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118
대한민국 절대 재벌! 118화
“김수복 부사장님.”
나는 창밖을 보며 김수복을 불렀다.
“예.”
“독사.”
“예, 지도자 동지.”
“여기서는 사장님.”
“죄송합니다. 사장님.”
둘이 창가에 서 있는 내게 왔다.
“잘 들으세요.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내 말에 김수복과 독사가 바짝 긴장한 눈빛을 지었다.
‘군표만 350만 원이다.’
엄청난 거금이다.
“예, 말씀하십시오.”
* * *
도쿄 중심지 호텔.
이승한 박사는 미군정이 제공하는 숙소를 마다하고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사실 그는 꽤 사치스러운 면이 많았으나 그 자신만 몰랐고.
어느 순간부터 그의 보좌관들이 이제는 다 알아서 처리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그리고 이승한 박사는 자신이 품격 있는 생활을 해야.
미국 정치인들이 자신과 조선 인민을 무시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 사람이었고.
이것은 때때로 맞는 말이지만.
때때로는 잘못된 생각이었다.
“얼마나 더 기다리라고 했소?”
“아직 아무런 통보도 없습니다.”
“나를 이 도쿄까지 오라 해 놓고서는 이렇게 홀대한다는 겁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곧 맥아더를 만날 수 있으실 겁니다.”
이승한의 보좌관들은 그저 이승한의 눈치만 보면서 그의 비유를 맞추기 급급했다.
처음부터 이랬으니 이승한 정권은 빠르게 썩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미국이 조선 인민을 무시하기 때문이오.”
“다시 한번 연락을 취해 보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알아보라고 한 것은 어떻게 됐습니까?”
“아직 임시정부 요인은 누구도 입국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다행이군. 아마도 건국 초기가 될 것이니 혼란스러울 것이고, 나와 김규의 대결로 좁혀질 겁니다.”
이승한은 벌써 정치 판도를 구상하고 있었다.
“그럴 것입니다.”
“그냥 소련처럼······.”
이승한이 뭔가 말을 하려다가 말을 아꼈다.
* * *
미군정이 제공한 강철의 숙소.
“독사.”
“예, 사장님.”
“그런데 진짜 이름은 뭐죠?”
계속해서 독사라고 부르기는 뭐했다.
우린 조폭이 아니니까.
“제 이름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우돌석입니다.”
“이름 한번 듬직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이승한 박사가 어디에 묵는지 알아보시오.”
이승한을 만나지 않는다고 해도.
그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는지 알아두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내가 지시한 것은 바로바로 움직여야 합니다. 부사장.”
“예, 사장님.”
“돈을 아낄 일이 아닙니다.”
“예, 알겠습니다. 최대한 많이 준비하겠습니다.”
“밤이지만 움직이세요.”
“예, 알겠습니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만났을까?’
자꾸 이승한 박사가 떠오른다.
이것은 내가 그만큼 신경 쓰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욕심을 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사장님.”
그때 아무 말도 없이 대기하고 있던 차기성이 내게 다가왔고.
나는 속이 타는 마음 때문에 다시 담배 하나를 입에 물었다.
‘이건 배우지 말았어야 했어.’
야마모토, 그 새끼 때문에 담배를 배우게 됐다.
“할 말 있소?”
“대마도가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거기에는 4만 명이나 넘는 사람들이 억류되어 있습니다.”
“고용된 사람들이죠. 걱정되니 당신을 데려왔고요.”
내 말에 차기성이 멍해졌다.
“대단하신 분이시군요.”
“다들 그렇게 말합니다. 쉬세요. 내일부터는 숨 가쁘게 움직여야 하니까요.”
* * *
하루가 지났다.
맥아더의 집무실.
“두 동양인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밖에는 브라운 중령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오, 그래? 드디어 왔군!”
브라운 중령이라는 말에 맥아더의 표정이 밝아졌다.
맥아더는 이상할 정도로 브라운 중령을 총애했다.
“그렇습니다.”
“대마도 리포트를 가져온 모양이군.”
“예, 그렇습니다.”
