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lesperson Kim Yubin RAW novel - Chapter 127
127화 – 대면하다(4)
유빈이 CEO 업무실로 들어가자 두 남자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시아 본부 BD 매니저 유빈 킴입니다.”
“마크 램버트요.”
의외로 창문이 없는 업무실은 고동색과 남청색 계열의 벽지로 꾸며져 있었다. 어딘가 잘못이 없어도 주눅 들게 만드는 공간이었다.
자신의 업무실과 비슷한 느낌을 풍기는 마크 램버트가 무심한 표정으로 유빈에게 손을 내밀었다. ‘먼 길 오느라 고생했습니다.’와 같은 인사치레 따위는 없었다.
영어에는 존댓말이 없지만, 마크 램버트의 영어에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하대하는 느낌이 났다.
하지만 유빈의 단단한 오라는 마크 램버트의 살벌한 기세를 튕겨 냈다.
유빈의 작은 움직임 안에는 자신감과 당당함이 배어 있었다. 글로벌 CEO, 대놓고 말하면 회사 대빵을 눈앞에 두고도 한 치의 흐트러짐을 보이지 않았다.
유빈은 마크 램버트가 내민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파란색 눈동자가 인상적인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마크 램버트의 오라는 지금까지 봐 왔던 사람들과 차원이 달랐다.
밝기는 듀레인 회장이나 서우석 회장과 비슷했지만, 안정된 그들의 오라와는 달리 사방으로 뻗어 나가려는 공격적인 모습이었다.
심지어 상대방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는 유빈의 오라도 그의 오라를 뚫고 들어가지 못했다.
두 사람은 톰 로렌스가 끼어들기 전까지 눈을 돌리지 않고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크흠, 싱가포르에서 보고 1년 만인가요?”
“미스터 로렌스, 오랜만입니다.”
그제야 손을 풀고 눈을 돌린 유빈이 톰 로렌스와도 악수를 했다.
유빈과 손을 잡은 톰 로렌스는 왜인지는 모르지만, 솜털이 삐죽 솟는 느낌이 들었다.
‘이 녀석이 원래 이런 느낌이었나?’
싱가포르에서 만났을 때는 스펀지처럼 부드러운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잘 벼른 한 자루의 칼을 마주하는 것 같았다.
그때 유빈의 행동과 표정이 거짓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만남과 별개로 기질 자체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톰 로렌스는 유빈을 경계하는 마음을 품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유심히 지켜볼 생각이었다.
지극히 비지니스적인 상견례를 마치고 세 사람이 책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제가 보낸 이메일에 출장 명령까지 내실 줄은 몰랐습니다.”
어색한 가운데 유빈이 먼저 말을 꺼냈다.
“자네의 의견이 반영은 안 되겠지만, 최종 협상 타결을 앞두고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다는 생각에 본사로 불렀네.”
마크 램버트가 처음부터 선을 그었다.
합병은 이미 결정된 일이고 너 따위 레벨의 직원이 끼어들 수 없다는 선언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유빈은 개의치 않고 질문했다.
“음, 인수금액을 여쭤봐도 될까요?”
“아직 발표된 내용이 아니라서 알려 줄 수가 없군.”
마크 램버트는 여유 있는 자세로 유빈의 질문을 받았다.
아무리 듀레인 회장이 신뢰하는 사람이고 아시아 본부에서 나비로이를 담당해 CNN에까지 출현했다고 해도 유빈은 그의 부하 직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마크 램버트는 유빈의 대답에 성실하게 대답해 줄 이유도 없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유빈은 자신의 정책에 행동으로 태클을 거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신선하면서도 불쾌했다.
그를 본사까지 부른 것은 듀레인 회장이 인정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직접 보고 싶은 이유도 있었지만, 누가 이 회사의 보스인지 제대로 각인시켜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렇단 말이지.’
유빈도 인정했다.
마크 램버트는 지금까지 그가 상대한 사람 중 가장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한 마디면 유빈은 당장 해고를 당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여기서 굽히는 모습을 보인다면 당장 말없이 그를 따르는 수많은 직원 중 한 명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기회 역시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마크 램버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천 마디도 넘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아직 각을 세울 때가 아니었다. 유빈은 계획한 대로 오늘 이 자리에서 얻을 것만 생각했다.
“그렇군요. 설마 제가 제시한 1,000억 달러 이상은 아니겠죠. 그건 아닐 겁니다.”
