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Lives Eight Lives RAW novel - Chapter 299
299화
뮤온 보트라가 흔들리는 눈동자로 늙은 수녀, 베이누스 프솔리아네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의 반응을 예상했는지 덤덤하게 우리를 수도원 안으로 이끌었다.
르데앙 등은 뮤온 보트라와 피오드의 눈치를 보며 조용히 베이누스 프솔리아네를 따라갔다. 답을 해주는 피오드도, 뮤온 보트라도 그녀의 정체를 입에 담지 않으니 답답해 죽겠지. 나는 고소를 머금으며 열심히 추리하는 그들을 구경했다.
베이누스 프솔리아네는 우리를 기도실 겸 응접실로 안내했다. 기도실로 향하는 그녀의 발걸음은 흔들림이 없었다.
기도실에 도착해 우리를 앉히고, 본인은 차를 준비한다. 험클리나 수행원이 어색한 듯이 일어나 도와주려고 했지만, 부드럽게 거절하고 물을 끓인다. 건장하고, 건강한 늙은 수녀. 기도는 물처럼 고요해서 르데앙도 경지를 알아볼 수 없다.
쪼르륵! 딸칵! 맑은 계열의 차가 담긴 찻잔과 다과 세트가 개인별로 놓였지만, 아무도 그것을 들지 않는다. 다들 긴장된 기색으로 베이누스 프솔리아네와 그녀를 빤히 바라보는 뮤온 보트라를 번갈아 보기만 했다.
마침내 마음이 정리된 것일까? 뮤온 보트라가 찻잔을 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살아있었군! 베이누스 프솔리아네!”
“예?!”
“베, 뭐라고요?”
그의 발언에 기도실이 경악으로 가득 찼다. 르데앙은 아연실색해서 담담하게 차를 마시는 베이누스 프솔리아네를 무례할 정도로 빤히 바라보았다.
나는 그들의 반응을 이해했다. 저렇게 놀라는 게 정상이었다.
베이누스 프솔리아네의 연세는 160살 초과! 이종족이 아닌, 르암인 순혈 소드 마스터의 수명이 150살 전후라는 것이 대륙의 상식이다.
그녀의 생존은, 생존을 넘어서 이렇게 건강하게 돌아다닌다는 것은 여러모로 상식을 깨부수는 일이었다.
‘물론 션의 마나 운용술이라면 상식 따위야 얼마든지 깨부술 수 있지.’
션이 창안한, 마나 운용술에 담긴 연년익수(延年益壽)의 비법. 상위 에너지의 흡수 및 세포 진화를 이용해 불로장생(不老長生)을 가능케 하는 비술이 션의 마나 운용술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것을 꾸준히 수련하면, 익스퍼트 쯤 되면 백 살 이상 살 수 있고, 소드 마스터라면 이백 살은 거뜬하다. 죽기 전날까지 신나게 고기 뜯고 축구도 즐기며 건강하게 사는 건 덤이다.
그 덕분에 피오드가 백십 살이 넘어도 정정한 것이고, 해피가 아흔 살이 넘어도 삼십 대 중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베이누스 프솔리아네 또한 알테어로 국적을 옮기고, 션의 무학을 배웠으면 이 나이까지 정정한 것이 말이 되었다.
‘다만, 외형을 보니 시기가 너무 늦은 모양이야.’
내 계산대로라면 션의 연년익수를 익힌 소드 마스터는 죽는 그 순간까지 사십 대 초반대의 외모를 유지한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리 좋게 봐도 쉰 살을 훌쩍 넘어 보였다.
아흔 살이 넘어서 션의 마나 운용술을 익혔을 테니, 효과가 약할 수밖에 없겠지.
대강 사정은 파악했다. 나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고 과자에 집중했다. 그런 나를 힐끔 본 피오드가 차향을 음미하며 말했다.
“본인은 놀라지 않는 쟈기 자작이 더욱 신기하군.”
다들 그 말에 베이누스 프솔리아네가 아니라 나에게 관심을 집중한다. 심지어 그녀조차 눈가에 이채를 띈 채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머리가 지끈지끈했다.
