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juk battlefield's non-mortgage loan specialist RAW novel - Chapter 153
152화
“비무가 끝났으면 이만 돌아가지요.”
사마룡은 당동막의 옷을 털어주며 말했다. 당동막은 쥐구멍에라도 들고픈 심정이었다. 우국은 마무리가 아쉬웠지만 켕기는 구석이 있어 차마 말을 뱉지 못했다.
둘은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따랐다.
“잠, 잠깐!”
유호준이 화들짝 놀라 외쳤다.
“그쪽이 사마룡 공자요?”
들은 사람은 인상을 찌푸렸다.
“이놈! 사마의 공자님께 무례를 저지르다니!”
우국이 잘 걸렸다 호통을 쳤다. 서슬 퍼런 기세가 빙하처럼 뻗었다.
사마룡은 손을 들어 제지했다.
“끄응.”
우국은 어쩔 수 없이 화를 참았다.
“그렇소. 본인이 사마룡이외다.”
파밧-
유호준이 땅을 박차고 날아왔다.
“드디어 뵙는구려. 유호준이오.”
“이런 건방진 놈이!”
우국이 재차 으르렁거렸다. 가뜩이나 재수 없게 굴던 놈이 자신의 주군께 고갤 빳빳이 드는 게 무척이나 마뜩잖았다.
다른 세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감히 세가의 식객이 그곳 직계 손을 대하는 태도가 이건 아니었다.
“호오, 다들 불만이 많으신가 보오. 그러나 본인은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니외다.”
유호준은 뻔뻔하게 말했다.
“모두 사정이 있어 그렇지, 마냥 미친놈처럼 사고나 치고 다닌 게 아니란 말이오.”
사마룡은 실소가 새어 나왔다.
“사정이 있었다?”
유호준은 고갤 끄덕였다.
“옳소. 어찌 그리 바쁘시오? 내 그대를 보고자 벌서 수개월 전부터 머물렀고, 여러 번 대면을 요청했으나 하루도 시간을 내주지 않더구려.”
사마룡은 금시초문이었다.
“아무도 그런 말은 않았는데?”
유호준은 어깰 으쓱했다.
“하기사 그쪽이야 워낙 유명한 인사였고, 나야 작은 세가서 사고나 치고 다녔으니 의사가 제대로 전달됐을 리 없겠지.”
“뭣이?”
식솔들이 발끈했다. 사마를 폄하하는 말 때문이었다. 사마룡은 눈을 가늘게 떴다. 저 미친놈은 제가 미친 것도 알았고 여러 정황도 잘 파악하고 있다. 그러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그 정도 실력을 갖고도 어찌 나를 적극적으로 찾지 않았소? 하물며 세가의 위사들도 어찌하지 못하였을 텐데.”
유호준은 씨익 웃었다. 알고 있었어? 하는 광기 어린 웃음이었다.
“안 그래도 그대가 세가에 왔다길래, 그대의 주목을 끌고자 큰 거 하나 준비하고 있었다오. 오늘 그대의 수하를 만나지 않았다면 재밌는 일이 벌어졌을 텐데.”
사마룡은 단언했다. 그냥 미친놈이었다.
“그러나 유아교의 활동이 제법 재밌었소. 유아 소저가 생각보다 더 예쁘기도 했고.”
사마룡은 인상을 찌푸렸다. 살짝 살기가 일었다. 한유아는 사마룡에 꽤 중요한 존재가 됐다. 놈이 한유아에 해코지를 할 거면 결코 가만두지 않을 작정이었다.
“아아, 그리 무서운 얼굴 마시오. 내 직접 말하기 부끄럽지만, 무당의 순양무극공(純陽無極功)을 익힌 몸이라오.”
사마룡은 더욱 인상을 찌푸렸다.
순양무극공은 무당의 비전, 순양공의 원형으로, 사마룡이 알기론 직전제자들 중에서도 극히 일부에게만 전해지는 무공이었다.
순양무극공은 남성의 가장 순수한 양기를 배양시켜 자연의 가장 순수한 음기와 조화를 이루는 공부였고, 그러자면 오랜 기간 수련을 거쳐 자연과 나를 깨닫는 경지에 들어야 했다. 그리고 순양무극공은 동자공의 대표 격으로 평생을 금욕해야지 대성할 수가 있었으니, 이런 무공을 선택했다는 자체도 보통 사람이 아니었고, 그런 이가 여인에 빠져 사는 것도 굉장히 이상한 일이었다.
“이 정도면 세상 가장 안전한 남자 아니겠소?”
이게 유호준이 진정 유아교의 교주가 될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래도 사마룡은 여전히 언짢았다.
“그래, 나를 어찌 보자고 하셨소?”
사마룡은 재차 물었다. 그와는 더 이상 길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유호준은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었소. 세상 오만하던 옥강이 그쪽을 만나고선 사람이 대번에 바뀌지 않았겠소?”
옥강? 사마룡은 지금껏 만났던 이들을 떠올렸다.
“나중엔 가양 누이도 부탁했지만, 워낙 은밀히 할 일이라 말해 줄 수는 없소.”
사마룡은 전자는 워낙 대수롭지 않게 여겨 몰랐지만, 후자의 인물은 단번에 기억해냈다.
“유가양, 만금의?”