유빈이 혼잣말하는 것처럼 작게 말했다. 물론 테이블에 있는 사람이 다 들을 수 있는 크기였다.
인수합병이 기정사실이 된 지금, 인수 금액은 합병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유빈은 마크 램버트가 제네스의 CEO가 되기 전에 맡았던 회사를 알아봤다.
직전의 회사는 세느아르지오라는 소셜커머스 업체였다. 경쟁에 밀려 거의 폐업까지 갈 뻔했던 회사를 마크 램버트는 소셜커머스 업체 중 탑 쓰리까지 올려놓았다.
마크 램버트는 MD(Merchandiser)의 담당 제품 매출 결과를 매달 순위를 매겨 회사 홈페이지에 올려놓았을 뿐만 아니라 최저가 정책을 밀어붙였다.
그때 회사 운영을 얼마나 구두쇠처럼 했으면 마크 램버트의 별명이 스쿠르지였다.
그는 1달러도 허투루 쓰지 않았고 쓸데없는 비용이 나가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했다.
마크 램버트가 천문학적인 인수금액에 신경 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 예민한 문제를 유빈이 건드린 것이다. 당연히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 이상이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나?”
가만히 있는 CEO를 대신해 톰 로렌스가 끼어들었다.
“어차피 정해진 거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아닙니다.”
“아니, 그래도 자네가 처음에 1,000억 달러를 제시한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지 않은가. 애브비만 해도 전 세계에서 올해 현재 처방매출 순위가 7위인 약품이네. 거기에다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신약도 2개나 있지. 자네의 의견을 바탕으로 한 앤 해밀턴 팀장의 리포트에 나와 있는 내용이네. 협상단에서도 다 확인한 내용이고.”
유빈은 톰 로렌스의 반응으로 인수 금액이 최소 1,000억 달러가 넘을 거로 예상했다.
이들의 관심을 끌어낼 최고의 주제는 역시 돈이었다.
1,000억 달러에서 금액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만 있다고 하면 지금의 뻣뻣한 태도는 바뀔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에는 정보가 부족해서 그 정도의 금액을 산출했지만, 지금 다시 책정한다면 어림도 없습니다.”
유빈의 단호한 답변에 톰 로렌스가 마크 램버트와 눈을 마주치며 계속 질문을 했다. 반면에 유빈은 톰 로렌스가 아닌 마크 램버트를 보면서 대답했다.
그의 오라는 분명한 관심을 보였다.
“에이티제이에 관한 새로운 정보라도 있다는 말인가?”
새로운 정보가 있을 리가 없었다.
제네스 협상단은 개인이 알 만한 정보를 모른 채 협상을 진행할 정도로 허술하지 않았다.
“없습니다.”
“없다고? 지금 장난하는 건가?”
“제가 아는 정보는 회사도 다 알고 있을 겁니다. 가장 중요한 셀아키텍트의 머토마에 관한 정보도 이미 아시고 계실 거로 생각합니다.”
“당연하네. 그런데 왜 인수가격이 과하다고 하는 거지?”
“시선의 차이입니다.”
“시선?”
“제네스에서는 바이오시밀러를 너무 저평가하고 있습니다. 그 차이입니다.”
유빈이 계속 말을 이어 갔다.
“EMA에서 허가받고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면 애브비의 시장 점유율을 회사에서는 어떻게 설정했는지는 잘은 모릅니다. 다만, 제 판단으로는 2년 이내에 유럽에서 환자의 50% 이상이 애브비 대신 머토마를 처방받게 될 겁니다.”
“2년 안에 점유율의 반을 가져간다고? 하하. 자네가 나를 웃기는군.”
톰 로렌스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헛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유빈은 그의 반응과는 상관없이 이야기를 이어 갔다.
“뉴욕에 오기 전에 유럽 각국의 바이오시밀러 정책을 확인했습니다. 폴란드 보건부장관은 바이오시밀러를 화학의약품의 복제약인 제네릭과 차이 없이 취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제네릭이 출시되면 오리지널 약이 얼마만큼의 점유율을 뺏기는지는 두 분이 더 잘 아시겠죠.”
웃음을 멈춘 톰 로렌스는 별 반응 없이 이야기를 들었다.
