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6
제5화. 마나 각성 (1)
라스칼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루안이 물었다.
“야, 잠깐. 내 몸이 그러면 마법사의 신체라는 거냐?”
“이야기를 잘 들어. 멍청아. 마법사의 피가 섞인 신체라고 했잖아.”
“그게 그거 아냐?”
“아니지. 곱상한 멸치야.”
라스칼은 대답할 때마다 툴툴댔다.
그리고 루안은 반사적으로 라스칼의 멱살을 부여잡았고.
“이 새끼가 진짜! 싸우자는 거냐? 대답할 거면 곱게 할 것이지 꼭 사족을 붙여!”
“놔 인마.”
휙-
“으엇!”
라스칼의 멱살을 잡고 있던 루안이 내팽개쳐졌다.
보기와 다르게 엄청난 힘이었다.
“켈켈. 이거 완전 약골이네. 나한테 찔려 죽은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알아라.”
“이 새끼가!”
루안이 다시 일어났다.
후웅-!
라스칼의 오뚝한 콧날을 뭉개버릴 생각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놈의 얼굴에 닿을 듯 말 듯 내 주먹은 허공만 가르고 말았다.
“허억… 허억….”
“다 했냐?”
“젠장… 왜 한 방을 못 맞추지?”
나름 전생에 기사 생활 하면서 익혔던 격투술이 라스칼 앞에서는 전혀 먹히지 않았다.
“그건 네가 약골이니까. 보아 하니 어디서 흔해빠진 격투술 주워 익혔나 본데. 이 몸이 죽였던 조르지오 놈의 격투술에 비하면 아예 쓰레기 수준이군.”
“뭐? 조르지오 라면 혹시 조르지오 마르테가를 말하는 거냐?”
“약골이라서 그런지 머리통에 지식은 빵빵하네. 그 이름도 다 알고.”
조르지오 마르테가는 역사서에 등장하는 격투가다.
브리켄슈타인이 낳은 불세출의 격투가로 갑옷을 차려 입고 주먹에는 징 박힌 건틀렛을 착용한 채로 전장에서 숱한 기사들을 쳐 죽였다고 알려졌다.
보다 강한 힘을 얻기 위해 마계로 들어간 뒤에 행방불명 된 것이 그의 마지막 기록.
그런 자를 라스칼이 죽였다고?
대체 이 마검은 정체가 뭘까.
루안은 갑자기 라스칼에 대해 궁금해졌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많은 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야, 일단 아까 멱살 잡은 거 미안하다.”
“큭큭. 갑자기 왜 이러셔? 시키지도 않은 사과를 다 하고. 공작가의 아들내미는 예의도 바르단 칭찬이 듣고 싶었냐?”
“그런 거 아니야. 그냥 아까 하던 이야기마저 듣고 싶어서.”
“…아 그랬지. 하여간 네놈의 육신은 다른 기사들과 다르단 것만 알아둬라. 마법사들과도 다르지. 뭐랄까… 기사와 마법사의 이뤄지기 힘든 사랑이 맺은 잡종이랄까?”
아, 마검 새끼 확 밟아버리고 싶다.
근데 지금은 너무 세니까 내가 봐준다.
“그러면 내 몸뚱이는 어떤 거야? 마법도 쓸 수 있는 거야?”
“간단히 말하자면 기사도 마법사도 아닌 어중간한 형태지. 좀 냉정하게 보면 어느 쪽으로든 극한의 경지에 오르기 어렵다고나 할까? 마법을 쓸 순 있지만 대마법사들의 마법에는 비할 바 아니고 검술을 쓸 순 있지만 소드마스터들의 검술에는 어림도 없지.”
“뭐야 그럼 내 몸뚱이가 별로라는 거네.”
조금 실망스러웠다.
과거 라스칼에게 찔려 죽기 전까지 루안은 소드마스터 급의 기사는 아니었다.
어째서인지 브리스톨 가문의 혈통다운 재능이 그에게서 빛난 적이 없었다.
검술 학교 칼론을 졸업할 때도 간신히 졸업 테스트를 통과했고 이때 브리스톨 가문의 혈족이 아니라면 졸업 못하고 퇴학당했을 거란 얘기가 나돌았었다.
졸업 이후 기사단에 입단했을 때도 변변찮은 기사로 꽤 오랜 시간 머물러야 했다.
시골 기사단에라도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순전히 브리스톨의 이름 덕이었다.
“누가 별로라고 했냐?”
루안이 라스칼을 바라봤다.
“그럼 좋다는 거야?”
“네가 어떻게 하냐에 달려있지. 네 몸뚱이는 기사의 피와 마법사의 피가 섞여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니 양쪽의 장점을 골고루 갖출 것인지 아니면 단점만 갖출 것인지 모두 너에게 달려 있다.”
검술과 마법.
두 가지는 일반적으로 한 사람에게 공존할 수 없다.
마법사는 기사보다 더 강력한 유대감을 마나 유전력에 의존했는데 그것이 혈통이었다.
