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ll Search Gets Done RAW novel - Chapter 51
51. 국제 길드 컨퍼런스 (3)
기대하지 않았던 스탯이 상승하였지만, 한편으로는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불경함이 오르면 신성력 스탯의 상승에 방해를 받게 된다.
게다가 신성력 기반 스킬의 효율까지 나빠질 수 있는 상황.
그렇기에 가능하면 불경함 수치가 오르는 건 지양하고 싶은데.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것을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래, 기왕 이렇게 된 거··· 오히려 나쁘지 않을지도.”
저주 트리에도 충분히 유용한 스킬이 많이 분포되어 있다.
다 이용하기 나름 아니겠는가.
언젠가는 저주 계열로 꿀을 빨아봐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 지나갔다.
“일단 정비를 좀··· 인물 검색(Character Search), 한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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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훈 (22, 남)
레벨 32 (15%)
상태 : 버프, 보호막
마나 쉴드(Mana Shield) – ∞
전자기적 시야(Electromagnetic Shield) – 19시간 59분 56초
라이트닝 클록(Lightning Cloak) – 17시간 12분 11초
충전(Charge) – 18시간 44분 37초
디바인 폰트(Divine Font) – 3시간 40분 11초
디바인 파워(Divine Power) – 3시간 10분 17초
신성한 정신(Divine Spirit) – 1시간 30분 5초
블러드러스트(Bloodlust) – 3시간 25분 51초
블러드리스(Bloodless) – 3시간 20분 27초
블러드보일(Bloodboil) – 3시간 26분 15초
근력 B-(D-) 민첩성 B+(D-) 체력 B-(D-) 마력 B+(C)
마나 친화력 E+ 전기 저항력 D 정신력 E
불경함 E 물 친화력 F 독 저항력 C 신성력 E 화염 저항력 D-
······
······
────────────────
“혈마법과 신성력이 동시에 적용될 수 있다니.”
버프에 의한 스탯 상승치가 어마어마했다.
불경함과 신성력, 두가지 상충되는 스탯의 버프가 한 번에 적용되고 있는 상황.
이는 불경함과 신성력, 둘 다 가지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라고 보였다.
그것도 그 등급이 균형을 이뤄야 했는데,
만약 어느 한쪽이라도 수치가 더 높거나 낮았으면, 다른 쪽 버프는 제대로 된 효과가 나타나지 않게 될 것이다.
현재 나에게 걸려있는 버프를 확인했다.
방금 한 단계씩 상승한 신성력과 불경함, 두 스탯에 의해 버프의 효과도 덩달아 상승한 모습이었다.
민첩과 체력을 향상시켜주고 다양한 상태 이상을 상쇄시켜 주는 ‘블러드보일’.
근력과 민첩을 향상시켜주는 ‘블러드러스트’.
체력과 마력을 향상시켜주는 ‘블러드리스’.
그리고
상태 이상의 저항을 위해 이마에 하나 박아놓은 ‘디바인 폰트’.
전체적인 신체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디바인 파워’.
그리고 높은 신성력을 요구하기에, 한사람에게 걸 수 있는 신성력 할당량을 많이 차지해버리는 ‘신성한 영혼’ 까지.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 동안의 나는 B급 헌터에 준하는 신체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미래 기억 속, 108살까지 살며 이룩했던 사무장으로서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물론 지금 그만큼 강해진 것도 있지만, 그때의 나는 너무나도 허약했다.
그 오랜 세월을 헌터로 살았지만, 여전히 B급에 머물러 있었을 만큼······.
‘하지만 이제는 다르지.’
우두둑.
어깨를 돌리고 손목을 꺾으며 한결 가벼워진 몸을 풀었다.
“좋아, 가볼까.”
온갖 강력한 헌터들이 난무하는 컨퍼런스 홀의 중앙.
그곳에는 이미 지옥도가 펼쳐져 있었다.
