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ation Druid RAW - Chapter (88)
89화 도시 개발 (2)
쿠구구궁.
지진이라도 난 듯 기세 좋게 갈라지던 땅은 100미터를 못 가 멈춰섰다.
도로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갈라진 200미터 거리.
“형님 왜 멈추세요?”
“너무 깊게 팠어. 힘 딸려.”
“…….”
와, 이 형님도 한계가 있으시구나.
“금방 회복되시잖아요?”
“배고파졌어. 내일 하자.”
에너지를 쓰면 새로운 에너지를 채워줘야 한다.
음식을 먹든, 숲의 에너지를 나눠 받든.
급한 상황도 아니고 천천히 해도 되는 공사이기에 수호는 식당을 찾기로 했다.
“어어? 이러면 좀 약한데.”
푹신한 흙을 누르는 바퀴가 지나간 듯 푹푹 꺼지던 땅이 200미터 찔끔 가고 멈췄다.
“전 좀 내려주세요.”
“그래라.”
수호는 쿨하게 동수를 놓았다.
슈아아악!
“허, 거 참.”
동수는 떨어져 내리다 지면에 가까워지자 착지 후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몸을 말아 굴렸다.
두두두툭.
몇 바퀴나 굴렀으나 아무런 충격도 받지 않고 착지한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 보기에도 대견했다.
‘많이 컸어. 한동수.’
후원금 몇만 원에 오버하며 리액션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A등급 용병이라니.
유튜브 채널명도 수호 채널로 바꿔 길드 공식 채널로 운영 중이다.
이제 영상 촬영 자체가 취미로 해도 될 수준이지만 소홀히 할 수는 없었다.
‘이런 거라도 도움이 돼야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또 이것이 그가 보답하는 길이다.
“와, 내려와서 보니까 엄청나네요.”
거대한 지렁이가 흙을 파먹은 것 같다.
“웃차!”
구덩이 아래로 점프해 내려섰다.
“와, 엄청 단단하네.”
흙을 판 게 아니다.
팠다면 그 흙은 어디로 갔겠는가?
지면을 내리누른 것이다.
아래로 눌려 압축된 흙은 돌보다 더 단단히 굳어 있었다.
반구형으로 생겨난 구덩이는 무려 너비 50미터에 가장 아랫부분의 높이가 30미터다.
그 끝에서 보니 위로 올라가는 게 힘들 정도로 까마득하다.
“어유, 형님 너무 힘 주셨네.”
그냥 이것의 3분의 1 수준만 되어도 어지간한 외부의 약탈자나 소형 몬스터는 무시해도 될 수준인데 말이다.
해자로 판 구덩이 깊이에서 보금자리를 생각하는 수호의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었다.
동수가 구덩이를 박차고 몸을 띄워 나무 성벽 위로 올라섰다.
“얘들은 좀 사이즈가 작네.”
수호 길드의 내성보다 절반 사이즈다.
돌로 만든 성벽과 다른 것이 있다면 나무성벽은 계속 자란다는 점이다.
더 두껍고 더 높게.
위이이잉.
수호의 조화마법이 닿은 모든 곳엔 정령들이 남는다.
초록색의 나무정령들이 덩그러니 늘어선 나무성벽 여기저기를 유영하고 있었다.
“으음.”
동수는 아스팔트 포장된 도로 한중간에 서 봤다.
길이 50미터의 외길.
옆으로는 깍아지른 듯한 협곡 수준.
남쪽으로 서 봤다.
‘34게이트로 이어지겠지?’
여기서 서울 34길드까지는 필드다.
후퇴하다 말고 진을 친 3군단의 진지도 멀지 않은 곳에서 보인다.
몸을 돌려 북쪽을 보았다.
“멋있긴 하네.”
도로를 감싸고 아치형으로 자리한 성문.
우거진 나무 수풀들이 꼭 테마파크의 입구를 보는 듯했다.
동수는 천천히 걸으며 그 모든 걸 두 눈으로 담았다.
“여기서부터 수호시티입니다.”
나래이션도 넣으며 걸었다.
입구를 통과하면서 보니, 언제 왔는지 늑대 두 마리가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응? 여기 지키러 온 거야?”
“컹, 컹!”
“와, 진짜 영역표시 확실하시네.”
수호 정도의 땅 집착이면 부동산을 했어도 아주 크게 성공했으리라.
동수는 성문 앞에 혹시모를 사태를 대비해 경고문을 하나 남겼다.
“여러분 진짭니다. 혹시라도 호기심에 막 오시고 그러면 안 됩니다. 여기도 차차 게이트 검문소 같은 게 생길 거니까, 그때 오셔야 합니다.”
