. 빌리 반 코퍼레이션이란 대형 에이전시를 등에 업고, 실력에 맞지 않는 지원을 받고 있는 쇼맨이라고 폄하하느라 여념이 없는 중이었으니 말이다.
프랑스의 유명 평론가, ‘로맹 가리’가 파미유를 극찬하는 내용의 칼럼을 저술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때부터는 원 테이블 레스토랑과, 파인다이닝은 아예 다른 세상이라는 논리를 펼쳐가며 파우스트의 실패를 확신했다. 대중들 역시 그런 셰프들의 말에 휘둘리며, 자신의 실패를 바라는 것처럼 굴어댔고 말이다.
이내 필상이 건조한 어투로 뒷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우리가 열고 나서야 하는 문의 키를 손에 틀어쥐고 있는 중요한 손님들이 홀에 앉아있고, 우리는 그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요리를 선보여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말이죠. 그런데 놀랍게도 막상 하고 싶은 말이 그리 많은 것 같지는 않네요. 우리는 요리사이며, 또 ‘*언더독’(*Underdog:스포츠에서 이기거나, 우승할 확률이 적은 팀을 일컫는 말.)입니다. 오명을 씻어내려면 우선 영업을 시작해야 하는데, 아직 첫 번째 난관조차 넘지 못한 상황이죠.”
정적이 흐르기를 잠시.
“그래도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바에 의하면 노력은 좀처럼 배신하는 법이 없거든요.”
자신감이 넘실대는 투로 말해 보인 필상이, 제 손목시계를 한 번 힐끔 내려다보고는 재차 입을 뗐다.
“조금이라도 빨리 준비를 마쳐야 할 시간이니, 지루한 연설은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모두의 노력 덕에 이제 파우스트는 제법 파인다이닝 다운 면모를 지니게 됐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기존의 파우스트는, 윌리엄스버그 뒷골목에 즐비한 허름한 술집만도 못한 곳이었죠. 그랬던 곳을, 우리가 이렇게까지 변화시킨 거라고요.”
힘이 잔뜩 실린 투로 말해 보인 필상이, 다시금 직원들과 한 번씩 눈을 맞춘 뒤 사뭇 격양된 투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주눅들거나 긴장할 이유도 없을뿐더러,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는 그냥, 이제 곧 파우스트가 맨해튼을 접수하고 최고의 파인다이닝으로 자리 잡으리란 사실을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예, 셰프!”
우렁차기 그지없는 답이 메아리처럼 울렸다. 모든 직원이 설욕전을 코앞에 두고 있는 패잔병이라도 된 것 마냥, 또렷한 이채(異彩)가 서려 있는 눈을 한 차였다.
이내 만족스럽다는듯 세차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 필상이, 차분하기 그지없는 어투로 나직이 덧붙였다.
“좋습니다. 시간이 됐으니 한바탕 해보자고요.”
그 말이 끝맺어지기 무섭게, 직원들이 각자가 지켜야 할 위치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굳게 닫힌 철문이 열리고, 다시 콜로세움에 들어서 칼을 휘두를 수 있게 되는 날만 손에 꼽아가며 기다리고 있던 투사들이 보일 법한 움직임이었다. 저돌적이며, 망설임이 존재하지 않는 그런 움직임을 말이다.
*
요리를 시작할 준비가 모두 끝났다는 사인을 받은 홀 매니저, 베니가 메뉴판을 손에 든 채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윽고, 세 손님이 앉은 테이블 앞에 다다른 베니가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채로 말문을 열었다.
“말씀 나누고 계신 중에 정말 죄송합니다만, 지금 막 주방의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하네요. 해서 파우스트 메뉴에 대한 설명을 해 드리고 주문을 받을까 하는데 괜찮을까요?”
이내 빅토르 위고가 고개를 끄덕여가며 답했다.
“아아, 그럼요. 얼마든지요.”
그때, 베니의 가슴팍에 부착된 명찰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던 안톤 쉬거 셰프가 낮은 목소리로 물음을 건넸다.
