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Sword Seven Flesh Divine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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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말[言]
등편은 놀라 입을 떡하니 벌렸다. 설마하니 호인의 입에서 인간의 말을 들을 수 있으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등편이 범어를 외쳤을 때 호인들이 놀랐던 것 이상으로 등편은 충격을 받았다. 짐승의 얼굴로 인간의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이 매우 신기하고 놀라웠다.
“범, 범어가 무엇입니까?”
등편은 하대를 하는 호인에게 자신도 모르게 존대하며 입을 열었다.
호인은 그런 등편의 말에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네가 방금 사용한 것이 바로 범어인 것을 모르느냐?”
“제가 사용한 것?”
등편은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호인이 말한 것이 바로 자신이 사용한 호인의 언어라는 사실을 오래지 않아 알아챘다.
“혹시 제가 사용한 호인의 언어를 범어라 합니까?”
“그래, 그렇다. 네가 성대를 깊게 울린 그것, 그것을 바로 우리 종족 고유의 언어인 범어라 부르고 있지.”
호인은 인간의 언어를 능숙하게 사용했다. 호랑이의 입에서 사람 말이 나오는 게 여간 익숙하지 않았던 등편은 여러모로 당황했다.
호인은 그런 등편을 의식했는지 계속해서 말했다.
“어디서 배운 것이냐? 범어를 배우는 것이 쉬운 일은 결코 아닐 텐데. 특히나 인간의 입으로 우리의 울음을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이라 생각했다. 너는 이를 대체 누구에게, 어디서 터득한 것이냐?”
그의 물음은 상당히 조근조근 했으나 의문에 확실한 힘을 실어 묻고 있었다.
등편은 그런 그의 물음에 사실대로 이야기하기로 마음먹었다.
“저는 범어를 혼자 배웠습니다.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어디서 배웠냐고 묻는다면 이리로 오는 도중에 수레 위에서 배웠습니다.”
등편의 말에 호인의 얼굴에서 상당히 놀란 기색이 역력하게 내비쳤다. 아이가 혼자 공부하여 범어를 터득했다는 것은 그의 상상력의 범주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범어는 호인들도 어렸을 때부터 오랜 시간을 소비해서 배우게 되는데 그 이유는 특이한 울음에 따른 개성적인 특징 때문이었다.
어린 호인들은 낼 수 없는 소리와 음절이 존재했으며 한 울음에도 다양한 뜻이 있었고, 그것을 해석하는 것도 어순과 울음의 높고 낮음에 따라 뜻이 수십 갈래로 갈린다. 때문에 다 큰 호인이라 할지라도 범어를 제대로 발음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에 어린 인간인 등편이 범어를 발음했다는 것에 놀랐고, 그것을 혼자 터득했다는 것에는 더욱 놀랐던 것이다.
호인이 놀라 오랜 시간 생각에 잠기자 등편은 인간의 언어를 하는 호인이 약간은 익숙해졌는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의문점을 내비쳤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그리고 어떻게 인간의 말을 쓰시는 겁니까?”
등편의 물음에 호인은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그러고는 갑자기 등편의 얼굴 가까이로 자신의 얼굴을 붙이고 눈을 바라보았다.
등편은 몸 끝부터 두려움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지만 결코 주눅 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눈을 더욱 빤히 응시했다.
“작은 꼬마 주제에 의기 하난 높이 살 만하구나. 네가 생각하기에 내가 누구라 생각하느냐.”
그는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건 채로 호기롭게 말했다.
등편은 그 말에 당당하게 응했다.
“호인들의 대장이라 생각합니다.”
짝!
호인이 손뼉을 치며 길게 뺀 고개를 다시 되돌렸다. 표정이나 행동으로 보아하니 그는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모양새였다.
“소년이여, 눈 하나 깜짝 않는구나! 그래, 네 말이 맞다. 나는 염의 동쪽 지방을 다스리는 대족장 이소호칸이다. 네가 생각한 대로 나는 호인 무리의 대장이다. 내 위로 강제가 계시긴 하지만 강제를 제외하고선 이 범족에서 가장 높은 자라 할 수 있지.”
이소호칸의 말에 등편은 살짝 놀랐다. 그렇게나 높은 사람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보통 높은 사람은 매우 거대하고 층층이 높은 집에서 산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호인들은 인간의 그런 통념과는 다른 듯했다.
“그렇다면 하나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사실 무서운 감정은 등편의 등허리를 타고 목까지 콕콕 쑤셨다.
그 무서운 호인들 중에서도 상당히 높은 위치에 있는 자였고, 큰 권력을 가진 자였다. 하지만 등편은 공포심보다는 자신이 본래 가지고 있던 원초적인 의문점을 푸는 것이 더 중요했다.
말이 통하지 않았다면 호인과 명확한 의사소통을 하지 못했겠지만, 다행히 이소호칸은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훌륭한 조건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등편은 이소호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최대한 겸손하게 물었다.
“무엇이 궁금한가, 소년이여?”
“대답해주실 수 있습니까?”
등편의 말에 탁자 위에 있는 촛불이 살짝 흔들리는 듯했다.
이소호칸은 질문의 응답에 약간의 뜸을 들였다. 이 소년이 무엇을 물어볼지 몰랐기 때문이다.
하나 그의 성격은 그렇게 꽉 막혀있지 않았다.
