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Lives Eight Lives RAW novel - Chapter 74
074
인생이 힘들고 뭐··· 그런 거 불평해서 뭐 하나. 혓바닥 움직일 사이에 쉴 틈 없이 몸을 움직여야 살아남는다.
부부붕!
애그 스폰의 저주 파동이 들이닥치는 그 순간, 나는 재빠르게 맨티코어의 얼굴에서 굴러 떨어졌다. 맨티코어와 내가 절반씩 사이좋게 저주 파동을 감당했다.
“크윽······!”
그 절반도 연약한 인간에겐 치명적이다. 피부가 붉게 자글자글 달아올랐다. 이내, 잔뜩 녹슨 철제 구조물의 겉면이 벗겨지는 것처럼 피부가 떨어져 나갔다.
온몸이 화끈하다. 고통에 바닥을 굴러다니고 싶지만, 그러면 바로 현생 안녕, 후생 어서오세요 꼴.
저 봐봐. 뒤에서 크롤러 드레이크가 나를 밟으려고 하잖아. 나는 옆으로 펄쩍 뛰어서 크롤러 드레이크의 발을 피했다.
크롤러 드레이크가 믿기지 않는 속도로 목을 움직여서 허공에 붕 뜬 나를 물어뜯으려 했다. 나는 검을 부드럽게 움직여서 정확하게 녀석의 어금니를 쳤다. 그 반탄력을 이용해 뒤로 물러나 착지했다.
슈욱!
이제 좀 편해지나 했더니 뒤에서 파공성이 들리고, 불길한 파동이 느껴진다.
애그 스폰. 이 빌어먹을 마수는 단거리 블링크 능력이 있다는 걸 깜빡했다. 애그 스폰 두~서 녀석이 내 등에 저주 파동을 쏘았다.
등짝이 너덜너덜해지고, 저주가 육체에 스며들려 한다. 성력이 아니었으면 이번 일격에 심장이 멎었을 것이다. 비틀거리는 내 앞을 맨티코어가 막았다.
저주 파동에 정수리 부근이 시퍼렇게 썩은 맨티코어. 녀석이 으르렁대며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강아지를 달래듯이 혀를 쯧쯧 찼다.
“쫏쫏! 착하지? 저주 파동 쏜 거 내가 아니라 내 뒤에 있는 애그 스폰이거든? 얘 공격해!”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애그 스폰은 단거리 블링크로 도망친 지 오래였다. 개 같은 새끼.
맨티코어를 피하면 크롤러 드레이크가, 크롤러 드레이크를 피하면 애그 스폰이 저주 파동을 쓴다. 멀리서 흑마법사가 나를 저격까지 한다.
이대로 가면 위험하다. 나는 억지를 써서 맨티코어와 크롤러 드레이크를 동시에 상대했다.
챙! 채쟁!
발톱과 어금니를 치느라 팔이 떨리지만, 손해를 감수할 만한 가치는 있었다. 약간의 시간, 그 사이에 힘을 모으자 검이 환한 백색으로 물들었다.
등장한 것은 날깐이의 비기, 크레센틱 오러.
콰콰콰!!
초승달 형태의 오러 아홉 개가 발사되었다. 오러는 맨티코어에게 셋, 크롤러 드레이크에게 셋, 애그 스폰에게 둘. 그리고 흑마법사 대장에게 하나가 향했다.
무려 그 늑대인간에게 상처를 입힌 공격이다. 맨티코어도 크롤러 드레이크도 크레센틱 오러를 우습게 보다가 큰 상처를 입고 뒤로 물러났다.
애그 스폰은 저주의 파동을 쏘았지만, 크레센틱 오러 하나만 검게 물들고 사라지고, 나머지 하나는 애그 스폰을 휩쓸었다.
겨우 얻은 천금 같은 시간. 나는 뒤로 물러서며 체력을 회복했다. 하지만······.
“끄악!”
나는 전신에서 느껴지는 막대한 고통에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전생을 통틀어서 이만한 통증을 느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초능력으로 감각을 차단하고, 뇌를 분리해도 고통이 어찌나 심한지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었다. 나는 혓바닥을 잘근잘근 씹으며 몸을 움직였다.