아니, 이 새끼는 왜 자꾸 어제부터 자잘한 걸로 시비를 걸고……! 지랄이야! 이건 착한 나라도 그냥 못 넘어간다. 나를 짜증나게 했으니 네 앞에 놓인 과자는 다 내 거다.
아그작!
피오드의 과자를 들고 한입에 털어놓고 차를 마신다. 깔끔하고 고소한 향기의 차는 단 과자와 기가 막힌 조화를 선보였다. 장하다. 알테어 제과 기술자여.
나는 단맛을 즐기며 말했다.
“알테어의 여성 소드 마스터면 그 전설의 삼검사, 베이누스 프솔리아네 경밖에 없지 않습니까?”
“소드 …그게 느껴집니까? 저는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만.”
르데앙이 조심스럽게 베이누스 프솔리아네를 힐끔거리며 물었다. 나는 내 몫의 과자를 한 개씩 아껴 먹으며 말했다.
“아, 그런가요? 전 은거 고수가 넘쳐나는 게리소님에서 평생을 살아서 남의 기도를 탐지하는 게 익숙합니다.”
피오드는 이놈이 또 뭔 헛소리를 하느냐는 표정을 지었지만, 게리소님의 본모습을 아는 르데앙과 뮤온 보트라는 잠시 움찔! 했다.
“아, 하하… 하하! 그보다……!”
무 총관이 웃으며 화제를 바꾸었다. 그가 절이라도 하듯이 베이누스 프솔리아네에게 고개를 숙이며 본인과 특사를 한 명씩 소개했다.
그를 필두로, 내 말은 뒤로 흘려 넘기고 가벼운 자기소개 시간이 왔다.
“베이누스 프솔리아네라 해요. 이미 은퇴한 몸인지라 편하게 대해줬으면 합니다.”
마침내 베이누스 프솔리아네도 소개를 끝낸 시각. 모두의 시선이 두 세력의 유일한 연결고리, 피오드에게 향했다. 네가 말을 진행하라는 거다.
시선을 받은 피오드가 긴장된 목소리로 운을 뗐다.
“베이누스 경. 사실은……”
피오드가 침을 꿀꺽 삼키고 사정을 말했다.
이종족 연합지역의 두 성자, 중앙 대륙의 뮤온 보트라, 남쪽 대륙 통일왕국 게리소님의 나와 무 총관이 특사로 이오브린에 온 것.
이후 며칠 동안 삽질하다가 토드 영지로 이동, 이런저런 일 끝에 회담이 시작하는 도중에 해피의 습격, 싸움, 마무리되지 않은 검의식까지. 단 하나도 빼놓지 않고 그녀에게 모든 것을 말했다.
아니, 하나는 뺐다. 내가 전생자라는 것 말이다. 그것을 제외하고 해피가 ‘실수했다’라고 말한 것까지 전부 털어놓았다.
“…그렇게 떠나셨습니다. 바로 어제의 일입니다.”
“결국 일이 그렇게 되었군요. 그 일로 결심이 서신 겁니까?”
반면에 베이누스 프솔리아네의 말투는 차분했다. 그녀는 피오드가 어떤 부탁을 할지 이미 예상했다는 투로 맞장구를 쳤다.
피오드가 고개 숙여 찻잔에 비친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가 씁쓸한 어투로 말했다.
“그것도 있고… 제 나이도 이제 일백십 세 살입니다. 아직은 건강에 이상이 없지만, 이제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막말로 당장 내일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죠.”
“뇌출혈 같은 앙큼한 거짓말이 진실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군요.”
역시. 베이누스 프솔리아네를 비롯해서 알테어 상층부는 피오드의 질병이 거짓말인 것을 알고 있었다. 피오드도 예상을 했는지 무안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예. 불안한 예상이 코앞으로 다가왔죠.”