“브라운을 만난 다음 누구부터 만나야 할까?”
“워싱턴에서 추천한 이승한이라는 조선인부터 만나시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너는 누구의 부관이야?”
조금 전까지 기분이 좋았던 맥아더가 짜증스러운 어투로 말했다.
“예?”
“네가 워싱턴에 있는 아이젠하워의 부관이야?”
“죄송합니다.”
“브라운만 한 부관이 없어.”
맥아더가 인상을 찡그렸다.
-바지가 좀 젖더라도 세계에 남을 역사적 순간이니 명장면을 남기셔야 합니다.
맥아더는 필리핀을 탈환하고 상륙할 때를 떠올렸다.
-역사적인 명장면?
-예, 그렇습니다. 이렇게 이 역사적인 장면을 기록에 남기지 않는다면 이것은 역사에 대한 배신입니다. 모두 제 불찰입니다. 다시 이 장면을 기록에 남기셔야 합니다.
-그럼 병사들이 귀찮을 건데······.
-역사를 위한 일입니다.
-그럼 그럴까? 하하하!
맥아더는 그때를 떠올리며 다시 미소를 지었다.
“브라운 들어오라고 해.”
“예, 원수 각하!”
“그리고 그 동양인, 둘 다 오라고 해.”
“예, 알겠습니다.”
* * *
임시정부 김규 주석의 집무실.
“이게 말이 됩니까? 임시정부의 대표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만 입국을 허락한다니, 이건 임시정부를 부정한다는 의미입니다!”
김규 주석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고.
애국지사들은 모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또한, 광복군 전체는 무장을 해제하고 입국하랍니다. 미군정이 우리를 철저하게 무시하겠다는 겁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소?”
김규 주석이 임시정부 요인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렇다고 해도 입국하셔야 합니다.”
“민간인 신분으로라도 입국해야 한다고요?”
“그렇습니다. 유일한의 말에 의하면 아시는 것처럼 건국준비위원회라는 것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입국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할까요?”
“그렇습니다. 먼저 입국하셔야 합니다.”
임시정부에는 개인 자격이라도 입국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모였다.
“알겠소. 입국 준비를 서두릅시다.”
드디어 김규 주석과 임시정부의 요인들 입국 금지가 풀리는 순간이었다.
* * *
도쿄 외곽 미군 사단 주둔지.
어디나 그렇듯 미군이 주둔하는 주둔지 주변에는.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기지촌이 건설됐고.
이곳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엉성하게 지은 건물들은 대부분 미국식 바를 모방해서 만든 윤락 시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김수복과 한중만은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웃돈을 주고 몇 개의 바를 샀다.
“나는 극장식 바를 개업할 테니 한 부장은 어음 판매소를 설치하시오.”
“예, 알겠습니다. 부사장님.”
한중만은 내가 경영하는 기업체의 부장이 됐다.
“사장님 말씀대로 될지 모르겠군.”
강철이 계획하는 일이 잘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한중만이었다.
“잘될 겁니다. 사장님은 항상 기발한 발상을 하시니까요. 사장님 말씀대로 잔돈을 군표로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건 나도 알고 있소. 환율이 어떻게 되지?”
“현재 환율은 무의미합니다. 일본 정부는 10원에 1달러라 환율을 정했지만 달러가 없어 암시장에서 100원에 1달러로 교환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곧······.”
“곧 뭐요?”
“화폐 개혁이 시행될 것 같습니다.”
“정말요?”
“경성에 있는 함평식 재정부장이 한 말이니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게 되면 사장님이 가진 돈이 모두 휴지가 된다는 말인데······.”
김수복이 인상을 찡그렸다.
“충분히 대비하고 계신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실 겁니다. 마치 미래를 아는 것처럼 행동하시니까요. 우린 우리 일을 합시다. 독사, 아니, 우 과장!”
“예, 부사장님.”
“여자들은?”
“곧 도착할 겁니다.”
김수복과 독사는 나가사키의 야쿠자와 인연을 맺었다.
그러므로 미군을 상대할 여자들의 공급에는 큰 불편이 없었다.
