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227
– 228화 –
준성의 명령이 떨어진 후.
아니, 정확하게는 오태희라는 맹견의 목줄을 느슨하게 잡은 후. 디움은 제이리버의 주식을 매집하기 시작했다.
“현재 목표는 6%다! 적당히 주가 보면서 괜찮다 싶으면 모조리 모아! 그리고 기관(기업 투자자. 증권사, IB, 은행 등)들 연락 돌려서 블록딜(block-deal, 시간 외 대량거래)에 관심 있는 매도자를 찾아!”
마치 전장의 맨 앞에 서서 병사들에게 채찍을 휘두르는 가혹한 하사관의 모습이 이러할까?
오태희가 비록 평소에는 준성의 카리스마에 눌려 주판이나 굴리고 있었지만, 그 역시 승부사로 길러진 존재였다. 까닭에 제 전문 분야가 나오자 본성이 드러난 것이리라.
그에 영향을 받은 모양인지, 그의 휘하에 있던 트레이더들 역시 눈에 귀기(鬼氣)를 내뿜으며 마치 귀신들린 병사들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일에 오태희 아래로 배정된 싱크탱크-관리팀원들은 어딘가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참고로 디움 싱크탱크 내부에 있는 기업들의 경우, 성과나 실적이 좋으면 추가적인 투자나 인수를 약속해 놓은 상태.
그렇기에 상황에 따라선 저 귀신(?)의 채찍(?)이 본인에게 향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으리라.
그러거나 말거나,
오태희는 미친 듯이 직진했다.
‘대표님께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하셨다. 이는 곧 내 모든 능력을 발휘하라는 뜻이겠지. 여기까지 올라왔다고 안심하지 말자. 내 능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언제든지 쫓겨날 수 있는 자리다.’
게다가 그뿐이랴? 현재 오태희의 계약 조건에는 [인센티브 8%]가 포함되어 있었기에, 큰 건 하나만 제대로 처리해도 억 소리 나는 돈이 수중에 들어온다.
그러니 태희는 본인의 실수로 인해 쫓겨나거나, 준성과의 갈등으로 인해 실각하기 전에 최대한 자립할 수 있는 씨드 머니를 확보해두고 싶었다.
덤으로 [기업 사냥꾼]이라는 커리어 역시 만들어 놓으면 좋았고 말이다. 이런 이유로 태희는 거침이 없었다. 그는 꼭 굶주린 맹수처럼 돌진했다.
사실 이러한 그의 공식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은 준성의 [은밀히 스마트폰의 기술을 모은다]라는 방침과는 약간 거리가 있었지만, 준성은 무슨 이유에서든 그를 제지하지 않았다.
그저 미소를 지은 채 지켜보기만 했을 뿐이다.
…
얼마 후.
여의도 증권가에 [디움이 제이리버 주식을 대량 매집하기 위해 블록딜을 받아 줄 상대를 찾고 있다]는 소식이 십시간에 퍼져나갔다. 그리고 이 소문은 이내 [디움이 제이리버 M&A를 시도한다]라고 가공.
트레이더들 사이에 난리가 났다.
– 뭐? 디움이 제이리버를? 걔네 상장한 지 얼마 안 됐잖아? 근데 걔네를 왜 사? 이거 맞는 정보야? 찌라시 아니고?
– 나도 몰라. 근데 디움에 다니는 친구 얘기 들어보니까 자체 연구소(싱크탱크) 안에 MP3 기업이 있다네? 다각화를 할 생각인가 본데? 가능성 높아 보여.
누군가는 포털인 디움이 뜬금없이 보이는 MP3에 관심을 갖는 것에 의문을 표시했고…
– 지금 디움이라고 했냐? 디움이면 IT 버블 때 수익률 장난 아니게 찍은 네스트 오너가 세운 기업이잖아… 야, 씨*! 당장 제이리버 주식 매집해! 이거 무조건 오른다!