평범한 사람이 노력으로 마법사가 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
선조들 중 마법사의 피가 한 방울이라도 들어간 사람이 있다면 어느 정도의 마법을 쓸 수 있는 각성이 이뤄졌지만 그렇지 않으면 마법사는 다른 세계의 존재나 다름없었다.
“네놈의 모계가 마법사였냐?”
“마법사는 아니고 후손이라고 들었어. 마법사의 혈통 어쩌고… 자세한 건 몰라.”
“공작가문에서 자신의 혈통조차 제대로 모르다니… 가문의 적통이 아닌 거냐?”
라스칼이 어느 순간 웃음기를 빼고 묻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상당히 진지하게 빛나자 루안이 대답했다.
“내 어머니는 대공의 첩이었다고 들었다.”
“아까부터 들었다고만 하는데 널 낳고 죽은 거냐?”
“날 낳고 얼마 뒤에 돌아가셨다고 들었다. 그런데 저번 생에서 너에게 죽기 전에 아직 살아 계시다는 이야기를 들었었지.”
라스칼은 차분한 눈빛으로 루안을 바라봤다.
그의 표정에서 어머니에 관련된 대답이 나올 때마다 감정이 소용돌이 치는 것이 느껴졌다.
‘꼬맹이 놈이 어떤 취급을 받았을지는 안 봐도 뻔하고….’
라스칼의 말문이 열렸다.
“야, 꼬맹아. 내가 너보다 훨씬 오래 살았으니 앞으로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를 거다.”
“이름을 불러.”
“그건 네놈이 내 주인답게 성장을 하면 불러주지.”
“뭘 말하고 싶은 거냐?”
“일단 본의 아니게 네놈의 심장에 잠들었던 마력… 아니지 마법사 피가 들어갔으니 마나 통로라고 해야 되나? 뭐 아무튼 그딴 건 중요하지 않으니까… 내가 널 각성시킨 거니까 먼저 고마워하라고.”
“너 날 죽이려고 하지 않았냐?”
라스칼이 움찔했다.
“아니, 뭐… 처음엔 그랬지. 하하하. 근데 막상 죽이려고 했는데 네놈 몸뚱이가 내 마력을 너무 잘 빨아먹는 바람에 못 죽였거든. 그러니 플랜 B를 시작해야지.”
“그게 뭔데?”
“네 몸뚱이를 제대로 쓰도록 만드는 거.”
“잠깐. 그러면 내가 강해지도록 네가 도와주겠다는 거냐?”
라스칼이 팔짱을 끼고 끄덕거렸다.
“싫은데.”
루안의 대답에 라스칼이 자다가 뒤통수를 맞은 표정을 지었다.
“뭐라고?”
“난 네 도움 필요 없어.”
“왜?”
이럴 때는 주도권을 무조건 내가 가져와야 한다. 회귀 전에 살다시피 했던 도박판에서 배웠던 스킬이다.
라스칼은 자신이 선심 쓰듯이 날 강하게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건 틀림없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다.
루안은 라스칼의 의도와 다른 대답을 뱉었고 라스칼은 루안의 의도대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야, 너 이런 기회 흔치 않아. 내가 어떤 능력이 있냐면….”
“됐고. 나 혼자 강해질 거다.”
“…….”
라스칼은 머릴 긁적거렸다.
‘젠장, 이건 예상 밖인데….’
루안은 뭔가를 눈치챘다.
‘저놈 틀림없이 내 몸뚱이에서 뭔가를 발견한 거야. 그러지 않고서 날 죽이려고 했던 놈이 갑자기 날 도와주겠다고 할 리 없잖아?’
라스칼은 루안을 한 번 죽인 마검이다.
회귀를 한 뒤에도 루안을 죽이려고 엄청난 마력을 몸속에 밀어 넣었다.
루안의 육체가 감당할 수 없는 마력을 한꺼번에.
그러면 마력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넘치게 되고 결국 육신이 망가지게 된다.
라스칼은 이걸 노렸지만 엉뚱하게도 루안의 육체를 각성시켜버린 셈.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굴러가자 라스칼이 제안을 했고 루안은 라스칼의 말과 달리 자신의 육체 능력에 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이번 생에선 강해져야한다. 약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내 목표를 이루는 것과 마족의 침공에서 살아남는 것도 모두 내가 강해져야 가능하다.
루안은 이걸 라스칼에게 좀 더 알아보기로 했다.
“야, 라스칼. 왜 날 강해지도록 만들고 싶은 거냐? 넌 날 죽이려고 했었잖아.”
“…….”
라스칼은 뭔가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눈치였다.
루안은 직감적으로 놈이 꽤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너… 뭐 잘못됐지?”
“아니.”
라스칼이 잡아뗐지만 루안의 눈을 속일 순 없다.
변변찮은 기사였지만 도박판에서 구르고 양아치들 싸움에 얽히면서 나름 생존했던 루안이다.
틀림없이 라스칼 저놈의 표정은 곤경에 처한 것이었다.
‘이거 생각보다 순진한 구석이 있는 놈인데?’
루안이 되물었다.
“말해봐. 솔직하게 말하면 네 제안을 생각해보지.”
