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star RAW novel - Chapter 201
200화
매디슨 스퀘어 가든.
뉴욕 맨해튼에 자리한 장소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경기장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커다란 복싱 경기가 많이 열렸던 복싱의 성지이기도 하며, 프로레슬링 단체인 IWE의 큰 경기들이 다수 열렸던 프로레슬링의 성지이기도 하다.
그리고.
“생각보다 좁다.”
“꿈의 무대라더니.”
공연예술인들이 꿈에 그리는, 락 음악가들이 성지로 여기는 라이브 공연의 메카이기도 하다.
“수용 인원은 2만 명 선이니까 거대 구장이나 공연장 같은 곳에 비하면 좁긴 하지.”
경기장의 규모는 생각보다 좁았다.
은근 커다란 공연장 대관도 많이 해 본 지금, 우리가 봐 왔던 큰 공연장들에 비하면 그렇게 넓지는 않은 공간이다.
하지만.
“와아아아아아아!”
“시나! 시나! 시나!”
링 위에서 중간 경기를 진행 중인 US 챔피언, 숀 시나를 응원하는 2만여 명의 관중들의 성원은 그 넓이에 비해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카네기 홀에 이어서 매디슨 스퀘어 가든이라니.’
심지어 몇 달 지나 미국 활동기를 예정대로 마무리한 후에는 영국 활동이 예정되어 있고, 이미 일정에 맞추어 웸블리 대관을 준비 중이다.
우리가 목표로 했던 카네기 홀, 매디슨 스퀘어 가든, 웸블리 스타디움이라는 성지 순례는 이미 확정되어 있다는 뜻이다.
“이 끝내주는 공연장에서 단 한 곡이라니…….”
“콘서트가 아닌 게 조금 아쉽.”
“다, 다음에 오면 되지…….”
“그래. 이번이 마지막도 아니고.”
우리는 이번 경기가 끝나고 있을 하프타임 이벤트를 기다리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눴다.
대박이다.
언제 이렇게 성장했냐, 우리가.
이날이 진짜로 올 줄 미리 알고 있었다.
“하하.”
밝게 웃으며 나는 우리가 공연할 곳을 바라보았다.
출입로 옆에 따로 마련된 높은 단상.
그곳에 올라 준비된 곡 단 하나를 부르고 내려와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다음에는 저기 링 설치된 저 중앙에서.”
이 열정 가득한 경기장의 주인이 우리가 아니라는 것이,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이 너무나 짧다는 것이.
“그래.”
하지만 침울해지거나 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여기서 끝도 아니지. 그다음에는 더 넓은 공연장, 더 큰 이벤트……, 슈퍼볼 하프타임 쇼 같은 것도 해야 되니까.”
“맞지.”
“인정.”
큰 목표를 달성한 우리는, 더욱 큰 목표를 세웠다.
“음……. 어쩌면 빌보드 최장기간 1위 기록 같은 것도 노려 볼 만할지도…….”
“오. 그거 괜찮다.”
하나씩 하나씩, 불가능할 것만 같은 목표가 늘어났다.
“아니면…….”
“이런 건 어때…….”
그러나 우리는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그것도 괜찮네.”
“차근차근 하나씩 하다 보면 다 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그 목표들을 모두 이룰 것이라는 희망이 근거도 없이 차올랐다.
“럭키데이 올라가겠습니다.”
“옙!”
직원의 목소리가 들리고, 우리는 장비의 세팅이 완료되어 있는 무대로 향했다.
“오, 럭키데이. 파이팅!”
“고마워요, 숀!”
경기를 마치고 출입구를 통해 들어오는 근육질 레슬링 선수의 응원을 받으며.
“신사 숙녀 여러분! 지상 최대의 이벤트! 이번 레슬링 마니아는 이틀에 걸쳐 개최되며…….”
링 아나운서가 시간을 끄는 동안, 우리는 높은 턱에 좁은 너비를 가진 무대에 올라 준비를 마쳤다.
“안녕!”
출입구 주변의 관객석에서 손을 흔드는 아이에게 인사도 해 주고.
“후……. 떨린다.”
“떨 것 뭐 있음.”
“어, 너 지퍼 열렸다.”
“어디?”
“거짓말이야.”
