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70
070화 등천각 파견(5)
xx
도기가 잔뜩 실린 대도가 당양강의 목을 노렸다.
콰앙!
간신히 막아 부상은 피했지만, 힘에 밀려 몸이 아름드리나무에 처박혔다.
하지만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오히려 즐겁기까지 했다.
‘이렇게 싸우는 게 얼마만이더라?’
그래, 오 년 만이다.
대공자가 암습으로 죽은 게 오 년 전이다.
그 후로 뇌옥에서 삼 년.
사면을 받아 외당에 처박힌 게 이 년이었다.
중간에 십마련 감숙 분타를 박살 낸 적이 있었지만 그건 예외다.
무공을 숨기느라고 전력을 내지 못했으니까.
오랜만에 전력을 쏟아부은 탓에 상쾌함까지 느껴졌다.
“크흐흐.”
“비웃는 것이냐?!”
어느새 쫓아온 거한이 대로하며 도를 휘둘렀다.
아까와 같이 도기가 잔뜩 실린 일격이었다.
도망칠 구석은 없다.
막아 내는 수밖에.
콰앙!
당양강의 철퇴가 정확히 도신과 맞부딪쳤다.
“끄응!”
엄청난 반발력.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지만, 그는 버텨 냈다.
타고난 신력이 이를 가능케 한 것이다.
“이노옴!”
공격이 막힌 거한이 몸을 부딪쳐왔다.
최대한 가까이 붙어 끝장을 보려는 심산이리라.
하지만.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양강의 뒤에는 당팔이라는 든든한 조력자가 있었다.
벼락처럼 쏘아진 단도가 거한의 가슴을 향해 날아왔다.
거한이 이를 악물었다.
같은 공격에 몇 번이나 물러섰다. 이번에도 물러설 수는 없다.
그가 호신기를 끌어올리며 단도를 향해 팔을 휘둘렀다.
퍽퍽.
단도가 그의 팔뚝에 깊게 박혔다.
상상 이상의 격통에 그가 침음성을 흘렸다.
“크악!”
그러더니 기합성을 내뱉으며 당양강을 향해 몸을 드밀었다.
끝장을 보기 위함이었다.
당양강이 이를 악물고 그에 맞섰다.
쿵.
커다란 덩치의 두 사람이 부딪치자 땅이 흔들리는 듯했다.
펑.
당양강의 철퇴가 거한의 어깨를 후려쳤고.
푸욱!
그로 인해 궤적이 틀어진 대도가 당양강의 허벅지를 스치고 지나갔다.
“······!”
일 수에 끝내지 못했음을 깨닫자마자 거한이 대경하며 물러서려 했다.
곧이어 비도가 쏟아져 들어올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푸푹. 푹.
당팔은 그의 부하들에게 단도를 날릴 뿐,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때, 당양강이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도발했다.
“걸렸구려.”
거한은 그의 의도에 그대로 말려들었다.
“뭐라는 것이냐!”
부웅!
흥분한 거한이 있는 힘껏 도를 휘둘렀다.
하지만.
텅.
너무나도 쉽게 막혀 버린 도격에 그는 두 눈을 크게 떴다.
“당가의 모든 암기에는 산공독이 발라져 있다는 소문을 들어 본 적 있소?”
“설마······!”
그가 시선을 내려 제 팔뚝에 박힌 비도 두 자루를 바라봤다.
“못다 한 승부는 지옥에서 내 주겠소.”
퍽.
* * *
콰웅!
붉은색 부기(斧氣)가 주위를 휩쓸었다.
“큽!”
나는 숨을 들이켜며 비천풍에 전왕보를 더했다.
쿠웅.
순간적인 가속력을 바탕으로 도기의 폭풍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냈고.
콰직. 콱.
현란하게 발을 움직여 노인과 거리를 벌렸다.
“제법 발재간이 있구나.”
“영감은 생각보다 재주가 없네. 늙어서 그런가?”
“입심도 제법이고.”
“그런 얘기 많이 듣지.”
“그나저나 이렇게 시간을 끌어 괜찮겠느냐? 방금 떠난 어린 아해들이 위험할 텐데.”
구룡산맥은 이미 적진 한복판이나 다름없어진 데다 부상자도 셋이나 된다.
빨리 쫓아가지 않으면 위험할 게 자명했다.
하지만.
“영감탱이 모가지 꺾는 데 얼마나 걸린다고.”
눈앞의 노인은 나보다 윗줄의 고수였다.
그것도 백중천과 비견될 만한.
이런 고수를 앞에 두고 등을 보인다는 건 목숨을 내놓겠다는 뜻과 다름없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
“십마련 살종에 쌍도끼를 귀신같이 쓰는 영감이 있다고 들었지.”
“크흐흐, 제대로 봤다. 본좌가 바로 살종(殺宗)의 삼 장로, 쌍부살마(双斧殺魔) 조광이니라.”