그러며 은근히 나를 본다. 내가 말한 ‘5년 안에 뇌출혈’을 듣고 그러는 모양인데, 중요한 대화 도중에 소드 마스터 둘을 앞두고 눈동자를 굴리지 말아줬으면 한다. 두 검사가 기운을 한 가닥 빼서 나한테 흘리잖아.
그리고 그 문제는 이미 해결됐거든? 피오드가 툴툴거라는 내 심정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결의에 찬 눈으로 베이누스 프솔리아네게 말했다.
“그래서 제가 쓰러지고, 알테어의 불화가 되돌릴 수 없게 되기 전에 미뤄왔던 마지막 일을 처리하고자 합니다.”
“계속하세요. 저도 각오를 마쳤습니다.”
“………베이누스 프솔리아네 경. 저는 끝내지 못한 검의식을 빌미로 폐하에게 다시 도전할 생각입니다. 저를 도와 폐하와 다시 한 번 싸워주십시오.”
피오드의 말에 베이누스 프솔리아네가 환한 웃음을 지었다.
“기다렸습니다. 그 말을. 다시 한 번 도전해봅시다.”
“…죄송합니다.”
“재상. 고개를 드세요. 그 말은 제가 할 말입니다.”
아까 전의 웃음이 거짓말처럼, 베이누스 프솔리아네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깊게 가라앉은 눈동자 사이에 자글자글하게 진 주름살이 야속한 세월의 흔적을 비쳤다.
‘보십시오.’라고 말한 그녀가 넓은 소매를 걷어 팔뚝을 드러내었다. 검사답게 오밀조밀한 근육이 가득했지만, 세월의 흐름을 이길 수 없는지 탄력을 잃었다.
베이누스 프솔리아네가 안타까운 눈으로 하루하루 죽어가는 팔을 쓰다듬었다.
“20년 전에도 폐하를 이기지 못한 저였습니다. 하물며 저는 그날 이후 하루하루 늙어가고, 폐하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는데 지금은…….”
“그, 그건…….”
“아, 물론 도와드리겠습니다. 아무리 성공 확률이 낮아도, 폐하를 위한 일이라면 그리고 당신이 결심했다면 제 목숨을 걸고 협력하겠습니다. 다만… 하아! 그저 아쉬울 뿐입니다.”
“죄송합니다. 20년 전에는 제가 너무 성급했었습니다.”
“아니오. 틀린 선택은 아니었죠. 가장 올바른 선택도 아니었지만,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었습니다. 당신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자, 잠시만요. 20년 전. 또 그 말이 물밑에 올랐군요. 재상이 은퇴했을 때 대체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험클리가 대화를 끊고 묻자 피오드가 참혹한 얼굴로 그날의 일을 요약했다.
“20년 전에…….”
20년 전. 피오드가 나이를 빌미로 은퇴하고 토드 영지로 돌아간 해. 그는 그때도 해피와 검의식을, 검의식을 빌미로 의견충돌을 벌였다.
그때 피오드의 편에 서서 해피와 싸운 이가 바로 베이누스 프솔리아네였다. 싸움의 결과는, 역사가 증명하다시피 해피의 승리.
그렇게 피오드는 은퇴하고 나약한 파벌의 수장이 되었고, 베이누스 프솔리아네는 중립파를 대표하는 검사 중 하나가 되어 수도원에 은거했다.
수도원에 은거한 채, 역사에 몸을 드러내지 않은 세월이 무려 20년. 진실을 모르는 이들은 그녀도 세월의 흐름을 이겨내지 못하고 노환으로 사망하지 않았나… 하고 조심스레 추측할 뿐이었다. 당연히 ‘조심스러운 추측’의 범주에 뮤온 보트라나 르데앙도 들어가 있던 거였고.
담백하게 그날의 패배와 은거를 입에 담은 베이누스 프솔리아네가 걷어 올린 소매를 원상복구했다.
“피오드. 단언하죠. 아무리 신화검 뮤온 보트라라 할지라도 저희 둘만으로는 작금의 폐하를 이기기 힘듭니다.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저희가 승리할 확률이 얼마나 됩니까?”