아직 인력이 없어 게이트 출입관리를 늑대 두 마리가 맡는 도시다.
괜한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얼른 이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하기로 마음먹었다.
*“팀장님! 아니, 이제 부사장님이신가요?”
서민수 대리의 호들갑에 김미소가 미소지었다.
“와줘서 고마워요.”
“어우,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아죠.”
김미소는 기존에 알고 지내던 직원들에게 여럿 스카웃 제의를 했는데, 당장 하루 만에 달려온 건 서민수 대리가 유일했다.
포탈관리과에 근무하며 전에 수호 길드의 진면목을 엿본지라 재고 말고 할 것도 없이 합류한 것이다.
“뭐부터 하면 되죠?”
“지원부서의 현장지원팀과 수호시티 내의 포탈관리를 맡을 거예요.”
본래 길드에는 용병들이 던전공략에 온전히 집중할수 있도록 그 외의 일들을 모두 처리해주는 매니져 역할의 스텝들이 존재했다.
현재 이곳에는 그런 역할의 스텝이 하나도 없기에, 서민수를 시작으로 만들려 한다. 포탈관리팀에서 4년 넘게 근무한 그이기에 잘 해낼 것이다.
“와우, 처음부터 책임이 무겁네요.”
“차장부터 시작하죠. 부서 인사권을 드릴 테니 팀을 만들어보세요.”
“사표 쓰고 온 보람이 있네요.”
현장지원팀이 제일 급한 이유는, 수호길드의 아주 얕은 용병 층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A급 용병만 5명.
시티 내에 1성 2성 던전이 생겼는데 이들이 공략에 뛰어드는 건 전력 낭비다. 그러니 하위 용병들을 모집해야 하는데, 그들을 관리할 체계부터 갖추는 게 먼저다.
김미소는 일단 서민수를 데리고 수호에게 갔다.
“구면이시죠? 현장지원팀장이에요.”
“오! 새로운 액션캠.”
“…….”
“농담이야.”
“하하, 잘 부탁드립니다.”
서민수도 동수와 마찬가지로 영상기억이 가능한 각성자다.
박수호의 던전공략 과정을 담으려 함께 던전을 공략한 경험이 그의 이직에 큰 역할을 하였다.
“앞으로 던전공략에 관한 모든 걸 서민수 팀장에게 말하면 될 거예요. 던전 예약부터 운송, 전리품 처리 등의 모든 스케줄을 관리할 거예요.”
“편해서 좋군. 그럼 적당한 7성이나 6성 던전 좀 알아봐줄래?”
“하하, 적당한 건가요.”
“동생 녀석 훈련 좀 시킬려고.”
“넵, 당장 알아보겠습니다.”
서울의 길드들이 욕심내며 6성 던전에 대한 공략권을 외부에 주지 않고 있지만, 브레이크 타임이 임박하면 별수없이 제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도시 내에서 던전이 터져 전장이 되도록 방치할 수는 없을 테니까.
인사 후 나가려는 김미소를 붙잡은 수호가 말했다.
“식당이 모자라.”
“아직 충분히 수용 가능한데요?”
“어떻게 집밥만 먹고 살아.”
“아, 알겠어요.”
현재 복지부에서 운영하는 직원식당을 빼고 빈 건물 중에 입점한 곳은 카페 하나.
그것도 커피 알바 경험이 있는 직원 하나가 운영 중이다.
김미소가 말뜻을 알아듣고 곧장 모집공고를 냈다.
-수호시티 내 식당용역 모집.
중식 1팀, 양식 1팀, 일식 1팀…….
직원들 복지와 이후 수호 길드의 수입원이 되어줄 것이기에, 직원을 채용하기보다 아예 팀으로 받았다.
그래야 가장 빠르게 식당영업을 준비할 수 있다.
전부를 수호 길드 직원으로 채용해도 되고, 매출수수료를 받고 임대를 줘도 된다.
김미소는 인적 인프라 구성을 위해 면접에 면접을 이어나갔고, 하나둘 부서가 생기고 직원들이 채워졌다.
“아직은 괜찮은데…….”
현재까진 자금에 여유가 있다.
수호가 챔피언이 되며 받은 파이트머니가 계좌에 그대로 쌓여있었고, 수호길드를 이전하며 기반을 마련한 공사대금은 전부 정부에서 집행했다.
아직 많이 부족한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비용과 인재 스카웃 비용이 많기에 현재는 적자 상태다.
길드의 주 수입원은 두 가지.
직접 던전을 공략해 벌어들이는 전리품 수입.
그리고 던전을 대여해주는 이용료 수입.
