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138
137화 선빵 필승
춘절을 맞이해 열린 축제는 불꽃 같은 매출을 터트리고 종료되었다.
무슨 소리냐고?
박룡국수, 아니 박룡소시지에 대한 이야기지 뭐겠는가.
촤르륵.
“여기 있습니다. 총관님.”
“으음……. 수고했다.”
동전이긴 했지만, 대충 봐도 천 개는 넘어 보이는 개수. 은자로 열 냥이 넘는 돈이었다.
매출이 아닌 순이익임을 생각한다면 박룡소시지가 얼마나 대박을 냈는지 짐작되는 부분이다.
“따라 하는 놈들은 없었고?”
“총관님의 비법으로 만들었다고 써 붙여 놓으니 감히 따라 하는 자가 없었습니다.”
내가 레시피 도용 같은 비도덕적인 일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 사람임을 다들 잘 아는 게지.
흡족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으니 박룡문의 대제자, 북궁하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어…… 총관님께 드릴 청이 있습니다.”
“뭔데?”
“돈소시지로 장사를 하고 싶습니다.”
“……음식 장사가 쉬운 게 아닌데? 이번만큼 잘 팔린다는 보장도 없고.”
사실, 박룡소시지가 성공한 건 축제 한복판의 길거리 노점이란 점이 분위기를 돋우고, 분타에서 적절히 홍보한 덕이지 음식 맛만으로 성공한 건 아니었다.
만약 제대로 된 음식점을 열고 장사를 시작한다면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할 가능성이 컸다.
아무래도 장사를 해 본 경험이 없을 테니 말이다.
그 때문에 나는 창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지만, 북궁하진은 물러서지 않고 장사를 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결국.
털썩.
그가 무릎을 꿇는 모습에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박룡문의 식구들이 더는 굶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
“…….”
그 모습을 보니 왠지 옛날의 묵룡당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몇 가지 요리를 알려 줄 테니 할 거면 제대로 해봐. 초기 비용은 내가 대 주마. 대신 이익금의 절반은……. 알지?”
“가, 감사합니다! 이 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일단, 요리법부터 말해 줄 테니 적어. 밀가루로 만든 빙 사이에 돈소시지를…….”
대신, 박룡소시지가 아닌 박룡핫도그로 창업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간식보다는 식사가 더 많이 남을 테니 말이다.
* * *
그렇게 창업에 대한 기나긴 조언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보니, 청소소가 그동안의 더러움을 벗어던진 채 말끔한 모습으로 의료 도구들을 손질하고 있었다.
한중 촉적계를 평정한 뒤 마음의 평안을 되찾은 것이다.
“오셨어요?”
귀뚤귀뚤.
그녀가 인사를 건네자 옆에 있던 청아라는 귀뚜라미가 함께 울었다.
“…….”
사람을 따르는 귀뚜라미라니. 정신이 아득해지는 설정에 잠시 현기증이 났다.
참고로 나는 도박장에 팔자고 했다.
양령이 엄청나게 비싸게 산다고 했거든.
도박장의 새로운 상징이 될 거라나 뭐라나.
하지만, 청소소는 청아에게 자유를 찾아 준다며 거절했다.
미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속으로 혀를 차며 바라보고 있으니 청소소가 귀여운 강아지를 쓰다듬듯이 청아를 쓰다듬었다.
아무리 봐도 절로 고개를 젓게 되는 광경이었다.
“뭐 하고 있었어?”
“그냥 차나 한잔하며 대법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어요.”
“대법?”
“예, 지금의 청아를 만든 회천도인금침대법(廻天道引金針大法)이요. 좀 더 잘 펼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야 당연한 거 아니야?”
사람에게 쓰는 대법을 귀뚜라미에게도 성공했으니 숙련도 100%를 안 찍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아뇨. 그런 느낌이 아니라 대법의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말씀드리는 거예요. 으음……. 그게 뭐냐면요……. 아 답답해. 왜 설명이 안 되지?”
대답을 하던 청소소가 대뜸 성질을 내며 머리를 긁었다.
아무래도 문과적 소양이 부족한 모양.
청소소는 결국 짜증을 내며 방으로 돌아가 버렸다.
“아이 씨, 짜증 나……. 가자 청아야.”
귀뚤귀뚤.
“…….”
쟤는 어째 날이 갈수록 이상해지는 거 같다.
* * *
스스로 부여한 휴가는 쏜살같이 흘러갔다.
다시 한번 연장하려 했지만.
“이거 뭐냐?”
“사직섭니다.”
“구룡성의 법도상 사직은…….”
“저는 금룡당의 무공을 익히지 않았기 때문에 적용받지 않습니다.”
“…….”
사직서를 던지는 금자환의 초강수에 무산되고 말았다.
