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89
088화 에이스 결정전(3)
xx
단운이 신위를 보임으로써 비무 대회의 분위기는 더욱 불타올랐다.
“청룡검이 초절정 고수였다니!”
“서남부 제일의 후기지수라더니 허튼 소문이 아니었구나!”
자리에 있는 모두가 무인인지라 뛰어난 무공을 보고 가슴이 뛰는 모양.
이런 분위기를 이어받은 위지풍이 검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가 이긴다면 오늘의 비무 대회는 3 대 3 무승부로 끝날 것이고 진다면 2 대 4 참패로 기록된다.
그런 와중에 모두의 시선이 나와 위지풍을 향했다.
누가 나갈 거냐는 눈빛.
당연히.
“뭐 하슈? 준비 안 하고.”
주자는 위지풍이었다.
미쳤다고 무임금 노동을 하겠는가.
팡팡.
위지풍의 등을 두들기며 당부했다.
”피곤하니까 빨리 끝내고 오슈. 뭣 하면 시작하자마자 강기 뽑아서 휘드르든가.”
“······그럼 비무가 안 되잖냐.”
“지금 비무가 중요합니까?”
“그럼?”
“빨리 끝내고 가서 발 닦고 자는 게 중요하지.”
내일부터 이천 리에 달하는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
최대한 체력을 비축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 점을 강하게 어필하자 위지풍이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알았다. 노력해 보겠다.”
상대가 화산의 천재 진궁이었다면 위지풍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겠으나 지금 비무대에 오른 도사는 진궁이 아닌 다른 이였다.
물론, 지금이 백 년 내 화산 최고 전성기라는 세간의 평가를 생각해 보면 그 또한 뛰어난 무인이겠으나.
묵룡당의 천재, 우리의 초절정고수, 모쏠 위지풍에게는 어림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내 예상은 한 치도 빗나가지 않았다.
후웅.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터진 사일검이 흩날리는 매화잎을 사정없이 지워 버린 것이다.
압도적인 신위에 화산의 도사가 검을 집어넣고 패배를 인정했다.
“좋은 승부였습니다.”
“도장의 검이 날카롭기 그지없으니 조만간 큰 성취가 있을 것이오.”
와아아!
두 명의 도사가 서로에게 인사하자 함성이 울려 퍼졌다.
“허어! 사라진 점창의 미래가 여기 있었구나!”
“도문 정종의 기치가 실로 제대로 세워졌음이야.”
“구룡성의 장래가 참으로 밝소이다.”
정도맹의 노인네들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질시 따윈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한 감탄에 이게 바로 정파인가 싶었다.
‘구룡성에 비하면 무릉도원이군.’
반면 구룡성은 정도맹에 비하면 정글이나 다름없고.
여하튼, 승부는 3 대 3 무승부로 종료되었다.
정구동맹의 시작을 기념하는 비무 대회였던만큼,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정도맹 측 무인들의 눈빛에 호의가 가득 깃든 것이 보였다.
서로 검을 부딪쳐 봤기에 우리를 한결 가깝게 느끼는 것 같았다.
‘싸우고 나면 친구라는 규칙이 여기에도 적용되는 건가?’
2000년대 한국의 고등학교를 지배하던 남자의 규칙이 무림에서도 적용되는 줄 오늘 처음 알았다.
그런 위 아 더 월드의 분위기 속에서 정도맹의 몇몇 무인들이 찾아와 구룡성의 무인들에게 말을 걸어왔다.
“묵룡당의 사일검이 천하일절이라더니 가히 명불허전이었소이다.”
“회룡당의 천붕검법이 신공절학임을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소이다.”
“청룡검의 검법이······.”
심지어, 최약체인 둘에게까지 찬사가 쏟아졌다.
“내 오늘 창법에 대해 개안을 했소이다.”
“금룡검의 내공이······.”
이런 광경을 보자 머릿속에서 하나의 가설이 떠올랐다.
‘설마?’
북궁백이 이걸 노리고 비무 대회를 유도한 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니 그가 속내를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술잔을 기울이는 것이 보였다.
‘아니야. 저 주정뱅이가 이런 고도의 정치질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정파의 대마두라 불리는 북궁백이 아니던가.
이런 사려깊은 정치질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심심해서 제안한 게 분명하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앞에 놓여 있는 냉수를 들이켰다.
“저기······.”
그때 무당의 어린 도사가 내 쪽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왜?”
“대협께선 대명이 어찌 되시는지요.”
“대명이라고 할 거까진 없는데······. 진무전이라고 한다.”
