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302
301화 사신단
쿠쿠쿠.
도도히 흐르는 장강과도 같은 전왕기.
무당처럼 면면하지 않고 소림처럼 웅혼하지 않았지만, 빠르고 폭발적이다.
그리고.
쿠웅!
그런 전왕기가 폭발하자 거대한 경력의 폭풍이 몰아쳤다.
파스스.
폭풍에 휩쓸린 주위의 자갈이 모래처럼 으스러졌다.
손에 천천히 기를 모았다. 모인 양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강한 기세가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왔다.
어지간한 무인들은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절명할 수준이었다.
그리고 시작된 압축의 과정.
쿠쿠쿠쿠.
세상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거력과 그걸 한 손에 쥐려는 나.
잠시간의 시간이 지나자 파월이 야구공만 한 크기로 압축되었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흡!”
지이이이…….
나는 달도 갈라 버리는 날카로움을 상상하며, 왼손에 경력을 쏟아부어 작은 비도 크기의 섬월을 만들어 냈다.
당장이라도 폭발하려는 두 개의 기운을 제어하며 중월을 펼쳤다.
내 주변 반경 10미터에 걸친 구역에 전왕류의 영역을 선포한 것이다.
그리고.
압축된 파월과 섬월이 중월의 영역 안을 자유롭게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그것도 내 의지에 따라서.
“이, 이게 된다고?”
발걸음을 옮겨 절벽으로 다가갔다.
머릿속으로 절벽을 가로로 가르자.
번쩍!
섬월이 절벽에 커다란 상흔을 냈고.
갈라진 절벽을 터뜨리는 상상을 하자.
우지직.
막대한 인력을 내뿜던 파월이 절벽을 가루로 만들었다.
정말 놀라운 건.
후우웅!
두 기운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중월에서 나오는 경력으로 계속 유지되니, 내공만 무한하다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한 번 쏘면 끝인 강기가 유도탄처럼 날아다닌다는 뜻이 아닌가?
“미쳤다.”
물론, 약점은 있다.
10미터란 사거리가 있고, 지금의 나조차도 10분을 버티기 힘들 정도로 내공이 많이 소모된다.
하지만 사거리는 전주시를 조합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고, 내공이야 영약들을 싸 들고 다니면 되는 게 아니겠는가.
“와!”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수십 번의 실패 끝에 새로운 기술을 완성한 참이었으니까.
그렇게 두 개의 기운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고 있을 때.
“저, 저게 무엇이냐?!”
적룡당주의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여긴 웬일이십니까?”
기운을 가라앉히고 뒤를 돌아보니 두 눈을 화등잔만 하게 뜬 그가 보였다.
“내 땅에 내가 온다는 데 불만 있느냐?”
“뭐, 그것도 그렇네요.”
아무리 나라고 해도 멀쩡한 산을 부수며 수련을 할 수 없기에 적화란을 통해 빌린 것뿐, 이 공터는 적룡당의 사유지였다.
“그나저나 오래 살다 보니까 별것 다 보는구나……. 권사가 무형검이라니!”
“무형검이요? 이건 그냥 강기를 내 뜻대로 조종하려…….”
“그게 무형검이다.”
“뭐, 그럼 그런가 보죠.”
“아니, 무형검이라니까?!”
“알았다니까요?!”
“너, 무형검이 뭔지는 아느냐?!”
“압니다. 검객들이 꿈에도 그리는 이기어검의 다음 단계.”
“……미치겠군.”
“미치지 마시고 일단 앉으시죠.”
의자가 있는 곳으로 가, 식혀 둔 차가 들어 있는 수통의 뚜껑을 땄다.
순식간에 퍼지는 향긋한 향에 적룡당주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그건 금존청이 아니냐? 허어! 요새 전룡당에 재물이 넘쳐난다는 소문은 들었건만, 한 잔에 은 한 냥이 들어가는 금존청을 이렇게 수통에 떠다 놓고 마실 줄이야. 나도 아껴 마시는 것을…….”
“화란이가 타 준 건데요?”
“내 이년을 그냥!”
광분하는 그를 무시하고 물었다.
“그런데 어쩐 일이십니까?”
“크흠, 오래간만에 손녀사위 얼굴도 볼 겸 해서 왔다.”
“구라 치시면 손모가지 날아가는 거 안 배우셨습니까? 이틀에 한 번씩 보면서 오래간만은 무슨…….”
“커험!”
“빨리 말씀하십시오. 낮잠 자러 갈 시간이란 말입니다.”
“무황성과 협상을 진행한다고 하더구나. 아무래도 ‘부성주’인 내가 나서는 게 낫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아하.”
뭔가 했더니 공을 세울 기회를 달라는 거였다.