검사의 자존심을 깡그리 뭉개는 발언이었다.
본래 고절한 무인일수록 허세가 심하다. 상대가 나보다 윗줄의 고수라도 ‘그래도 내가 이긴다!’는 마음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
아니, 그것은 허세가 아닌 나의 증명이다. ‘질 수도 있고, 질 확률이 매우 높지만, 막상 실전에서 싸우면 무조건 내가 이긴다!’는 마음을 언제나 유지해야 하는 것이 무인이었다.
이 당연한 명제를 베이누스 프솔리아네 급의 검사가 무시하는 것은 말이 안 되었다.
우리는 뮤온 보트라의 눈치를 살폈다. 본인이 부족한 걸 넘어, 타인도 힘들다고 말하는 것은 무인의 예의에 심각하게 어긋난다. 막말로 그가 이 자리에서 진검을 꺼내도 할 말이 없는 무례였다.
“…….”
하지만 뮤온 보트라는 베이누스 프솔리아네의 무례에 화를 내지 않았다. 그 또한 해피가 마지막에 보여준 일격에, 그가 가늠할 수 없는 경지에 들어섰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지금의 해피는 위험하다. 아직 그는 소드 마스터라는 경계선 안에 있지만, 그 누구보다 경계선 끝자락에 접근한 이였다.
해피는 더 이상 미래의 대륙제일검이 아니다. 그는 대륙제일검을 두고 경쟁자들과 나란히 설 수 있는 수준에 다다랐다.
‘누가 가르쳤는데. 그 정도야 기본이지.’
아주 만족스럽군. 나는 베이누스 프솔리아네의 어림짐작을 들으며 작게 웃었다. 그 정도 쯤 돼야 내가 전력을 다해 쓰러뜨릴 가치가 있지.
다만, 만족한 것은 오로지 나뿐인 듯했다. 르데앙이 조금은 욱한 듯이, 고개를 쳐들고 베이누스 프솔리아네에게 항의했다.
“쟈기 경과… 저 또한 검의식에 참여할 것입니다. 우리 둘이 더해져도 승산이 없습니까?”
그걸 말이라고 하니? 익스퍼트 상급과 소드 마스터는 어린아이와 어른만큼 차이가 난다.
아무리 르데앙이 이종족보다 강건한 육체 능력을 지녀도, 해피 수준의 검사에게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오러 블레이드 일격에 끝이지.
그런 생각은 나만 한 게 아니었다. 베이누스 프솔리아네는 젊은이의 호기 어린 발언에 설득보단 감상에 젖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래. 나도 한 1천 년 수련하면 창 하나로 탱크와 맞서 싸울 수 있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지.’라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 눈빛이 르데앙을 이렇게 달랬다.
‘아가야. 네가 억지를 부려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란다.’
상냥한 눈빛이었다. 너무나도 상냥해서 비참한 감정이 들 정도로. 르데앙은 그 눈빛을 받고는 화를 낼 기력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어디서든 눈치 없는 놈이 있기 마련. 피오드가 주인공을 소개하듯이 나를 가리켰다.
“걱정이 많으시군요. 이해합니다만, 저는 결코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지 않습니다. 쟈기 경도 적극 도와줄 겁니다.”
“아, 옙.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작아작. 과자를 먹으며 손을 든다. 그런 나를 베이누스 프솔리아네가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쟈기 경이라고 했나?”
“예. 검성이시여.”
“자네는 폐하의 일격을 직접 겪고도 그런 말이 나오나?”
“물론입니다.”
태평한 나를 보고 베이누스 프솔리아네가 눈썹을 꿈틀댔다. 내가 이긴다는 마음가짐과 허세는 다르다. 그녀는 내 발언이 후자 쪽에 가깝다고 오해한 듯했다.
안 그래도 낮은 가능성에 도전하는데, 자기 주제도 모르는 머저리들하고 함께 일하니까 화가 나는 거겠지. 나는 그녀가 화를 내기 전에 재빨리 말했다.