“그러시군요.”
“그런데 어쩐 일로······.”
“아닙니다. 그냥 여쭤 봤습니다.”
그가 자그맣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금필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누가 봐도 개무시.
‘아니, 저 꼬맹이가?’
사천성을 쩌렁쩌렁 울리는 내 이름을 모르다니.
아무래도 전국적인 바이럴 마케팅이 필요하구나 싶다.
‘용마산에게 맡겨야겠군.’
하오문이 나선다면 소문이 금방 퍼질 테니까.
나는 굳은 마음으로 거금 은 두 냥의 지출을 각오했다.
그렇게 모든 행사가 종료되는가 싶었으나.
정도맹주의 목소리가 연무장을 넒게 뒤덮었다.
“모두들 아쉽지 않소이까?!”
정도맹의 무사들이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
가슴속에서 피어오르는 불안감에 나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
“동맹의 시작을 기념하기엔 더할나위 없는 결과가 나왔지만, 우리는 무인이 아니오. 누가 이기든 결착을 보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들 생각하시오?”
그러자 정도맹 측의 무인들이 함성을 질렀다.
그럴 만도 했다. 정도맹의 진정한 천재, 매화검절 진궁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그의 이름이 울려 퍼지자 정도맹주가 진궁을 바라봤다.
“괜찮겠느냐?”
척.
그가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포권을 했다.
“물론입니다.”
그러면서 기다렸다는듯이 나를 쳐다봤다.
뭐야? 저 새끼, 갑자기 나를 왜 걸고 넘어져?
황당함에 고개를 들자 진궁의 비웃는 듯한 얼굴이 보였다.
[네놈과 겨루기 위해 여태 참았다.]대뜸 터진 반말에 어이가 가출해 버렸다.
[미친놈이세요?]곧장 전음을 보냈으나 대답이 없었다.
처음 볼 때부터 마음에 안 들더니만, 역시 첫 인상은 진리 중의 진리다.
한편,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웅성이기 시작했다.
북궁백이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내게 말했다.
“나가겠나?”
“아뇨.”
“보다시피 하기 싫어하는 것 같소만······.”
정도맹주가 ‘뭐 저런 놈이 다 있지?’라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러더니 북궁백을 향해 무언가를 물었고.
북궁백은 매우 친절하게 몇 마디를 던졌다.
그리고 잠시 후.
“승자에겐 정도맹주의 이름으로 포상을 할 것인즉, 두 사람은 서로의 무를 남김없이 뽐내도록 하라.”
생각지도 않은 상품이 걸리게 되었다.
무려 정도맹 수장의 선언이다.
어설픈 것을 상품으로 줄 리가 없으니 일확천금의 기회였다.
게다가.
‘바이럴 마케팅을 안 해도 되겠군.’
용마산에게 줄 마케팅 비용도 아낄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게 되었다.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비무대로 뛰어내리니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겸손한 자세로 포권을 하며 말했다.
“덤벼. 이 새끼야.”
* * *
휘우웅.
사천성의 따뜻함과 대비되는 차가운 바람이 목덜미를 스쳐 지나가며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눈앞의 진궁이 기수식을 취하자 싸늘한 비수가 가슴에 날아와 꽂히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손은 눈보다······. 아니, 내 주먹은 벼락보다 빠르니까.
진궁의 몸에서 잿빛 기운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자하신공.’
장문인에게만 전해진다는 전설적인 신공절학이다.
그 말인즉슨.
촤앙!
칠채매화결 역시 익혔다는 뜻.
진궁이 손을 움직이자 강맹하고 빠르며 막심한 변화를 보이는 검초가 펼쳐졌다.
매화색이 아닌 짙은 핏빛의 꽃잎들이 나를 노리고 쏟아졌다.
당연했다.
칠채매화결을 부르는 다른 이름이 바로 혈매화검이었으니까.
이십사수매화검법보다 더 표횰하고 강맹한 검기들 사이로 파고 들었다.
파앙!
동시에 터진 전왕십삼투가 그의 측면을 가격했다.
우우웅.
공격을 쳐낸 진궁의 검이 사정없이 공명음을 내며 진동했다.
어느정도 예상했던 결과.
그의 허벅지에 꽉찬 각법을 박아 넣었다.
꾸깃.
아주 약간이지만 진궁의 이마가 꿈틀댔다.
동시에.
“흡!”
빛살같이 쏘아진 그의 검이 내 어깨를 노렸다.
쿵.
그걸 보자마자 진각을 펼쳐 반발력을 일으켰다.