“홀 매니저시로군요. 죄송합니다만, 혹시 가능하다면 다른 웨이트리스분께 안내를 받을 수 있을까요?”
예상치 못했던 말이기 때문일까, 잠시 “아···.” 하고 침음을 흘려대던 베니가 뒤늦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답했다.
“네, 물론입니다.”
“감사합니다.”
이내 베니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직원을 호출하자, 안톤 쉬거가 특유의 평온하기 그지없는 어투로 부탁의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다름 아니라, 홀 직원분들의 업무 숙련도를 확인해보기 위해 드린 부탁입니다. 아무래도 모든 손님을 매니저께서 직접 응대하실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얼마 지나지 않아 2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홀 웨이트리스가 다가와서는, 마냥 조심스러운 투로 물음을 건넸다.
“제가 메뉴에 대한 설명과 주문을 도와드릴까 하는데 괜찮을까요?”
“물론입니다.”
이내 고개를 한 번 끄덕여 보인 그녀가, 세 사람에게 메뉴판이 보이도록 펼쳐 든 채 천천히 설명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우선 구성이 매일 변경되는 ‘*플라 뒤 주르’(*Plat du Jour:오늘의 특별 요리) 코스가 준비되어 있으며, 기호에 알맞게 직접 메뉴를 골라 코스를 구성하실 수 있는 ‘*알라꺄르뜨’(*A le Carte). 마지막으로 런치 타임과 디너 타임, 시간대별로 맛보실 수 있는 두 개의 코스요리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차례 “흠.” 하고 침음을 흘려 보인 안톤 쉬거 셰프가 나직이 되물었다.
“저녁 시간대인 만큼 디너 타임 코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군요. A코스와 B코스가 존재하는데, 어떤 차이를 지니고 있는 거죠?”
이내 웨이트리스 직원이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채 다시금 설명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A코스는 해산물 위주의 요리가 주를 이루는 터라 비교적 가볍고 산뜻한 느낌을 받으실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메인 요리 역시 오리 가슴살 등의 지나치게 육중한 느낌을 주지 않는 식재료를 활용하여 조리하는 편이고요.”
“매력적이군요. 그럼, ‘B코스’는요?”
“조금 더 육중한 느낌의 식재료를 활용해 조리한 요리로 구성된 코스입니다. 해산물보다는 육류를 활용하여 조리하는 편이며, A코스와 달리 가벼움이나 산뜻함보다는 코스 자체의 밸런스와 적당한 무게감에 초점을 맞춘 채 구성한 코스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둘 중 하나를 추천해 주시자면요?”
그 말에 웨이트리스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당분간은 A코스를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그럼요, 물론입니다.”
짧게 답해 보인 웨이트리스가 나직이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A코스의 메인 식재료랄 수 있는 ‘관자’와 ‘도미’가 모두 제철을 맞은 터라 신선도가 몹시 훌륭하거든요.”
“좋습니다. 그럼 저는 A코스로 하도록 하죠.”
말을 마친 안톤 쉬거 셰프가, 다른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내 빅토르 위고와, 스테판 역시 같은 A코스를 주문했다.
이윽고, 잽싸게 그들의 주문사항을 받아적은 웨이트리스가 재차 물음을 건네왔다.
“혹시 와인은 괜찮으신가요?”
“음, 추천해주시겠습니까?”
이내 웨이트리스가 “흠.” 하고 짧게 침음해 보인 뒤, 곧장 유려하게 설명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혹시 선호하시는 품종이나, 지향하시는 느낌에 대해 간단히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A코스에 포함된 요리와 잘 어울리는, 또 약간은 묵직하고 알콜릭한 느낌이 감도는 와인이었으면 좋겠군요.”
“끌로 쌩 장의 ‘샤또네프 뒤 빠쁘 블랑’을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14도 정도에 산미는 물론이고, 힘과 균형을 고루 갖춘 와인이죠.”
그 말에 안톤 쉬거 셰프가, 제 두 눈을 게슴츠레 뜬 채로 되물었다.
“혹시 직접 시음해보신 적도 있으신가요?”