– 디움이 공격적 M&A를 시작할 모양이야! 당장 주식 사들여! 아직 얘기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분명 우호 지분을 모으기 위해 시장을 돌아다닐 거야! 그럼 나중에 무조건 비싸게 팔 수 있다! 고래 새끼들 등 터지게 싸울 때 새우가 포식할 기회라고!
– 얘기 들었어!? 야, 큰 건이다! 디움이 움직였어! 일단 무조건 사! 제이리버에 붙어서 백기사 하든, 디움에 붙여서 흑기사 하든 무조건 최소 5%는 먹는다!
누군가는 준성이 써내려간 IT 버블의 전설을 믿고 무조건 돌진하거나, 또 다른 누군가는 인수 전쟁에 끼어들어 시세차익을 얻으려고 했으며…
– 응? 저거 구라야. 사지 마. 이번에 디움에서 특투실 만들었다고 하더니만? 거기 대가리가 아마 오태희였지? 그 새* 그거 약은 놈이야. 속으면 안 된다고.
– 보나 마나 이렇게 대놓고 블록딜 상대 찾으러 다니는 거면… 엄청 급한 건이거나, 아니면 의도적으로 소문을 내고 싶다는 거거든? 나는 후자라고 본다. 이 건 구려. 안 해.
또 다른 누군가는 디움이 최근 투자활동을 시작한 것에 의구심을 느끼며 이 판에 끼어들지 않으려고 했고…
– 야, 야. 너만 알고 있어. 디움이 지금 제이리버 인수하려는 움직이고 있거든? 그러니까 가격 무조건 오른다! 사!
혹자는 미리 주식을 구입해 놓은 뒤, 소위 ‘찌라시’라는 형태로 소문을 왜곡해 개미들의 유입을 촉구했다. 그래야 주식 가격이 올라 본인이 더 큰 차익을 얻을 수 있었기에.
그렇게 준성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오태희가 물어 어마어마하게 커졌으며,
여의도 증권가를 통해 더욱더 크게 가공됐다.
그렇게 [디움]과 [제이리버]의 지분 싸움이 시작,
광기의 도가니가 펼쳐지려 하고 있었다.
…
역시나 비슷한 시각. 이태원동.
마광위의 개인 집무실에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 회장님, 피승원입니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집무실 자체가 전통 한옥인지라 노크를 할 수 없어 미닫이문 너머로 말을 먼저 한 거였다.
이에 마광위는 얼굴을 찌푸렸다. 일에 집중하고 있을 때 방해받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바쁘다. 나중에 다시 와라.”
보통 때였다면 피승원은 방해되지 않기 위해 대답조차 하지 않고 유령처럼 사라졌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 이준성에 관련된 사안입니다.
광위는 그 말에 움직이던 손과 눈을 멈췄다.
중요한 건을 처리하고 있었기에 살짝 짜증이 솟았지만, 이준성에 관련된 사안이었기에 조금은 참아주기로 했다.
“들어와.”
드르르륵- 드르륵- 타닥-
피승원은 문을 열고 들어와 가볍게 고개를 꾸벅 숙이곤, 무릎을 꿇어앉아 마광위에게 서류 케이스를 건넸다.
“디움이 제이리버의 주식을 매집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방금 돌기 시작한 소문이며, 블록딜을 준비하는 것을 봤을 때 맞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 말에 마광위는 흐음- 소리를 내며 곰방대를 꺼내 조립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피승원은 자연스레 그 안에 담뱃잎을 채운 뒤 성냥으로 불을 붙여줬다.
끼릭- 끼릭- 끼릭-
후읍 – 파스스 – 하아 –
이후 담배 피우는 소리만 나는 가운데,
마광위는 생각에 잠겼다.
‘… 디움이 제이리버를 인수한다?’
솔직히 말해서 뜬금없었다.