먼저 거절을 하고 주도권을 쥐기 위해 역제안을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가 어떤 걸 원하는지 알 필요가 있다.
루안은 라스칼의 대답을 슬며시 유도하기 시작했다.
라스칼은 루안의 제안을 두고 망설이다가 말문을 열었다.
“그게… 사실 내가 네 몸에 갇혀버렸다.”
“…뭐라고?”
전혀 뜻하지 않은 대답이 나오자 이번엔 루안이 당황했다.
“갇히다니… 어디에?”
“네… 심장에….”
“어떻게 하면 그딴 일이 발생하는 건데?”
“그게 아마… 내가 널 죽이려고 마력을 과도하게 밀어 넣었거든? 근데 갑자기 네 심장 쪽에서 날 확 빨아들였어. 나도 이런 적은 처음이라서….”
제기랄.
회귀도 처음인데 마검과 동반 회귀도 모자라 봉인 마법이라도 쓴 건가?
“일단 내가 여기서 빠져나가려면 널 강하게 만들어서 날 검속으로 밀어 넣을 수 있어야 돼.”
“흐음~ 알았다. 그러니까 네가 내 심장에 봉인당한 거라고 보면 되겠네?”
“뭐, 따지고 보면 비슷하지.”
이쯤에서 물어볼 게 떠올랐다.
“내가 강해지기를 네가 원한다는 것은… 내가 죽으면 너도 죽는다는 거네?”
라스칼이 뜨끔 하고 놀랐다.
“아니거든! 난 불멸의 존재다!”
“그러면 내가 당장 강해질 필요 없잖아?”
털썩-!
라스칼이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미안하다. 네가 빨리 강해져야 내가 산다.”
“큭큭큭.”
아, 갑자기 기분이 째지는 거 같다.
루안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이런 행운이 올 줄이야.
“좋아. 그러면 네가 원하는 대로 내가 빨리 강해져야겠군. 하하하.”
사실 라스칼이 아니어도 전생의 경험을 바탕으로 강해질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마검이 날 강하게 만들어준단다.
“그럼 뭐부터 시작해야 되지?”
“일단 여기서 나가라. 나머지는 차차 알려줄 테니까.”
라스칼이 내게 오더니 가슴에 손을 가져다댔다.
쿠우웅-!
갑자기 심장 속에서 엄청난 마나가 느껴졌다.
라스칼의 모습이 서서히 내 몸 속으로 빨려 들어오고 있었다.
주변의 암흑이 이어서 빨려 들어왔고 시야가 순식간에 환해졌다.
* * *
“으음….”
루안은 눈을 떴다.
“도련님!”
가장 먼저 들리는 케일의 목소리.
“으으….”
내면의 공간에서 현실로 돌아왔다.
마치 잠에서 깬 듯한 기분이 들었다. 기억이 조각 난 채 조금씩 맞춰졌다.
루안이 이마를 감싸 쥐고 일어났다.
“내가 여기 어떻게 왔어?”
깨어나자마자 할 말 없으니 던지는 말이다.
“기억 안 나세요? 툼스톤으로 바위 벤다고 하시다가 주저앉으셨잖아요.”
그러고 보니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내면의 공간과 현실 세계에서 기억이 끊어진 부분이 있었던 거 같다.
의식을 잃기 전엔 라스칼 죽이겠다고 바위를 검으로 후려쳐댔지.
그리고 또 다른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의식을 잃었을 때 만난 라스칼의 본모습과 들었던 이야기들이 조각조각 맞춰졌다.
‘내 육체에 마력이 흐른다고?’
라스칼이 해줬던 이야기들이 조금씩 섞이면서 생각났다.
‘네 육신은 기사와 마법사를 반반 섞어놓은 것 같다. 쉽게 말하자면 마검사의 자질을 타고났지. 그런데 과거에 널 찔렀을 땐 분명 이런 마나가 개통되지 않았었어. 흔한 기사의 몸뚱이였거든.’
그리고 마지막에 기억나는 것은.
‘내가 네 심장에 갇혀버렸어. 빨리 강해져야 한다. 안 그럼 둘 다 죽는다고.’
루안은 표정 관리를 하면서 입술 밖으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삼켰다.
케일이 루안의 안색을 살피더니 물었다.
“도련님. 왜 웃어요?”
“응? 아니야. 아무 것도.”
슬며시 손바닥을 비비는 척 마력을 느껴봤다.
쿠궁- 쿠궁-
심장 박동이 손바닥까지 느껴지며 따뜻한 힘이 부드럽게 마사지 하듯이 손바닥에 모였다.
‘이럴 수가…. 진짜로 마력이 열려 있어.’
보통의 기사들은 마력이 아닌 오러 라는 힘을 사용한다.
루안이 손바닥을 움켜쥐었다.
‘마검사… 책에서 본 거 같은데 찾아봐야지.’
“도련님. 어디 가시게요?”
“서고.”
“예? 아니 쉬셔야지. 왜 갑자기….”
“넌 그냥 너 볼일 봐. 나 금방 갔다 올게.”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