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140
139화 선빵 필승(3)
감숙성, 무도현.
섬서 바로 옆에 있는 이곳은 한중과 같은 교통의 요충지로서, 척박한 감숙성 내에서도 그나마 살 만하다고 평가받는 곳이다.
그 덕분에 무도현을 관장하는 십마련의 하위 문파, 광인방은 나름대로 강한 전력을 보유할 수 있었다.
광인방은 그 전력으로 무도현을 지키는 데 큰 노력을 쏟았다.
언제 어디서 같은 십마련 소속의 마도 무리가 도적단으로 돌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날도 여느 때와 같은 날이었다.
성문을 지키는 광인방도는 통행하는 이들과 그들이 가져온 물품을 살피며 혹여 이상한 자가 있는지 걸러 냈다.
구룡성의 첩자를 잡기 위함이 아니라, 혹여 불순한 의도를 품고 들어온 마도인을 잡기 위함이었다.
‘아군을 조심해야 한다니 개 같은 일이지.’
속으로는 투덜댔지만, 그는 최선을 다해 맡은 바 임무를 다했다.
한순간의 방심으로 성문이 열리고, 도적으로 변한 마도 무리가 들이닥칠 수 있었으니까.
강자존.
마도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문화였다.
그렇게 반나절쯤 지났을까?
두두두두.
저 멀리서 일단의 기마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저런 광경이 보일 때는, 결코 좋은 일이었던 적이 없었다.
십중팔구 아군이 도적으로 위장하여 무도를 공격하는 것일 터.
“습격이다!”
댕댕댕댕.
그가 문 옆에 걸린 종을 쳐 적의 습격을 알렸다.
습격이다-!
그러자 사방에서 광인방도들이 순식간에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마치 한 몸이 된 것처럼 움직여 성벽 안쪽에 진을 형성했다.
문을 닫아 기마의 돌파력을 죽이고 벽을 넘어오는 적을 차례로 상대하기 위함이었다.
많은 훈련과 실전을 거친 것이 느껴지는 대응 방식이었다.
그리고.
“하! 감히 어떤 놈들이!”
광인방주.
십마련에서 인정받는 마도의 절정고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칠 척에 가까운 키와 커다란 덩치, 거기에 육 척의 태도. 철담마도(鐵膽魔刀)라는 그의 별호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두두두두.
어느새 지척에서 들려오는 기마 소리.
광인방주가 내공을 담아 외쳤다.
“창을 세워라!”
척척척.
날카로운 창날이 성벽을 향해 세워졌다.
이대로만 있어도 벽을 뛰어넘는 적들을 차례로 꿰뚫을 수 있을 터.
하지만.
적들은 성벽을 뛰어넘지 않았다.
그렇다고 기척을 죽인 것도 아니다.
히이잉.
타고 온 말의 울음소리가 바로 앞에서 났으니까.
“습격이 아닌가?”
당황한 광인방주가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때.
콰아아앙!
커다란 폭발음이 들리며 성벽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이 무슨!”
광인방주가 두 눈을 부릅뜨며 정면을 주시했다.
당연했다. 수만 근의 성벽을 부수려면 수십 근의 벽력탄을 터트리거나.
“가, 강기.”
완숙에 이른 초절정 고수가 전력을 다해 강기를 때려 넣는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리고.
“가진 거 다 내놔. 이 새끼들아.”
도적단의 젊은 무인이 광인방주를 향해 달려들었다.
* * *
부왕-!
하늘을 찢으며 떨어지는 거대한 태도.
크기만 놓고 본다면 회룡당의 도보다 거대했지만.
콰직!
도에 실린 힘은 가볍기 그지없었다.
“헉!”
내 주먹질 한 방에 애도가 부러지자 광인방주가 대경하며 뒷걸음질을 했다.
그 빈틈을 놓칠 내가 아니다.
퉁.
접근전으로 돌입하여 그의 전신에 경력이 실린 전룡십삼투를 박아 넣었다.
파앙! 우드득.
순식간에 작살난 그의 전신. 목뼈가 부러지는 것을 끝으로 그의 눈에 생명력이 사라졌다.
항복을 종용하기 위해 곧장 광인방주의 머리채를 잡아채 들었지만.
“…….”
촤악! 서걱!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확인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전멸.
스물의 흑산호는 단 한 사람의 생존자도 남기지 않은 채 자리에 있던 광인방도를 모조리 도살해 버렸다.
‘아니, 누가 마도냐고…….’
공포심에 가득 찬 채 죽어 간 적들의 얼굴을 보니 누가 마도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이번 일만 끝나면 거리를 둬야겠어.’
속으로 결심하는 사이, 흑산호들이 피에 젖은 채로 내게 다가왔다.
혈살문의 공식 복장이 빨간색이라서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위장에 문제가 생길 뻔했다.
“소문주님, 문주님을 모셔올까요?”