만약 진출하려 생각했다면 이미 싱크탱크 내에 MP3 기술을 가진 기업을 넣었을 때부터 진행해야지, 왜 시간이 한참 흐른 뒤인 지금에 와서 인수를 진행한단 말인가?
게다가 시기 말고도 규모도 문제다. 제이리버면 대영에 이은 점유율 2위 기업이다. 이미 매출 2,000억을 넘은 거대 회사에 심지어 해외 지사까지 있지 않던가?
그리고 싱크탱크 내에 핵심 기술 다루는 기업을 가지고 있는 주제에, 도대체 왜 이미 완성된 기업을 산단 말인가?
또한, 분야도 문제다.
디움은 어디까지나 포털 서비스 회사다. 그나마 [유니드어스]는 시너지 효과가 있으니 인수했다고 쳐도, 도대체 MP3를 만드는 기업은 왜 인수한단 말인가?
아무리 준성이 식품(네스트)에서 IT(디움)로 비관련 다각화에 귀신같이 성공한 전적이 있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IT 시장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했기 때문이다. 근데 조그마한 MP3 시장에 갑자기 비관련 다각화를 시도한다?
이해할 수 없는 게 한둘이 아니었다.
‘…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게냐?’
이준성도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이미 광위가 제 아들인 창수를 이용해 MP3 시장에 진입장벽을 건설했다는 것을 알 터. 근데도 이렇게 대놓고 싸움을 걸어 왔다.
그렇다면 무조건 이길 자신이 있다거나,
아니면 다른 계략이 있다는 얘긴데…
마광위는 무조건 후자라고 확신했다.
본디 한 사냥감을 오래 쫓은 사냥꾼은 그 사냥감에 대해서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잘 알게 된다고 했던가? 까닭에 광위 역시 준성에 대해 잘 알 수 있게 됐다.
이에 괜히 휘둘릴 것 없이 무시하면 그만이라는 판단이 섰으나, 그와 별개로 재미있는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바로 첫째 아들 마창수였다.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이며,
FM의 화신이라 불리는 뛰어난 경영자.
하지만 마광위의 눈에는 성이 차지 않았다.
‘… 창수 녀석은 상황을 숫자로만 해석하는 경향이 있어. 위에서 판을 내려다보는 실력을 뛰어나지만, 그렇기에 기교를 바탕으로 전장을 헤집어 놓는 녀석에게는 유독 약하지.’
반면 준성은 어떻던가?
애초에 본인이 직접 전장의 선두에 서서 제가 직접 뽑은 경영자들과 함께 달리며 싸운다. 그가 가는 곳이 곧 전장이며, 그의 전략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그게 꼭 초원을 달리는 징기스칸 같아 보였다.
만약 마창수와 이준성이 붙는다면?
참고로 준성은 창수에게 최악의 상대다.
높은 자리에 앉아 수성을 바탕으로 하는 창수에게 있어 전략을 유동적으로 사용하며 맹렬히 몰아치는 준성은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상대였고, 미지의 적이었을 테니까.
‘분명 좋은 공부가 될 게다. 차기 대영의 총수 자리에 앉기 위해서는 많은 적을 상대해 보는 게 옳겠지.’
이에 광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제이리버 M&A]에 껴들기로 마음먹었다.
구린내가 나는 일이긴 했다마는…
그깟 함정에 빠져 깨질 자잘한 비용.
차기 총수의 교육비로 치자면 사소했다.
“승원아. 창수 불러와라.”
…
얼마 후.
부름을 받은 창수가 도착했고, 광위는 그런 제 자식에게 간단히 상황을 설명한 뒤 그 반응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래서 어떤 것 같더냐?”
창수는 약 5초 정도 침묵하는가 싶더니,
안경을 고쳐 쓰며 대답했다.
“현재 MP3 산업에서 대영의 입지는 압도적입니다. [성능], [가격], [인지도], [촉진] 그 어떠한 측면에서도 지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디움이 제이리버를 인수해 덤빈다고 한들, 패배할 겁니다. 그렇기에 이번 디움의 인수는 실책입니다.”