전왕보가 펼쳐지며 검의 사거리에서 벗어났다.
아니, 벗어난 줄 알았다.
“······!”
지이익.
어깨 자락이 갈라지며 핏물이 흐르는 걸 목격할 때까지.
‘만만치 않네.’
각오한 바였다.
천 년 전, 도인들이 화산에 자리 잡으며 생겨난 화산파다.
그 깊은 역사 속에서도 손꼽히는 천재라 불리는 이의 검이 어찌 가벼울 수 있을까?
‘봐주면 안 되겠군.’
나는 소매 춤에 넣어 둔 산초 폭탄을 만지작거리며 각오를 다졌다.
이번에는 진궁이 움직였다.
은밀하기 그지없는 신법. 암향표가 펼쳐지며 거리를 잡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매화검은 몰라도 암향표는 많이 겪어 봤지.’
등천각 시절, 단운 놈과 수도 없이 싸웠던 나다.
암향표의 움직임은 질리도록 겪어 봤다.
쿠웅.
전왕보를 밟아 한 지점을 향해 전력을 다해 튀어 나갔다.
차르륵.
핏빛 매화잎이 내 몸 곳곳을 노리고 쏟아져 왔다.
콰르릉. 쾅!
주먹을 뻗자 폭사경이 터지며 매화잎을 날려 버렸다.
그 사이를 파고드니 당황한 진궁의 얼굴이 보였다.
아마, 그대로 뚫고 들어올 줄은 몰랐던 모양.
하지만, 상대 역시 초절정고수.
그는 금세 당황한 기색을 지워 내고 은색의 기가 피어오르는 장법을 내질렀다.
뻥!
표절 사건에서 합의금 조로 받은 청룡당의 최심장이었다.
“웃.”
전혀 예상치 못한 탓에 일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간신히 타점은 흐렸으나 위력을 해소하지 못해 몸이 뒤로 날아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용린갑을 입고 올걸.
쿵.
착지 후, 슬슬 끓어오르는 감정을 내리누르며 정면을 바라보자 진궁이 지척에 다가왔다.
‘이 새끼가?’
어느새 놈의 검이 땅을 스치며 날아왔다.
수많은 핏빛 매화잎이 뭉치더니 이내 하나의 매화를 완성했다.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위력의 검초.
칠채매화결의 검강이었다.
“쯧!”
위기를 감지하자 전왕기가 미친 듯이 날뛰었다.
심극기체(心極氣體).
생각이 동하자 육체와 기가 움직인 것이다.
파지직. 파직.
전왕기를 있는 대로 끌어올려 폭사경을 터뜨렸다.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강력한 경력이 강기에 맞부딪쳤고.
콰아앙!
곧장 검은색 구체로 화해 인력(引力)을 발휘하며 강기를 집어삼키고 폭발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지는 모른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가성비가 엄청나다는 거다.
급작스럽게 펼친 폭사경으로도 상대의 강기를 완벽하게 지워 버릴 만큼 말이다.
‘갓성비는 우주를 관통하는 진리지.’
그 뒤로 공방은 계속되었다.
수차례 초식을 교환한 끝에.
콰앙!
다시 한번 폭사경과 강기가 부딪쳐 서로를 상쇄시켰다.
진궁이 이를 악물며 검을 휘둘렀다.
주위에 펼쳐진 인력에 의해 약간은 느려진 검.
확실히 여유가 생겼다.
“뒤져. 이 새끼야!”
검을 피해내자마자 폭사경을 가득 담아 전왕십삼투를 때려 박았다.
파앙!
한 차례 파공음이 터지며.
콰아앙! 지지직.
열세 개의 폭사경이 동시에 터지며 경력의 폭풍과 인력의 구체가 그를 집어삼켰다.
폭발로 인해 피어오른 먼지가 주변을 자욱하게 메웠다.
“해치웠나?”
내뱉으면 안 되는 대사임은 알고 있었으나, 나는 자신이 있었다.
‘손에 감각이 있었다.’
이 정도면 북궁 양반도 갈비뼈를 붙잡고 때굴때굴 구를 정도의 타격이었다.
하지만.
휘오오오.
먼지가 걷힌 뒤에 보이는 진궁은 부러진 곳 하나 없이 멀쩡했다.
후웅.
오히려 짙은 자색 강기가 더해져 더욱 살벌한 기세를 풍기고 있었다.
“아, 그냥 닥치고 있을 걸.”
이래서 ‘그 대사’는 치면 안 되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