‘저주마법이다! 고통을 전이했어. 하지만 어디서?’
초능력 파동으로 땅을 분석하니 지하에 조잡한 땅굴을 파놓았다. 그곳에 초대형 압착기 비슷한 물건이 있고, 압착기 사이에는 팔다리가 부러지고 밧줄에 몸이 꽁꽁 묶인 인간 수십 명이 놓여있었다.
우득! 우드득!
인간들이 그 압착기에 짓눌려 천천히··· 그리고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었다. 그들이 느끼는 고통이 모두 고통 전이를 통해 내게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감각 증폭에 혼란은 내 정상적인 사고를 방해하고, 내게 전해지는 막대한 고통에서 정신을 앗아가는 걸 도와주었다.
노쇠는 육체를 죽이고, 현혹과 환각은 고통에서 뇌가 도피하는 걸 아주 효과적으로 도와주었다.
핑-!
세상이 빙글빙글 돈다. 현혹과 환각의 2차 효과이다. 마치 마약을 흡입한 것처럼 세상이 일그러지고, 있을 수 없는 색상으로 시야가 채워진다.
노쇠, 현혹, 환각, 고통 전이, 감각 증폭에 혼란까지. 아주 저주 마법의 만한전석이었다.
추가로 마킹까지 걸어서 부하 흑마법사들의 공격이 자동으로 유도되는 것까지 완성했다.
“개 시발 새끼!”
으드득! 이빨을 갈며 흑마법사 대장을 노려본다.
도망가고 싶다! 동시에 저 흑마법사 대장 새끼의 사지를 찢어 죽이고 싶다! 이 모순된 감각이 내게 동시에 들이닥쳤다.
뭐지? 이건? 나는 급하게 내 감각을 정리했다. 내게 걸린 수많은 저주 마법을 분류하고, 그것들의 효과를 하나하나 세분화했다. 그러자 숨겨진 마지막 저주 마법이 드러났다.
‘욕망 증폭!’
욕망 증폭 마법까지 걸렸다! 욕망 증폭은 이름 그대로 인간의 욕심을 증폭시키는, 수수하면서도 치명적인 저주 마법이다.
급박한 전투에서 회피, 반격, 이동까지 침착하게 계산하고 한 수 한 수 최선의 수를 두어야 한다. 하지만 증폭된 욕망이 내 눈을 가려서 어리석은 선택지를 고르게 한다.
쳐내고 흘려야 할 공격을 내 마음속의 욕심 때문에 ‘별것 아니겠지.’라고 오판해서 무시하고 돌진한다면? 그러다가 그 공격을 정통으로 맞는다면? 그러면 끝이다.
한 번의 실수가 목숨을 결정하는 고수의 생사투에서 그 무엇보다 효과적인 저주 마법!
뚜둑! 푸욱!
뒷목을 붙잡고 미세하게 경추를 비틀어 모든 운동, 감각 신경을 차단한다. 숨골에 손가락을 찔러 넣어 직통으로 성력을 흘려보내 최소한의 정상 사고를 되찾았다.
나는 그 사이에 재빠르게 텔레파스를 사용해 뇌를 벗어난, 영적 영역에서의 사고 흐름으로 도주했다. 초능력 파동과 텔레파스를 이용해 주변 정보를 받아들이고 판단 능력을 복구했다.
오감이 아닌 초능력 파동으로 세상을 본다.
“헙!”
정보를 확인하자마자 눈을 크게 뜬다.
다크 볼, 다크 스피어, 다크 뭐시기, 다크 어쩌구! 다크 해골에 다크 심장까지! 온갖 어두운 공격 마법이 내게 쇄도한다!
펑! 퍼벙! 콰과광!
나는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다니며 공격을 피했다. 운동 신경이 마비되었기 때문에 육체를 움직이는 것도 초능력이 해야 한다. 나는 초능력을 세 갈래로 나눠, 운동, 감각, 사고의 영역을 대신했다.