어차피 물밑 교섭은 대충 끝난 상황.
그냥 가서 도장만 찍고 와도 이름값이 높아지는 것이다.
만에 하나 군사적인 협력을 끌어 내면 아예 영웅이 되는 거고.
하지만, 이건 내가 밀어줄 수가 없는 문제다.
“문상께 말은 한번 해 볼게요. 근데 너무 기대는 하지 마십시오. 외교는 문상의 영역이니까요. 저는 그냥 말 한마디나 얹는 것뿐입니다.”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하지, 천하의 성주 대리가 명령하는데 어떻게 거부하겠느냐? 클클클.”
밝은 얼굴의 그를 보면서 생각했다.
‘적혈사신(赤血死神)이라서 사신(使臣)이 되고 싶은 건가?’
재미있다. 푸흐흐.
* * *
그렇게 청탁을 받고 집에 돌아가 씻고 낮잠을 자려던 찰나, 갑작스럽게 손님이 방문하기 시작했다.
적룡당주와 같은 청탁을 하기 위해서 말이다.
“알다시피 최근 세금을 걷는 문제로 우리 금룡당의 인식이 많이 안 좋지 않나. 하여, 이번 협상을 잘 이끌어 금룡당의 위상이 높아진다면 세수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네.”
누가 재경부 장관 아니랄까 봐 돈을 결합해서 나를 설득한 금룡당주부터.
“검의 명가라 불리는 무황성과의 협상에 우리 청룡당이 빠질 수는 없지 않은가. 내게 맡기면 내 구룡성에 훌륭한 검객들이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오겠네.”
검이라는 매개체를 강조하는 청룡당주.
“으핫핫핫! 나를 시켜 주게나! 실망할 일은 없을 거네.”
“아니 세력 간의 협상이 무슨 장난도 아니고, 외교 참사 날 일 있습니까?”
밑도 끝도 없이 자신을 밀어 달라는 회룡당주까지.
명색이 내성의 당주들이다.
용건만 듣고 내보낼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던 터라, 나는 온종일 청탁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잠을 포기하고 성주전으로 찾아갔다.
빨리 결론을 내야지 더 이상 시달리지 않을 거 같아서 말이다.
구룡!
이제는 구룡성의 정식 제식이 되어 버린 경례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쾅.
“헉! 서, 성주 대리를 뵙…….”
“알았어. 알았어. 하던 거 계속해.”
“혹시 곧장 부주실로 가실 건지요.”
“그런데? 안 계시나?”
“아니, 계시긴 한데……. 지금 말고 조금 이따 방문하심이 어떠신지…….”
“안돼. 시간 없어.”
“아니, 그것이 아니라…….”
“쓰읍! 안 비켜?”
“죄, 죄송합니다.”
그렇게 나는 제지하는 서생을 제치고 문상이 있는 집무실을 방문을 열었고.
쾅.
“저 왔습니다.”
입술 박치기를 하고 있는 두 중년의 남녀를 마주했다.
“허억!”
“어맛!”
잠시 후.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기척도 없이 문을 열다니요! 이는 분명한 결례입니다. 성주 대리.”
문상과 함께 있던 중년 여인이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
“아니, 나는 그냥 평소 하던 대로…….”
“그럼 더 문제죠. 다른 사람도 아니고 문상의 집무실의 문을 벌컥벌컥 열어젖히신다니요.”
“그, 그렇긴 한데요…….”
젊은 여인이었다면 부끄러워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을 테지만, 차이나 아줌마답게 괄괄함이 예상을 뛰어넘었다.
문제는.
“저는 이만 가 볼 테니 이야기들 나누세요.”
이 중년의 여인이 구룡성 의전 서열 20위이자 성주전 유일의 여걸인 만물당주 당여여라는 거지.
“이따 저녁에 들리세요. 좋아하시는 잉어찜을 해 둘게요.”
심지어 마무리까지 완벽하기 짝이 없다.
쾅.
걸 크러시를 내뿜는 그녀가 나가고 문상을 돌아봤다.
당장이라도 터질 것만 같은 새빨간 얼굴이 나를 마주했다.
“언제부터 그런 관계셨습니까?”
“커험! 크흠! 케헴!”
“아니, 함께 일하는 남녀가 가까워지는 건 당연한 건데 부끄러워하실 필요까지야……. 그나저나 이제 만물당주가 소평이 새어머니가 되는 겁니까?”
“크흠! 케헴!”
* * *
잠시 후.
재미있는 문상 놀리기를 마치고 나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적룡당주와 금룡당주, 청룡당주가 사절단의 책임자를 지원했다는 말을 전하자(회룡당주는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문상이 명쾌한 해답을 내놨다.