“에라이.”
긴장을 풀기 위해 농담도 하며, 우리의 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곧, 무대에 있던 아나운서가 우리가 있는 무대를 가리키며 소개 문구를 던졌다.
“오늘의 축제를 빛내 줄 게스트 밴드! 락스타! 럭키데이입니다!”
락스타.
락스타란다.
“준비됐지?”
끄덕.
과분한 호칭에 얼떨떨할 틈도 없이, 우리는 연주에 돌입했다.
지이이이잉!
재우의 슬라이드와 함께 곡이 시작되었다.
딩딩딩, 딩딩딩, 딩딩딩, 딩딩딩…….
청량함이 한껏 살아 있는 그의 리프에 내 코드 연주가 섞인다.
지이이잉!
그리고 베이스와 드럼도 딱 맞는 박자에 따라붙어 소리는 더욱 풍성해진다.
두두둥, 채애앵! 둠, 둠, 둠, 둠……. 둠, 둠, 두둠, 둠…….
미칠 듯 달리는 드럼이 느끼게 하는 빠른 템포, 크게 울리는 시원한 효과.
우리가 준비한 노래는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Broken도, 한국에서 타이틀로 밀던 Sleep over나 Peach blossom day도 아닌 Dreamer.
내가 작사 작곡을 모두 맡아 만든, 시원한 고음역 멜로디에 빠른 템포를 가진 노래였다.
“People always said I was wrong. A boy like you can’t ring the gong. Don’t mind. Because we’re free now.(사람들은 언제나 말했지. 너 같은 녀석은 공을 울릴 수 없다고. 신경 쓰지 않아. 우린 이제 자유로우니까.)”
멤버들이 깔아 주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느낌.
무대 아래에는 열기를 내뿜는 사람들의 환호로 가득하다.
“Flying to the stars is just a dream. Please get on the main stream. (별을 향해 나는 것은 꿈일 뿐이야. 제발 메인 스트림에 올라타란 말이야.)”
자제할 필요 없이 목소리를 토한다.
꿈을 위해 살아가는 모두를 응원하기 위해서.
“I……, don’t……, need……, advice.(조언 따위는 필요하지 않아…….)”
그리고 여전히 꿈을 꾸고 있는 나를 응원하기 위해서.
두둥!
짧게 끊어 주는 라희의 킥을 발판 삼아, 나는 고음의 후렴을 내질렀다.
“Run for yourself! Get rid of the past! We’re gonna win the big day!(너 자신을 위해 달려! 과거 따위는 버려! 우리는 승리할 거야!)”
“와아아아아!”
“Hold it in your hand! Don’t lower your head! We’ll win in the end!(손에 꼭 쥐고 있어! 고개 숙이지 마! 우리는 결국 이길 테니까!)”
승리를 위해 열심히 싸우는 레슬러들의 경기를 보러 온 사람들이다.
오늘의 선곡은 레슬러들을 위한 것이며, 관객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 우리들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Don’t stop. Open arms. We’ll make our dreams come true tonight.(멈추지 마. 팔을 벌려. 우리는 오늘 밤 꿈을 이룰 테니까.)”
징징징, 지지징, 징징, 지지징! 징징징, 지지징, 징징, 지지징!
첫 후렴이 끝나고, 다시 경쾌한 소리의 반주가 주위를 환기한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꿈을 꾸는 자가 꿈을 꾸는 자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경기장을 모두 덮고도 남을 만큼 거대한 영향을 낳았다.
‘꿈은 이루어진다!’
품 안에 꼭꼭 안고 있던 나의 메시지가 모두에게 닿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나는 계속 노래했다.
달리고, 멀리 던지고, 크게 포효하면서.
꿈은 이루어질 것이라고 모두가 믿어 의심치 않기를 바라면서.
“We’ll make our dreams come true tonight…….”
마지막 후렴 한 마디가 떨어질 때까지, 우리는 관객들의 환호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정성껏 노래했다.
그리고.
퍼어어어엉! 퍼퍼퍼펑! 퍼어어엉!
화려한 폭죽과 함께 우리의 시간이 종료되었다.
“이야…….”
“폭죽 하면 IWE지.”
“멋지다.”