어렸을 적부터 엘리트 코스를 착착 밟아오고, 머리가 굵어질 때쯤부터 광위의 등 너머로 경영하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일까? 나쁘지 않은 통찰력이었다.
하지만 저건 쉽게 알 수 있는 수준.
이에 광위는 조금 심화 문제를 내기로 했다.
“그래. 디움이 만약 제이리버를 인수한다면 실책이지. 아무리 노력해봐야 대영을 이길 수 없을 테고, 어느 정도 이익을 뽑아낸다고 한들 오히려 기회비용이 더 크다. 하지만 디움이 과연 그걸 모르고 그랬을 것 같더냐? 디움이 그 정도로 멍청할까?”
“아뇨. 그렇기에 분명 다른 계략이 있을 겁니다.”
“그래서?”
“무슨 생각인지 추측은 가지만 확신할 순 없습니다.”
“말해 봐라.”
“… 꼭 도발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말에 마광위는 흡족했지만, 그 마음을 숨긴 채 시큰둥한 표정으로 다시금 재촉하듯 물었다.
“도발이라? 디움이? 대영에게? 자살행위일 텐데?”
“예. 그래서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디움은 분명 대영이 MP3 사업 철수 계획을 폐지하고, 진입장벽을 쌓아 점유율이 43%까지 오를 때까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근데 이제 와서 저런 도발을 보이는 게 모순적입니다. 함정일 겁니다. 무시하는 게 상책 같습니다.”
정답이었다.
적어도 마광위는 저게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색하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확신할 수 있느냐? 디움의 오너 이준성은 여태껏 다각화한 모든 사업에서 성공한 무패의 경영자다. 그런데 그런 경영자가 대영을 도발하기 위해 함정을 팠다? 굳이?”
“…”
“네가 뱉은 말을 확신할 수 있느냐?”
“…”
“대답하거라!”
“…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실망스럽구나.”
“… 죄송합니다.”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경영자는 회사를 절벽으로 떠미는 경영자보다도 못하고 몇 번을 얘기했더냐! 만약 MP3가 대영의 차세대 성장 동력이 될 산업이라고 생각해 보거라! 그때도 네놈은 확신하지 못한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경쟁자가 시장을 약탈하게 내버려 둘 생각이더냐? 한심하고 모자라구나! 네가 그러고도 정녕 대영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더냐!”
마광위의 쏟아지는 호통에 창수가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광위는 이내 ‘커흠!’ 헛기침과 함께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마치 부하에게 명령하듯 말했다.
“이번 건 네가 직접 처리해라. 만약 정말로 함정이라 생각되거든 내버려 두고, 그게 아니라면 박살 내라. 알겠느냐?”
“… 알겠습니다, 회장님”
“가 봐라. 할 일 많을 테니.”
창수는 이후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사라진 뒤…
광위는 흥미롭다는 듯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어디 한 번 발버둥 쳐보거라 창수야. 너는 처음에 정답을 짚었지만 그걸 확신하지 못했지. 의심이 피어나는 상황에서도 과연 네 정답을 관철할 수 있을까? 네 심장의 크기를 키워 보거라. 그러기 위해 내 맞수를 준비해 놨다.’
만약 창수가 준성에게 실컷 깨진다면,
나쁘지 않은 전개였다.
열등감은 노력을 가져오니까.
창수는 패배를 바탕으로 더 강해지리라.
만약 창수가 함정을 파악하고 피한다면,
그것 역시 나쁘지 않은 전개다.
짙은 의심 속에서 자신이 믿는 정답을,
관철할 수 있는 뚝심을 키우게 될 테니까.
어느 쪽이든 무조건 광위는 이기는 싸움.
그러니 그 싸움을 위한 비용 따위,
기쁜 마음으로 내주기로 했다.
그 날 마광위의 개인 집무실에는,
광기 어린 노인의 웃음소리가 가득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