대부분의 헌터가 열 세 가지의 저주에 걸려 이지를 상실하고 주변인들과 무차별적으로 싸우고 있었다.
스릉─
허리춤의 새까만 검집에서 칼을 뽑아 들었다.
뽑혀나오자마자 새하얗게 빛나는 검신.
근처의 수많은 헌터들이 써대는 다양한 스킬들.
그리고 그 스킬들을 감지한 ‘덧없는 칼날’에서는 계속해서 자동으로 ‘크로마틱 인챈트’가 발동되었다.
순수한 마나 속성부터 시작하여 화염, 전격, 물, 냉기, 땅, 바람······ 등의 여러 종류의 원소 계열 스킬이 검신에 밀려들어 왔고, 그것은 뒤죽박죽 뒤섞여 하얗게 빛났다.
즉, 검을 뽑아놓고만 있어도 ‘크로마틱 인챈트’로 흡수한 스킬의 스택이 계속해서 쌓여가고 있는 것.
“라이트닝 쉴드(Lightning Shield), 충전(Charge).”
아직 켜지 않고 있던 버프를 마저 활성화 시켰다.
그리고는 곧바로 일련의 무리에게 달려갔다.
어디를 보나 개판인 상황이었지만,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정해져 있었다.
이 사태를 근본적으로 종결시켜줄 수 있는 두 세력을 구해야 했다.
그 첫 번째는 바로 성십자회.
이 열 세 가지 저주를 아무런 대비 없이 받아들일 경우, 아무리 높은 신성력을 가지고 있는 힐러들일지라도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미리 언질을 해두긴 했는데.
강원교구의 성광수 주교가 책임지고 전달해준다고는 했지만, 과연 일개 E급 헌터의 목소리가 높으신 추기경의 귀에까지 들어갔을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 성십자회가 저주를 간파했다. 어떻게 한 거지?
귓가에서 국 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성십자회 쪽을 바라보니, 이미 그들이 있는 곳이 황금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디바인 쉴드(Divine Shield)!”
“모두 추기경님을 보호해라!”
“형제님들 고맙소. 내게 맡겨 주시오! 신성한 지대(Consecrated Ground)!”
추기경을 중심으로 주교들이 힘을 합쳐 저주를 막아내기 위한 스킬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 팀장은 그렇게 당황한 표정이 아니었다.
그는 오히려 여유 있는 얼굴로 이어 지시를 내렸다.
– 정보가 새어 나갔을 수도 있지만······. 이 정도는 오차 범위 안이지. 동요하지 마라.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어도, 그 표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
– 알파, 블러드쏜이 일부 저주를 중화시키고 있습니다.
– 뭣이?
“콜드 블러드(Cold Blood).”
스스로의 피를 차갑게 만들어 정신 이상에 저항하는 혈마법 계열의 자체 버프 스킬, ‘콜드 블러드’.
완벽히 막아내지는 못하지만, 그들은 모두 열 세 가지 저주에 완전히는 침식당하지 않은 채 어떻게든 버텨내고 있었다.
그리고,
“퓨러티 오브 블러드(Purity of Blood).”
블러드쏜의 길드장, 미하일의 중심으로 퍼져나오는 붉은 마나가 저주에 걸린 이들에게 서서히 깃들어갔다.
혈액을 맑게 만들어 몇가지 몸의 상태 이상을 치유하는 스킬이었다.
아마도 저 스킬로 모든 저주를 커버할 수는 없겠지만 ‘메마름’이나 ‘허기진 고리’와 같이 혈액을 기반으로 신체의 이상을 일으키는 몇 가지 저주는 어느 정도 상쇄시킬 수 있을 것이다.
– 상관없다······. 기존 계획대로 성십자회부터 제거한다. 저놈들은 그다음이다. 일단 910번.
910번?······.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화들짝 놀라며 무전 이어폰의 콜 버튼을 눌렀다.
“예.”
910번도 나를 부르는 소리였다. 820번 이후 한동안 지시가 없다 보니 깜빡 잊고 있었다.
