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121
120화 한중 분타(2)
사흘 뒤, 한중상련의 일이 궤도를 찾을 즈음 적화란이 떠날 채비를 마쳤다.
적사중을 비롯한 적룡당의 인원들이 돌아갈 때 끼어 가기로 했기 때문.
“홍화루의 일만 아니었다면 함께 돌아갔을 텐데…….”
적화란이 볼멘소리를 하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석 달 뒤에 봬요. 선배. 그동안 집은 제가 보고 있을게요.”
“아니…….”
집을 왜 네가 지키냐고.
곧장 따지고 싶었지만, 적사중을 비롯한 살귀들의 눈치가 보여 고개만 끄덕였다.
“역시 저밖에 없죠?”
적화란이 두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고.
“그, 그래, 고맙다.”
적사중이 그런 그녀를 보며 귀엽기 짝이 없다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뻐한다더니 천하제일 살귀도 막내 손녀는 예뻐 죽겠나 보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하지.”
적사중이 여러 의미가 함축된 인사말을 건네 왔다.
한중상련을 잘 이끌어 적룡당의 훌륭한 투자처가 되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을 터다.
그리고 그건 나 역시도 바라는 일이다.
적룡당은 자금과 정보를 투자하여 돈을 벌고 한중상련은 모자란 자금을 채울 수 있는 아주 훌륭한 거래였으니까.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모자란 돈도 대 주고 실시간으로 최신 정보까지 준다는데, 실패하려야 실패할 수가 없다.
씨익.
만족스럽게 웃던 적사중이 고개를 돌렸다.
“묘향이라고 했느냐?”
“네? 네!”
“상련의 총관을 맡기로 했다고?”
“네…….”
그가 작은 쪽지 하나와 은패를 건넸다.
“한중에 있는 연락소의 위치와 신분을 나타내는 패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들르거라.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다.”
“감사합니다.”
“끌끌, 그럼 석 달 뒤에 보자꾸나.”
적사중이 고삐를 채어 말머리를 돌렸다.
그가 어느 정도 멀어지자 묘향이 작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흐음, 이런 것까지는 필요 없는데…….”
“뭐?”
내가 깜짝 놀라 돌아보자 묘향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어머, 들으셨어요? 혼잣말로 한다는 게 그만.”
그녀가 아주 작게 속삭였다.
“이미 용 방주와 손을 잡기로 했거든요. 아무래도 정보는 여러 경로로 받는 게 좋잖아요?”
“…….”
보면 볼수록 내가 알던 묘향이 맞나 싶다.
* * *
“으하암!”
“집에 안 가냐?”
느지막이 일어난 청소소를 보니 자동으로 잔소리가 튀어 나갔다.
“어머? 지금 여자 혼자 돌아가라는 거예요? 그 험한 길을?”
“적룡당에 끼어서 돌아갔으면 되잖아. 아니면 육학 아저씨랑 가도 되고.”
“밥해 주는 사람도 없는 집에 가서 뭐 해요? 혼자 집 지키는 것도 싫고요. 으아아, 조금 더 잘까?”
감지 않아 산발이 된 머리를 정돈할 생각도 안 하고 내원 한가운데 드러누워 버리는 청소소.
옷은 또 얼마나 빨지 않았는지 흰색이었던 옷이 아이보리 색으로 변한 지 오래였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는 멀쩡했는데 말이야.’
최근 보름간의 객잔 생활이 그녀의 생활 패턴을 개백수의 그것으로 바꿔 버린 것이 틀림없다.
도로롱. 쿠울.
내가 지켜보든 말든 어느새 잠들어 버린 그녀를 보니 절로 고개가 저어졌다.
‘아예 청가장으로 보내 버릴까?’
그런 마음을 먹었을 때였다.
샤아.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살기에 몸이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네놈, 소소가 자는 틈에 무슨 짓을 하려 한 것이냐?”
육학이었다.
“하긴 뭘 합니까? 그냥 꼴 보기 싫어서 나가려던 참인데.”
“……허튼짓을 하려고 한 게 아니고?”
“이 꼴을 보십시오. 대협 같으면 이런 거지꼴을 한 사람한테 관심이 생기겠습니까?”
“크흠, 이쁘기만 하고만…….”
“눼눼, 육 대협이나 많이 예뻐해 주십시오. 저는 이만 출근할 테니 백수이신 두 분께선 하던 대로 자알 먹고 주무십시오.”
그렇게 두 사람을 두고 출근길에 올랐다.
분타는 상련의 근처, 한중의 정 가운데 위치했다.
구룡성에서 가장 중요하게 취급하는 분타답게 사 층이 넘는 전각 수십 채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그 전각 하나하나가 웅장하면서도 튼튼하게 지어진 티가 났다.