과연 폭죽으로 유명한 IWE답게 화려하고 멋진 무대 마무리였다.
“와아아아아아!”
“럭키데이! 럭키데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끝나고 출입구로 들어가는 길.
우리의 노래에 감동한 사람들이 연신 우리의 이름을 외쳤다.
“땡큐 뉴욕!”
바깥에 주르륵 몰려 있는 사람들을 향해 인사를 날리며, 우리는 다시 대기실로 향했다.
“얘들아! 얘들아아아아!”
그때, 그런 우리에게 누군가가 큰 목소리로 소리 지르며 달려온다.
유성 형이다.
“1위! 차트 1위! 찍었다!”
“오오오오?”
“어어어?”
“아!”
차트 1위를 찍었다는 소리.
국내 스트리밍 사이트의 순위나, 어느 업체의 자체 차트 같은 아닐 것이다.
“빌보드 1위! 찍었다! 생방송에 얼굴 나오는 순간 Broken이 단번에 올라갔어!”
“으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아!”
빌보드 차트.
세계적으로 가장 인정을 받는 매거진의 차트 1위.
드디어 달성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크게 할 말이 없었다.
뭘 해야 할지도 잘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원초적인 기쁨 표현의 방식인 비명과 함께 방방 뛰는 것뿐.
“했어! 했다고!”
“1등!”
“와아아아!”
우리는 유성 형과 함께 한 덩어리로 뭉쳐 계속해서 제자리에서 뛰었다.
짝짝짝짝짝!
“축하해요!”
“1위 달성 축하합니다!”
주변에서 보고 있던 몇 명의 헐벗은 레슬러들과 IWE 직원들이 손뼉을 쳐서 우리의 1위 달성을 축하해 주었다.
살짝 부끄러움이 밀려왔지만 목적 달성의 환희를 몰아낼 수는 없었다.
“Be a rockstar! 예아아아! 해냈어!”
나도 크게 소리 지르며 멤버들을 꼭 껴안았다.
꿈인지 아닌지 고민 따위는 없다.
그건 어제 모두 털어 냈으니.
“와아아아아!”
우리는 마침내 자타가 공인하는 락스타가 되었다.
한 덩어리로 뭉쳐 대기실로 들어갈 때까지, 훌륭한 무대였다며 관계자들에게 칭찬을 받을 때도, 일정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호텔에 복귀할 때도, 우리는 계속해서 환호성을 질렀다.
이게 꿈이라면 절대 깨지 않기를 수없이 기도하면서.
* * *
“헉!”
나는 이불을 걷어차며 일어났다.
“아, X발 꿈……, 은 아니구나.”
호텔 객실 바닥에 널브러진 우리 럭키데이 멤버들과 유성 형이 이것이 꿈이 아니라 현실임을 증명했다.
“휴우우…….”
“음……. 루치 벌써 깼어?”
“응. 더 자.”
“아냐. 일어났어…….”
라희가 눈가에 붙은 눈꼽을 떼어 내며, 침대에 앉아 있는 내게 다가왔다.
“오늘은 실감 안 난다는 표정은 아니네?”
“흐흐. 일어나자마자 너희 자는 거 보고 꿈 아닌 줄 알았지.”
“헐. 남 자는 모습을 몰래 훔쳐보다니…….”
“내 방이거든?”
“변태.”
“아니라고…….”
그녀는 침대에 올라와 앉으며 농담을 던졌고, 나는 쩔쩔매며 어떻게든 그것을 흘려내려 노력했다.
잠시 큭큭거리는 웃음이 넘치는 시간을 가졌다.
“무슨 생각 중이었어?”
“네 생각.”
“어머. 그럴 리가.”
“들켰네. 그냥 앞으로 할 것들 이것저것.”
“앞으로?”
“미국 활동, 예능 종영, 영국으로 넘어가서 또 활동, 새 앨범 준비……. 아, 삵 2집도 틈틈이 준비해야 되고.”
“엥? 삵 2집?”
라희는 내 이야기에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응. 회사에서 연락이 왔더라고. 지난번 앨범 구매율이 폭증하는데, 혹시 프로젝트 2집 낼 생각 없냐고.”
“그래서 한다고 했어?”
