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thless Warrior RAW novel - Chapter 164
모르스 쏠라의 지배자로 화려한 데뷔를 한 나는 며칠 동안 도시에서 머물렀다. 그 시간 동안 샤프리히터를 처리하는 일에도 도전했다.
이 무기는 서열 3위 마왕 오드가쉬가 생전에 쓰던 것으로, 형언할 수 없는 암흑이 후원하는 마왕 중 최고에게만 허락한 물건이다.
이러다 보니, 다른 이가 사용하려면 엄청나게 어렵다. 마치 은행 직원은 금고를 번호로 열 수 있지만, 도둑은 강제로 뚫기 위해 갖가지 고생을 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크으윽!”
나는 손 안에서 푸른 번개를 뿜어내며 반항하는 샤프리히터를 집어던졌다.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물건이군.
“진짜 어이가 없네.”
이 정도 강해지고도 강제로 굴복시키는 게 불가능하다니. 고개만 절레절레 젓는데 지켜보던 슈바르체토이펠이 조언한다.
“힘으로 찍어 누르려면 마왕 오드가쉬보다도 훨씬 강해야 할 걸세. 무리한 일이지.”
도저히 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해보이던 마왕 오드가쉬도, 요즘은 화신들을 보고 나니 예전 같게 느껴지진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마왕 오드가쉬보다 강하다는 건 아니다.
여전히 그 강력한 마왕은 올려다봐야 하는 존재였다. 그런 그보다 강해져야 샤프리히터를 강제로 굴복시킬 수 있다니, 그냥 포기하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겠다.
“하아. 장족의 발전이 있어 혹시나 했는데….”
내 한탄에 수염을 쓰다듬고 있던 슈바르체토이펠이 한 가지를 권해온다.
“그러지 말고 자네의 진짜 모습을 드러낸 후 도전해 보지 그러나?”
진짜 모습은 현재 강력한 스킬로 감춰둔 상태다.
“진짜 모습으로 말이오?”
“그렇다네. 일견 신체가 훌륭해지긴 했으나 전에도 말했 듯 그게 다가 아닐 걸세. 뭐가 달라진 건지는 다 알기는 어려우나 하나는 추론할 수 있지.”
“그게 뭐요?”
“뭐긴 뭐겠나. 격이 높아진 거지. 애초에 외모는 부수적인 부분이야. 격이 높아진 거니 외적인 형태도 바뀐 걸세.”
변한 신체가 워낙 빼어나 시선을 빼앗겼지만 사실 그게 핵심은 아니다.
“자네도 잘 알겠지만 격이란 중요한 걸세. 격이 낮으면 격이 높은 존재를 인지하지도 못하지. 반면 격이 높으면 격이 낮은 존재에게 쉽게 해를 입지 않네.”
그러니 격의 차이로 샤프리히터를 제압해 보라 그거였다.
“나쁘지 않군.”
해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나는 형태 변형을 풀고 진신을 드러냈다. 그러자 뭔가 심후한 기운이 웅장하게 사방으로 퍼진다. 지켜보던 슈바르체토이펠조차 눈썹을 꿈틀하며 물러났을 정도다.
“이제 보니 확실히 알겠군. 자네 안에서 어떤 위대함이 있는 걸.”
하지만 상태창에는 어떤 변화도 없었다. 뭐라도 오르나 싶어 샅샅이 살폈지만 스탯은 1도 안 올랐다. 생긴 스킬도 없었다.
정말 의아하군. 혹시 신격의 능력은 더 이상 스탯창에 안 잡히는 건가? 문뜩 떠올린 그 가정은 그럴 듯하단 생각이 들었다.
“해보겠소.”
진짜 모습을 드러낸 채 샤프리히터에게 다가가자 무기가 웅- 웅- 울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건 애처롭게만 느껴졌다. 방금 전까지 격렬하게 날 밀어내던 기세는 더 없었다.
이게 이렇게 무력했나? 나는 단번에 샤프리히터를 제압해 버릴 수 있음을 느꼈다. 희한하군. 방금까지는 말도 안 된다 싶은 어려운 일이 이제는 어린애 손을 비트는 것처럼 쉽게 느껴졌다.
파지직!
손을 내밀자 스파크가 튀긴 했지만 좀 따가운 정도였다. 무기의 몸체를 꽉 쥐자 손바닥에서 타는 소리가 나며 연기가 올라왔지만 그 이상의 저항은 없었다.
“하하.”
지금까지 뭘 했나 싶을 정도로 간단했다.
[샤프리히터]제국 7대 병기.