이윽고, 웨이트리스가 고개를 한 번 끄덕여 보이고는 곧장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네. 교육 기간에 한 번 경험해 본 이후로, 푹 빠져들게 된 터라 기회가 닿을 때마다 즐기고 있는 품종이에요. 열대과일 향과 구즈베리, 감귤, 라임 향의 조화가 일품이죠. 미네랄 풍미도 매력적인 데다가, 마지막에 올라오는 오크 향이 전체적인 뉘앙스를 잘 다듬어주는 느낌이었죠.”
“맙소사. 꽤 값이 나가는 품종으로 알고 있는데, 교육 기간에 모든 홀 직원들에게 시음을 시켜주기라도 하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경험해 보지 못한 와인을 손님들께 권매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 말에 만족스럽다는듯 미소를 지어 보인 안톤 쉬거가 사뭇 밝아진 목소리로 답했다.
“말씀해주신 와인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주문을 받은 홀 웨이트리스가 떠나간 뒤, 안톤 쉬거가 옅은 웃음기가 서린 투로 말문을 열었다.
“홀의 완성도는 기대 이상이로군요. 이 정도면 뉴욕 내의 유명 파인다이닝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겠어요.”
이내 아랫입술을 살짝 내민 채로 고개를 끄덕여 보인 스테판이 퉁명스레 답했다.
“그럭저럭 흉내는 낸 것 같네요. 형편없는 요리가, 홀 직원들의 노고를 깎아 먹는 일이 없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그 말에 안톤 쉬거 셰프가 조심스레 물음을 건네왔다.
“스테판, 우리는 심사를 하러 온 거지 비아냥거리러 온 게 아닐세.”
“알고 있어요.”
“그럼 언행을 신중히 해야지.”
말을 마친 안톤 쉬거가 장내에 설치된 카메라 중 한 대를 턱짓으로 가리켜 보였다. 이내 스테판이 어깨를 한 번 들썩여 보이고는, 마냥 이죽거리는 투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아직 필상을 ‘셰프’라고 인정하지 않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저 친구가 셰프라는 거룩한 타이틀에 걸맞는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카메라 앞에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군.”
“아뇨, 카메라 앞이니까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는 쇼맨이에요. 빌리 반이라는 대형 에이전시를 등에 업은 채, 셰프 놀이에 심취한 연기자일 뿐이죠. 무수히 많은 셰프들의 노고를 허무하게 만들고 있는 쇼맨이라고요.”
그리고는 빅토르 위고를 바라보며 덧붙였다.
“물론 위고 씨의 선택은 존중합니다. 그러니까, 화제의 영 셰프인 필상을 영입하고 함께 비즈니스를 도모하신 선택 말이에요. 위고 씨는 사업가고, 그의 화제성을 이용하실 필요가 있었겠죠.”
그 말에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있던 빅토르 위고가, 미간을 잔뜩 좁힌 채 노골적인 투로 답했다.
“단연 화제성 때문에 그에게 비즈니스를 제안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는 훌륭한 셰프에요. 자국인 한국 내에서는 이미 실력을 인정받았을뿐더러, 꽤 높은 인지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 매출 2000불을 기록하던, 원 테이블 레스토랑을 운영했던 이력도 갖추고 있고요. 다만, 파인다이닝을 직접 도맡아 운영해 본 경험이 없었을 뿐입니다.”
“글쎄요? 제 생각은 다릅니다. 저희가 그 원 테이블 레스토랑의 ‘*Z리포트’(*매출내역서)를 직접 확인해 본 것도 아니잖아요? 사실 매출이 200불이었건, 2000불이었건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봐야 한낱 원 테이블 레스토랑일 뿐이지 않습니까?”
그 말에 안톤 쉬거 셰프가 “스테판.”하고 주의하라고 경고하듯 말했으나, 그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제 할 말을 이어나갈 따름이었다.