결국 일을 시작한 나는 우제준을 그리워하며 몰려드는 서류를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대충 할 수도 없고…….’
분타의 최종 책임자에 내 이름이 올라가 있었기에 대충 도장을 찍고 넘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혹여나 문제가 생기면 내가 전부 뒤집어쓸 수도 있으니 말이다.
어쩔 수 없었다. 그냥 열심히 하는 수밖에.
‘어디 보자……. 축제 예산은 이상 없고…….’
쿵.
도장을 쿵쿵 찍으며 서류를 확인한 지 네 시진.
밀려 있던 일이 거의 끝나갈 즈음 정찰조에서 보낸 서류가 눈에 들어왔다.
‘화전민 마을이 몰살당했다라……. 도적 떼가 나타난 건가?’
정파인 구룡성과 정도맹 영역에선 흔치 않은 일이다.
강력한 법 집행을 추구하는 무황성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고.
다만, 마도 천하를 기치로 내세우는 십마련이나 천하 사파의 본산인 사자맹에서는 꽤나 흔한 일이었다.
그런데 구룡성과 정도맹의 영역이 겹치는 한중에 도적 떼가 나타났다는 건.
‘마도 놈들이겠군.’
십중팔구 십마련의 하위 문파가 도적질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본산에 돈을 바치기 위해.
믿기지 않겠지만, 십마련은 계속 이런 식으로 자금을 마련해 왔다.
물론, 그들 역시 감숙과 청해, 신강에서 나오는 세수는 있다.
다만 땅이 척박하고 인구가 적은 탓에 그 세수가 적다는 게 문제였다.
이를 타개하려면 상업이나 산업을 부흥시키거나, 암염 광산 같은 걸 개발하는 등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어디 십마련 놈들이 그런 걸 알아보기나 할까. 자신들의 하위 문파에 도적질이나 종용하는 놈들인데.
아마 구룡성과 정도맹, 무황성이 경제라는 개념을 깨닫는 날이 십마련이 망하는 날이 될 거다.
현대에서 북한이 당하듯이 경제 제재를 당하면 내부에서부터 무너질 게 틀림없으니까.
여하튼, 지금 중요한 건 도적 떼의 탈을 쓴 마도 놈들의 뒤를 쫓는 것.
나는 금자환에게 말했다.
“정찰조장 들어오라고 해.”
“예.”
잠시 후, 정찰조장이 황급히 내 앞에 섰다.
“부르셨습니까?”
“이거 좀 봐 봐.”
“으음……. 어제 삼조가 발견해서 보고한 서류군요.”
“알고 있었어?”
“예, 그렇지 않아도 두 개 조를 시켜 근방을 수색하고 있습니다.”
두 개 조면 스무 명. 최소한 이류는 되고 일류도 심심치 않게 있는 그들의 무위를 생각해 봤을 때 작지 않은 전력이다.
“이거 아무래도 느낌이 안 좋아. 내일부터는 한 조당 경비조도 한 조씩 같이 파견……. 아니다. 아예 흑산호 형님들에게 부탁해 놓을 테니 함께 다녀라.”
“그렇게나 말씀이십니까?”
“십마련 감숙 분타가 불탄 일 잊었어? 이놈들 이거 이를 갈고 있을 거야.”
“으음……. 이해했습니다.”
높은 확률로 잔챙이들이겠지만, 치열한 빈집털이에서 승리한 지 얼마 안 된 시기이기에 나는 혹시 모를 위험을 대비함에 만전을 기했다.
내 전 재산이 박혀 있는 한중을 반드시 지켜 낸다는 마음가짐으로 말이다.
* * *
보름 후.
내가 언제나처럼 강도 높은 격무를 치르고 있을 때였다.
똑똑.
“들어가도 돼요?”
“이미 들어왔으면서 무슨 허락을 받아? 어서 와.”
“후후후.”
양 볼이 살짝 상기된 묘향이 집무실로 사뿐사뿐 들어왔다.
“여긴 어쩐 일이야?”
“조장님과 함께 퇴근하려고 들렀죠. 조금 후면 보지도 못할 테니까요.”
“아…….”
그랬다.
겨우 한 달 정도 남은 임기가 끝나면 나는 구룡성으로 돌아가야 한다.
반면 묘향의 경우 나를 대신해 한중상련을 컨트롤 해야 했기에 한중을 떠날 수 없었고.
즉, 그녀와 헤어질 날이 머지않았다는 뜻이다.
‘으음…….’
이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머나먼 타지까지 와서 나를 위해 일해 주는 것이 아닌가. 구룡성에 이뤄 놓은 기반도 내버려 둔 채.
‘잘해 줘야겠어.’
해야 할 일은 절대 미루지 않는 남자, 진무전.
곧바로 금자환에게 말했다.