“폴란드뿐만이 아닙니다. 북유럽 국가는 머토마의 EMA 승인을 누구보다 기다리고 있습니다. 복지 재정을 아끼기 위해 직접 교체처방 임상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영국의 NICE 가이드 또한 바이오시밀러 지침을 마련 중이라고 합니다.”
“마련 중이지 확정은 아니고.”
“제 말은 관련 움직임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바이오시밀러의 점유율은 각 국가의 정책에 의해 결정될 겁니다. 그리고 그 방향은 바이오시밀러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죠. 당연한 결과입니다.”
유빈이 아무 말 없이 듣고 있는 마크 램버트를 쳐다봤다.
“지금 류마티스 관절염 또는 염증성 장 질환(IBD)으로 애브비를 처방받는 환자가 1년에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2만 달러 정도입니다. 물론 이 금액의 많은 부분을 국가에서 건강보험으로 처리해 주죠. 한 사람에 2만 달러입니다. 각국 정부는 예산 때문이라도 바이오시밀러의 처방을 장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빈의 막힘 없는 지식에도 톰 로렌스는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계산기를 두드려 대고 있었다.
확인해 봐야 알겠지만 애브비의 시장 점유율을 계산할 때, 유빈이 언급한 부분까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유빈이 언급한 내용은 그도 최근에 협상단으로부터 보고 받은 리포트에서 확인한 내용이었다.
한편으로는 이 녀석이 이런 최신 정보를 어떻게 알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요즘은 구글 검색과 SNS만 열심히 살펴봐도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정보가 중구난방이고 정리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정보와 결합해서 팩트를 가려 낼 필요는 있죠.”
톰 로렌스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유빈이 마치 그의 생각을 읽은 것 같았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죠. 아마 이 정보는 처음 들어보셨을 겁니다. 셀아키텍트에서는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한 이후로 매년 유럽에서 의사를 상대로 한 설문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내부용이기 때문에 발표는 되지 않았죠.”
유빈은 서 회장으로부터 들은 내용 중 일부를 풀어놨다.
“설문 조사?”
“네. 질문의 내용은 한 가지입니다. ‘바이오시밀러를 처방하게 된다면 충분히 효과적이고 안전하다고 생각합니까?’입니다. 올해는 총 934명의 의사가 답변했고 786명의 의사는 YES, 148명이 NO로 YES 비율이 84%였습니다. 매년 YES의 비율을 증가하고 있고 올해는 작년에 비해 훨씬 증가한 수치죠.”
“음…….”
무표정했던 톰 로렌스의 얼굴에 조금씩 균열이 생겼다.
정부에서도 바이오시밀러의 처방을 장려하고 보수적인 의사마저도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면 유빈의 말처럼 출시 후, 점유율이 무서운 속도로 증가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에이티제이가 그렇게 잘나간다면 제네스의 합병 시도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텐데 너무나 순조로운 느낌입니다.”
마크 램버트와 톰 로렌스가 서로를 쳐다봤다.
그들도 느끼고 있던 점이었다.
인수합병에 우호적이지 않던 제리 클레멘트 회장의 태도 변화가 안 그래도 마음에 걸리던 참이었다.
톰 로렌스는 처음에 유빈에게서 풍겼던 날카로운 기세를 지금은 온몸으로 받고 있었다.
누군가와 토론이나 언쟁을 벌일 때 ‘이 사람은 절대 이길 수 없다.’ 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지금의 유빈이 그랬다.
유빈의 설명을 가만히 듣고 있던 마크 램버트가 나지막이 이야기했다.
“1,100억 달러네. 우리가 제시한 인수합병 금액은 1,100억 달러야.”
1,100억 달러면 요즘 환율로 약 130조 원.
대한민국의 한 해 예산이 400조 원이 되지 않았다.
톰 로렌스가 조금 전과는 달라진 CEO를 의아하게 쳐다봤다. 굳이 말해 줄 필요가 없는 내용이었다.
“자네는 들을 만한 자격이 있어.”
유빈을 대하는 마크 램버트의 자세 역시 미세하지만 조금은 달라져 있었다. 어느 정도 유빈을 인정한 모습이었다.
이제 원하는 것을 확실히 이야기해야 했다.
“재협상의 여지는 있습니까?”
“아직 최종 결정을 하지 않았으니까.”
“최종 협상 날짜는 언제인가요?”
“이번 주 금요일이네.”