“빨리 와야 할 텐데, 그리고 사할린 백마들은?”
“내일쯤 도착할 겁니다.”
이렇게 강철은 빛에서도 또 어둠에서도 완벽하게 활동하기 시작했다.
* * *
맥아더의 집무실 앞 복도.
오전에 미군 장교가 와서 맥아더가 나를 찾는다고 통보했기에.
긴장한 채 수많은 자료를 챙겨 이곳으로 왔다.
물론 맥아더의 성격상 이 자료들을 꼼꼼히 챙겨 보지 않을 것이다.
그는 허세가 많다.
‘운명의 순간이구나.’
나도 모르게 초조해지는 순간이다.
또각, 또각.
그때 복도 끝에서 느린 발걸음 소리가 들렸고.
그 발소리와 함께 다른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렸다.
난 고개를 돌려 그들을 봤다.
‘이, 이승한이다!’
숨이 턱하고 막히는 순간이다.
내가 이승한을 직접 내 눈으로 보다니 신기하고 놀랍기만 했다.
그는 마치 왕처럼 꽤 많은 보좌관을 대동하고 이곳으로 걸어왔고.
나를 힐끗 보더니 보좌관에게 뭔가 말한 후 내 쪽으로 걸어왔다.
철컥!
그때 맥아더의 집무실 문이 열렸고.
장교 하나가 나와 이승한 쪽으로 걸어갔다.
‘아직 만나지 않았구나.’
하지만 저 장교의 행동으로 판단하건대.
맥아더는 나보다 이승한을 먼저 만날 것 같다.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나도 모르게 역사를 바꾼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기다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
다행스러운 일인지 집무실에서 나온 장교는.
이승한 박사에게 더 기다리라고 말했다.
“으음,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오?”
이승한 박사는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죄송합니다. 원수 각하께서는 전략 회의 보고를 받고 계십니다.”
“전략 회의라고 하셨소?”
이승한의 눈동자가 반짝였고.
나 역시 저들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기에 귀가 번쩍 열렸다.
‘아마 브라운 중령이 대마도 리포트를 보고하고 있겠지.’
어쩌면 내가 이승한 박사보다 먼저 맥아더를 만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습니다.”
“조선에 대한 문제입니까?”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좀 더 기다려 주십시오.”
미군 장교는 그렇게만 말하고 돌아서서 내게로 걸어왔다.
뚜벅, 뚜벅!
내게로 걸어오는 그의 발걸음 소리가 내 심장을 뛰게 했다.
‘나한테는 들어가자고 말할까?’
그렇게 된다면 이승한을 무시하고 나를 대우해 준 것이고.
이승한이 나를 나쁘게 볼 것이 분명했다.
“기다리십시오.”
“예.”
다행히도 나에게도 기다리란다.
‘그래, 기다려 주마, 얼마든지 기다려 주마.’
힘이 없으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승한 박사가 내 쪽으로 걸어왔다.
“이런 대우는 워싱턴에서도 받지 않았소.”
이승한은 자신의 보좌관에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죄송합니다.”
“승전국 총사령관이라고 나를 너무 무시하는군.”
어쩌면 이 순간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꿔놓을 역사의 한 장면이 분명할 것 같다.
그리고 그 역사의 한 장면에 내가 서 있는 것이다.
“여기 앉으시죠.”
나는 자리에 앉아 있었기에 이승한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조선 청년인가?”
언제 봤다고 반말인지 모르겠다.
“예, 그렇습니다.”
“도쿄에서 동포를 볼 줄은 몰랐군.”
“이승한 박사님 아닙니까?”
살짝 아는 척했다.
“자네가 나를 어떻게 알지?”
‘지금 금값을 받아낼까? 아니면 나중에?’
고민스럽다.
‘이 상황에 저 늙은이랑 엮여서 좋을 것이 있을까?’
이 역시 고민스럽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내 운명의 순간마다 선택의 순간이라는 메시지가 뜨는데.
요즘에는 그런 것이 안 뜨고 있다.
“신문에서 봤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