SS등급 마법물품.
산을 무너뜨릴 힘을 가졌다는 마법의 폴액스. 형언할 수 없는 암흑의 힘이 깃들어 있다.
공격력 +2,678
생명력 +800
힘 +500
건강 +500
스킬
마법방어 관통, 산 무너뜨리기, 심연의 우레, 번개의 정령왕 소환.
샤프리히터는 스펙도 어마어마한데 스킬 역시 보기만 해도 무섭다. 산 무너뜨리기는 대체 뭔가? 그리고 번개의 정령왕 소환이라니….
그간 잘 쓰던 류블라냐는 상대도 안 되는 능력이었다. 앞으로 중요한 결전을 치를 가공할 파괴병기가 생긴 셈이었다. 다만 진짜 모습을 드러낸 뒤에야 쓸 수 있다는 게 약점이었지만.
“축하하네. 드디어 샤프리히터를 손에 넣었군. 죽은 오드가쉬가 발작하겠구먼.”
“그자는 예전부터 발작하고 있었을 거요. 이런 근사한 무기를 두고 죽었으니.”
***
모르스 쏠라는 부산하게 전쟁 준비에 들어갔다.
“페자무트, 아직 시간이 있으니 차분히 준비해. 보헤미아에서 일이 필요한만큼 진행되면 연락할게.”
“알겠네.”
나는 페자무트와 앞으로의 작전을 조율한 뒤 뮌헨으로 떠났다. 이제 계속 머뭇머뭇 거리며 미뤄왔던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바로 진실을 털어놓는 것.
“후….”
그 진실이란 게 늘 어렵고 버겁게 다가온 걸 보면 새삼 내가 얼마나 겁쟁이인지 알만 하다. 진실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으니까.
이제 그림자 차원이동을 쓸 수 있었기에 뮌헨까지는 한순간이었다. 필리를 타고 곧장 바이에른 선제후의 궁전으로 향했다. 발푸르기스와 마리를 만나려 했는데 공교롭게도 두 사람 다 일이 있었다.
“니더바이에른 백작님께선 가신단과 회의 중입니다. 마르가레타 님께서는 새로 짓는 발푸르가 여신격의 성당을 살피러 가셨습니다. 두 분을 불러드릴까요?”
시종장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닐세. 두 사람의 일이 끝난 뒤에 봐도 되겠지. 그것보다 달타냥 경이 어디 머물고 있는지 아나?”
“달타냥 경이라면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다행히 그녀는 의식을 회복했다고 한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진짜 달타냥의 머리가 터졌을 때는 눈앞이 깜깜해지는 게 어떻게 되는 줄 알았다.
뚜벅. 뚜벅.
시종장을 따라 궁전의 조용한 회랑을 따라갔다. 도시의 번잡함과 차단된 쉬기 좋은 곳이었다. 중정(中庭)에선 귀한 집안의 자제들이 햇살을 받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곳에서 좀 더 가자 조용하고 안락한 장소에 도착했다.
“달타냥 경. 비텐바이어-바젤 공작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시종장이 노크를 해 기별한 뒤 내게 허리를 숙여보였다.
“합하,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 부르십시오.”
“고맙네.”
방문 안으로 들어가자 보고 싶었던 달타냥이 침대에 앉아 있었다. 선명한 햇빛을 받으며 앉아있는 그녀는 병약함이 느껴졌다.
평소와 다른 분위기에다, 햇살 속에 반짝이는 창백한 달타냥이 너무나 아름다워 멈칫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일부러 쾌활하게 말을 걸었다.
“마드모아젤, 저승에 다녀온 기분이 어때?”
침상에 앉아 있던 달타냥은 쓴웃음을 지으며 읽고 있던 책을 내려놓는다.
“아무래도 사람이 놀라서 그런지 말수가 줄어들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합하께서도 한 번 저승에 다녀오시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뭐?”
“이런 더운 날씨에도 종달새처럼 주둥이가 활발하시니 그편이 모두를 위해 좋지 않겠습니까?”
“뮌헨에 오자마자 들린 건데 반응이 너무하네.”
저 까칠함은 여전한 걸 보니 멀쩡하구나.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물끄러미 계속 쳐다보자 달타냥은 어깨를 으쓱한다.
“합하, 죽었다 돌아오니 제가 딴 사람 같습니까?”
“아냐, 미안.”
여기까지 오면서 많은 이야기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그녀 앞에 마주서자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나 때문에 달타냥이 죽는 순간은 내게도 큰 충격으로 남았다. 애써 쾌활한 척해도 뭐라 해야할지 쉽게 말을 고르기 어려웠다.
