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87
086화 에이스 결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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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여 명에 달하는 인원이 참석하는 탓에 연회는 야외에서 진행되었다.
정도맹 소속의 일꾼들이 빠릿빠릿하고 능숙하게 자리를 만들었고 숙수들은 둘로 나누어 사찰음식과 연회음식을 만들었으며 시비들은 술을 가득 가져와 자리에 채웠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나서 맹주를 비롯한 정도맹의 고위 인사들이 참석했고.
“흠흠, 정파의 기치를 수호하는 자랑스러운 정도맹의 무인들은…”
“도(道)에는 검이 있고 검에는 도가 있으니…”
“부처님께서 설파하시길, 불살생(不殺生), 불상해(不傷害)라 하셨으니 우리가 무(武)를 갈고 닦는 데 있어…”
맹주와 무당 장문인, 소림방장의 지루한 훈화 말씀이 시작되었고 한참의 시간이 지나 끝났다.
그러자, 함께 앉아있던 사신단들이 곧장 자리를 벗어나 정도맹의 젊은 무인들에게로 향했다.
아마, 평소 친분이 있는 정도맹의 무인을 만나거나 새로운 친분을 쌓으려는 모양.
그러기를 잠시, 상석에는 정도맹의 윗사람들과 북궁백, 그리고 나만이 남았다.
나는 왜 남았느냐고?
와구와구.
여기 음식이 가장 맛있어 보였거든.
특히, 소림사 식방각의 숙수가 만들었다는 나물무침은 정말 감탄을 자아내게 하였다.
‘와, 이거 미쳤네…’
겨우 흙에서 자란 식물 따위가 이런 고급진 맛을 내다니.
아무래도 묘향누이를 소림사로 유학을 보내야 할지 싶다.
그렇게 한참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고 있자 옆에 있던 북궁백이 타박을 해왔다.
“…흔치 않은 기회로 보이는데, 너도 가서 친분을 쌓는 게 어떠냐?”
“우물우물, 괜찮습니다. 어차피, 오늘 보면 평생 볼까 할 텐데 친분은 무슨 친분입니까. 그냥 여기서 밥이나 먹으렵니다.”
휴대폰은 커녕 우체국도 없는 세상에서 이천 리 밖 친구는 무슨. 무슨 친구 찾아 삼만리도 아니고.
그렇게 다시 고개를 처박고 음식을 먹고 있는데 이번에는 맹주가 라떼 아트를 시전했다.
뭐가 불만인지 꽤나 불편한 표정으로 말이다.
“크흠, 요즘 젊은이들이 심히 걱정 되는구려. 라떼는 흠모하는 이와 친분을 나누기 위해 수 천리 길을 걷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는데…어찌 생각하시오. 북궁 당주.”
전형적인 꼰대 언어에 북궁백이 그답지 않게 유려한 말솜씨로 대답했다.
“맹주의 말씀이 옳소이다. 아무래도 요즘 젊은 무인들이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다 보니 그런 것 아니겠소이까?”
그리고 이 대답이 신호탄이 되어 다른 자리에 앉아있던 꼰대들이 하나둘 참전하기 시작했다.
“말세로군 말세야. 함께 사는 강호인 것을…”
“빈승 역시 그런 소리를 들었습니다. 강호가 어찌 되려는지… 나무아미타불.”
“허어, 강호의 정기가 흐트러졌구나!”
아니, 거기서 강호의 정기가 왜 나와?
꼰대들의 합창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자네, 혼인은 했나?”
급기야 명절에나 들을법한 대사까지 튀어나온 것이다.
그것도 장가는커녕 여자 손목도 못 잡아 본 도사의 입에서!
“예? 저 말입니까?”
최대한 모른 척 해봤지만.
“여기서 혼기가 찬 사람이 자네 말고 누가 있나?”
씨알도 안 먹혔다.
“아직 안 갔습니다만…”
“젊은 사람이 이리도 방탕해서야! 나이가 차면 얼른 장가를 가 일가의 가장이 갈 생각을 해야지 이리 시간만 허비해서 쓰겠나?!… 쯧쯧.”
“강호의 미래가 참으로 걱정되는구나!”
계속되는 공격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지옥인가?’
차라리, 백자천과 다시 싸우는 게 훨씬 쉬울 것 같았다.
와글와글.
그렇게 자기들끼리 한참을 떠들더니.
