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hon RAW novel - Chapter 133
133화. 이익 추구 (2)
사람들이 얼른 일어나 임 노태야를 배웅했다. 그는 임 삼노야를 한 번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 이미 마음의 평정을 되찾았던 임 삼노야는 그 눈빛에 또 다시 간담이 서늘해져 손이 끈적끈적해질 정도로 식은땀이 났다.
임 노태야가 가 버리긴 했지만 고조되었던 사람들의 기분은 이미 완전히 가라앉아 버린 후였다. 사람들은 자리에 앉아 각자 자기들의 이익을 따져보기 시작했다. 삼남가는 지금 분명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들은 이미 도순흠과 상의해 결정했던 노선만 계속 따라가면 수입이 들어올 예정이었기 때문에 따로 계산해 볼 필요도 없었다.
주씨와 임 대노야는 다행이라는 듯 서로 눈을 마주쳤다. 그들은 다행히 삼남가에 미움을 사지 않아서 앞으로도 돈을 벌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임 이노야는 라씨를 매섭게 노려보았고 라씨는 속으로 질투하면서도 후회했다. 그녀가 이미 삼남가에게 미움을 샀는데 앞으로 돈벌이 방법을 알려줄 리가 만무하지 않겠는가. 그녀는 이제 말해 주지 않는다고 탓할 수도 없었다. 라씨는 앞으로 돈을 벌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참을 수 없었지만 집안 식구들 앞에서는 티 내지 않으려 죽을힘을 다해 참았다.
임 노부인은 사람들이 모두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
“이제 그만들 가 보거라.”
문밖으로 나가자마자 라씨가 넉살 좋게 도씨에게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
“셋째 동서, 내가 말을 예쁘게 못 하잖아. 너무 화내지 마.”
도씨는 그녀가 여태껏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아첨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극도로 경멸했다. 도씨는 거짓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둘째 형님, 무슨 말씀이세요.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돈 문제는 명확하게 해야지요. 혹시라도 손해 볼까 봐 걱정하시는 거 알아요. 저도 이해해요.”
도씨는 말을 마치자마자 주씨를 불렀다.
“큰 형님, 같이 가요…….”
그러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주씨에게로 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라씨는 분노하며 이를 갈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잠시 생각해 보다가 또 임 이노야를 밀며 임 삼노야를 가리켰다. 임 이노야가 그런 그녀를 노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셋째가 화가 머리 끝까지 났는데 가서 또 건드리란 거요? 왜 쓸데없이 입방정은 떨어가지고!”
그는 이렇게 말하고 그냥 가 버렸다. 라씨는 늘 떵떵거리고만 살아서 이런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절로 화가 나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한편 도씨와 주씨는 지금 황 이낭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구미호가 어찌나 눈치가 없는지……. 매일 가난하다고 징징대면서 머리에 비녀 하나도 안 꽂는다니까요. 그럼 꼭 제가 그 여자를 구박하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주씨는 이 말을 듣고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아 대답 대신 거짓 웃음을 짓고는 계속 도씨의 말만 들었다.
“그 여자가 시집와서 역지를 낳았을 때 어머니께서 그 여자한테 상을 내리셨잖아요? 저도 그 여자한테 상을 줬고요? 그런데도 왜 저리 엄살을 부리는지 모르겠어요! 어찌나 짜증이 나는지. 제가 그 여자 집을 뒤져서 정말 그렇게 빈털터리인지 아닌지 확인이라도 해봐야 할까 봐요! 그 돈이 다 어디로 갔단 말이에요? 그 여자가 말을 안 하면 그 주둥이를 후려쳐 버릴 거예요!”
주씨가 도씨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 그녀는 도씨의 상스러운 말투에 내심 분노했지만 작은 일을 참지 못하면 큰 계획을 망칠 수도 있다는 말을 떠올리며 돌아가자마자 황 이낭의 돈을 돌려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재물신에게 미움을 사서 좋을 것이 없지 않은가? 주씨가 웃으며 말했다.
“동서가 그 여자를 잘 다스려야지. 혹시라도 그 여자가 무슨 천박한 짓을 해서 멀쩡한 남편을 꾀어 망가트리지 않게 잘 감시해야 해.”