현재 수호시티의 영역 안에 던전이 하나도 생기지 않아 대여료는 없고, 수호는 며칠째 외성벽과 해자 공사에 집중하느라 사냥을 나서지 않고 있다.
박준호를 비롯한 공격대원들이 야수들과 함께 북쪽 필드로 몬스터 잔당을 토벌하러 다녀오곤 하지만, 그들이 벌어오는 혈석은 꼬박꼬박 창고에 쌓이고 있었다.
에너지원 그 자체로도 활용 가능성이 있어 혈석은 보관하고 있지만 급하면 현금화해서 사용해도 문제없다.
“어디 7성 던전이라도 하나 생기면 끝일 텐데.”
현재 7성 던전을 안정적으로 클리어 해낼 선발대가 세계에 몇이나 될까?
적어도 한국에는 없다.
손진우가 이끄는 77 공격대가 실패한것을 박수호 1인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공략해내 끝내 소멸시키지 않았는가.
대한민국에 7성 던전이 생겨나면 결국 수호 길드에 그 공략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선발대로서의 공략 대가로 정부와 협상할 생각을 하자 벌써 짜릿해지는 김미소였다.
“스텝은 이제 얼추 정리가 됐는데.”
김미소가 합류한 지 열흘.
그간 신규채용한 직원들만 200여 명이 넘었다.
봉림사 인원들을 빼도 수호길드 직원만 현재 272명. 스텝 중에 각성자들도 꽤 있었지만 용병으로 활동하는 인원은 겨우 5명.
“용병 충원을 해야겠는데.”
이건 자신의 선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김미소가 새롭게 채용한 그녀의 비서와 함께 수호를 찾았다.
꾸구구궁.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리는 차창 너머로 허공을 날아다니는 매의 모습이 보인다.
먼지를 피워올리며 땅이 푹 꺼져 해자가 되고, 그 한쪽 언덕을 따라 나무들이 쭉 솟아났다.
볼 때마다 한 인간이 부린 조화라고 하기엔 경이로운 모습.
접근하는 차량을 보고 선회하던 매가 날아와 하강했다.
휘리릭.
매는 사람이 되어 착지해 차량 옆에 내려섰다.
“무슨 일이야?”
“용병 충원을 해야겠어요.”
“해.”
“제가요?”
“그럼 일일이 내가 해?”
어, 으음.
김미소는 보편적 공격대 구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보통 공격대는 대장이 자신의 팀을 뽑잖아요. 제가 막 뽑을 수 없어요.”
던전공략이 소풍도 아니고, 목숨 걸고 나서는 전장이다. 팀웍이 중요시되는 현장이기에 팀 선별은 중요한 문제였다.
“아, 난 또.”
수호는 팀을 가질 필요가 없다.
필요하다면 수백의 야수들을 동원해도 되니까.
“애들이 뽑도록 해.”
“준호 씨랑 다른 용병들이요?”
“걔들 이제 제법 쓸 만해.”
“으음. 알겠어요.”
아무래도 신입 용병 면접은 박준호 부사장과 상의해야 할 듯싶었다.
“그리고 이거 공사 대충 끝나가는데 아직 던전 예약이 안 됐어?”
“서팀장이 노력하고 있긴 한데 어렵나 봐요.”
서울 시티 내에 생긴 6성 던전이 3개.
아직은 기존의 길드들이 나눠서 독점공략에 나서고 있었다. 브레이크까지 시간이 넉넉하기에 충분히 자체 공략할 수 있다는 판단에 외부 대여가 없다.
“뭐, 남의 영역에 침범하는 것도 실례지.”
각자의 사냥터가 있다. 괜히 침범해 분란을 일으킬 마음은 없었다.
“필드 쪽 던전은 어떠세요?”
“그쪽도 서울 길드들이 다 가져갔다며?”
서울에만 레벨 6 길드가 12곳이다.
인근 필드에 대한 던전도 모든 역량을 투입해 공략하는 상황.
“여기서부터 개성 이남까지 땅은 현재 아무 관리도 되지 않고 있어요.”
균열감지팀도 포기한 지역이다.
던전이 생기든, 브레이크가 일어나 몬스터가 범람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 아니, 그럴 역량이 안 되는 곳.
“으음, 괜찮은데?”
비무장지대엔 각성한 맹수들도 여럿 있다.
이번에 워낙 넓은 땅을 보금자리로 꾸리게 되었으니 야수들을 좀 더 식구로 받아도 될 터였다.
왜 진즉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싶었다.
문명의 규칙에 너무 신경을 썼던가.
허락된 땅에 더 이상 사냥감이 없으면, 주인 없는 땅을 개척하면 될 터였다.
활동 범위를 넓힐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