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15
015화 도망
xx
“튀어!”
이당팔이 청소소를 업고 곧장 달렸다.
단운이 후미, 선두는 내가 맡았고 좌측과 우측은 용마산과 양강이 맡았다.
우다다다.
필사의 탈출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위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암종 놈들과의 싸움에서 터진 기의 경력이 분타에 있는 고수들에게 걸린 것이다.
‘무슨 금속탐지기도 아니고.’
“저기다!”
어디선가 터친 외침에 다발적인 시선과 살기가 드리우는 게 느껴졌다.
최대한 빨리 달려 조금이라도 거리를 벌려야 했다.
“더 빨리!”
이제 곧 정문.
그렇다. 우리는 과감하게 정문으로 튈 작정이었다.
“이놈들!”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으냐!”
아까 보았던 수위 무사들이 검을 뽑으며 외쳤다.
전형적인 엑스트라의 대사였다.
투웅.
기를 끌어올려 온몸에 진동을 주었다.
그리고 그 진동을 발 끝에 모아 내딛자 엄청난 반동이 내 몸을 밀어냈다.
전왕보의 묘리였다.
팟.
갑자기 튀어나오는 내 모습에 놈들이 대경하며 검을 휘둘렀지만 내 권과 각이 더 빨랐다.
뻐엉! 콰직.
각에 맞은 놈은 가슴께가 부서지며 피를 토했고 주먹에 맞은 다른 놈은 목이 부러졌다.
등천각에서 구 년 동안 죽어라 익힌 박룡십삼투(搏龍十三鬪)다.
“어서!”
문을 뚫고 곧장 나아가자 수많은 적들이 우리를 쫓아 나왔다.
좌측을 맡은 용마산이 목소리를 쥐어짰다.
“이제 어쩔거요!”
“아까 거기로 가면 튈 준비가 되어있을 거야!”
“누가 그걸 몰라서 묻소? 그 뒤에 어찌할 거냐는 거지.”
“난들 알겠냐?! 일단 튀고 보는 거지!”
“이런 미친!”
나라고 이러고 싶겠냐.
근데 이거 말고는 생각나는 방법이 없는데 어쩌냐고.
그렇게 곧장 달려가던 중 어디선가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다.
쎄에엑! 후드득. 후드득.
뒤쪽에서 날아온 화살이 우리를 노리고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흐합!”
그때, 용마산이 대뜸 장포를 들고 튀어 올랐다.
퉁퉁퉁.
회전하는 장포에 화살이 튕겨 나갔고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저 거지 같은 장포가 레어템이었다니!’
쿰쿰한 냄새나 풍기는 게 어디 강가에서 주워입은 줄 알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빨래해준다고 하고 바꿔치기할 걸 그랬다. 걸리면 헷갈렸다고 하고.
이 세계에선 점유물이탈횡령죄도 없으니 말이다.
“더 빨리 달려!”
몇 번의 화살 공격이 이어졌지만 모두 용마산의 장포에 가로 막혔다.
우리는 그 틈을 타서 계속해서 달려갔다.
그러기도 잠시.
한 무리의 무인들이 적들 사이를 뛰쳐나왔다.
면면이 만만치 않아 보이는 놈들.
‘암종!’
놈들이 본격적으로 신법을 펼치자 거리가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청소소를 수레에 태워 가니 속도가 많이 나지 않았던 탓이다.
후미를 맡은 단운이 굳은 얼굴로 몸을 돌렸다. 시간을 벌기 위함으로 보였다.
‘이 미친놈이!?’
한 명의 희생으로 다수가 사는 전략적인 선택, 이 상황에서 더 좋은수는 없는건 맞았다.
문제는.
저대로 두고 떠나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이 들어서가 아니라 내 부탁으로 온 임무에서 청룡당의 에이스이자 장문 제자가 죽는다면 일이 심각해질게 뻔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청소소를 포기하는 게 나을 정도로 말이다.
“에라이!”
마음을 먹은 나는 선두에서 후미로 달려가며 목소리를 쥐어짰다.
“계속 달려!”
단운의 곁에 서자 살벌한 기도를 피우는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놈들을 보니 피가 끓어오르나 보군. 진무전.”
“에라, 이 미친놈아.”
“말이 짧군?”
말이 짧은 게 문제냐? 엉?!
당장이라도 멱살을 쥐고 싶었지만, 필사적으로 충동을 억누르며 말했다.
“잔말 말고 검이나 휘둘러!”
어느새, 암종놈들이 다가왔기 때문.
그렇게 충돌 직전.
한 가지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뭐지?’
놈들의 얼굴에서 땀이 비 오듯이 쏟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쉬이익.
이상한 건 이상한 거고 일단, 날아오는 검부터 쳐내야겠다.
채앵.
손과 검이 부딪쳤는데 들리는 금속음에 검을 휘두른 놈이 경악했다.
오늘을 위해 아끼고 아끼던 비장의 아이템. 흑련권갑이었다.
참고로 이건 북궁백한테 죽엽청주 스무병을 주고 빌려왔다.
‘역시, 템빨이란.’
