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juk battlefield's non-mortgage loan specialist RAW novel - Chapter 130
129화
천살의 신력과 흑단의 중량, 투신의 봉법이 어울리니, 인계서는 두려울 것 없는 신위가 나왔다. 붉은 광기는 철갑선을 헤집었고, 상대가 수적이니 마인이니 따질 것이 하등 없었다.
퉁, 퉁-
가뜩이나 색도 검어 보이지도 않는데, 길이도, 개수도 자유자재로 늘어나니, 대체 상대는 무에 당하는지도 모르고 장강에 물고기 밥만 될 뿐이었다.
“어느 고인분께서 납시셨소!”
마지막 남은 마인이 두려움에 벌벌 떨며 말했다. 이미 반쯤 미쳐있는 마인도 두려움으로 떨게 하는 것이 천살의 능력이었다. 마기가 사기의 우위에 있다면 그런 마기를 압도하는 것이 천살이었다.
“킥킥.”
천살의 붉은 광기는 마기를 살라 먹고 그득 자랐다. 수라의 대답은 없었고, 시선을 가득 채운 건 새까만 단절이었다.
“쿠엑.”
두려움에 떨던 마인은 결국 얼굴이 함몰되어 비참한 죽음을 맞았다. 이 모두가 정리되는 데 겨우 반 각이 채 안 걸렸다.
반면, 사마룡은 오색찬란한 곤옥의 검으로 되려 누구보다 간결한 검술을 선보였다.
“윽.”
“크윽.”
아주 잘 짜인 경극처럼 일검에 하나씩,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수적이고 마인이고 바닥에 쓰러졌다.
“으잉?”
모르고 보면 적이 때에 맞춰 알아서 칼 맞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고, 알고 보면 그저 경탄만이 나오는 검술과 보법이었다.
“죽어라!”
그러나 아무리 상대가 지랄을, 발광을 해도 소용없었다. 초절정에 이른 무결은 그야말로 완벽. 무결의 시조가 그리던 이상향을 사마룡은 보란 듯이 선보이고 있었다. 그리 마지막.
“잠, 잠깐!”
적들 배를 통틀어 홀로 남은 인물이 칼을 버렸다.
“살려 주시오!”
그는 수적도, 마인도 아니었다. 되려 평범하기 그지없는 치였다.
“내 돌아가 이르겠소, 이들 배엔 신룡과 광룡이 함께 타고 있으니, 천외천의 신인이 아니거든 엄두도 내지 말라고 말이오!”
얼굴이 튼실하고 입이 큰 이는 말하는 투가 몹시도 과장됐다. 사마룡은 불필요한 살생은 금했다. 아름다운 칼을 거두었다.
“정말 살려주시는 게요?”
사마룡은 대답 대신 귀강의 배로 훌쩍 뛰었다. 귀강의 무인들은 마치 무신을 접견하듯 조심스러웠다.
“아아.”
사내가 감탄하는 소리가 예까지 들렸다.
“가시지요.”
사마룡은 익궁에게 말했다. 여부가 있을까, 익궁은 빨리 출발을 독려했다.
“사마에는 두 마리의 용이 머물고 있으니 신룡과 광룡이렸다. 장강 위에 두 마리 용이 노니니 오색구름이 피고 천둥과 번개가 요란 치는구나.”
귀강의 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누군가 청명한 소리로 노랠 부르기 시작했다. 방금 전 구명을 받은 치가 내는 소리였다. 노래는 단순코 오글거렸지만, 노 젓는 이들이 금세 이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신룡과 광룡의 이름은 배가 사천에 이르도록 내내 회자됐다. 덕분일까, 잇따른 공격은 일어나지 않았다.
배는 사천 초입 호주(胡州)에 당도했고, 성도까지 가려면 내강을 따라 운행되는 지선으로 갈아타야 했다.
호륭진(胡隆津), 중원 서부 장강 물자가 시작되는 거항은 무한 세 개 진을 합친 것보다 서너 배는 큰 규모였다. 하늘이 시커멓게 좋지 않은 와중에도 물자를 싣고 내리는 인부들이 가득했다.
“호오.”
아신은 연신 감탄하며 배에서 내렸다. 바다의 것도 아닌데, 내륙 항이 이렇게나 클 수 있다니.
“혹시 이동 중에 불편함은 없으셨사외까?”
익궁은 공손한 투로 물었다.
“덕분에 편하게 왔소.”
사마룡과 아신은 한차례 전투가 있고부터 그야말로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초월적 경지의 고수. 세 개 배의 수적들을 삽시간 물귀신으로 만든 이들이었다. 그런 이를 이용해 먹었으니 두렵지 아니할 수 있겠냐마는, 이를 기회로 인연을 쌓는다면 이보다 남는 장사도 또 없을 것이었다.
“성도로 가는 배를 구해드리겠습니다. 다만, 기상이 좋지 않아 당장 지선의 운항은 어려워 보이니, 겸사 귀강에 들려 잠깐 쉬었다 감이 어떻사외까?”
익궁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호주는 중원에 서역의 물자를 보급하는 물류 창고임과 동시에 중원 서부 최고 상단, 귀강상단의 본단이 위치한 곳이었다. 호륭진이 괜히 이만한 규모를 자랑하는 게 아니었다.
귀강상단이라. 사천행의 여정이 처음인 만큼 중원 서부 최고 상단의 위용이 궁금하기도 하다만, 건강을 되찾는 게 우선이고, 송죽에도 해야 할 일이 태산처럼 많았다.
“갈 길이 바쁘외다. 물길이 어려우면 마를 이용할지니, 성의는 감사히 받되 제안은 거절하도록 하겠습니다.”