먼저 미안해라고 해야 할까. 고마워라고 해야 할까. 달타냥은 내 고민을 느낀 건지 고개를 돌려 조용히 창 밖을 바라본다.
“날씨가 좋네요. 합하.”
“응, 그렇네.”
마치 굳이 어렵게 얘기를 꺼내지 않아도 좋다는 배려로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저기….”
어렵게 막 입을 뗀 순간, 창문 가득 들어오는 햇살 덕에 작은 깃털의 파편 일부가 하늘하늘 떠다니다 달타냥의 머리에 내려앉는 게 보였다.
나는 무심코 손을 뻗어 깃털을 떼어주려 했다. 아마 내 깃털 모자에서 떨어져 나온 것 같았다.
“네?”
하필 손을 뻗던 그 순간 달타냥이 내 부름에 고개를 돌린다. 그래서 내 손은 그녀의 볼에 가 닿았다. 마치 부드럽게 감싸는 것처럼.
“아.”
실수를 했다는 건 알았지만 손바닥을 통해 느껴지는 그녀의 볼이 기분 좋아서 뗄 수가 없었다. 달타냥은 말없이 나를 쳐다본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그녀의 얼굴이 점점 달아오르는 게 보였다. 표정은 무심했지만 볼은 잘 익은 사과처럼 붉어졌다.
“합하. 언제까지 만지고 계실 겁니까?”
“아, 미안.”
“새로운 성희롱입니까?”
“아냐. 이걸 떼어주려고.”
나는 그녀의 머리칼에 있는 작은 깃털을 떼어냈다. 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하지만 처음처럼 불편하지 않았다. 여유를 찾은 나는 조금 더 그녀의 반응들을 보고 싶어했다.
가만, 무슨 말을 해야 동요할까? 고민하던 나는 적당한 주제가 떠올랐다.
“달타냥, 저기 결혼….”
흠칫!
갑자기 결혼 얘기를 꺼내자 달타냥이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놀란다.
“네? 결혼이요?”
애써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툭 건드려도 무너질 정도로 불안해 보였다.
“응, 결혼식 예물로 뭐가 좋을까? 팔츠 선제후 프리드리히의 막내아들이 이번에 장가간다더군. 동맹이 됐으니 좋은 걸 보낼 필요가 있어서.
“아…, 그 얘기입니까?”
달타냥은 괜히 놀란 게 억울하다는 듯 입을 뾰족 내민다. 그러더니 혼자 예물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귀에 이미 그런 건 들어오지 않았다. 결혼이란 말에 허둥대는 모습만 남았다.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담담한 척하는 게 그녀다웠다.
재밌는데 또 하나 던져볼까.
“달타냥, 서로 연인….”
화들짝!
연인이란 말에 달타냥은 이불을 잡고 있던 두 손을 꽉 쥐며 놀란다.
“여, 연인이요? 아, 아직 마음의 준비가….”
이번에는 말까지 더듬는다. 하지만 나는 못들은 척 얘기를 이어갔다.
“응, 드물게 둘이 서로 연인인 사이라고 하더라. 팔츠 선제후가 정략 결혼을 결정하기 전에 이미 어릴 때부터 알던 사이였다는 거야.”
“그, 그렇군요. 그 얘기였군요.”
어째서인지 달타냥은 급격히 시무룩해진 기색이었다. 힘이 다 빠진다는 듯 자리에 누우려 한다.
“하긴 저 같은 게 어찌….”
“응?”
“아닙니다. 일부러 와주셔서 감사한데 피곤하군요. 좀 자야겠습니다.”
“알겠어. 당연히 비켜줘야지.”
애써 속으로 웃음을 참으며 맞춰줬다. 역시 달타냥은 반응이 재밌어서 자꾸 짓궂게 되네.
뚜벅. 뚜벅.
그때 밖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곳은 조용한 곳이라 손님이 오지 않는 장소였다. 그런데 갑자기 누굴까?
의아해하는데 갑자기 달타냥이 놀라서 허둥댄다. 그녀는 당황하며 어서 내게 숨으라고 했다.
“뭐? 숨으라고? 내가 왜?”
나는 존귀한 지위를 가졌고 이 뮌헨에서 어딜 가도 대접받는다. 내가 왜 숨는가?
“니더바이에른 백작이 틀림없습니다! 정기적으로 병문안을 와줍니다. 오늘도 백작이 오는 날입니다!”
“그게 뭐?”