“차라리, 젊은이들이 나서는 장을 열어주는 것은 어떻겠소? 이를테면 서로의 무공을 견식케 하는 비무대회 같은…”
“흠, 비무대회라… 북궁 당주의 생각이 참으로 옳구려.”
“젊은이들끼리 서로의 무공을 견식하게 하면 강호의 정기를 바로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오.”
“소승 역시 찬성입니다. 나무아미타불.”
“맹주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허허,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요. 아무리 즉흥적으로 결정한 대회이지만, 정도맹 안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상품을 거는 게 어떻겠소이까?”
“허어! 그 생각을 못했군요. 소승의 생각이 참으로 짧았습니다.”
“강호의 젊은이들이 맹주님의 은혜를 칭송할 것입니다.”
뭔가 이상한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
각 파의 배분 높은 장로들이 나서서 비무대회가 열리는 것을 알리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아무래도 놀 거리가 부족한 무림 세계이니만큼, 새로운 흥밋거리에 가슴이 뛰는 모양.
하지만, 내게는 그저 귀찮은 일일 뿐이었다.
‘화경에 오르면 북궁 양반부터 손 봐준다.
가만히 있으랬더니 기어이 일을 저지르다니.
절로 이가 갈렸다.
덕분에 정도맹에 도착해 단 하루도 쉬지 못했던 나는 하루라는 시간을 더 허비하게 생겼다.
물론, 함께 온 이들의 생각은 달랐다.
정도맹에서 있던 시간 내내 숙소에만 있어 좀이 쑤셨는지 매우 적극적으로 비무대회를 준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연회가 끝나자마자 각자의 무공을 점검하는 것은 물론, 작전을 짠다며 숙소 한 쪽에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반드시 이기고 돌아간다.”
“우오!”
임시 대장으로 뽑힌 단운이 구룡쟁패를 제패하고 얻은 흑강신검을 뽑아 하늘 높이 치켜들자 모두가 손을 들며 기합성을 내뱉었다.
마치, 일기토를 앞둔 장수처럼 불타는 안광을 내뿜는 그들을 보며 나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참, 힘들게들 산다…’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일은 이미 벌어진 것을.
나는 그들을 내버려두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홀로 쉬고 있으니 전묵이 문을 열고 들어와 알렸다.
“정도맹에선 각 파의 둘씩 총 여섯이 나온답니다. 형님께선 몇 번째로 나가시겠습니까?”
뭘 몇 번째야?
“니들끼리 많이 하라고 전해줘라. 이 형님은 좀 쉬련다.”
당연히 불참이지.
전묵이 굳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무래기들은 우리 선에서 처리하라는 말씀이시군요. 이 전묵, 제대로 알아들었습니다.”
“……”
전혀 알아듣지 못했지만, 뭐 괜찮다. 귀찮게만 하지 않으면 상관없으니까.
그렇게 밤이 지나고 날이 밝자 어제 예고한 대로 대연무장에 인스턴트 비무대회가 준비되기 시작했고.
해가 중천에 뜨자 수많은 정도맹의 무인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친애하는 정도맹의…”
맹주의 훈화를 시작으로 구룡성과 정도맹의 에이스 결정전이 시작되었다.
참고로 이번 비무대회의 규칙은 친선이니만큼 서로가 다치지 않게는 하는 건 개뿔.
그냥 구룡쟁패랑 똑같이 상대를 죽이지 않는 선에서 마음껏 무공을 겨루는 걸로 결정되었다.
그런 와중에 우리 쪽의 선봉장인 금필대가 비무대로 올랐다.
웅. 후웅.
발걸음에 내공을 실었는지 그가 발을 내디딜 때마다 연무장이 진동했다.
‘저 새끼는 여기 와서까지 돈 자랑이네.’
저 내공 대부분이 돈으로 산 영약으로 만든 것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도 말이다.
곧이어 정도맹측에서 올라온 소림무승의 모습을 확인하자 금필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
정도맹측에서 보낸 상대는 많이 봐줘도 열다섯이나 될까 말까 한 동자승에 가까운 이였으니까.
심지어, 의문에 가득 찬 눈으로 동자승을 바라보는 우리와 다르게 정도맹의 무인들의 눈엔 확신이 들어차 있었다.
궁금증이 폭발하려던 차, 우리 중 강호의 인물에 가장 정통한 적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보신권, 굉전. 소림의 십팔 나한 중 하나다.”
“저렇게나 어린데도 말입니까?”
“그는 나보다도 나이가 많다.”
