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15
213화 구마전쟁(6)
나른한 표정과 편안한 몸짓.
그리고 도강은커녕 도기도 실리지 않은 평범한 도격.
하지만, 상대는 도종주 음부영이었다.
만만하게 보다간 저세상 익스프레스를 타고 지옥……. 아니, 천국으로 갈 것이다.
방심하지 않고 전룡기를 최대 출력으로 내뿜었으나.
쿠아아아. 스악.
음부영의 도는 너무나도 쉽게 전룡기의 목을 갈랐다.
“헛!”
보고도 믿기지 않은 현실에 두 눈이 번쩍 뜨였다.
‘심도합일!’
신기에 가까운 도격이 그대로 내 복부를 베었다.
스악!
다행이었다.
용린갑이 없었으면 몸이 반으로 쪼개졌을 테니까.
물론, 타격이 아예 없진 않았다.
“크헉.”
그의 도가 용린갑을 베고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간 것이다.
뜨겁게 올라오는 격통에 망했음을 느꼈다.
깊지 않은 부상이지만, 다친 채로 나보다 한 수 위의 고수를 상대한다는 건 양손이 묶인 채 싸우는 것과 똑같았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가만히 죽어 줄 수는 없다.
뭐라도 해 봐야지.
우우웅.
손바닥에 작은 구체가 생김과 동시에 강력한 인력이 발생했다.
손을 내밀자 주변의 모든 것을 흡수하던 구체가 커다란 굉음을 내며 폭발했다.
콰아아앙!
방금 검종의 노인을 일격에 쓰러뜨린 폭사경 ver. 2였다.
음부영이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은 채로 그런 폭사경을 간단히 갈라 냈다.
“……!”
복부의 부상 탓에 100%의 위력을 내지 못했던 탓이다.
“신기한 무공이구나.”
“네놈을 지옥으로 보내 줄 신공절학이지.”
피식.
“목숨이 경각에 달했음에도 여유를 부리다니. 용기가 가상하다.”
“누구 목숨이 날아갈지는 까 봐야 알겠지.”
그가 편안한 도격을 다시 날렸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반응.
쿵.
나는 재빨리 전왕보를 펼쳐 자리를 벗어났다.
전쟁은 혼자 하는 게 아니었으니까.
후우웅!
벼락같이 날아온 육학이 그의 머리를 향해 짙은 푸른빛의 언월도를 휘둘렀다.
태산과도 같은 거도가 아홉 개로 나눠지며 음부영의 전신을 노렸다.
그의 성명절기이자 황궁 무고에서 찾은 신공절학, 구절신도였다.
그렇게 강렬한 일격이 그의 머리에 닿기 일보 직전.
“헛!”
음부영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쯧!”
생각할 필요도 없다.
놈이 노리는 건 나일 테니까.
곧장 전왕보를 펼쳐 자리를 뜨려 했으나.
스악.
그의 도는 무심하게 내 목을 노려왔다.
전룡기를 내뿜어 봤자 방금과 같은 장면이 반복될 게 뻔했다.
으득.
나는 이형환위를 밟아 그의 등 뒤로 돌진했다.
주먹 하나 정도의 거리.
접근전으로 끌고 가 판을 뒤집기 위함이다.
“제법……!”
파앙!
그가 몸을 돌리기 직전, 전력을 다한 전왕십삼투를 그의 전신에 쏟아부었다.
우직. 콰직. 뻥.
인간의 몸으로 펼칠 수 있는 최강의 투법이 그의 몸에 틀어박혔다.
그뿐만이 아니다.
쾅! 스거어억!
전주시까지 동원하여 그의 뒤통수를 노림과 동시에 극사경을 그의 다리를 향해 그었다.
“큭.”
효과가 있었다.
극사경과 전주시를 막느라 생긴 약간의 빈틈에 십삼 투의 일 권을 때려 넣을 수 있었다.
덕분에 음부영이 침음성을 흘리며 물러섰다.
내상을 입었는지 그가 입에서 핏줄기를 뿜어내며 뒷걸음질을 쳤다.
‘역시.’
완전무결의 고수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법. 반드시 약점이 존재한다.
그리고 음부영의 도가 고고하기 짝이 없었던 터라 일부러 개싸움으로 끌고 들어갔다.
익숙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뭐, 그렇다고 내가 완벽하게 이겼다는 건 아니다.
주르륵.
수십 번의 공방이 오고 간 끝에 어깨와 허벅지가 베인 것은 물론 목에도 도날이 스쳤다.