“……그러시죠.”
참고로 흑호단주는 열 명의 흑산호와 함께 밖에 있었다.
문주가 전투에 직접 나서면 격이 떨어져 보인다나 뭐라나.
예상외로 콘셉트를 확실하게 지키는 그들이었다.
아무튼, 흑호단주 쪽이 합류하자마자 우리는 말을 타고 무도현을 가로질렀다.
우리를 발견한 주민들이 두려워하며 도망가거나 문을 닫아걸었다.
광인방을 도륙했으니 자신들의 차례라고 생각하는 모양.
‘개판이군…….’
절로 고개를 젓게 되는 모습이었다.
“가시죠. 소문주님.”
끄덕.
남들이 듣도록 일부러 크게 낸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몰았다.
그렇게 입성한 광인방.
히이잉.
남아 있던 놈들도 도망쳤는지 사방이 고요했다. 우리가 타고 온 말이 우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이제 한몫 챙겨 볼까요?”
씨익.
“당분간 활동비 걱정은 덜겠구만. 끌끌.”
흑호단주에게 말하자 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광인방의 재물들을 탈탈 털어 모으니 어린아이만 한 궤짝에 가득 찼다.
“……엄청나군.”
대충 봐도 은자 사천 냥은 될 법한 재물들.
나름 GDP가 높은 곳이라곤 들었으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물론, 이 모든 걸 가져갈 수는 없다.
기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한 비싼 것만 골라 가져가고 나머지는 어디 묻어 놓든가 해야 했다.
도적질을 하려고 온 놈들이 재물을 두고 가는 건 말이 안 되니까.
그리고 보물 분류의 최적임자가 여기 있다.
누구냐고?
바로 나지, 누구겠는가.
내가 먹다 흘린 외당 짬밥만 해도 1톤 트럭을 가득 채울 정도인데 그동안 보물 보는 눈 하나 안 키웠을까.
“이건 저기. 저건 여기…….”
그렇게 재물들을 분류한 지 한 식경.
귀한 것들을 골라내니 성인 남자 주먹만 한 전낭 두 개를 가득 채웠다.
절로 웃음이 나오는 광경.
“푸흐흐.”
귀금속과 금덩이들로 가득 채워져 반짝이는 전낭을 보니 가슴이 웅장해졌다.
“다 했나?”
흑호단주가 그런 내게 다가와 물었다.
“예, 남은 건 미리 말씀드린 대로 어디다 묻어 놓으면 될 것 같습니다.”
“내가 잠깐 생각을 해 봤는데 말이야. 저거 묻지 말고…….”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압니다만 안 됩니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이 짓을 해야 하는데 저만 한 걸 들고 다닐 수는 없습니다.”
늙은이가 욕심은 많아서…….
“아니, 그게 아니라…….”
무언가 반박하려는 흑호단주에게 방금 챙긴 전낭을 들어 보였다.
“하아……. 안 된다니까요. 이것만 해도 은자로 천 냥어치입니다. 그런데도 욕심부릴 필요가 있습니까?”
물론, 저만한 거금을 그냥 파묻고 가자니 욕심 나는 건 이해한다.
‘나도 단장(斷腸)의 아픔을 참고 있으니까.’
남겨 둬야 할 은자들을 보니 창자가 찢어지는 듯한 아픔이 절로 느껴졌다.
하지만, 작은 욕심으로 큰일을 망칠 수는 없는 법.
앞으로 도적질을 할 십마련의 구역이 어디 한두 개던가?
필시 이보다 더 많은 재물을 긁어모을 수 있을 터. 그렇기에 나는 단주 영감탱이를 만류한 것이다.
“아니 그러지 말고…….”
“하아……. 보통 고집이 아니시군요. 알겠습니다. 육 대 사의 비율을 조정해 드리겠습니다. 오 대 오로요. 어떻습니까? 이제 만족하십니까?”
원래는 내가 육이었다.
하지만, 이런 내 통 큰 결정에도 단주 영감탱이는 대뜸 역정을 냈다.
“그게 아니라니까 그러네! 내 말은! 저기 남은 재물들을!”
“아니! 나잇살이나 드신 분이 돈 욕심이나 부리는 게 무슨 자랑이라고 소리를 지르십니까!”
“이놈이 정말!”
챙.
“검을 뽑아? 이 영감탱이가 진짜!”
“야! 말려!”
우르르.
잠시 후, 흑산호들의 만류로 분위기가 진정되고 나서야 흑호단주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그냥 파묻기보다는 밖에 있는 백성들한테 나눠 주자고 말하려 했던 거라고요?”
“그렇다. 아까 보니까 사는 게 영 궁색해 보여서 말이지.”
무안한 마음에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진즉 그렇게 말씀하시지……. 괜히 나만 이상한 사람 됐네.”
“…….”
나는 헛기침을 하며 얼른 말을 돌렸다.