“3일 뒤군요. 미스터 램버트, 저를 협상 테이블에 앉게 해 주십시오.”
“뭐?”
유빈의 말에 톰 로렌스는 물론이고 마크 램버트도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최종 협상 날에는 마크 램버트와 에이티제이의 제리 클레멘트 회장도 참석한다. 두 사람이 최종 사인을 할지도 모르는 그런 중요한 자리에 지금껏 협상에 한 번도 참여하지 않은 유빈이 앉는 것은 말이 안 되었다.
유빈도 그런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다.
다 된 밥에 숟가락만 얹는다는 오해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노력한 협상단 멤버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겠지만, CEO의 허락이 있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유빈은 결정권자를 향해 자신의 의지를 다시 한 번 피력했다.
“회사가 인수금액을 절약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1,100억 달러는 에이티제이에게는 과한 금액입니다.”
“인수금액을 깎는다고?”
“네, 충분히 가능합니다. 만약, 제가 역할을 못 한다고 해도 미스터 램버트에게는 손해 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계획한 대로 제네스 포트폴리오에 항체의약품을 편입할 수 있게 되고 항체신약 개발 경험을 고스란히 가져올 수 있으니까요.”
“음…….”
“협상 테이블에 의자 하나 더 놓는다고 해서 에이티제이에서도 뭐라고 하지는 않을 겁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게. 자네의 역할은 제네스 직원으로서 알고 있는 정보를 모두 털어놓는 것이네.”
톰 로렌스가 유빈의 이야기를 일축했다.
“잠깐만 톰. 흐음, 자네 은근히 설득력이 있군.”
“미스터 램버트, 하지만…….”
“잠깐만이라고 하지 않았나.”
“네…….”
마크 램버트의 싸늘한 눈빛에 톰 로렌스가 물러났다.
“이 말을 하려고 일부러 톰의 질문을 유도하고 바이오시밀러와 항체의약품 시장에 관한 지식을 자랑한 거겠지?”
시선을 돌린 마크 램버트는 유빈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제가 능력을 보이지 않으면 미스터 램버트가 제 말에 귀를 기울일 이유가 없으니까요.”
잠시 대화를 멈춘 마크 램버트가 갑자기 화제를 전환했다.
“엘렌이 전에도 내 집무실을 찾아온 적이 있다고 하더군. 내 팬이라던데 사실인가? 별로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아, 1년 전에 찾아온 적이 있습니다. 팬이라기보다는 우리 회사의 최고 경영자가 어떤 사람인지 직접 보고 싶었습니다.”
유빈은 자연스럽게 답했다.
마크 램버트라면 이유 없이 화제를 전환할 리가 없었다. 결정하기 전에 뭔가를 확인하려는 것 같았다.
“왜 그런 생각을 한 거지?”
“본사 직원이야 미스터 램버트를 자주 볼 수 있지만, 제네스에 다니면서 평생 CEO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제네스 코리아와 같이 변방의 지사에서는 더욱 그렇죠.”
“그래서 실제로 보니 어떤가? 기대 이상인가? 아니면 이하?”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더 대화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톰 로렌스는 대화가 끝나면 이 당돌한 동양인을 당장 내쫓아 버리고 싶었다.
오냐오냐했더니 CEO를 평가하고 하고 있었다.
톰 로렌스의 생각과 달리 마크 램버트는 침착한 표정을 유지했다.
“하하, 자네가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네. 궁금한 것은 그런데도 왜 협상 테이블에 앉으려 하냐는 것이지.”
“뭔가 오해를 하셨군요. 저는 CEO를 도우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제가 협상에 참여하려는 것은 미스터 램버트와 상관없습니다. 저는 단지 제네스가 쓸데없이 돈을 낭비하는 게 싫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돈이면 감사로 회사를 그만둬야 했던 직원들에게 평생 월급을 주고도 남을 돈이니까요.’
뒷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유빈은 참았다.
지금 상황에서 할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렇군. 좋아. 허락하지.”
“허락이라면…….”
“협상 테이블에 앉아도 좋네.”
“감사합니다.”
“자네가 협상을 잘한 거지. 단, 작은 결과라도 내지 못하면 내 시간을 뺏은 책임을 져야 할 걸세.”
“……그렇다면 저도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협상 테이블에서 저를 미스터 램버트의 옆자리에 앉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협상 전에 샌프란시스코에 다녀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