익궁은 끈질겼다.
“호주엔 중원을 대표하는 귀한 술들이 많사외다. 귀강엔 객들을 위해 특별히 빚는 술도 있는 만큼, 상단주께 이르러 이번 운항을 보살펴주신 은을 보답하고 싶사외다.”
호주는 신선의 주천(酒泉)으로도 불리는 만큼 물과 술이 유명한 고장이었다. 중원에 웬만한 이름난 술들은 대게가 사천 출신의 주조장들이 만들었다고 할 정도였다.
꼴깍-
숨은 아신의 입맛을 다시는 소리가 났다. 사마룡도 술을 즐기지만, 아신도 맘 놓고 마시면 그날 주루를 동내고도 남았다. 생각이 깊었다.
“하루만 신세를 지겠나이다.”
사마룡은 결국 못 이기는 척 말했다. 수하를 아끼는 마음도 컸지만, 귀강에서 직접 담그는 술이라, 애주가로서 혹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혹시 아나, 그 술을 마시면 병이 씻은 듯이 나을지도. 역시 술쟁이 다운 생각이었다.
익궁의 표정이 환해졌다.
“임재는 귀강으로 가는 마차를 알아보라. 귀한 손님들을 모실지니, 속히 준비해야 할지어다.”
“존명!”
익궁의 지시에 사내 하나가 부리나케 달렸다. 익궁은 다른 정리를 위해 잠깐 자릴 비웠다.
“저어.”
그러자 누군가 사마룡에 말을 걸었다. 인피면구를 했던 그 의문의 시종이었다.
“부모감(父母監)께서 이르실 말씀이 있다 하여 잠깐 뵙고자 하십니다.”
부모감은 정칠품 지현(知縣)에 해당하며 한 개 현을 책임지는 지방의 관리였다. 작금 명 황실의 힘을 생각하면, 감히 사칭하기 어려운 자리였으며, 진실로 부모감을 동원할 정도의 일이면 광의단서도 보통 일은 아니었을 테다.
“더 바랄 게 있소?”
사마룡은 어찌 됐든 그들과의 관계를 이어 좋을 것이 없다 봤다.
“단의 처사에 너무 노여워 마시옵소서.”
어린 시종은 고심했다.
“어쩔 수 없군요.”
그는, 아니 그녀는 가면을 하나 벗어 던진 모습이었다. 기세도, 외형도, 목소리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묘령의 여인. 순간 사마룡과 시종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이 분리됐다.
“기문둔갑술?”
사마룡은 눈이 새초롬해졌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소녀는 의천마교 교주 서상치(西象齒)의 장녀, 서도아(西桃兒)라 하옵니다.”
사마룡은 내심 크게 놀랐다. 애당초 관부에 인피면구까지 하고 보통 사람은 아닐 거라 여겼지만, 의천마교, 그것도 소공녀일 줄이야.
“의왕께 전쟁을 앞두고 문의드릴 사안이 있어 잠시 다녀오는 길이었습니다. 오는 길 호위를 잃어 난감하던 차, 혹시나 가는 길도 문제가 생길까 싶어 호위를 부탁드렸는데, 그걸 사마의 공자님께 부탁드릴 줄은….”
사마룡은 그제야 서신의 내용을 정확히 알게 됐다. 의왕이고 주포고 참으로 보통이 아닌 이들이었다. 관아를 이용하는 것도 모자라 제가 어찌 사천으로 갈 줄 알고 이런 일을 맡기는지.
“이쪽도 의도한 바가 아니니 신경 안 써도 되오.”
사마룡은 확실히 선을 그었다. 여인은 민망하기도 하련만 생글생글 웃었다. 사마룡은 여인에게서 요기와는 다른 이끌림을 느꼈다. 알아 깨닫고 경계하지 않으면 누구든 홀려 따르게 될, 인계에서는 보기 드문 능력이었다. 그녀는 품에서 귀하디 귀한 상아패로 만든 패를 건넸다.
“우리는 마교와의 전쟁서 승리할 거고, 세상은 새로운 신교를 맞이하게 될 겁니다.”
여인의 목소리엔 굉장한 힘이 서려 있었다. 진실로 그렇게 될 것 같은 기분. 의천의 교주를 본 적 없지만, 여인을 빌어 보통의 사람은 아니겠구나 판단되는 것이었다.
“오늘 은혜는 그때 갚도록 하겠습니다. 받으세요.”
사마룡은 추호도 받을 생각이 없었거늘, 어느새 손엔 패가 쥐여 있었다. 여인은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다시 어린 시종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세계가 본래대로 돌아왔다. 어린 시종은 할 일을 마치고 총총걸음으로 사라졌다. 참으로 해괴한 일이었다. 이런 능력이면 굳이 도움이 필요했을까.
사마룡은 귀강이 위치한 대곡현으로 가면서 생각이 많았다. 전쟁이라. 정말 의천은 마교와 전쟁을 시작할 생각인 것인가? 비록 일방적인 공격이었지만,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정파와 사파도 겨우 하는 싸움이었다. 고작 난 지 얼마 안 된 단체가, 중원의 대적 마교를 상대로 어찌 싸워 이긴단 말인가. 게다가 천마는.
“어서 오세요, 신룡이시어.”
마차 서너 대는 한꺼번에 지날 듯한 크기의 대문. 귀강상단. 유려한 필체로 써 내린 현판 아래 익숙한 낯의 여인과 인파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귀강의 일곱 번째 행수이자, 과거 적벽에서 연을 맺은 임혜옥과 그녀의 행단 사람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