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Lives Eight Lives RAW novel - Chapter 39
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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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전의 최신기술과 마법사들을 유감없이 쓴 트라암의 삼중 성벽.
성벽은 높이나 두께는 물론이고, 넓이 또한 어마어마하다. 감시구역에서만 지냈지만, 성벽의 휘어지는 각도만 봐도 서울보다 훨씬 넓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 넓은 땅에 7년간 얼마나 많은 몬스터가 활개를 칠까. 나는 살짝 걱정했지만, 다행히 넓은 땅에 비해 외벽 안은 몬스터가 거의 없었다.
우연하게 뚫린 구멍으로 몬스터가 들어오면 약한 놈은 재빨리 죽여서 먹을 수 있는 부위만 해체하고 버리고, 강한 놈이 오면 검술단이 나서서 처리한다.
성벽의 구멍도 수년에 걸쳐 조금씩 보강작업을 했으니, 몬스터의 침입은 걱정할 필요가 거의 없었다. 나는 외성 안, 농경 지대를 막힘없이 주파했다.
나는 밑을 내려다보며 감시구역 3대 조직이 이동한 흔적을 찾았다.
‘저기다!’
펑펑 내리는 눈은 허리춤까지 높게 쌓여있었지만, 초능력까지 사용한 내 감각은 속이지 못한다. 눈에 가려진 바닥에 압력을 받아 얼어붙은 자국이 느껴진다.
몬스터의 그것처럼 크고 묵직한 게 아니라 작고 오밀조밀하게 밟아 녹아내린 뒤, 얼어붙은 얼음 자국. 다수의 인간이 이동한 흔적이다.
얼음길은 거의 일직선에 가깝게 중벽으로 이어졌다. 나는 흔적을 놓칠세라 속도를 일부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꼼꼼히 흔적을 따라 이동했다.
슝!
몇 분을 열심히 날았을까. 반파된 중벽이 눈앞에 나타났다. 가까이 가자 수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핏자국이 눈에 띄었다.
핏자국과 함께, 도대체 어떻게 부셨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중벽 일부분이 완전히 와르르! 무너져 내린 게 보였다.
“몬스터? 자세히 보니 아니군.”
부서진 자국에 그을음이 남아있다. 르암인은 화약을 쓰지 않으니 아마 마법으로 성벽을 부쉈을 것이다. 그것도 아주 대규모의 마법을 써서.
어찌나 크게 부서졌는지, 성인 남성 열 명이 일렬도 서도 넉넉히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커다랬다. 3대 조직은 이 구멍을 통해 내성으로 들어간 게 확실했다.
착.
나는 중벽에 착지했다.
내성부터는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여기는 수도를 엉망으로 만든 대형 몬스터가 어슬렁거린다. 괜히 하늘에서 앵앵대다간 녀석들의 목표물이 되기 십상이다.
몬스터의 감각은 동물보다 뛰어났다. 시간이 밤이고, 눈이 펑펑 내린다는 것도 대형 몬스터에겐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나는 51번의 경험과 삼사드가 배운 발놀림을 총동원해 은밀하게 내성 안으로 이동했다. 여기서도 운이 좋았다. 오히려 한 발, 아니 몇 발이나 늦게 출발한 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내벽으로 가는 길목마다 5층 건물보다 커다란 대형 몬스터가 곳곳에 쓰러져 있었다. 천재검에 눈이 먼 3대 조직이 급하게 내성을 활보하다가 거대 몬스터를 자극한 것이다.
후욱!
부자연스럽게 위로 불쑥 솟은 눈더미를 치우자 3대 조직원의 시체가 드러났다. 시체는 차갑게 얼어붙어서 정확한 사망 시각을 알기 힘들지만, 최소 3일 이상 지났다는 건 알 수 있었다.
“3일······.”
나는 대형 몬스터를 힐끔 보고는 관심을 거두고 흔적을 따라갔다. 대형 몬스터는 비싸게 팔리는 부위가 많지만, 그래도 천재검에 비하면 애들 푼돈이었다.
3대 조직이 이동한 흔적을 보아하니, 초반에는 서로를 경계했다. 하지만 내성에서 몇 번의 전투, 십 수 명의 사망자를 낸 뒤에 일시동맹을 맺었는지 하나로 합쳐졌다.
흔적은 일사불란하게 내벽으로 이동했다. 어느 조직인지 모르지만, 마법사가 있는지 이때부터 대형 몬스터가 반항도 못 하고 죽은 걸 자주 볼 수 있었다.
“익스퍼트 상급이 본 힘을 쓰면 대형 몬스터도 어쩔 수 없지. 저기가··· 내성인가?”
내성벽은 중벽이나 외벽보다 더 처참하게 박살이 나 있었다. 그건 마치 성벽 크기만 한 초승달 형태의 무기가 성벽을 가로지른 것만 같았다.