도씨가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
“네, 큰형님은 제 마음을 알아주실 줄 알았어요. 작년 이맘때 형님이 도와주셨던 건 늘 가슴에 새겨두고 있어요.”
* * *
임 삼노야가 불안한 마음으로 자기 집으로 돌아오니 하인 하나가 웃는 얼굴로 그곳에 서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삼노야, 노태야께서 부르십니다.”
임 삼노야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이마를 만졌다. 그는 속옷 안이 근질근질하고 허벅지가 후들거렸다. 그가 집에 돌아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은 부모님께 문안을 드리러 간 것이 아니라 백주 대낮부터 첩을 데리고 음란한 짓을 한 것이었다. 임 노태야가 분명히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지난 두 번은 찻잔과 채찍이었는데 이번에는 또 뭘까? 그가 머뭇거리자 하인이 또 다시 재촉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쓰리고 무거운 마음을 이끌고 청도거를 향해 갔다. 그는 가는 내내 도씨와 황 이낭을 한 명씩 돌아가며 욕했다.
* * *
어느덧 밤이 되었다. 임근용이 정리를 끝내자 시간이 벌써 이경(二更)이 가까워져 있었다. 그녀가 대문을 잠그는 것을 보고 있는데 여지가 급하게 들어와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삼노야께서 청도거에서 나오자마자 방으로 돌아가셨는데 소란스러운 소리는 들리지 않은 것 같아요. 공 마마가 별일 아니라고 하면서 삼노야께서 지금 이노야와 이부인을 원망하고 다섯째 공자가 미련하다고 탓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임근용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공 마마가 어떻게 이 일을 차남가의 충동질과 임역지의 미련함으로 떠넘겼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임 노태야가 임 삼노야를 꾸짖었을 뿐 손대지는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다시 돌이켜 봐도 임 노태야가 화를 낼 생각이었으면 진작에 화를 내고도 남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임근음은 이제 곧 시집갈 예정이었고 자신과 임역지 또한 혼사를 논의해야 할 시기였다. 임신지도 곧 서원에 진학을 해야 할 상황이라 더는 전처럼 임 삼노야를 때리고 욕해선 안 됐다. 임 삼노야의 체면은 곧 임근용 남매의 체면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임 노태야는 이런 방면에서 아주 세심했다.
여지가 침상에 휘장을 드리우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제가 아까 대부인을 모시는 석류가 몰래 황 이낭의 방에서 나와 벽을 따라 걸어가는 걸 우연히 봤어요. 석류는 아무도 못 봤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제가 봤지요.”
임근용이 의아해하며 말했다.
“황 이낭을 찾아가서 뭘 한 거지?”
그녀는 문득 임근음이 최근 주씨와 황 이낭이 가까워졌다고 말했던 게 생각났다. 그리고 아까 도씨와 주씨가 했던 말을 떠올려 보고는 단번에 상황을 파악하고 절로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황 이낭이 일전에 주씨와 가깝게 지낸 것은 분명 식량을 매매하는 일에 끼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은 대바구니로 물을 긷는 것처럼 모두 허사로 돌아간 것이 분명했다.
임 삼노야를 제외하고 오늘 밤 가장 괴로울 사람은 아마도 황 이낭일 것이다. 임역지의 혼사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돈도 벌지 못한 채 공연히 망신만 당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화가 나고 속이 쓰리겠는가?
* * *
임근용의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황 이낭은 이날 밤 정말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하지만 도씨 또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여지가 가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두 명의 시녀가 도씨의 방으로 찾아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노태야께서 노비들에게 말씀을 전하라 하셨습니다. 혹시 삼부인의 귀에 거슬리시더라도 노비들에게 화를 내지는 말아주십시오.”
도씨가 이 집안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이 바로 임 노태야였다. 그녀는 결코 방자하게 굴지 못하고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훈계를 들었다. 공 마마는 상황을 보고 서둘러 춘아와 다른 시녀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 직접 문 앞을 지켰다.
우두머리 시녀가 방 안에 다른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비로소 입을 열었다.