육학의 도가 음부영의 머리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콰앙!
“종주님을 지켜라!”
그가 수세에 몰리자 마구니들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어딜!”
스거어억!
전력을 다한 극사경을 그어 적들의 선두를 반토막 내고, 전왕보를 펼쳐 그들을 제지했다.
“후우.”
숨을 고르며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봤다.
육학이 언월도에 강기를 담아 연신 휘둘렀고, 음부영은 그런 육학의 공격을 피해 내며 반격을 했다.
저대로 가면 육학의 패배다.
내공이란 한정적이니까.
“쥐새끼 같은 놈, 천 갈래를 내어 찢어 죽이겠다!”
그 증거로 육학의 도에서 갈수록 힘이 떨어지고 있지 않은가.
몸 여기저기에 길게 그어진 상처는 덤이었다.
문제는 또 있다.
바로 전체적인 전황이 좋지 않다는 거다.
육학이 빠진 반대급부로 철혈구로의 돌파력이 크게 하락.
로주들이 최선을 다해 분전했음에도 아군이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마음이 급해졌다.
‘최대한 빠르게 놈을 죽여야 한다.’
그래야 아군의 희생이 적어질 테니까.
새로 개발한 무기가 있다.
나도 한중에 와서 놀고만 있었던 게 아니거든.
다만 준비 시간만 1분에 가깝고, 그마저도 성공 확률이 5할에 그쳐 실전에서 써먹지 못했을 뿐이지.
파지직. 파직.
남아 있는 모든 전왕기를 끌어올리며 정신을 집중했다.
몸 안의 모든 경력이 손끝으로 모여들어 작은 덩어리가 되었다.
이걸 날카롭게 풀어 날리는 게 바로 극사경이었지만, 나는 여기에 한 가지 공정을 더 추가했다.
극한의 압축.
모으고 모아 그 어떤 것보다 날카롭게 벼릴 참이었다.
일 초 일 초가 길게만 느껴지는 순간.
파스스.
마침내 모든 준비를 마치고 손을 그었다.
…….
분명 손끝에서 빠져나갔으나 소리도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경력을 극도로 얇게 제련한 탓이다.
하지만, 발현하는 데만 성공한다면 상식을 벗어난 살상력을 보여 준다.
바로 지금처럼.
정신없이 육학을 몰아붙이던 음부영이 대경하며 자신의 도를 휘둘렀다.
툭.
그의 도가 대번에 쪼개지며 땅으로 떨어졌다.
음부영이 의문 어린 얼굴로 나를 돌아봤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육학 역시 그런 그를 따라 내게 시선을 옮겼다.
“이게 무엇이냐?”
“뭐긴, 지옥행 입장권이지.”
“초식의 이름이 뭐냐 물었다.”
“……얼마 전 깨달은 거라 아직 이름은 없다.”
“그렇다면 내가 지어 줘도 되겠나?”
자신을 죽인 초식의 이름을 짓는다라…….
확실히 낭만이 있는 적이다.
“지랄하고 있네. 네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물론 나한테는 안 통하지만.
대답을 들은 음부영이 황당한 표정을 짓더니.
촤확!
몸에 핏빛 사선이 생기며 반으로 갈라졌다.
십마련의 기둥 중 하나인 도종의 주인의 죽음치고는 너무나도 허무했다.
* * *
전투는 금방 끝났다.
적의 별동대에 남아 있던 고수는 많았지만, 동분서주하며 진형을 박살 내는 나와 육학을 막을 수는 없었다.
물론, 아군의 피해 역시도 만만치 않았다.
완벽한 준비를 하고 기습전을 펼쳐도 모자랄 판에 정면으로 부딪쳤으니까.
당연히 부하들을 잃은 로주들은 물론 무사들 전부가 길길이 날뛰었다.
분노한 그들은 적을 죽이는 데 전력을 다했다.
전의를 상실한 채 살려 달라는 적들까지도 말이다.
분풀이는 제대로 했지만 그렇다고 죽은 사람이 돌아오진 않는다.
칠백 명으로 전장에 나선 전왕문은 이제 오백 명이 채 되지 않았다.
심지어, 그 숫자 역시 줄어만 갔다.
이동 중에 계속해서 중상자가 죽어 나간 탓이다.
급한 대로 금창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였으니까.
덕분에 마음이 급해진 우리는 정찰을 무시한 채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진동이 중상자에게 얼마나 위험한지는 알고 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평생토록 무를 쌓아 온 무인들이니만큼 조금이나마 더 버텨 줄 거라는 믿음도 있었고.