“이렇게까지 말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원 테이블 레스토랑과 파인다이닝은 비교 선상에 놓일 수 없습니다. 원 테이블 레스토랑은 셰프가 직접 연주를 하는 곳이고, 파인다이닝은 지휘를 하는 곳이니까요. 연주를 잘한다고 해서, 지휘까지 잘한다는 보장이 있나요?”
말을 마친 그가, 앞에 놓여있던 컵을 집어 들어서는 물 몇 모금을 연달아 들이킨 뒤 재차 덧붙였다.
“그는 다른 셰프들의 노력을 바보짓으로 만들고 있는, ‘빌리 반의 꼭두각시’일 뿐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무어라 말을 꺼내려던 빅토르 위고가, 입안에 머금고 있던 말을 도로 삼켜냈다. 홀 웨이트리스 한 명이 3단 카트를 끌며 다가오고 있던 탓이었다. 이윽고, 테이블 앞에 멈춰선 웨이트리스가 조심스러운 투로 말문을 열었다.
“식전 빵을 준비해드려도 될까요?”
이윽고, 말을 마친 그녀가 카트의 첫 번째 칸에서 빵이 한가득 담겨있는 바구니를 꺼내 들었다.
도합 여섯 종류의 빵이, 서너 개씩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는 상태였다. 또한, 은은하게 풍기는 고소한 향이, 방금 막 오븐에서 나온 갓 구워진 빵이란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는듯했고 말이다.
이내 안톤 쉬거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입을 뗐다.
“종류가 상당히 다양하군요. 대중적인 느낌의 포카치아나, 치아바타를 시작으로 독일 스타일로 구워낸 브뢰첸. 산미가 풍성하여 입맛을 돋우기에 좋은 폴콘 브로트(Vollkorn brot)와 로겐 브로트(roggen brot)까지···.”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해 보인 그가,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채 덧붙였다. 이내 세 사람이 각자 원하는 빵을 한두 종류씩 호명했고, 웨이트리스가 직접 빵을 접시 위에 덜어주었다.
빵에 곁들일 소스가 담겨있는 통 역시 외형이 꽤나 독특했는데, 자그마한 종지 네 개가 달라붙어 있는 모양이었다. 한 칸에는 달착지근한 향이 물씬 풍기는 잼이, 그 옆 칸에는 크림치즈가, 또 다른 칸에는 버터가, 마지막 칸에는 발사믹을 곁들인 올리브 오일이 담겨있는 상태였다.
그들이 식전 빵을 거의 다 먹어갈 무렵, 웨이트리스가 다시금 카트를 끌고서는 나타났다.
“에피타이져를 준비해드려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이내 웨이트리스가 헝겊에 쌓여있는 식기, 그리고 에피타이져가 담긴 접시 세 개를 차례로 테이블 위에 내려놓기 시작했다.
첫번째 에피타이져 메뉴는 직접 구운 듯 보이는 바게트 빵 위에, 여러 재료 및 소스로 절인 연어와 캐비어를 얹어 먹는 브루스케타 형식의 요리였다.
한차례 “흠···.”하고 침을 흘려 보인 안톤 쉬거 셰프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나직이 말문을 열었다.
“브루스케타로군요. 참고로 지난 삼십 년간 주방에서 일하며, 몇천. 몇만 번은 먹어 본 요리입니다. 필상이 화제의 영 셰프인만큼 특별한 요리를 기대했건만, 이토록 고루한 메뉴가 서비스될 줄은 몰랐네요. 조금은 실망스럽군요.”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해 보인 그가, 조심스레 바게트 위에 조심스레 연어와 캐비어를 얹어내기 시작했다.
한차례 피식 미소를 지어 보인 스테판 역시 마찬가지. 바게트 위에 연어와 캐비어를 얹은 뒤, 곧장 한 입을 크게 베어 물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동시에 요리를 맛본 안톤 쉬거 셰프와, 스테판. 두 사람의 반응이 크게 엇갈렸다.
안톤 쉬거 셰프는, 사뭇 놀란 듯 두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중얼댔고.
“허, 맙소사.”
스테판은 자신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소리로 중얼댈 따름이었다.
“What the Fuck, 캐비어가 아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