하지만 마킹 마법 때문에 다크 볼 한 개가 나를 끝까지 따라와 내 복부를 타격했다. 북 터지는 소리와 함께 내가 저만치 멀리 굴러갔다.
이건 운이 좋았다. 다크 볼 덕분에 나를 으깨려는 맨티코어의 앞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드드드! 애먼 땅을 때린 앞발이 땅에 깊숙이 박히고, 내가 있는 곳까지 지면이 크게 진동한다. 나는 지면의 진동을 이용하여 근육 신경을 자극해서 벌떡 일어섰다.
‘지금 해야 할 건?’
회피! 흑마법사 처리! 아니면 맨티코어, 애그 스폰, 크롤러 드레이크하고 싸워야 하나? 해피하고 합류? 도주?
빌어먹을. 머리가 빙글빙글 돈다. 영적 영역으로 사고를 도주했는데도 욕망 증폭의 효과가 남아있어서 빠른 판단이 힘들다.
거기에 현혹, 환각, 혼란의 상승효과도 엄청났다. 텔레파스로 저항해도 막기가 힘들었다.
전생, 51번이 받았던 훈련 중에서 자백제나 마약에 저항하는 훈련도 있었다. 그때의 51번은 일반인은 거품을 물고 죽을 정도의 마약을 입에 달고 살았다.
하지만 그때 경험했던 마약도 지금 내가 느끼는 감각과 비교하면 몇 수는 딸린다. 나는 뇌가 터져나가고 우주와 내가 하나가 되는 황홀경을 느꼈다.
이대로 능지처참을 당해도 웃으며 죽을 수 있을 것 같은 엄청난 도야감! 차라리 이 쾌락에 빠져 죽는 게······.
도리도리!
‘정신 차려! 망상을 멈추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현혹, 환각, 혼란의 상승효과 덕분에 고통 전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전생을 거치며 쌓아온 정신은 비타민 D 결핍 환자들의 헛된 수작에 무너지지 않는다.
“흐흐흐······!”
나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히죽 웃었다.
미쳐서? 아니다.
잠깐의 망설임의 시간. 그 사이에 도주를 비롯한 모든 선택지는 사라졌고, 맨티코어의 돌진을 정면에서 막는 선택지밖에 남지 않아서다.
맨티코어의 뒤로, 크롤러 드레이크가 넓은 범위로 브레스를 쏠 준비를 끝마쳤고 다시 그 위를 애그 스폰의 저주 파동이 덮을 준비까지 끝냈다.
흑마법사의 공격 마법도 완성되었다. 지독하리만치 완벽한 포위망의 완성이었다.
맨티코어의 안면에 달라붙은 인간들. 그중 젊은 여성이 피눈물을 흘리며 내게 사과했다.
“미안해에에!”
중년 남성이 경고했다.
“안면 박치기 후 물어뜯고, 앞발로 후려칩니다!”
소년이 울었다.
“으아아앙!”
할아버지가 웅얼거렸다.
“애미야. 이마가 차다.”
내가 말했다.
“이렇게 지저분하게 가자 이거지.”
나는 완전히 돌아버렸다.
*****
북방의 악마는 강하다. 그것은 그가 신체능력이 뛰어나고, 빠른 회복과 나선 염동력의 달인이라서가 아니다.
그는 참혹하게 싸웠다. 말 그대로 뼈를 주고 뼈를 취하는 전법을 즐겨 썼다. 맛이 간 북방의 악마는 뼈가 부서져도 웃으며 돌격할 수 있지만, 다른 회복능력자는 그게 불가능했다. 그 차이가 북방의 악마와 일반 초능력자를 갈랐다.
하지만 나는 그의 전투술을 봉인했다.
이유는 별 거 아니다. 나도 아픈 건 싫다. 어차피 똑같이 이길 수 있는 싸움. 기왕이면 안 아프게 이기는 게 좋잖아.
또한 승천자의 무학을 익히며 굳이 북방의 악마의 전투술을 따라 할 필요가 없어졌다. 하지만 나는 오랜만에, 참으로 오랜만의 그의 전투 방식을 꺼내들었다.