“노태야께서는 아가씨들과 공자께서 이제 다 컸으니 체면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부모로서 아이들의 체면을 세워 주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체면을 잃게 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특히 아가씨들이 시집간 후에는 친정 집안의 체면이 더욱 중요해져서 그것이 아가씨들을 지탱해주는 힘이 될 거라 하셨습니다. 이런 이치는 부인께서 가장 잘 아실 것이고 또 충분히 경험하셨을 테니 더 길게 말씀하시지는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도씨는 순간 얼굴과 귀가 모두 새빨개졌다. 그녀는 감히 반박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예의를 갖춰 말을 전하러 온 시녀들을 전송했다. 그녀는 앉아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자기가 잘못한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 삼노야와 황 이낭은 혼이 나는 것은 마땅했다. 도씨 자신이 그를 어떻게 할 수 없으니 노태야가 그를 꾸짖게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그녀는 또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지며 자신의 방법이 적절하지 않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이어 그 두 시녀는 황 이낭의 집으로 갔다. 그녀들은 노태야의 말을 전하겠다고 하며 무표정한 얼굴로 황 이낭의 측근 시녀인 조아를 한쪽 구석으로 보냈다. 그러더니 아무 말 없이 한 사람은 황 이낭의 손을 뒤로 돌려 꽉 잡고 다른 한 사람은 당황한 그녀의 입에 아무렇게나 손수건을 쑤셔 넣었다. 그녀들은 황 이낭의 양쪽 뺨을 좌우로 여러 번 세게 후려치고 침을 뱉으며 차갑게 말했다.
“노태야께서 이낭이 한 번만 더 법도와 본분을 잊어버리면 다음번에는 이렇게 따귀로만 끝나지는 않을 거라 하셨네.”
그러더니 황 이낭을 풀어주고 훌쩍 가 버렸다.
황 이낭은 귀가 멍멍하고 눈앞이 가물거렸다. 그녀가 놀라서 넋이 나간 채로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으니 조아가 몸을 흔들며 그녀를 깨웠다. 하얗게 질린 그녀의 얼굴은 벌겋게 부어 있었다. 황 이낭은 풀린 눈으로 조아를 보며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몸에서 힘이 빠지는가 싶더니 눈이 위로 뒤집히며 조아의 품으로 쓰러졌다.
“이낭, 이낭!”
조아는 그녀의 얼굴에 묻은 침도 아랑곳하지 않고 깜짝 놀라 그녀의 인중을 힘껏 눌렀다. 그녀가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자세히 확인해 보니 담청색 비단 치마의 색깔이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그녀가 소변을 지린 것이다.
큰일 났구나, 이거 야단 났어! 조아가 황 이낭을 바닥에 평평하게 눕히고 얼른 도움을 청하려 가려는데 황 이낭이 힘겹게 그녀의 다리를 붙잡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가지 마……. 안 돼…… 나 좀 일으켜 줘.”
또 다시 사람을 찾아가 소란을 피우면 다음번에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정말로 침이나 따귀 몇 대가 아닐 것이다. 그녀는 임 노태야의 차디찬 경멸의 눈빛을 떠올리면 절로 두려움에 몸서리가 쳐졌다.
조아의 눈에는 이낭의 안색이 너무 안 좋아 보였다. 그녀는 황 이낭의 두 뺨에 커다란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찍힌 것을 보고 분명 부어오를 거란 생각이 들어 얼른 부축해 일으킨 뒤 의자에 앉혔다. 그녀는 갈아입을 옷을 찾아 옷을 갈아 입혀 주고 찬물에 손수건을 담가 얼굴에 얹어 주었다. 한참을 실랑이 하고 나서야 황 이낭을 자리에 눕힌 조아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이낭, 노비가 가서 삼노야를 찾아올까요?”
“아니. 넌 가서 이 일을 공 마마한테 알려.”
황 이낭은 눈을 감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임역지의 혼사 때문에 너무 마음이 조급해 뜻밖에 실수를 저질렀고 그 한 번의 실수로 이 지경이 되었다. 그녀는 이것이 자신의 운명이라 생각하며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도저히 이길 수 없었다. 임 삼노야가 아무리 도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도씨와 그 자녀들의 기세는 한창 올라가는 중이었고 임 노태야의 마음도 그들을 향해 있었다. 주씨도 자신에게 돈을 돌려준 걸 보면 그녀 역시 도씨에게 미움을 사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런 때에 자신에게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던 임 삼노야는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는 전혀 그녀를 도울 수 없었다. 그녀는 임역지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