아마, 전쟁이 났을 시 주둔하는 무사들의 숙소로 사용하려고 일부러 크게 지은 것이리라.
정문의 크기 역시 한중상련이나 만금전장의 그것만큼이나 컸다.
분타를 향해 걸어가자 언제나처럼 문지기가 반겼다.
‘지겹다.’
솔직히 문지기를 둬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나쁜 놈들이 쳐들어왔을 때 1초도 버티지 못하는데 말이다.
언젠간 전 무림의 문지기 시스템을 손보기로 마음먹고 문지기에게 다가갔다.
“적룡당의 공녀님과 함께 오셨던 분이시군요. 오늘은 어떤 용무로 오셨습니까?”
정정하겠다.
1초 컷이 아닌 3초 컷 정도는 되는 문지기가 나를 맞이했다.
“앞으로 삼 개월 동안 임시로 총관을 맡게 된 진무전이다.”
“헉! 그렇다면 대협께서 투, 투룡 진 대협이란 말씀이십니까?”
“크흠, 뭐 무림의 친구들이 그렇게 불러 주기도 하지.”
“이런! 만나 뵙게 되어 삼생의 영광입니다!”
“삼생까지야…….”
실룩.
투룡 마케팅의 성공을 확인하자 나도 모르게 입가가 꿈틀댔다.
역시, 브랜드를 알리려면 꾸준한 마케팅만이 답이다.
“그나저나 안으로 좀 들어가지. 첫날부터 지각할 수는 없지 않겠나?”
“이런! 죄송합니다. 제가 모실 테니 들어오시지요.”
“허허, 이거 참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는군. 그런데 자네는 나이가 어떻게 되나?”
“올해 스물여덟입니다.”
“……나보다 어리군.”
전생의 나이까지 합치면 나는 마흔이 넘었으니까.
“예? 제가 알기론…….”
“어서 가지.”
“아, 예.”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니 웅장한 내부가 나를 반겼다.
얼마 전 전전대 분타주가 작성했다던 계약서를 찾을 당시에도 왔었지만, 일터로 마주하니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뭐랄까…….
마치 내 세상 같은 느낌이랄까?
아무래도 새로운 분타주와 총관이 올 때까지는 내 지위가 가장 높으니까.
문제는.
“왜 이렇게 사람이 없지?”
“아, 그게 최근 대대적으로 감사가 이루어져 많은 수가 본성으로 소환되었습니다.”
“아.”
하긴, 윗물이 썩었는데 아랫물이 맑을 수가 없지.
‘그러게 적당히들 해 먹었어야지.’
역시, 뭐든 과하면 체하는 법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외당의 시스템은 훌륭하기 그지없다.
단순한 편의를 제공하는 선에서 적당한 돈을 받아먹을 뿐, 문제가 될 만한 액수는 미리 거절하니 말이다.
“여기가 총관님의 집무실입니다.”
“고맙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혹시 더 설명해 줄 게 있으면 좀 부탁하지.”
“설명이라 하시면…….”
“분타의 업무라든지 그런 거 말이야.”
“아. 예. 알겠습니다.”
설명은 길지 않았다.
일단, 분타의 가장 큰 업무는 한중이란 도시의 치안 관리. 외당의 업무와 똑같았다.
다만.
“정찰조와 타격조라…….”
십마련이 언제 준동할지 모르는바.
발이 빠른 이들을 위주로 정찰조를 구성해 꾸준히 운영해야 하고.
만약 국지전이 벌어지게 되면 무공이 강한 타격조를 출동시켜, 경계를 넘은 마구니들을 지옥으로 보내 줘야 했다.
문제는, 타격조에 속해 있던 이들이 상당수 태업 중이라는 거다.
“왜 그렇지?”
“타격조의 상당수가 전 총관님의 사람이어서 그렇습니다.”
“출신은?”
“……대부분 금룡당입니다.”
“얼씨구.”
알 만했다.
합자 회사와 비슷한 구조인 구룡성은 각 당에서 무사를 파견받아 분타를 운용한다.
한중 같은 경우 금룡당의 입김이 센 지역이다 보니 그쪽 무사들이 많이 파견됐던 것 같다.
금룡당과 척진 내가 총관으로 파견되었으니 태업은 더욱 심해질 것이 확실했다.
“분타에 남아 있는 모든 이들을 불러 모아 줘.”
아예 안 하면 모를까, 하기로 했으면 제대로 해야 하는 법.
분타를 제대로 운용하기 위해선 살풀이 한번 시원하게 해야 할 듯싶다.
“알겠습니다.”
“이름이 어떻게 되나?”
“금자환입니다. 본래 타격조에 속해 있었지만 최근 사람이 없어 문지기를 맡고 있었습니다.”
“……그렇군.”
잠시 후.
휘이잉.
분타 중앙에 자리한 대연무장에 도착하자 오십여 명의 무사들이 모여 있었다.