협봉검을 튕겨내자마자 놈의 전권에 득달같이 달려들어 박룡십삼투를 쏟아냈다.
우드득.
다섯 번의 가격으로 가슴뼈를 모조리 으깨놓고 다음 상대를 찾던 찰나.
부우욱-! 푸드득!
쓰러진 놈에게서 방귀 소리와 함께 고약한 냄새가 풍겨왔다.
그리고 그건 놈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진무전! 놈들의 상태가 이상하다!”
“나도 봤어!”
암종 놈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몸을 벌벌 떨며 방귀 소리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보았다.
무언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놈들의 바지통으로 흘러나오는 갈색의 액체를.
‘뭐지?’
갑자기 왜 이러는지는 모르겠다만, 도망칠 최고의 기회였다.
옷에 튈까봐 무섭기도 했고.
“일단, 튑시다!”
“아, 알았다.”
그렇게 도망치며 뒤를 살펴보니 암종놈들뿐만 아니라 뒤쪽에 따라오던 상당수의 적들이 배를 부여잡고 있는 것이 보였다.
최대한의 속도로 신법을 펼쳐 달려가니 금방 일행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곧장 이어진 이당팔의 설명에 나는 방금 있었던 일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혹시 몰라 야채에 설사독, 풀었.”
“언제?!”
“…음식…만들.”
오늘의 MVP가 여기 있었네.
미리 정해뒀던 장소까지 달려가자 유소평이 구해놓은 말들이 보였다.
나는 곧장 청소소에게 물었다.
“말은 몰 줄 아시오?!”
“잘은 못하지만, 몇 번 타보긴 했어요.”
“그럼 됐소.”
그녀를 말 위에 태우는 것을 시작으로 성 밖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진형! 도주로는?!”
“확보했습니다! 저만 따라오십시오!”
하진형이 앞으로 말을 몰아갔고 우리는 모두 그를 따라갔다.
이제 막 성문을 벗어나려던 찰나, 하진형이 외쳤다.
“이쪽입니다!”
문에서 나오자마자 오른쪽으로 들어가니 나오는 작은 소로.
“먼저 가십시오!”
하진형이 말을 멈춤과 동시에 포댓자루를 뒤집어 휘둘렀다. 많은 수의 철질려가 쏟아져 나갔다.
잠시 달려나가자 나무들이 사라졌고 황량한 대지가 우리를 반겼고 성문 안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급한 일을 해결한 놈들이 우리를 쫓아온 모양.
‘분타 주변이 똥으로 물들었겠군.’
이 시대 최고의 제약제독기업인 당가표 설사 독이라면 삼 일 전 먹은 것까지 쏟아냈을 터.
비데는커녕, 물티슈와 휴지도 없는 세상에서 소름 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두두두두.
때마침 도착한 하진형의 합류로 우리는 곧장 남쪽을 향해 달려갔다.
***
탈출 0일 차.
함정에 걸린 놈들이 바로 쫒아오지는 못했고 시간이 지나서야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단운이 나서서 살벌하게 놈들을 처리하니 더는 쫒아오는 이가 없어졌다.
탈출 1일 차.
황량한 벌판을 계속하여 내달렸다.
숨어서 올 때와 다르게 조심하지 않고 냅다 달렸으니 멀리서라도 목격자가 나올까 걱정되었다.
탈출 2일 차.
별다른 이상 징후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잠도 자지 않고 계속 달렸기에 요인인 청소소의 체력이 걱정되었다.
탈출 3일 차.
지나가는 상인들을 발견했다.
혹시나 해서 멀찍이 떨어져 달리긴 했다만, 십마련의 추격이 걱정되었다.
뭐, 그래도 감숙성에서 말 타고 다니는 이들이 우리만 있는 것도 아닌데 별일이야 있겠는가.
탈출 4일 차.
드디어 청소소가 퍼졌다.
제대로 먹고 자지 못해 체력의 한계가 온 것이다.
아침부터 일어난 고열에 나는 그녀를 뒤에 태우고 끈으로 질끈 묶었다.
푹신한 무언가가 등으로 느껴졌다.
계 탄 기분이었다.
“이것을 뒤집어씌우시오. 방한 효과가 있으니 한결 나을 것이오.”
또한, 용마산이 냄새나는 장포를 벗어 그녀 위로 씌워줬다.
안 돌려줘야지.
탈출 5일 차.
청소소의 기력이 약간은 회복되었다.
생각보다 빠른 회복력에 놀라니 그녀는 약간의 무공을 익혔다고 설명해줬다.
컨디션이 나빴던 이유는 십마련에 잡히면서 입은 내상을 치유하지 못했던 탓이었고.
덕분에 그녀는 내 등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뭔가 아쉬운 기분이었다.
탈출 6일 차.
말들이 모두 퍼져버렸다.
6일이나 쉬지 못하고 내달렸으니 당연히 그럴법하다.
유소평이 앞으로의 일을 물었다.
“이제 어쩝니까?”
“걸어서 가야지. 여태 안 보이는걸 보면 추적을 포기한 거 같은데 설마, 무슨 일이야 있겠어?”
“하긴, 어차피 공동산을 넘어야 하니 계속 말을 몰고 갈 수도 없겠군요.”