“했지. 기왕 세계 돌아다니는 김에 삵 멤버들이랑 합동 공연을 꾸며도 괜찮을 것 같고…….”
“이런……. 바람둥이 같으니…….”
“갑자기?”
바람이라니.
엄연히 내 본진은 럭키데이고 삵은 프로젝트일 뿐이거늘.
“우리 4집 준비는 미루고 삵을 돌본다 이거지? 그래, 너 그랬어. 두고 봐…….”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토라진 척을 하는 라희를 말리기 위해 진땀을 빼야 했다.
‘괜히 말했나.’
그런 생각도 들다가, 갑자기 내가 왜 이렇게 라희에게 쩔쩔매야 하는 건지 고민도 하다가, 어떻게든 토라진 척을 풀고 다시 방긋방긋 웃는 라희의 모습에 기뻐도 하다가.
“이번만 봐준다.”
“어…… 네…….”
“앞으로 잘해.”
“넵.”
그 태도에 나도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는 걸 막을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흘렀다.
“으음…….”
“뭐임. 다 일어남?”
“응……. 라희랑 루치 소리 듣고…….”
“일어났으면 유성 형도 깨워. 아침 먹어야 되니까.”
“이응.”
해외 공연을 나왔고, 진짜 큰 무대에도 섰고, 자타공인 락스타의 호칭이 어울리는 밴드가 되었지만 우리의 일과는 썩 다를 것이 없었다.
“이 동네 연습실 괜찮은 듯.”
“어허. 조금만 기다려. 곧 한국 연습실 공사도 끝나니까.”
“오.”
“금방 되네?”
“있던 건물에 시설만 넣는 거라 오래 안 걸린다더라고. 수현이 어머님 덕분에 건물도 싸게 사서 장비에 돈을 더 넣을 수 있었지.”
“오오오오!”
식사를 하고, 연습을 하고, 공연을 다니고, 다시 연습을 하고, 혹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스케치를 하고, 다시 연습을 하고, 밥때가 지났나 싶으면 또 식사를 하고.
“제셀한테 연락은 없어?”
“우리 일정 물어보더라. 아, 태호랑 세명 형, 하은 형도 곧 앨범 나올 거라더라. 기대해도 좋다던데?”
“오, 샘플 있음?”
“파일 받았는데 아직은 안 들어 봤어. 이따가 같이 듣자.”
“이응.”
좋은 음악을 함께 듣고, 감상을 나누고.
“즐길 준비 되셨습니까!”
“예에에에에에!”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관객들과 교감을 하고, 있는 힘껏 노래를 하고.
‘즐겁다.’
그렇게 즐거운 일상이 반복되었다.
어쩌면 성악명가로 손꼽히는 집안에서 뛰쳐나와 지금까지 내 음악을 계속하게 만든 것은, 이토록 즐거운 락 음악의 매력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너무 즐거워.’
어쩌면 내가 지난 생의 음악 인생을 끝없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꼈던 것은 지금처럼 하늘 위로 날아오르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
즐겁지 않은가?
내 음악을 마음껏 만들고, 그 안에 담긴 뜻을 듣는 사람들과 공유하는 일이란 건.
“다음 곡은 미공개 곡입니다! 오늘 여러분께 처음 선보이는 노래!”
나는 꿈을 이뤘다.
아니.
솔직히 절반 정도 이뤘다.
“Rockstar! 함께 뜁시다! 가자!”
“와아아아아아아아!”
우리는 지금 락스타 소리를 듣고 있지만, 더 나은 음악가가 되기 위한 계단을 차근차근 밟고 있다.
럭키데이.
밴드 이름처럼 운으로 손에 쥔 것도 적지 않다.
오로지 실력만으로도 최고의 밴드라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Joy it!(즐겨!)”
이 생을 너무나 즐겁게 누리고 있었다.
“Be a rockstar!(락스타가 되어라!)”
꿈을 이루기 위한 삶을.
너무나 즐거운 이 삶을.
락스타의 삶을.
“와아아아아아아!”
관객들이 지르는 커다란 함성과 밝은 무대 조명이 내 위로 쏟아졌다.
무대가 계속되었다.
우리는 힘껏 노래를 불렀다.
성악명가 락스타 完.
외전 What if?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