엄청난 파괴흔은 한 번이 아니라 내벽 곳곳을 집요하게 무너뜨렸다.
무너진 내벽은 밑에 넘치는 돌덩이만 치운다면 벽이 아니라 일렬로 늘어진 뾰족한 돌탑으로 착각할 만큼 볼품없고, 황량했다.
이만한 냉병기를 휘두를 몬스터가 있다고?
아니다. 나는 흔적을 보고는 입을 떡 벌렸다.
“마, 마스터다! 저건 마스터가 검강으로 성벽을 부순 거야!”
이건 정말 놀랄 일이다. 몬스터 무리를 조정하는 인간족이 있는 건 확실했지만, 설마 그들 중에 마스터가 있었을 줄이야?
몬스터 무리를 조정하는 마법과 생명력을 흡수하는 문신. 이건 어딜 봐도 마법사가 분명한데 그와 반대되는 검사가, 그것도 마스터가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
“이러면 이야기가 다른데.”
의문의 마스터가 이곳에 있었다. 그리고 계속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와 만나서, 일검이라도 그의 검술을 견식 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나는 죽겠지. 하지만 한계를 초월한 르암인의 검술을 일검이라도 본다면, 후생의 나는 어마어마한 이득을 보는 것이다.
마스터의 공격을 경험하는 건 마스터의 검법을 백 번 읽는 것만큼의 효과가 있··· 지 않을까?
“!!”
순간, 내 등에 우수수! 하고 소름이 돋았다. 몸이 후끈 달아오르고, 사춘기가 막 시작된 7년 전의 그날로 돌아간 것처럼 머리가 어지럽게 돌아갔다.
보고 싶다!
천재검도 보고, 내벽을 무너뜨린 의문의 마스터도 왕성에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기묘한 흥분감을 끌어안고 처참하게 무너진 내벽을 지났다.
내벽은 가까이서 보면 더욱 기괴했다.
그건 성벽이라기보다는 플렛포머 게임에서 흔히 보는, 한 칸씩 띄워놓은 발판이 더 어울렸다.
“이럴 거면 가로로 베는 게 훨씬 광범위한 파괴를 달성하기······.”
나는 괴상하게 무너진 내벽을 보다가 손뼉을 짝! 쳤다. 마스터는 일부러 방어자를 농락하기 위해 기괴한 형태로 내성을 무너뜨린 것이다.
“성격도 지랄 맞은 놈인가 보군. 아주 좋아.”
저만큼 성격이 더러운 놈이면 침입자를 보자마자 무기를 휘두르겠지. 제발 부탁인데 검강의 주인이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말도 안 되는 희망을 품고 왕성으로 들어갔다.
왕성에 들어오자마자 본 것은 황량한 평지였다.
말라붙고, 눈발에 뒤덮여 본래의 아름다움을 잃은 쓸쓸한 정원. 정원‘이었던’ 눈의 바닷속에 우중충한 왕성이 포위되어 있었다.
나는 천천히 정원을 걸어가다가 구석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곳에서 사람의 기척이 다수 느껴졌다.
‘······’
전생에서 이런저런 걸 배웠지만, 사람이 너무 많은 걸 경험하면 도리어 단순해진다. 그걸 보여주는 산 증인이 바로 나다.
나는 숨은 이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가 귀찮아져서 은신을 풀고 당당하게 왕성으로 걸음을 옮겼다.
부스럭!
왕성에 절반 정도 접근했을 무렵. 숨어있던 기척이 넓게 퍼졌다. 눈발과 어둠을 절묘하게 해치는, 감탄이 나올 만한 은신술이었다.
사박사박.
거미줄을 엮어 만든 것 같은 기묘한 설피를 착용했는지 걸음 소리가 극단적으로 작다. 초능력을 이용한 초감각으로도 눈을 밟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암살 교육을 받았다. 인원은 스물 이상.’
내가 들어온 방향에서만 스물이고, 백이 넘는 이들이 왕성 곳곳에 은신하여 침입자를 감시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스무 명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옆으로 넓게 퍼져 나를 포위했다. 포위망이 완성되자, 유령처럼 세 사람이 정면에서 나타났다.
백색 털가죽을 껴입은 세 명의 남성 조직원.
석궁과 소검으로 무장하고, 팔찌 형태의 마법 무구를 끼고 있다. 통일된 장비는 그들이 어느 조직의 하수인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가운데 선 남성이 내 얼굴을 보자 이채를 표했다.
“션? 어이. 션에 대해 아는 대로 말해봐.”
왼쪽 남성이 담담하게 말했다.
“초급 용병 션. 나이는 이십 대 후반. 드레이가 관심 있게 지켜보는 애송이. 경지는 비기너 상급.”