아마도 국 팀장은 820번에 이상이 생겼다 판단한 뒤로, 같은 관리실 담당 요원인 910번에게 말을 하기로 결정한 모양이었다.
– 독을 살포해라.
“존명.”
나는 슬며시 리모콘을 꺼내 GAS 버튼을 눌렀다.
쉬이이이익─
컨퍼런스 홀의 천장.
커다란 환풍구에서 뿌연 수증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독을 사전에 제거했으니, 저기서 나오는 건 그냥 허연 증기에 불과했다.
– 독의 상태가 이상하군. 옥상으로 올라가 독액살포기의 상태를 확인하도록.
“존명.”
국 팀장은 곧바로 다음 지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 650번, 성십자회로 해골을 보내라. 415번 그리고 폴룩스-베타는 여유가 생기는 데로 곧장 성십자회를 폭격하도록. 가능하면 추기경을 노려라.
– 존명.
– 존명.
그때였다.
– 이봐. 쇄도 길드는 괜찮은 건가?
나는 방금 들려온 목소리에 집중했다.
알파인 국 팀장에게 거리낌 없이 반말을 내뱉는 자······.
‘폴룩스-베타?’
그리스 문자를 코드명으로 사용하는 건 칼라미티 여섯 간부의 최측근뿐이었다.
저 목소리의 주인은 아마 국 팀장과 같은, 폴룩스의 최측근.
이 상황에서 플룩스의 측근까지 끼어드는 것은 대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
설마 다른 간부쪽의 요원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개입할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 신경 쓰지 마라. 이쪽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
– 훗. 알겠다.
그러나 뉘앙스를 들어보니 알데바란-알파인 국 팀장을 돕기위해 따라왔을 뿐, 플룩스-베타가 직접 뭔가를 하는 건 아닌 듯했다.
나는 곧장 반대쪽 상공을 바라봤다.
마인드 스파이럴, 마나스톰.
두 마법사 길드의 대변인이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양쪽 간에 끊임없이 수많은 스킬이 오가던 끝에.
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지상으로 추락한 쪽은 마나스톰의 길드장, 드레이크.
맞은편에는 말끔한 정장 차림의 여성이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그 시선의 끝에 닿아있는 건 다름이 아닌 성십자회.
그녀의 주변에 수백 개의 작은 마나 소용돌이가 생겨났다.
“저건······.”
미래 기억을 떠올렸다. 저 스킬은 마인드 스파이럴 길드의 마탑주들이 사용하는 스킬인 ‘아케인 헤일스톰(Arcane Hailstorm)’이었다.
‘전자기적 시야’에 잡히는 전류의 소용돌이.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마나의 밀도로 보나 뭐로 보나.
하나하나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위력을 지닌 에너지의 결정체가 그녀의 주변에 떠오르고 있었다.
곧바로 나는 라이언아이 길드쪽으로도 고개를 돌렸다.
국 팀장의 지령대로, 그곳에도 한 명의 헌터가 활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그 방향은 성십자회가 맞았으나, 각도는 상공을 향하고 있었다.
저건 4티어의 궁사 계열 스킬, ‘화살비(Rain of Arrow)’를 사용할 때의 동작이었다.
“좋지 않다.”
급히 성십자회의 힐러들을 구해야 했다.
저주를 풀고 치유의 손길을 뻗칠 수 있는 그들은 현재 이 아수라장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었기 때문.
당연히 국 팀장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 터.
원래대로라면 그들도 함께 저주에 걸려서 무력화되었어야 했지만, 나의 언질 덕분에 그들은 멀쩡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대가로, 지금은 칼라미티 최우선 타겟이 된 상황.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몸을 활처럼 휘었다.
콰앙!
동시에 발바닥에 마나를 모아 터뜨리며, 쏜살같이 튀어나갔다.
현재 혈마법과 신성 버프로 떡칠되어 강화된 나의 신체는 너무나도 가벼웠다.