“왜냐하면 저는 순수한 검사가 아니니까요.”
“뭐……?”
“들어보시죠. 검성은 모르시는 모양인데 게리소님은 천국의…….”
나는 천국의 계단과 해피를 상대하기 위해 짠 전략을 설명했다. 그것은 검술을 넘어선, 천국의 계단 5대 마법마저 적극 이용한 치사하고 비겁한 술수였다.
하나씩. 하나씩. 해피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비장의 수단으로 그의 행동을 제한하고, 그 틈을 두 소드 마스터가 치고 들어간다. 르데앙과 나는 단 한 순간의 호흡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여 둘에게 숨을 돌릴 시간을 준다.
전력을 다해 해피를 이긴다. 이것은 단지 검과 검의 대결이 아니다. 해피가 쌓아온 모든 것과 내가 준비한 것들의 충돌이다.
나는 그 계획을 뮤온 보트라와 르데앙의 무력, 어제 파악한 해피의 버릇, 실전에서 쓰는 데 필요한 시간, 르데앙의 보조, 이야기로만 듣던 베이누스 프솔리아네의 실력과 엮어서 길게 설명했다. 설명이 끝나고, 내가 말했다.
“어떻습니까? 싸움이 늘 계획대로 될 리가 없지만, 절반만 먹혀도 성공한 거나 다름없죠. 이후의 싸움도 훨씬 유리하게 풀려나가리라 확신합니다만.”
“…이거면…….”
내 ‘계획’을 들은 베이누스 프솔리아네의 눈빛에 희망이 들어찼다. 뮤온 보트라도 조용히 전의를 불태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뮤온 보트라는 그녀의 무례한 발언에 직접 동의하지 않았다. 그저 반대의 말도 하지 않았을 뿐이지. 즉, 그는 해피와의 대결이 힘들다고 여기지만, 막상 싸우면 불리하지만은 않다고 생각한 것이다.
거의 다 됐다. 이제 하나만 더 달성하면 된다. 나는 말꼬리를 길게 끌며 말했다.
“여기서 하나만 더 더해지면 어떻게든 될 것 같은데… 재상의 허락이 필요한지라…….”
“말해보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거라면 적극 협조하겠네.”
정말이지? 후회 안 하지?
나는 마지막 과자를 삼킨 뒤, 피오드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제게 션의 검법… 그래요 8대 난검(難劍)이면 적당하겠군요. 그것을 알려주십시오.”
“…뭐? 음, 뭐? 쟈, 쟈쟉?”
“자작입니다만.”
“그, 그래. 쟈쟉. 내가 잘못 들은 모양인데… 지금 파, 팔대검법을 잘못 말 한 거겠…….”
“아니오. 바로 들으셨습니다. 재상. 저는 알테어의, 션이 창안한 8대 난검을 원합니다.”
“……!”
알테어 8대 난검.
대외적으로 션이 창안한 89개의 검술 중에 ‘이건 도저히 인간이 익힐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라고 판정받은 여덟 종의 검술을 일컫는 말이다.
예를 들어 오성검법 후반부, 여의반검, 억겁세, 유수화접 마이너가 있지. 쟈기에게 필요한 마지막 한 조각이 바로 이것이었다.
쟈기가 억겁세와 유수화접을 실전에서 쓴다? 아니, 그걸 넘어서 웨일과 쇼콜라가 완성한 비기마저 꺼낼 수 있다면? 이것만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으면 승률이 두 배는 상승한다.
무엇보다… 여덟 개의 검법이면 그게 가능하다. 해피와 쟈기가 그걸로 싸우는 것을 상상하자 주먹이 불끈 쥐어진다.
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입을 떡 벌린 베이누스 프솔리아네에게서 시선을 떼곤, 골치 아프다는 듯이 이마를 짚은 피오드에게 재차 부탁했다.
“재상. 제 목숨을 걸고 약속하겠습니다. 8대 난검을 익힌 저는 뮤온 보트라, 베이누스 프솔리아네 경과 합을 맞추어 폐하와 정면에서 싸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