“…산 생활이 젊게 사는 데 도움이 된다더니 진짠가 보군요.”
이래서 나이 들면 귀농을 하는 건가 싶었다.
“그만큼 내공이 정순한 거겠지.”
적일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였다.
내공 정순하다고 젊어지면 갈 때까지 가버린 북궁백의 얼굴은 뭔데…라고 따지려 했으나.
촤릉.
크고 굵은 금필대의 검기를 손날로 가르는 굉전의 모습에 곧장 입을 다물었다.
척 보기에도 내공의 밀도 차이가 엄청나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고.
금필대가 당황하며 보신경을 시전했다.
“크흑.”
그가 침음성을 흘리며 금룡당의 보물인 금절편검을 고쳐잡았다.
촤락. 촤릉.
다시 한번 허공이 갈라지며 금빛 검기가 날카롭게 치솟았다.
하지만, 상대 역시 절정의 고수.
시종일관 침착한 보신경으로 금필대의 검기를 피해냈고.
쾅.
갈라냈으며.
뻐엉!
한순간의 틈을 놓치지 않고 허공에 권을 내질렀다.
소림 칠십이예절기 중 백보신권이 터진 것이다.
그 뒤에 보이는 광경은 우리 모두를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
금필대의 몸이 포탄처럼 날아가더니 연무장 벽을 뚫고 넘어간 것이다.
크게 다치진 않았는지 그가 일어나 연무장으로 날아왔으나 승부는 이미 난 뒤였다.
“…많이 배웠소.”
아무리 금필대라도 소림사 앞에선 뻗댈 수 없었는지 그가 승부를 인정하고 고개를 숙였다.
“저 역시 많이 배웠습니다. 훗날 다시 겨뤄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소림의 무승답게 굉전이 깍듯하게 예를 차렸다.
비슷한 경지임에도 일방적으로 승부가 났기에 모두가 말을 잃었다.
아무리 금필대가 함께 온 육천왕 중 최약체로 분류되지만, 이렇게 쉽게 무너질 놈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흠.”
단운이 심각한 표정으로 다음 최약체인 은룡창 이종산을 바라봤다.
철목방패와 단창을 든 그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걱정 말라고. 형제. 금방 이기고 돌아올 테니까.”
“믿겠소.”
구룡쟁패때보다 훨씬 여유로운 기세.
나는 오늘의 TMI 역할을 하는 적일의 중얼거림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은룡당주께 유성창을 전수받고 있다더니 과연 여유가 넘치는군.”
이러면 할 만하다.
은하창이 은성표국의 기틀을 만들었다면 유성창은 그 은성표국을 천하제일표국으로 만들어 지금의 은룡당을 이뤄냈으니까.
즉, 신공절학이라고 할 수 있다.
“흐랴얏.”
아니나 다를까, 이종산이 호쾌한 기합과 함께 연무대 중앙으로 떨어져 내렸다.
상대로 나온 무당의 도사가 진중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누군지 궁금하여 적일에게 물었지만, 그도 모르는지 고개를 저었다.
여태 강호에 얼굴을 내비친 적 없는 신진 고수라는 뜻이다.
“덤벼라!”
이종산의 외침이 들려왔다.
상대가 누구든 박살을 내버리겠다는 의지와 자신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미안하다.”
박살나서 돌아온 것은 그였다.
유성창이 무당검법의 이화접목을 뚫지 못했고.
무당검법은 이종산의 철목방패를 가르는 데 성공한 것이다.
‘보다 보니 재밌네.’
볼 거리가 없는 세상이라 그런지 몰라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고개를 들어 슬쩍 보니 단운의 기세가 폭발적으로 변한 것이 보였다.
0승 2패가 되자 심리적으로 몰린 모양.
나는 당장에라도 튀어 나가려는 듯한 그의 어깨를 잡았다.
“너무 걱정마슈. 지금 패배한 둘은 우리 중 ‘최약체들’이 아니요.”
내 말을 들은 금필대와 이종산의 얼굴이 터질 듯이 붉어졌지만, 뭐 어쩌겠는가.
꼬우면 이겼어야지.
“…네 말이 옳다.”
위로가 통했는지 단운의 기세가 가라앉았다.
“그나저나 다음은 누굽니까? 슬슬 한번 이겨야 할 때가 된 거 같은데…”
“접니다. 형님.”
커다란 태도를 짊어진 젊은 무인이 일어서며 말했다.
회룡도 전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