“등신아 혼자서 여기까지 왔는데 비기너 상급일 리가 없잖아. 최소 스칼라 상급이야.”
“누가 몰라서 그래? 난 적혀있는 대로 외웠을 뿐이야.”
꼭 몰래 암살할 것처럼 이동한 주제에, 자기들끼리 션이 비기너 상급이니 어쩌니 하며 말싸움을 한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도 포위망이 좁혀들었다.
그보다··· 왜 내 나이가 스물 후반이냐. 겉늙어 보이는 것도 정도가 있지, +10살은 너무하잖아. 나는 모른 척 싸우려고 했지만, 참지 못하고 말싸움에 끼어들었다.
“야! 내가 왜 이십 대 후반이야. 거기 너.”
오른쪽 남성을 가리킨다.
“내가 몇 살로 보여.”
남성은 내 얼굴을 구석구석 뜯어보더니, 진지한 목소리로 평가했다.
“서······ 른? 서른 중반?”
“······.”
“선배는 어떻습니까?” 가운데 남성에게 묻는다.
“중반은 너무 갔어. 서른 초반이야.”
왼쪽 남성이 팔꿈치로 가운데 남성을 친다.
“눈가에 주름살 봐. 저게 어떻게 초반이야. 분명 중반 이상이야. 저 얼굴을 이십 대 후반이라고 하다니, 보고서 쓴 놈을 족쳐야겠어.”
“거 참 그럴 수도 있지 자꾸 후배들한테······.”
그러며 또 자기들끼리 션이 몇 살이니 하며 다툰다.
‘시발.’ 이놈들이 하다하다가?
나는 감시구역에서 신분세탁을 하며 다른 션으로 살 때마다 얼굴 골격을 바꾸고, 피부의 색감, 머리카락과 눈동자의 색, 눈의 형태, 코와 이빨의 배열, 심지어는 성대까지 바꾸는 육체개조를 세 번이나 실행했다.
성장기에 초능력으로 안면 개조를 마구 남발해서 그런지 션의 얼굴은 상당히 겉늙어 보였다. 저들이 얼굴만 보고 나를 삼십 대로 오해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화나는 건 화난다. 나는 짜증을 내며 검을 뽑았다.
“아, 닥치고 묻든지 싸우든지 빨리 정해. 포위망도 완성했잖아.”
몰래 숨겨오다가 초급 용병 션이 된 이후부터 쓸 수 있게 된, 영지에서 챙긴 아밍 소드가 새파란 칼날을 자랑하며 전방의 세 남성을 겨눴다.
“······.”
남성들은 검을 보자마자 짠 것처럼 말씨름을 멈췄다. 그들이 기계처럼, 같은 속도로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드러난 삼인의 얼굴은 아까 잠시 보여줬던 인간미는 거짓말인 것처럼,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살기를 풍긴다.
왼쪽 남성이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인 채 물었다.
“너 팔다리 잘라도 쇼크사 안 할 자신 있어?”
내가 대답했다.
“어.”
바로 가운데 남성이 쯧! 하고 혀를 찼다.
혀를 찬 건 신호다. 신호가 퍼지자마자 넓게 포위한 병력이 팔찌를 찬 손을 내게 겨눴다.
어둠 곳곳에서, 십 수 개의 푸르고, 초록색 빛이 번쩍인다. 푸른빛은 그야말로 광속으로 내 발에 닿았다.
쩌저적!
주변의 눈이 순식간에 딱딱한 얼음으로 변했다. 나의 양발 또한 얼음 속에 갇혀버렸다.
한 타이밍 늦게 초록색 빛이 날아든다. 빛은 중간에 형태를 갖추더니만, 질긴 나무줄기로 변해서 나를 덮쳤다.
나는 검을 팔자로 휘둘러 정면과 좌우로 오는 나무줄기를 일거에 휩쓸었다. 나무줄기가 조각나는 걸 확인하지 않고 제자리에서 강하게 발을 굴렀다.
우두둑! 땅이 부서지는 굉음과 함께, 얼음을 매달고 1미터 이상 뛰어올랐다. 허리에 탄력을 주어 몸을 비틀어서 뒤에서 오는 나무줄기도 한 번에 벤다.
퓻! 퓻!
착지하며 발을 감싼 얼음을 부수기 직전, 귓가에 현이 튕기는 소리가 들린다.
짙은 눈발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검게 칠해진 화살촉이 내게 쇄도한다. 스무 발의 화살은 내가 착지할 지점을 노리고 머리통을 제외한 내 전신을 목표로 쏘아졌다.
“흡!”
나는 지체하지 않고 얼음부터 깨부쉈다. 부서진 얼음을 밟고 한 번 더 높게 뛰어올랐다. 나를 노리던 화살은 허무하게 빛나가 눈 속에 파묻혔다.