대부분 치안 업무를 담당하는 무사였는지 한쪽 허리춤에 포승줄을 착용하고 있었다.
그들을 내려다보며 금자환에게 물었다.
“분타의 총원이 몇이지?”
“백 오십입니다. 하지만, 본성으로 송환된 인원이 오십입니다.”
“그럼 쉰 명이 나오지 않은 건가?”
“예.”
“구성은?”
“정찰조 스물 전원과 타격조 서른 전원입니다.”
“어디 있냐?”
“예?”
“그놈들 어디 있냐고.”
“……저깁니다.”
내 물음에 금자환이 한쪽 구석에 서 있는 전각을 가리켰다.
투웅.
곧장 비천풍을 펼쳐 날아가 전각 앞에 내려앉았다.
콰직.
문을 걷어차 부수니 수십 개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안쪽에 있던 놈들이 곧장 무기를 꺼내 들었다.
“어라? 무기까지 꺼내 드네?”
풀쩍 뛰어 놈들 한가운데 착지했다.
“하긴, 상관없겠지.”
어차피, 신나게 패 주려고 했으니까.
파지직.
마음을 먹자마자 몸속에서 전왕기가 날뛰기 시작하며 자기장 같은 경력을 퍼뜨렸다.
“지금부터 명령 불복종에 대한 처벌을 시작하겠다.”
“보아하니 임시 총관 같은데…….”
뻐엉! 쾅!
가장 먼저 입을 연 놈의 가슴께를 걷어찼다.
대포알처럼 튕겨 나간 놈의 몸이 벽을 뚫고 날아갔다.
“…….”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전각 내부가 적막에 휩싸였다.
“가만히 있을 거야?”
놈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반항을 하든 안 하든 어디 한 군데는 부러질 텐데. 뭐라도 하는 게 덜 억울하지 않겠어?”
“빌어먹을!”
놈들이 무기를 빼 들고 달려왔다.
‘나쁘지 않은데?’
한중 분타에서 정예들만 모아 둔 타격조라 그런지 수준이 꽤나 높았다.
폐급이 모여 있는 중대를 생각했는데, 나름 A급들이 모여 있는 중대는 되는 수준이라고 해야 할까?
‘제대로 상대해야겠군.’
자칫하면 개망신을 당할 수도 있으니깐 말이다.
슈우웅. 쌔액.
양쪽에서 날아오는 금빛 광채.
만금전장의 무사들이 사용하는 레어 템인 금연검이었다.
파팟.
전왕류의 경력을 두른 손으로 검날을 쳐낸 뒤.
파앙!
전방을 향해 전왕십삼투를 퍼부었다.
콰직. 콰직.
“컥.”
“크악!”
전방의 네 명이 순식간에 무력화되는 걸 확인하자마자 벼락같이 펼친 미들 킥.
뻐엉!
허리춤을 제대로 얻어맞은 놈이 배트에 맞은 야구공처럼 튕겨 나갔다.
물론, 상대는 분타의 정예라 할 수 있는 타격조.
놈들 역시 날카로운 반격을 해 왔다.
콰직. 스걱.
앞뒤에서 날아온 금연검에 의해 허리춤과 등 뒤가 베인 것이다.
그래 봤자.
“푸흐흐, 놀랐지?”
용린갑이 있는 한 피부에 스치지도 못하지만 말이다.
무전무생(無錢無生) 유전유생(有錢有生).
최근 내가 깨달은 무림의 이치다.
보물을 가진 자가 살아남는 건 당연하다는 거지.
이다음부터 흐름은 일방적으로 내 쪽에 유리하게 흘러갔다.
툭툭. 퍽.
놈들의 무른 연검은 용린갑에 흠집 하나 내지 못했고.
“보갑을 입고 있다! 하체를 노려!”
놈들이 뒤늦게 내 약점을 파악하여 연검을 휘둘렀지만.
쿠웅.
나는 전왕보를 펼쳐 손쉽게 놈들의 검격에서 빠져나갔다.
“이익!”
후웅!
“호오.”
나름 에이스가 섞여 있었는지 금빛 검기가 내 쪽으로 날아들었다.
일류보단 위였고 절정이라 불리긴 아쉬운 수준.
오늘 본 검격 중 가장 괜찮았지만.
쿠아아!
그래 봐야 전룡기의 먹잇감에 불과했다.
호신강기에 의해 검기가 막히자 놈들이 하나둘 무기를 놓기 시작했다.
툭툭. 챙챙.
“졌습니다.”
“벌을 받겠습니다.”
항복 의지를 보인 것이다.
싸움이 시작되고 반 각도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었다.
문제는.
“맨손으로 싸우게?”
내가 그만둘 생각이 없다는 데 있었다.
분타로 출근한 첫날의 업무는 그렇게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