“간단한 문제가 아닌가.”
“예? 이게요? 근데 또 반말을……?”
“둘만 있으니까 상관없네.”
“아니, 뭐 볼 때마다 말이 바뀌어? 여하튼, 뭐가 간단하다는 겁니까?”
한쪽을 선택하면 다른 쪽이 삐질 텐데 말이다.
“부성주인 적룡당주를 사절단주로, 금룡당주와 청룡당주를 부단주로 임명하면 끝날 일이지.”
이쪽도 맞고 저쪽도 맞는다니.
너무나도 명쾌한 해답에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혹시 전생에 황희정승이셨습니까?”
“중원의 역사에 그런 정승이 있었나?”
“……뭐 잘 찾아보면 있을 겁니다. 그나저나 괜찮을까요? 그들이 원하는 건 공을 독식하려는 것 같던데.”
“정치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법이지. 하나를 내주면 하나를 뺏어야 하는 게 기본 아닌가.”
“그러니까, 기회를 주되 나머지는 알아서 해라?”
“그 정도만 해도 괜찮을 거네. 돋보이지 못한 것은 자신의 탓이 될 테니까.”
“역시 명료하시네요. 좋습니다. 그렇게 전하죠.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수고는 뭘, 이게 내 일인데.”
작게 웃는 문상을 향해 물었다.
“그나저나, 사부님은 아직입니까? 이러다 반년을 꽉 채우겠습니다.”
“호위단에 물어보니 기운이 심상치 않은 게 슬슬 나오실 거 같다고 하더군, 좀 더 기다려 보게나.”
“정말 월봉을 공으로 받아 가는군요.”
제일 많이 받으면서 말이다.
“그러게나 말이네. 전대 성주님 같으셨으면 절대 없었을…… 말이 나와서 하는 소린데 이건…… 저번에도…… 하루는…….”
그렇게 사부에 대한 뒷담화를 한 지 한 식경.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요. 가 봐야겠습니다.”
슬슬 집에 갈 시간이 돌아와 자리에서 일어서자 그가 깜짝 놀라며 정색했다.
“벌써 말인가?”
“문상께서도 빨리 들어가야 하시지 않습니까? 아까 만물당주가 저녁 식사에 초대하는 것 같던데요.”
“……하. 하루 정도는 괜찮네. 이왕 이렇게 만난 거 술이나 한잔하는 건 어떻겠나? 내 성주 대리를 위해 아껴 뒀던 모대주를 꺼내겠네!”
“잘 드시지도 못하면서 갑자기 술은 무슨…… 하여튼, 오늘은 안 됩니다. 마누라랑 구룡호에 나들이를 가기로 했거든요.”
“그, 그러지 말고 사내끼리 오붓하게…….”
“끔찍한 소리 마십시오. 오붓은 무슨……. 문상님도 빨리 가십시오. 잉어찜 식겠습니다.”
“그, 그것이…….”
우물쭈물하는 그를 보니 한 가지 가정이 떠올랐다.
근무 중에 입을 맞출 정도로 가까운 애인이 저녁 초대를 했음에도 피하는 것 하며, 그 애인이 당가의 무공을 익힌 녹룡당 출신의 고수라는 사실에 기반한 가정.
“혹시……?”
“……크흠.”
바로 정력의 부재였다.
“고민이 많으셨겠습니다.”
절로 터져 나오는 탄식.
문상이 이마에 손을 짚으며 자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젊었을 적 무공에 힘을 쏟을 걸 그랬어. 평생 앉아서 글만 읽다 보니 힘이 달려서 죽겠네.”
“크흠, 지금이라도 운동을 좀 하면 괜찮아질 겁니다. 해구신 같은 좋은 것들도 구해 보시고요. 정 안되면 그…… 역천 어쩌고 대법도 있습니다. 한번 시술받으면 정력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타고 다니는 흰둥이는 대법을 받고 암말 일곱 마리를 거느리고 삽니다.”
주인보다 빠르게 삼처사첩을 완성한 흰둥이였다.
“그, 그런 천고의 비법이 존재한단 말인가?!”
“뭐…… 시술비가 조금 비싸긴 하지만요. 워낙 고가의 재료가 들어가서 말입니다.”
“어, 얼마나? 젊음만 되찾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낼 수 있네!”
“본래 금자 삼백 냥짜린데……. 문상께서 하신다면 백 냥에 해 달라고 부탁해 보겠습니다.”
물론, 백 냥 중 아흔 냥은 수수료지만 말이다.
“크흠, 소평이 장가갈 때 주려고 산 집을 팔면 가능할지도…….”
그렇게 또 하나의 호객…… 아니, 고객님이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