“아까 뮌헨에 오자마자 들렸다고 하셨잖습니까? 그건 니더바이에른 백작을 먼저 만나지 않았다는 뜻이죠?”
“그렇지.”
그제야 나는 일이 좀 곤란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회의가 있다고 해서 그런 거긴 하나 발푸르기스 입장에선 섭섭할 수 있는 일이었다. 약혼녀를 두고 달타냥을 먼저 만나고 있으니 말이다.
“이건 니더바이에른 백작에게 실례를 하는 겁니다. 합하, 아무리 배우자를 여럿 두는 게 풍속이라고는 하나 그만큼 위계가 중요합니다. 정실이 되실 분을 대접해 드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달타냥은 벌떡 일어나더니 나를 벽장에 떠밀기 시작했다.
“어서! 어서!”
기운이 어찌나 장사인지 놀랐다. 나는 삽시간에 밀려 벽장 안에 들어갔다. 좁은 틈새로 밖으로 내다볼 수 있을 뿐이었다.
잠시 기다리고 있자니 방문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니더바이에른 백작이 아니었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귀족 영애였다. 누군지는 모르겠군.
“아, 아니!”
달타냥은 그 귀족 영애를 보더니 당황해서 어쩔 바를 몰라 했다.
“어머나, 달타냥 경. 제 방문이 그렇게 기쁜가요?”
“영애! 내일 온다고 하지 않았나요!”
어째서인지 달타냥은 반쯤 패닉을 일으키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 영애가 이 타이밍에 나타나면 무척 곤란한 모양이었다. 어떻게든 영애를 내보내려 하고 있었으나 전혀 소용이 없었다.
“당신을 위해 온 친구에게 이런 대접은 곤란해요. 후훗.”
정체불명의 영애는 천연덕스럽게 근처 의자에 앉고는 꼼짝도 안 한다. 달타냥은 어쩔 바를 모른 채 내가 있는 쪽을 힐끔거렸다.
이상하네? 왜 저러지?
저 여자가 저리 당황하는 건 처음 본다. 호기심이 크게 동했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는데, 그 영애가 폭탄을 던졌다.
“달타냥 경. 기뻐하세요! 경이 부탁했던 야한 속옷을 구해왔어요!”
“꺄악!”
달타냥이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그러자 영애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왜 그러세요? 노리는 사냥감을 쓰러뜨리기 위해 필요한 거라고 했잖아요?”
“으아아!”
달타냥은 이제 혼자 베개에 머리를 연달아 박아댔다.
퍽! 퍽! 퍽!
“어머. 오늘의 경은 정말 이상하네요? 좋아하는 남자를 위해 부끄럽지만 야한 속옷을 입고 유혹해 보겠다고 결의했잖아요? 그래서 제가 유명한 장인에게 경의 치수대로 주문한 걸 가져온 거고요. 여기에 무슨 문제가 있나요?”
“아, 아니에요. 제 수치심 말고는 아무 문제없지요….”
“네?”
넋이 나간 듯 달타냥은 멍하니 입을 벌린다. 뭔가 저 입 속에서 혼이 기어 나오고 있는 느낌인데? 그나저나 무슨 소리야? 달타냥이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야한속옷을 샀단 말인가!
“자, 보세요. 이 가슴 가리개를 차면 유두가 비춰 보인답니다. 제가 이미 써먹어 봤다고요. 남자들이 껌뻑 죽는 거예요.”
이제 달타냥은 귀를 막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 이불을 뒤집어쓰려고 하자 영애가 용서하지 않고 마구 잡아당긴다.
“대체 왜 자꾸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경이 주문한 거잖아요. 친우인 저에게!”
영애는 자랑스러운 임무를 수행하고 왔으니 칭찬해 달라는 기색이었다. 동시에 내 입가에는 미소가 걸리고 있었다. 호, 이거 봐라. 그런 요망한 속옷을 준비했단 말이지.
“고, 고마워요. 그런데 제가 지금 몸이 안 좋아서….”
이제 달타냥은 반쯤 우는 목소리였다.
“알겠어요. 물건은 여기 두고 갈게요! 또 올 테니까 푹 쉬세요.”
그렇게 영애가 떠나자 나는 벽장에서 나왔다. 달타냥은 내 쪽을 쳐다보지도 않고는 이불 속으로 몸을 감췄다.
“달타냥.”
“…그런 사람 없습니다. 나가주세요.”
“속옷 누구 보여주려고 산 거야?”
“그쪽이 기대하는 사람 아니니까 나가주시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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