“크왁!”
중년 남자의 판단은 틀렸다. 맨티코어는 박치기나 물어뜯기가 아닌, 앞발로 후려치는 걸 먼저 했다. 평소라면 그걸 피하거나 검으로 흘렸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는 오히려 앞으로 뛰어들었다. 발톱 안, 오러로 감싸이지 않은 부드러운 육구(肉球)에 몸통박치기를 날렸다.
와지직!
왼팔, 어깨뼈, 갈비뼈, 날개뼈가 부러졌다. 무릎과 발목 연골이 찢어지고 척추과 고관절이 뒤틀렸다. 나는 우반신의 근육을 따로 조절해서 오른손을 움직였다. 근육이 작살나는 걸 신경 쓰지 않고 오러를 일으켰다.
석둑!
익스퍼트 상급이 육체가 망가지는 걸 무릅쓰고 발휘한 오러는 맨티코어의 앞발을 일거에 베었다. 앞발 하나 베는데 왼쪽은 전신 박살, 오른쪽은 근육이 망가졌다.
하지만 상관없다. 나는 신체 변이 능력을 이용해 입을 뱀처럼 크게 벌였다. 그리곤 수 킬로그램에 다다르는 맨티코어의 살점을 뜯고, 피를 마셨다.
우적우적!
상대방의 피를 마시고, 살점을 뜯어먹어 안에 담긴 생명력을 흡수해서 고속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흡수 계열의 하위 초능력.
인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막대한 생명력이 담긴 살점이 주입되자 순식간에 뼈가 붙고 근육이 재생된다.
“크허헝!”
맨티코어가 앞발이 잘린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높게 울었다. 네발짐승이 으레 하는, 뒷다리로 서는 동작 있지 않나? 저 새끼도 네발짐승이라고 그 동작을 보여주었다.
잘 됐다. 나는 그대로 앞으로 뛰쳐나갔다. 검을 세로로 그어 훤히 드러난 복부, 연약한 살갗을 찢어발겼다.
후와악!
그 사이에 크롤러 드레이크의 브레스와 애그 스폰의 저주 파동이 발사되었다. 나는 맨티코어의 복부를 벌리고 그 안으로 들어가 공격을 피했다.
역한 냄새와 피, 물컹한 내장이 나를 반긴다. 나는 전신에 나선 염동력과 육체를 감싸는 오러를 발휘했다. 그런 뒤, 팽이처럼 빠르게 회전했다.
나선 염동력은 자동차도 우그러뜨린다. 오러 또한 그보다 강하면 강했지 절대로 약하진 않다. 두 막대한 힘의 표출에 맨티코어의 내장이 믹서기처럼 잘게 갈렸다.
바둥바둥!
“끄으어어억!”
맨티코어가 발버둥을 치며 땅을 굴러다녔다.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초능력을 발휘해 녀석의 잘게 갈린 내장을 모조리 꿀꺽! 꿀꺽! 마셨다.
생명력 흡수와 성력의 조화가 내 예상보다 뛰어나다. 상반된 초능력과 성력의 상승효과는 북방의 악마 때보다 족히 열 배 이상 뛰어난 회복 효과를 보여주었다.
북방의 악마가 이만큼 회복되려면 인간 수백 킬로그램을 먹거나 십 분 이상 완벽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위기에 빠진 덕분에 생각지도 못했던 상승효과를 알게 됐다.
나는 기쁨에 차서 맨티코어를 꽉 끌어안았다. 녀석의 복부 안에서, 두꺼운 기둥과도 같은 척추를 전력으로.
우드득!
척추를 압박하며, 발에 오러를 보내 살점을 찢는다. 맨땅을 밟아서 중전차처럼 앞으로 뛰어갔다. 수 톤, 어쩌면 십 톤이 넘는 살덩어리를 쥐고 뛰어가는 장면은 장관이라 할 만했다.
물론, 안에 있는 나는 못 보지만.
나는 앞으로 뛰쳐나가 그대로 크롤러 드레이크와 충돌했다.
쿠우웅!