파르르···!
땅에 박힌 화살촉이 쏘아진 힘 때문에 바르르 떨리는 게 보인다. 그것은 딱딱하게 언 땅에도 화살촉 끄트머리까지 파고드는 위력을 보여주었다.
르암인의 기술력으로는 보여줄 수 없는 위력이다.
‘석궁 자체? 아니면 화살하고 현에만 마법을 걸었나?’
어쨌든 의문은 나중에. 나는 화려하게 회전하며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남성에게 달려들었다.
남성 셋은 두께가 얇고 끝이 살짝 휘어진 외날검을 들고 나를 기다렸다. 한 번에 내게 덮쳐오나 싶었지만, 셋 다 짜기라고 한 것처럼 뒤로 물러났다.
“스칼라 상급 이상이야.”
“익스퍼트일 수도 있어.”
“지원 불러.”
세 남성이 빠르게 의견을 주고받는다. 말하는 법도 훈련받았는지, 그들의 말소리는 서너 배 빠르게 테이프를 돌리는 것처럼 이상했다.
“희생해.”
가운데 남성이 냉정하게 말했다. 그가 뒤로 빠지고, 좌우의 남성이 자살공격을 하는 것처럼 내게 뛰어들었다. 그와 동시에 멀리서 암습하던 이들도 공격을 시작했다.
몇몇은 일어서서 단검을 던지고, 누군가는 다시 얼음과 나무줄기를 소환한다. 또 일부는 석궁을 버리고 숏보우를 들어서 신속하게 나를 향해 쏘았다.
그 공격은 나뿐만이 아니라 좌우 남성도 가리지 않았다. 나는 오른쪽 남성의 어깨에 가려진 가운데 남성이 팔찌에 입을 가져다 대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곧이어 가운데 남성의 모습이 완전히 가려졌다. 그를 가린 두 명의 남성이 방어를 도외시한 검술을 선보이며 나의 목과 어깨를 동시에 베어 갔다.
‘좌우 둘은 스칼라 상급. 가운데도 조금 강하지만 같은 상급.’
특별한 검법을 익혔는지 검이 은은하게 빛난다. 예전에 내가 쓴 불완전한 오러가 아닌, 마나를 듬뿍 머금은 탓에 검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다.
그들은 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내가 익스퍼트임을 짐작했다. 나는 이세계 사람들을 바보취급 한 것을 솔직히 인정했다.
인정과 동시에··· 내 검에서 백색의 오러가 솟구쳤다. 나는 7년 전에 이론을 세운, 그리고 7년에 걸쳐 더욱 완성된 다섯 개의 검법을 펼쳐냈다.
스앙!
백색의 오러가 좌측 남성의 팔과 목을 동시에 베었다. 우측 남성은 오러를 보았음에도 움츠러드는 기색 없이, 내 옆구리로 베기를 이어간다.
그의 칼날이 내 옆구리에 닿기 전, 크게 한 바퀴 돈 오러가 우측 남성의 상체를 대각선으로 내리그었다.
서걱!
칼날이 둘을 관통하고, 나는 둘을 발로 찼다. 조각조각 나뉜 남성들의 몸에 마법이 작렬했다. 그들의 몸은 얼고, 나무줄기에 칭칭 얽혀 부러지고, 단검의 표적이 되었다.
하지만 단 하나, 연달아 쏜 화살만큼은 정확히 내 뒤통수를 노린다. 나는 고개를 숙여 화살을 피하며 그대로 앞으로 돌진했다.
가운데 남성이 신호를 보내기 전에 죽여야 한다. 다행히 팔찌가 혼란스럽게 빛을 번쩍이는 걸 보아 통신에 조금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았다.
나는 경쾌하게 스텝을 밟아 그의 코앞까지 접근했다. 남성은 길쭉하게 늘어나는 나를 보자마자 통신을 포기하고, 왼손 새끼손가락을 뿌리까지 물어뜯었다.
아드득!
고통스러워하지도 않고, 손가락을 내게 뱉는다.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가 빠르게 점멸하더니 작은 폭발을 일으켰다.
펑!
귀여운 폭발. 하지만 사람 머리통을 날리기엔 충분하다. 나는 자세를 낮게 숙여서 폭발력을 이용해 남성에게 구르며 접근했다.
뼛조각이 몇 개 등에 박혔지만, 침만 바르면 낳는다. 나는 눈에 덮인 자세 그대로 검을 올려 베었다.
두툼한 눈보라와 함께 살얼음을 세게 하는 오러가 남성의 허리로 날아들었다. 그는 위로 뛰어올라 물구나무 자세로 내 등허리를 향해 검을 내려찍었지만, 오러는 그의 검과 머리통, 척추를 가르고 가랑이로 튀어나왔다.
040. 제도(帝都) 트라암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