“크흠, 오늘은 이만 퇴근할 테니 내일 보자고.”
“예? 갑자기 그게 무슨……?”
“어허! 어디 상관이 말하는데 말대답인가! 잘리고 싶어?!”
“제 사직서를 반려하신 건 총관님이시잖습니까…….”
간단히 그를 제압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묘향을 에스코트했다.
“가실까요?”
“어멋, 음음……. 그러지.”
묘향이 살짝 부끄러워하며 내가 열어 둔 문으로 나갔다.
잠시 후.
와글와글.
한중 제일 주루 월화루의 일 층에 들어서니 언제나처럼 시끌벅적한 광경이 보였다.
“오셨습니까. 총관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점소이를 관리하는 슈퍼 점소이가 우리를 맞아 주었다.
“크흠, 오늘은 삼 층으로 안내해 주게.”
내 요구에 슈퍼 점소이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당연했다. 이곳 월화루의 삼 층 메뉴들은 지역 유지들도 쉽게 오지 못할 만한 가격을 자랑했으니까.
옆에 있던 묘향이 깜짝 놀라며 내 소매를 잡았다.
“조장님, 너무 무리하지 않으셔도…….”
“어허! 누이는 마음 편히 밥이나 먹고 술이나 마셔! 어디 여자가 남자 일에 끼어들어?”
“…….”
우리는 슈퍼 점소이의 안내로 삼 층에 올랐다.
역시나 비싼 곳답게 온갖 화려한 비단옷으로 치장한 이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오늘은 입을 줄이기 위해 청소소도 빼놓고 왔으니까.
“크흠, 누이 뭐 먹을까?”
“글쎄요? 항상 먹던 것만 먹다 보니 뭘 먹어야 할지 모르겠네요.”
크으……. 검소하기까지.
하긴, 이런 성격이라 내가 재산 관리를 맡긴 거였지만.
“모를 때는 추천을 받는 게 제일이지.”
손을 들자 슈퍼 점소이가 황급히 다가왔다.
“둘이 먹을 만큼 적당히 가져오게나.”
“상급과 중급 요리 중 무얼 중심으로 올리면 되겠습니까?”
고민되는 질문.
평소라면 당연히 보기에 없는 하급을 찾았겠지만, 오늘은 묘향을 대접하러 온바.
“반반씩 해 주게나.”
나는 당당하게 반반을 외쳤다.
“절임도 넉넉하게 가져다주고.”
무 많이도 빼놓지 않고.
내 통 큰 주문에 묘향이 불안해하는 눈빛으로 물었다.
“혹시 열이 나거나 어디 아프신 건 아니시죠?”
“…….”
잠시 기다리자 이름도 모르는 요리들이 식탁 위로 올라왔다.
요리는 눈으로도 먹는 것이라는 말을 실천하는 것처럼 플레이팅이 하나하나 심상치 않았다.
“헉, 마, 맛있다.”
“여태껏 먹었던 요리들이 전부 가짜였던 것 같아요.”
또한, 그 맛 역시 비범하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루주님의 선물입니다.”
최고급 술까지.
역시 이래서 사람은 빚을 지고는 못 사는 법이다.
이런 좋은 곳을 미수금 때문에 방문하지 못했다니.
과거의 나를 반성하며 한 잔 두 잔 들이켜자 얼굴이 벌게진 묘향이 걱정된다는 투로 말했다.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최근에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는 거 아세요?”
“소문?”
“얼마 전 보고도 들어갔다고 하던데…….”
“아, 도적들 말하는 거야?”
도적들이라고 쓰고 마도 놈들이라고 읽지만.
“예, 맞아요.”
“조치를 해 놨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유격전에서 흑산호를 당할 단체는 없으니까.
“그럼 다행이지만…….”
묘향이 주위를 둘러보며 작게 속삭였다.
“서장에서 넘어온 상인들이 말해 준 건데요. 그쪽은 도적단 때문에 난리래요.”
‘거위의 배를 가르고 있군.’
아무래도 감숙 분타가 불탄 일로 십마련 놈들의 돈줄이 마른 것 같다.
“그리고 그 상인들이 말하길, 청해 쪽에서도 심심치 않게 도적단을 목격했다는 거 있죠?”
“뭐?”
“그래서 요새 모극 련주가 걱정이 많아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혹시나 그놈들이 넘어와서 서장에서처럼 무차별적으로 상인들을 공격한다면 견디기 힘들 거예요.”
소문이 사실이라면 이건 상련이 망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 정도 규모의 도적단이 한중 근방을 쑤시고 다니면 누구도 상행을 떠나려 하지 않을 테니까.
‘알아 봐야겠군.’
전 재산이 박혀 있는 상련의 위기를 내버려 둘 수는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