“좋다, 내가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라면 대답해주지.”
“호인은 왜 인간을 습격하는 것입니까?”
이소호칸은 질문에 눈썹을 들어 올렸다. 어린 녀석이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해올 것이라고는 결단코 고려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하물며 상대는 같은 호인도 아닌 인간이었다. 범족에 비해 아주 작고 유약한 생물체이면서 연배도 자신에게 훨씬 미치지 못한 것이 말하는 싸가지가 아주 올곧았다.
이소호칸은 그런 녀석이 재미있어 살려둔 것이었지만 점점 더 호감이 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약하기 때문이다.”
“상대가 약하다면 무차별하게 죽이고 그것을 먹어도 되는 것입니까?”
고놈 참, 당당하게 말을 잇는 것을 보니 가소롭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만큼 강하게 밀어붙이는 상대에게 호인은 언제나 배울 점을 찾는 생물체였다.
작지만 등편의 용기는 이소호칸 자신이 보아온 어떤 인간보다 강했다.
“저는 알고 있습니다. 당신들이 우리 마을을 습격하고 우리 부모님을 죽였다는 것을. 하지만 단지 약하다는 것이 왜 죽어야 하는 이유가 되는 것입니까?”
“좋다! 말해주마. 그것은 바로 우리 종족, 범족이 가지고 있는 천성이기 때문이다. 천성! 하늘이 내려준 우리의 성질이다. 너희 인간은 약하다고 죽이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아니다. 우리는 약하면 죽이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 종족 자체에서도 있는 일이다. 우리는 우리 종족까지 약하면 죽인다. 약한 자는 살아있을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강해진다. 그리고 또 강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오직 힘! 그것이 범족의 존재 이유인 것이다.”
이소호칸이 호인의 힘에 대한 논리를 강하게 주장했다. 어린아이를 상대로 우스운 것이었겠지만, 등편은 그 말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그런 모습을 보고 이소호칸은 이 소년이 참으로 범상치 않다 여겼다.
“그렇다면 당신들이 인간을 죽이는 것은 습성이라는 것입니까?”
한 토씨도 틀리지 않고 등편은 또박또박 말했다. 등편의 말에는 혐오라는 독이 가득 묻은 가시가 잔뜩 박혀있었다.
“너희 인간들도 약한 생물체는 죽이고 잡아먹는 것이 보통이지 않느냐? 그것은 우리의 습성이기도 하나 너희의 습성이기도 하다. 세상 이치이기도 하지.”
“동물들은 말을 못하지 않습니까? 그들은 자신을 죽여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과연 원망하지 않는 것일까? 소년이여, 과연 너희가 약한 생명체를 죽이고 그 고기를 취해 먹을 때, 그 동물들은 너희를 원망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등편은 이소호칸의 말에 약간 움츠려졌다. 자신이 죽인 동물들이 자신을 원망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들은 의사소통할 방도가 없었을 뿐인 것이다.
“원망을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그들은 말을 못하지 않습니까? 그들은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등편이 말을 잇는데 이소호칸이 중간에서 말을 끊었다.
“그렇다면 너는 동물이 말을 한다면 잡아먹지 않을 심산이냐? 너의 배가 주리고 당장 죽어가는데 네 앞의 토끼가 살려달라 말한다고 해서 너는 그 토끼를 살려주고 네가 죽을 것인지 묻는 것이다.”
“그건…….”
“네 말은 마치 용정의 말과 일맥상통하는구나. 사실 용정과 우리가 반목하게 된 이유도 거기에 있지만 말이다.”
이소호칸이 용정이라는 것을 언급하자 등편은 아리송한 표정으로 이소호칸을 쳐다보았다. 용정은 등편이 모르는 것이었다.
“너는 용정을 모르는 듯싶군. 어쨌든 내가 다시 묻겠다. 넌 잡아먹을 것이냐, 살려줄 것이냐?”
등편은 잠시 고민했다. 그러곤 자신이 지금까지 삶을 살아오면서 얻은 경험에서 추론하여 결론을 내렸다.
“잡아먹을 것입니다.”
“왜지?”
“제가 살기 위해서입니다. 토끼에겐 미안하지만 미안하다고 제가 죽을 순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크하하하하핫!”
이소호칸이 크게 웃었다. 이것은 비웃음도 아니고 조롱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놀라서 웃은 것도 아니었다. 순전히 기쁨과 등편에게 칭찬이 담긴 웃음이었다.
“그래, 네가 생각하는 그런 논리다. 그 논리에 강함을 더 가중시킨 것이 바로 우리 범족의 논리이다. 인간은 유약하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죽이고 먹는 것이다. 우리의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서 말이다. 아주 간단한 이론이지 않느냐?”
이소호칸은 자신들의 논리를 정확하게 집어낸 소년을 칭찬했다.
등편은 이소호칸의 설명에 어느새 자신도 납득하게 된 것을 신기롭게 생각했다.
자신은 이소호칸의 말에 반박할 여건을 찾아내지 못했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의 삶도 호인처럼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네 부모와 동족을 죽여 우리 범족을 증오하고 미워하느냐?”
등편은 이소호칸의 다음 질문에 상당한 시간을 소비하며 생각해야만 했다.
============================ 작품 후기 ============================
2014-07-30 출판 본으로 본문을 수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