그렇게 우리는 말을 풀어주고 식량만을 짊어진 채로 공동산에 올랐다.
탈출 7일 차.
설마가 사람 잡았다.
서걱. 서걱. 빠아악!
공동산 초입부터 십마련놈들이 깔려있었던 것이다.
단운의 검이 시퍼런 검광을 뿌리더니 한 놈의 목이 하늘 높이 떠올랐다.
슉슉! 슉!
하진형이 어지럽게 움직이며 시선을 잡아끌고 용마산이 적들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틈을 타 양강의 철구가 작렬했다.
뻐어억! 뻐어억!
200km 속도로 날아가는 3kg 철구에 적들의 머리통이 박살 났고.
철구를 피해 반격하려는 놈이 있으면 이당팔이 비도를 던져 적극적으로 견제했다.
출발 전, 손발을 맞추며 개발한 포메이션B 였다.
참고로 포메이션A는 내가 껴야 완성된다.
그리고 유소평은···.
“이 공맹의 도리도 모르는 놈들! 힘없는 아녀자를 납치하려 들다니. 하늘이 두렵지도 않으냐! 네 놈의 부모님께서 지하에서 통곡을 하고 계실 것이다!”
그냥 내 뒤에서 공자류 패드립을 날렸다.
딱히, 효과는 별로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뒤를 막아주는 사람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이가 크다.
콰직!
당장 전면만 상대하면 되니까.
박룡십삼투의 각법으로 한 놈의 목뼈를 부러뜨림과 동시에 전왕보를 사용하여 다른 놈의 측면으로 이동했다.
“헉!”
당황한 놈이 대경하며 협봉검을 찔러왔지만.
“늦었어. 이 새끼야.”
퍼퍼퍼퍽! 우드득.
벼락같이 뻗어간 투로가 놈의 갈비뼈를 모조리 박살 냈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피니 남은 놈은 겨우 셋.
그 셋조차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단운의 청풍검법에 쓸려나갔다.
“후우···.”
심호흡을 하며 검에 묻을 피를 털어내는 모습이 섬뜩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장기출장 신청을 어떻게 하더라···.’
나는 점창산전선에 자원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물론, 그건 나중의 일.
지금 당장 급한 건 이 위기를 어떻게 타파하느냐였다.
“이대로 가다간 암종놈들이 우리를 쫒아올 게 뻔합니다.”
유소평의 주장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냅다 뛸 생각만 했지 흔적을 지울 생각은 전혀 못 했다.
이 세계 초고속 통신망인 전서구란 이름의 비둘기들을 얕봤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한 가지 희망적인 점은 있었다.
“이곳은 구룡성과의 경계나 다름없으니 많은 숫자를 동원하지는 못할 것이다. 충분히 뚫고 지나갈만 하다고 본다.”
맞는 말이다.
다만, 시간이 지나 암종의 절정고수들이 도착하면 일이 어떻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결국, 한시라도 빨리 공동산맥을 넘는 게 정답이었다.
문제는.
“어떻게든 따라가 볼게요.”
청소소였다.
바로 전의 기습 같은 경우 어떻게든 지켜낼 수 있었지만,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게다가, 그녀의 신법이 형편 없는바, 빠르게 공동산을 넘는 건 무리였다.
‘어쩌지?’
선택의 기로에 잠시 고민하던 차.
“차라리 이런 방법은 어떨까요?”
청소소가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저만 남고 여러분들은 공동산을 넘는 거예요. 십마련에서 물러가면 저를 찾으러 와주시고요.”
“여기 있는 모두가 소저를 구하기 위해 여기까지 왔습니다. 한데 소저를 두고 가다니요. 어불성설입니다.”
“혼자 잘 숨어있으면 되죠.”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십쇼. 소저가 어찌···?”
순간, 청소소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고는 내 옆쪽에서 나타났다.
“은잠술을 펼칠 수 있어요.”
귀신같은 은잠술에 모두가 말을 잃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청소소의 의견을 따를 수는 없었다.
아무리 은잠술이 뛰어나도 이건 한 자릿수 확률에 전 재산을 거는 꼴이었으니까.
게다가, 그 도박의 주체가 바로 안될 놈 중에 안될 놈인 나였고.
‘차라리 강원랜드를 가고 말지.’
“그래도 안 됩니다. 차라리 같이 산을 넘는 게 더 성공 확률이 높을 겁니다.”
“…그럼 이렇게 하죠. 여기 근처에 제 조부님께서 만들어둔 은신처가 있어요. 얼마나 깊게 숨겼는지 아무도 찾지 못했죠. 한 분만 저와 함께 거기서 몸을 숨기다가 추격이 멈추면 그때 산을 넘는 거죠. 어때요?”
‘좋은생각이다. 현실성도 있어 보이고.’
일행이 공동산을 넘으며 어그로를 끈다면 그 틈을 타서 은신처로 이동 할 수가 있으니까.
“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그렇게 나를 제외한 일행들은 공동산을 넘기로 했고.
“최대한 빨리 가야 하니 업히십시오.”
청소소를 업은 나는 다시 한번 계 탄 기분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