***
성십자회의 대변인으로 이곳에 나온 추기경, 그레고리(Gregory).
그는 자신의 주변에 모인 10명의 주교와 5명의 성기사를 슥 둘러봤다.
“홀리 도미니언(Holy Dominion)!”
“디바인 플레시(Divine Flesh)!”
“디바인 가이던스(Divine Guidance)!”
······.
성기사 다섯에게 꽂혀 들어가는 수십 발의 축복과 버프들.
딱따다다다닥! 딸그락!
그들은 신성한 은제 메이스와 방패를 쥐고 어느새 코앞까지 접근한 해골들을 맞이했다.
“축성의 길(Consecrated Path)!”
쿠우우우웅!
바닥으로 내리친 메이스의 끝에서 강렬한 원형의 파동이 뻗어 나오며 전방의 해골을 완전히 쓸어버렸다.
동시에 또 다른 성기사가 자신의 메이스를 높이 올려 들었다.
“신성한 진노(Divine Ire)!”
한 성기사의 메이스에서 뿜어져 나온 빛줄기가 한 줄의 해골들을 무참히 쓸어버렸다.
그렇게 수백의 해골이 몇 번의 스킬만에 산산조각이났지만, 아직 방심할 수 없었다.
프롬더스트의 흑마법사들이 쓰러진 해골들을 다시 재조립하고 있었기 때문.
“형제님들, 나는 신경 쓰지 말고 주변의 사람들을 도와주시오!”
추기경, 그레고리는 무릎 꿇은 체 ‘신성한 지대’의 캐스팅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의 집중유지가 이어질수록 신성한 지대의 영역이 조금씩 커져갔고, 그 안에 들어온 헌터들은 서서히 저주가 풀려갔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컨퍼런스 홀 전체의 헌터들에게서 저주를 해제할 수 있으리라.
“신성한 지대(Consecrated Ground)!”
다시 한번 스킬명을 외치며 캐스팅에 박차를 가하는 그레고리.
난장판이 되었던 컨퍼런스 홀 곳곳이 그의 축복에 의해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영역에 포함된 해골들은 재조립되던 도중 와르르 무너져내렸고, 다친 헌터들의 상처가 천천히 아물어 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때였다.
“추기경님, 위험합니다!”
정확히 그레고리를 노리고 날아오기 시작한 수백발의 마법과 화살들.
흑마법사들이 만들어낸 언데드에 집중하느라 성기사들이 빠져있었고, 다른 힐러들은 주변 헌터들을 치료해주느라 흩어져있는 상황이었다.
“디바인 쉴드(Divine Shield)!”
급히 사용할 수 있는 보호막 스킬은 ‘디바인 쉴드’ 정도였다.
그레고리를 비롯한 주변의 주교들도 다 같이 보호막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날아오는 투사체들에서 느껴지는, 무겁고 조밀한 마나의 밀도.
이는 고작 이 정도의 보호막으로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임을 말해주는 듯했다.
“모두 엎드리게나!”
황금빛 구체 속에서 제각각 엎드리기 시작한 성십자회의 힐러들.
해골과 싸우던 성기사들이 뒤늦게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되돌아오고 있었지만, 이미 수백 발의 투사체는 힐러들을 덮쳐오고 있었다.
쿠과과과과광! 투다다다다닥!
불과 1초에서 2초밖에 지나지 않았을 짧은 시간에 불과했다.
막대한 신성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디바인 쉴드에 점점 균열이 생겨가고 있었다.
“신이시여!”
“제발, 구원을!”
“빛이여!”
결국 성십자회의 힐러들은 제각각 떠오르는 말을 아무렇게나 외쳐대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 절체절명의 그 순간.
웬 이상한 가면을 쓴 남자가 튀어나왔다.
그는 추기경, 그레고리의 앞을 막아섰고.
밝게 빛나는 검을 휘둘러 반듯한 호를 그렸다.
“바람의 장막(Wind W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