유호준이 입만 웃었다.
“그렇소, 가양은 내 누이요.”
“허.”
“어때, 내가 궁금하지 않소?”
본새가 보통이 아니다 했더니 자그마치 만금전장의 직계 손이었다. 사마룡은 그러나 별 관심이 없었다.
“별로.”
사마룡은 차갑게 대꾸했다.
“너무하오.”
유호준은 볼을 부풀렸다.
“나는 그쪽에 대한 호기심은 어느 정도 충족됐소.”
유호준은 어떤 움직임을 준비했다.
“그런데 그 호기심이 충족될수록 더한 호승심이 꿈틀거리는구려. 어떻소, 나와 한 번 겨루어 보는 게.”
순양무극공의 짝꿍이랄 수 있는 무당의 절기, 무극현공권(無極玄功拳)의 기수식이었다. 무극현공권은 무당산의 다른 이름인 현악(玄岳)의 이름을 딴 만큼 무당의 유능제강(柔能制剛)의 묘리와 신비한 어떤 힘을 같이 담고 있었다.
사마룡은 그에게서 순수한 열망을 느꼈다.
“주군, 제가 처리하리까?”
몸을 숨기고 있던 아신이 물었다. 사마룡은 고개 저었다.
다른 때의 사마룡이라면 무시하고 넘어갈 일이나, 저 이는 하나부터 열까지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었다.
“그럼 한 가지 약조하오. 본인이 이기면 유아교인지 유아원인지 유치한 장난은 그만두면 좋겠소.”
사마룡은 조건을 걸었다.
“크큭.”
유호준은 사마룡의 말장난이 만족스러운지 웃었다.
“좋소. 그러나 내가 이기면 그대 옆에 소저 이름을 딴 조직을 하나 더 만들까 하오.”
유호준은 그러며 기해령께 한쪽 눈을 찡긋했다.
“깔깔깔.”
기해령은 유호준이 귀엽다 깔깔 웃었다. 사마룡은 더욱 얼굴을 찌푸렸다. 그는 한 발짝 나서 연무장을 밟았다. 일보에 삼 장을 지워냈다. 전에는 볼 수 없던 고절한 경신이었다. 덕분에 유호준은 순간 앞에 거산이 드리우는 착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더한 괴물이었군.”
유호준은 얄궂던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그는 긴장한 듯 입술을 핥았다. 기수식을 취했던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오오!”
사마 식솔들의 기세가 올랐다. 중원의 신룡. 저들도 같은 가문에 소속되었지만 막상 사마룡의 무위를 견식하는 건 처음이었다.
“사마룡 공자께서 세가의 말썽꾸러기와 일투를 벌인다!”
이를 놓칠세라 사마가 멈추고 인파가 몰려들었다.
“오시오.”
사마룡은 시작을 말했다.
“오라면, 가오!”
선수필승이라, 유호준은 그런 제안은 거절하지 않았다. 무릇 승부는 이기고 볼 작정이었다.
순양무극공.
그의 손을 따라 진득한 먹물 같은 기운이 뭉클 피어올랐다. 그는 허공에 글씨를 쓰듯 유려한 원을 그리고 사마룡에 일격을 가했다.
무극현공권 정중현악(鼎重玄岳).
마냥 보드랍게 보인 공격은 실제론 무쇠솥이 내리찍듯 묵직한 기운을 담고 있었다. 달리 보면 한 폭 수묵화를 그려내 이로 공격하는 착각이 드는 것이었다.
쿠우웅-
“흐음.”
사마룡은 무결로 이를 상쇄시켰지만 의외의 중권에 신형이 크게 흔들렸다. 하마터면 크게 창피를 당할 뻔했다.
“크큭.”
유호준은 당동막과 싸울 때랑은 또다른 모습이었다. 그는 적어도 삼 할의 실력을 숨기고 있었고, 이번엔 모든 걸 쏟아내고 있었다.
“역시, 쉽지 않네.”
유호준은 공격이 무산되자 짐작했다 당황키보다 선공의 흐름을 이어갔다.
무극현공권 양운만적(陽雲萬積).
상서로운 기운이 구름처럼 거듭 쌓였다. 사마룡은 익숙한 기분으로 큰 배가 지나며 큰 물결이 겹겹이 밀려드는 착각이 들었다.
콰콰콰쾅-
하나는 덧없이 흩어질 기운이나 이들은 겹겹이 중첩되며 엄청난 세를 불렸다. 끊임없는 검은 물결은 진중한 눈으로 선 사마룡을 덮쳤다. 연무장 청석 바닥이 박살 나며 구름보다 더한 먼지가 피어올랐다.
“공자!”
우국이 놀라서 소리쳤다.
무당에 이만큼 강맹한 수가 있었다니. 순양무극공이나, 무극현공권이나 중원에 나올 일이 드물어 사람들은 의아할 것이었다. 여느 것 하나 평범한 것이 없었다.
“헉, 헉.”
이번에는 유호준도 무리를 했는지 얼굴이 핼쑥해졌다. 그러나 원하던 바를 이루지 못했던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후웅-
그리고 뽀얀 먼지를 가르며 시커먼 물체가 튀어나왔다. 흑단.
투전승불봉법.
사마룡은 아신의 것을 잠깐 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