“본좌는 무슨······. 당신들은 그게 문제야. 범죄 집단 주제에 자존심이 너무 높아. 한국에서 이렇게 깝치고 다녔으면 범죄단체조직죄로 감방 프리 패스였을 텐데.”
“뭐라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본좌가 강호에 출도한 지 삼십 년이 넘었느니라. 어설픈 격장지계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
“그나저나, 저승에 계신 아버님은 영감이 나이 처먹고 이 지랄 하고 있는 건 아시오?”
“흐흐, 내 손으로 파묻었으니 이 정도쯤은 얼마든지 이해해 줄 거다.”
와, 이 새끼 진짜 대마두였네.
“그럼, 못난 스승을 내버려 두고 지옥으로 떠난 제자는 어떨 것 같소?”
“······뭐라?”
“탈혼살부라고 했던가? 내 주먹에 골통이 빠개져서 죽은 놈이.”
“네놈이로구나!”
강호인명록을 찾아보길 잘한 것 같다.
거기에 이 영감이 탈혼살부의 스승이라고 적혀 있었거든.
덕분에 완벽한 격장지계를 펼칠 수 있었다.
“이노옴!”
“거참, 격장지계는 통하지 않는······. 어매!”
부웅!
조금 많이 통했나 보다.
쿵.
미리 준비하고 있던 전왕보를 펼쳤다.
조광의 대부(大斧)가 애꿎은 바닥만 부쉈다.
“찢어 죽이겠다!”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그가 보신경을 펼쳐 따라왔다.
“······!”
순간적인 가속도가 엄청났다.
쿵.
다시 전왕보를 펼쳐야 할 정도였다.
시뻘건 부기가 방금까지 서 있던 자리를 초토화했다.
그 뒤에 양상은 비슷했다.
조광은 커다란 쌍부를 휘두르며 나를 쫓아왔고.
나는 비천풍과 전왕보를 펼쳐 그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났다.
그러기를 반 각.
“잡았구나!”
그의 거부가 완벽한 타이밍에 떨어졌다.
그것도 내 정수리를 향해.
쿠웅!
하지만 나도 멍청히 당해 줄 생각은 없었다.
한 번은 잡힐 거라고 처음부터 각오하고 있었다.
잡히면 어떻게 대처할지도 염두에 두고 있었고.
쿵.
진각을 뻗으니 엄청난 반발력이 느껴졌다.
그 반발력과 전왕기를 활용하여 경력을 터뜨렸다.
쿠릉, 콰앙!
수류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거부가 튕겨 나갔다.
오늘 펼친 폭사경 중에서 위력이 가장 강한 공격이었다.
반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어 터뜨린 극사경이 주광의 허리를 갈라 갔다.
“크합!”
하지만, 상대의 도끼는 두 개.
그가 부기를 피워 올린 도끼를 내려찍어 극사경을 터뜨려 버렸다.
동시에 다른 도끼가 내 머리를 향해 횡으로 날아왔다.
“흡!”
부웅!
머리를 숙여 피해 내는데 성공했지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돋았다.
‘뒤질 뻔했다!’
하마터면 내공도 싣지 않은 도끼에 머리통이 쪼개질 뻔했다.
순간적으로 오싹한 공포가 솟아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위급한 마음에 곧장 거리를 벌리려 했지만.
붕붕붕.
조광의 도끼질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빠른 속도로 도끼를 휘두르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 몇 번은 피해 내는 데 성공했지만.
‘언젠가는 잡힌다.’
조광이 도끼를 거듭하여 휘두를수록 도끼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었다.
어차피 한 번은 끊어 내야 했다.
파지직. 파직.
심극기체.
마음이 동하자 전왕기가 치솟았고 육체가 움직였다.
그렇게 터진 전왕십삼투.
도끼질이 아무리 빨라도 적수공권으로 내뻗는 전왕십삼투의 권격보다 빠를 수는 없다.
쾅쾅쾅쾅.
경력을 품은 권격이 날아오는 도끼를 쳐 내기 시작했다.
“흡!”
콰아앙!
그 사이 폭사경을 섞어 넣어 주광의 전면에 터뜨렸다.
“크으.”
충격이 있었는지 거리를 벌린 그가 놀란 듯 눈을 가늘게 뜨며 물어왔다.
“네 나이가 몇이냐?”
“스물하나.”
“살려 둬선 안 될 놈이구나.”
전형적인 마두의 대사에.
“네 제자도 살려 둬선 안 될 놈이라서 골통을 뽀개 줬지.”
“찢어 죽여 주마.”
조용히 발작 버튼을 눌러 줬다.
* * *
전투가 종료되었다.
당가삼괴라 불리는 당양강과 당팔, 당진형이 늑대 같던 적들을 모두 참살한 것이다.
일조원들이 어안이 벙벙한 채 그들을 바라봤다.