크롤러 드레이크와 맨티코어가 한몸이 되어 뒤엉킨다. 나는 재빨리 맨티코어의 복부에서 뛰쳐나왔다. 내 오른손은 오러가 선명하게 맺힌 검, 왼손에는 맨티코어의 심장이 들려있었다.
심장 하나만 해도 내 상체만 하다. 나는 심장을 육포처럼 뜯어 먹으며 크롤러 드레이크에게 돌진했다.
크롤러 드레이크가 아가리를 쩍 벌린다. 녀석이 그대로 얼굴을 내밀었다.
“크롸롸!
짜가 드레이크 따위가 감히 드래곤처럼 울어? 건방진 새끼. 나는 피하지 않고 되려 녀석의 아가리로 향했다. 내 몸이 희끗! 해지고, 전신에 달라붙은 핏덩이가 가속을 이기지 못하고 홀로 남겨져서 철퍽! 하고 쓰러졌다.
나는 크롤러 드레이크의 입안으로 들어갔다. 날카로운 이빨이 내 왼쪽 발목을 잘랐지만, 줄건 줘.
구르륵!
입안에서 코를 썩게 하는 독기가 응집되는 게 느껴진다. 나는 입을 크게 벌려 심장의 삼 분의 일은 뜯어먹고, 나머지 삼 분의 이는 녀석의 목구멍에 처박았다.
“켁!”
아무리 브레스가 강해도 맨티코어의 심장을 녹이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 나는 그 사이에 혓바닥과 잇몸, 입천장을 오러로 있는 대로 갈았다.
콸콸콸!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피가 입 안에 가득 차고, 무너지는 관람차에 탄 것처럼 전신이 마구 흔들린다. 녀석이 얼굴을 흔들고 있는 거다.
보통 크롤러는 이 정도로 상처를 입으면 분열하는데, 흑마법사가 아예 이 녀석을 드레이크 형태로 고정한 것 같다. 이러면 나한테 더 이득이다.
나는 검을 곧추세웠다. 널뛰듯이 흔들리는 입 안, 출렁이는 피의 연못 안에서 차지를 날릴 자세를 잡고, 녀석의 입천장으로 돌진했다!
콰드득!
뼈와 살점, 인대가 부서지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크롤러 드레이크의 머리통이 폭발하듯이 터져나갔다.
공중에 떠서, 휘리릭! 회전하여 크롤러의 살점, 피를 털어낸다. 그리곤 전황을 살핀다.
해피는 흑검사를 모조리 쳐 죽였고, 부하 흑마법사가 내게 정신이 팔린 틈을 타서 몰래 접근하고 있다. 대장 흑마법사는 똥폼 잡는 걸 그만두고 위험한 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느 놈부터 잡을까.
고민하는 내 앞에, 슉! 하는 바람 새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곤 위로 그림자가 크게 졌다.
“그래. 네가 남았지.”
아직 애그 스폰이 남아있었다. 애그 스폰 수십 개가 나를 노려보고, 열 개체가 저주 파동을 쏠 준비를 끝냈다.
어쩌냐. 도망? 유수화접으로 흘리기? 크롤러 드레이크 안으로 숨기?
다 틀렸다. 북방의 악마는 돌진밖에 모른다. 나는 염동력을 발휘해 애그 스폰에게 뛰어들었다. 그리곤 빈 왼 팔에 오러를 뾰족하게 세워서 애그 스폰 한 녀석을 꿰뚫었다.
푸슉!
나머지 녀석들이 오러의 경력 때문에 몸을 부르르 떤다. 나도 왼팔이 곤죽이 되었다. 몇 놈이 내게 저주 파동을 쏘려 하지만······.
“성력 때문에 흑마력이 잘 안 움직이지?”
만능 성력의 압승이었다. 어딜 흑마력으로 이루어진 잡스러운 생명체 따위가 성력을 이기려고 하나. 애그 스폰이 성력의 오염 탓에 멈칫한 그 순간, 오른손에 들린 검이 새하얀 빛을 발했다.
075. 미운놈 칼침 하나 더 박는다.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