히이잉.
그동안의 격전 때문인지 전마들의 상태가 영 좋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 나아갔다.
그것만이 누워 있는 아군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는 길이었으니까.
덕분에 흰둥이와 나는 진형의 앞뒤를 수시로 돌아다녔다.
정찰까지는 아니지만, 혹시나 나타날 적의 별동대를 먼저 발견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정말 적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전마를 탄 서른의 마도들.
아마, 별동대가 돌아오지 않자 수색을 위해 보낸 듯했다.
목적은 분명했다.
바로 우리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
그 말인즉슨.
“빌어먹을!”
저놈들을 그냥 돌려보내면 십마련의 별동대와 다시 맞닥뜨리게 된다는 뜻이다.
나를 비롯한 전왕문의 모두는 최선을 다해 놈들을 쫓았고 스물여덟 놈을 처치했으나 두 놈을 놓치고 말았다.
놈들이 추적을 피하기 위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쪼개졌기 때문이다.
적들이 몰려올 게 분명했던바,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없었다.
“달려!”
전력 질주하는 수밖에.
그나마 다행인 건 이제 곧 섬서의 경계를 지난다는 거다.
아무리 대가리가 텅텅 빈 마구니들이라고 해도 아무런 준비 없이 거기까지 쫓아오지는 못하……기는 개뿔이.
아예 섬서 초입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도 만전의 태세로 말이다.
심지어, 지형도 제대로 골랐다.
높진 않지만 낮지도 않은 절벽 사이에 있는 길을 점령했으니 우회하기도 힘들었다.
“…….”
머릿속에 여러 가지 후회가 지나갔다.
그동안 상황을 낙관적으로만 본 탓에 한중에 눌러앉아 있었을 뿐 전왕문의 세를 키우지 않았고.
한중의 안전만을 염려한 탓에 수비대를 섬서성 경계에 배치하지 않았으며.
조급한 마음에 준비가 덜 됐음에도 출정을 강행했다.
즉, 나는 무림을 쉽게 본 거다.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하는 게 무림이라는 걸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깨달았음에도.
‘병신 머저리 같은 새끼.’
하나같이 패잔병의 몰골인 문도들을 둘러봤다.
‘내가 죽인 거나 다름없다.’
어디 이들뿐일까.
이제 겨우 마음을 고백한 묘향은?
청가장주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 주겠다고 약속했던 청소소는?
등천각 시절부터 함께 했던 적화란은?
또한, 한중에 사는 수많은 백성의 목숨은 누가 책임진단 말인가.
으득.
“전왕문은 무기를 들어라!”
이를 악물며 모두에게 외쳤다.
“내가 길을 뚫는다. 모두 뒤도 돌아보지 말고 한중으로 달려가도록.”
“문주!”
“안 됩니다. 문주님!”
“형님! 차라리 내가!”
육학을 비롯한 모두가 깜짝 놀라며 반발했다.
손을 들어 그들을 제지함과 동시에 나지막이 말했다.
“영감님, 꼭 살아남아서 한중을 지켜 주십쇼. 부탁입니다.”
“영감은 무슨, 아직 환갑도 안 됐는데……. 삼십 년은 지켜 주마.”
“너희들도 마찬가지다. 모두 살아남아서 한중을 지켜 줘.”
“아…….”
곳곳에서 터지는 탄식을 뒤로하고 정면을 바라봤다.
‘사부, 저 먼저 갑니다. 죽어서……는 못 만나겠군요. 사부는 지옥으로 갈 테니까. 그러게, 착하게 좀 사시지 그러셨어요.’
흰둥이의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미안하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부탁하자. 천국 가면 형이 잘해 줄게.”
히이잉. 푸르륵. 푸륵.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흰둥이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문주님!”
“형님!”
“진 문주!”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무시하고 달려 나갔다.
하지만, 내 이런 돌진은 시작과 동시에 제지되었다.
“아니, 그만 가시라고!”
로주들이 달려와 내 앞을 가로막은 것이다.
필시 내 희생을 막으려고 하는 듯 보였다.
“꾸짖을 갈! 앞을 막지 말라 하지 않았던가!”
“그, 그게 아니라 저쪽을 좀 보셔야겠습니다.”
“…….”
우제준이 절벽 위를 가리켰다.
그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돌리니, 일천에 가까운 무인들이 마구니들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게 보였다.
“정도맹의 무사들은 마도를 섬멸하라!”
정도맹의 지원군이었다.
‘올 거면 진작 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