같은 조는 아니었지만, 한 식구가 된 지 이 년.
오며 가며 인사하는 건 당연했고 가끔은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때도 있었다.
물론, 선배랍시고 조언을 핑계 삼은 잔소리를 퍼부은 적도 있었고.
그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일조원들은 이들을 그 누구보다 외당 무사다운 자들이라고 평가했다.
술을 마실 때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마셨고 잔소리를 들을 때면 지겹기 그지없다는 표정을 지었으며 단체 훈련을 할 때는 도망치기 일쑤였다.
그랬던 세 사람이 이렇게나 고수였다니.
그것도 도기상인의 경지에 이른 절정고수를 죽일 정도로.
당양강이 황당한 기색을 내비치는 모두를 향해 말했다.
“그간 사정이 있었소. 속일 생각은 아니었으니 너무 섭섭해 마시오.”
우제준이 힘겹게 대답했다.
그는 이 셋에게 가장 잔소리를 많이 한 사람 중 하나였다.
“조장······을 부탁······.”
옆에 있던 기재가 자신의 옷을 찢어 그의 옆구리를 싸매었다. 그래도 상처가 깊었기에 끊임없이 피가 흘러나왔다.
당양강이 우제준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시오. 금방 데려올 테니.”
그 말을 끝으로 세 사람이 곧장 달려 나갔다.
현장에 있던 모두가 홀로 남겨진 유소평을 바라봤다.
마치, 너는 뭐 없냐는 눈 빛.
그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소생은 솔직한 사람인지라······.”
한편, 무전을 찾으러 간 당가삼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마주 오는 기재들을 발견했다.
형편없는 몰골이 그들이 겪은 격전을 보여 주는 듯했다.
앞서가던 당진형이 그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우리 조장을 만났나?”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전광이 자신이 온 길을 가리키며 말했다.
“······적들의 수괴를 맞아 싸우고 계십니다.”
“알았다. 반 각만 걸으면 사람들이 모여 있을 거다. 거기라고 안전하진 않겠지만, 일단은 꼭 붙어 있어라.”
다시 달려간 세 사람이 무전을 발견한 건 그로부터 반 각 뒤였다.
반가운 마음에 당양강이 선뜻 달려가려 했으나.
“도망쳐, 이 새끼들아!”
기겁하며 외치는 그의 뒤에서 성난 괴수가 쫓아오고 있었다.
* * *
타오르는 도강이 방금까지 있었던 자리에 떨어졌다.
콰아앙! 쾅!
폭사경보다 두어 배는 강한 위력의 폭풍이 주변의 공기를 태웠다.
목 뒤가 쓰라린 것으로 보아 끝에 스친 것이 확실했다.
“시벌!”
“죽어라!”
발작 버튼을 연타해서 그런지 완벽한 버서커 모드에 들어간 주광이 쉼 없이 강기를 내뿜었다.
부왕!
커다란 부강이 다시 한번 등 뒤로 떨어졌다.
‘이건 못 피한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죽음이 스쳐 지나갔다.
용린갑을 믿어 봐?
아니야. 목숨을 건 도박을 할 수는 없어.
“끄읍!”
마음을 먹자마자 지면을 파고든 다리에 경력을 내뿜었다.
처음 시도하는 일.
폭사경을 발로 터뜨린 것이다.
쾅!
엄청난 반발력이 내 몸을 휘감아 허공에 날려 보냈다.
꾸웅!
후끈한 열기가 뒤통수를 통해 전해지며 동시에 바닥이 가뭄이 든 논처럼 갈라지기 시작했다.
저거 맞았으면 분명 죽었다.
‘용린갑은 개뿔이.’
그래도 거리를 벌리는 데는 성공했다.
이제 남은 건 도망치는 것뿐.
주광의 힘이 빠지길 기다리는 것만이 유일한 살길이었다.
그래도 속도 하나만큼은 자신 있었다.
다시 한번 비천풍을 전해 준 성주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주변의 사물이 흐려지기 시작하며 삽시간에 주광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이 노옴!”
뒤쪽에서 주광이 무시무시한 기세를 내뿜으며 쫓아왔다.
마치, 지옥의 염라대왕 같은 기세.
비천풍과 전왕보를 펼치며 계속해서 달려 나갔다.
잠시라도 멈추면 죽는다.
물론, 희망은 있다.
아무리 내공이 바다와 같다 하더라도 인간인 이상 강기를 끝없이 날릴 수는 없다.
그렇기에 북궁백의 손에 죽은 남천궁주도 사기를 흡수하여 내공의 한계를 벗어나려 한 것이 아닌가.
‘놈의 내공이 떨어지면 반격한다.’
그렇게 거리를 벌리며 주광의 공격을 피해 내고 있는데.
‘어?’
저 멀리 전 십칠조원 세 사람이 보이는 것이 아니겠는가.
“도망쳐, 이 새끼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