“그런데 그게 의미가 있을까요? 나눠 줘 봐야 금방 엄한 놈들에게 빼앗길 텐데…….”
“그래도 버리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느냐? 저들도 생각이 있으면 잘 숨겨 놓고 쓰겠지.”
“으음…….”
일리 있는 의견이었다.
나중에 빼앗기는 것까지 우리가 막아 줄 필요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 * *
잠시 후.
무도현의 백성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불러 모았다.
그 숫자가 무려 칠백.
나는 그들 앞에 서서 광인방의 재물을 모아 담은 궤짝을 엎었다.
와르르.
물경 삼천 냥에 가까운 재물이 땅바닥에 쏟아지자 자리에 모인 모든 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광인방이 너희들을 착취해서 모은 재물이다. 나는 이것을 다시 너희들에게 돌려주려 한다.”
웅성웅성.
“뭣들 하나? 가져가지 않고.”
하지만, 내 이런 권유에도 눈치만 볼 뿐, 선뜻 나서는 이가 없었다.
“……배가 불렀군. 필요 없다면 다시 챙겨 가겠다.”
내가 눈짓하자 흑산호 하나가 돈을 다시 궤짝에 담기 시작했다.
그러자 깜짝 놀란 사람들이 하나둘 앞으로 걸어 나오더니, 곧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가 달려 나왔다.
우르르.
마치, 70% 세일 날의 백화점 오픈 런처럼 말이다.
다른 점이라면, 무도현 백성들은 살벌한 흑산호들의 기세에 눌려 딱 나눠 주는 만큼만 가져갈 수밖에 없다는 것뿐이었다.
* * *
무도현에서 광인방을 몰살시킨 뒤, 우리는 다른 마을 몇 개를 대상으로 GTA를 진행했다.
뻐엉!
무도현에서 그랬듯이, 내 주먹에 가슴뼈가 부러지며 심장이 터진 적 대장의 머리채를 잡아 들어 올렸다.
“너희들의 대장은 죽었다! 항복해라아……. 어?”
이번에도 내가 항복하라고 외치기 전에 흑산호들이 적들을 모조리 죽여 버렸지만.
“…….”
도적질도 몇 번 해 보고 경험이 쌓이니 그 뒤로부터는 일사천리였다.
“가즈아!”
아주 자연스럽게 말에 올라.
“샅샅이 뒤져!”
아주 자연스럽게 본거지를 털었고.
와르르.
아주 자연스럽게 재물을 모아 왔다.
‘아니, 금속탐지기냐고.’
흑산호들은 몇 번 해 봤다고 감이 잡혔는지, 이젠 내가 말하지 않아도 뭐가 어디 있는지 자동으로 찾아냈다.
아, 그래도 딱 하나 못 하는 게 있었다.
“찾아 주시죠.”
바로 감정.
평생을 검이나 휘두르며 산 탓에 보는 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잠시간의 감정 끝에 귀금속을 골라내고 나니 흑산호들이 우르르 몰려와 남은 재물들을 챙겨 갔다.
이곳의 백성들에게 나눠 주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출발!”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말에 올라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습격부터 도망까지 불과 한 시진도 걸리지 않은, 막힘 없는 움직임.
그 사실을 깨닫자 몸이 절로 떨려 왔다.
‘이게 바로 흑산호?’
역시 구룡성의 전설다웠다.
한참 달리던 중 흑호단주가 물어 왔다.
“서화까지만 간다 했나?”
“예. 그 이상은 위험합니다.”
서화에서 삼백 리를 올라가면 난주가 나온다.
그리고 그곳엔 불타 버린 십마련 감숙 분타가 존재했다.
아무리 개털렸다 해도 십마련의 분타는 분타, 상당수의 전력이 모여 있을 게 분명했다.
괜히 까불다가 뒤를 잡힐 수도 있다는 뜻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서화까지 가는 것도 위험하다.
그럼에도 내가 그곳을 공략하기로 한 이유는.
‘어그로지.’
우리가 악명을 얻으면 얻을수록 마도 놈들이 감히 한중까지 와서 도적질을 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본거지가 털릴 위험을 감수하고 도적질에 나서는 정신 나간 놈은 없을 거니까.
뭐…….
금은보화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
도적질에 재미 들인 흑산호들이 원해서 그러는 것도 있었지만.
나도 약간은 기대하고 있었고.
“가즈아!”
아예 안 했으면 모를까, 이왕 GTA를 시작한 거 제대로 털어 먹고 가는 게 옳지 않겠는가.
그러기를 이틀.
“모두 정지.”
우리는 드디어 감숙성 안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도시, 서화에 도착했다.
말 안장에 탄 채로 흑산호들을 향해 외쳤다.
“털어 먹을 준비 되셨습니까?”
혈살-!
“…….”
이쯤 되면 자기들이 진짜 혈살문인 줄 착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
“준비된 사수부터 돌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