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157
대한민국 절대 재벌! 157화
“강철이라고 합니다.”
나는 정중하게 그에게 허리를 숙였다.
“미안하지만 나는 이름이 없소이다.”
이것을 달리 생각해 보면 스스로 실체가 없다는 의미고.
또다시 그것을 돌려 생각해 보면 가문 자체가 자신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자리에 앉으시오.”
“감사합니다.”
나는 이 순간 저 노인은 진짜일까 가짜일까 생각해 봤다.
하지만 이제는 더 물어볼 수 없었다.
* * *
맥아더의 집무실.
맥아더는 1주 전에 발행한 뉴욕 타임스지를 보고 있었다. 이럴 수밖에 없는 것은 일본열도와 미국 간의 거리 때문이다.
“하하하, 야가미 라이토가 성공했군!”
트루먼 대통령과 악수하는 강철의 사진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또한, 자신이 주장한 차이나 리포트가 백악관에 받아들여졌을 거라고 확신했다.
“대단한 사람입니다.”
누구든 이제 강철을 말할 때 대단한 사람이라고 말할 때가 많았다.
“일본 총리가 이 신문을 본다면 제대로 흥분하겠군.”
“그럴 것입니다. 당했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그렇겠지.”
맥아더는 일본 총리의 얼굴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 * *
저택 특실.
“나는 이번 대마도 왕국이 미국으로부터 독립을 인정받는 과정을 지켜보며 감탄스러웠소.”
눈빛과 말이 일치하는 것 같다.
“희망이 되셨습니까?”
“희망이라고 하셨소?”
“유대 민족이 조국을 잃고 세계 곳곳을 돌아다닌 지 2,000년이 훌쩍 넘지 않았습니까?”
“그렇소.”
“그러니 희망을 품으셨습니까?”
“부인하지 않겠소. 나라를 잃어 보지 않았다면 그 고통이 얼마나 참혹한지 모를 것이오.”
자신을 밝힐 때는 겹겹이 숨기려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솔직하게 밝혔다.
“압니다.”
“안다고요?”
“우리, 한민족은 당신들, 유대 민족처럼은 아니라도 36년간 일본인들에게 지배받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겨우 독립했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려고 합니다. 그에 앞서서 대마도 왕국이 건설된 것입니다.”
“그렇습니까?”
이것을 말한 이유는 우리가 같은 처치라는 동질감을 느끼라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짧다면 짧은 시기지만 한민족은 자신의 이름도 쓰지 못했고, 말도 쓰지 못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유대 민족과 한민족은 같은 아픔을 겪었고, 겪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통찰력이 뛰어나고, 감정 조절을 잘하는 사람이라 해도 나이가 들면 때때로 감성적으로 변한다. 물론 그것이 계속 유지되지는 않는다.
‘감성적으로 접근해 이익을 뽑는다.’
누가 뭐라고 해도 대마도 왕국은 UN에 한 표를 가졌다. 그는, 아니, 유대 자본은 결국 내게 투자할 것이다.
“그렇군요.”
“자긍심 가득한 유대 민족이 이집트의 이름과 말을 쓰며 살아야 했던 것과 똑같습니다. 그때 모세가 유대 민족을 구해내서 이스라엘 땅에 국가를 건설했다고 들었습니다.”
마치 내가 모세처럼 보이고자 했다. 그런데 유대 자본의 가주는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눈가가 촉촉해져도 모자랄 판에······.’
이건 내 달변이 먹히지 않는다는 증거다.
“당신은 정말 달변가군요. 탈무드에는 제일 맛난 부위는 혀고, 제일 맛없는 부위도 혀라고 했습니다.”
‘간파당했다. 대단하군.’
아부와 감성적 접근은 귀에 달달한 법인데, 넘어가지 않는 것을 보니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이 확실했다.
“그렇습니까?”
“그렇소, 당신이 내게 마음을 나누자고 하지 않았소?”
“그렇습니다.”
“그럼 우리 그리해 봅시다. 나는 당신에게 투자하겠소.”
그가 나를 뚫어지게 보며 말했다.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아니, 내 가문은 단 한 번도 투자로 실패한 적이 없소. 실패해야 할 투자도 모든 방법을 동원해 성공시켰소.”
“워털루 전투를 말씀하시는군요.”
내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 또한, 내가 자신들에게 위험하지 않다는 것도 각인시켜야 한다.
“워털루 전투의 숨겨진 금융 비화를 아시오?”
“알 듯합니다.”
“그렇소, 우린 그런 존재들이오. 그때까지, 아니,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허락된 것은 멸시와 천대 그리고 돈밖에는 없소. 그러니 우리는 돈을 움켜쥘 수밖에 없고, 그것으로 모세가 이룬 기적을 다시 이루고자 하오.”
내가 저 가주에게 모세처럼 보이려고 했는데 진짜 모세를 꿈꾸는 자는 저 노인이었다.
‘위험한 자다.’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 * *
일본 총리 관저.
“이 신문을 봤습니까?”
일본 총리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예, 봤, 봤습니다.”
“그가 일본인이 아니었단 말입니까?”
“그렇게 밝혀졌습니다.”
“이런 젠장······!”
결국, 일본 수상은 조선인 출신 강철에게 오사카성을 헌납한 꼴이었다.
물론 그것을 통해 일왕의 목숨과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는 했지만.
강철에게 놀아난 것을 생각하면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실을 밝힐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오사카성!”
“예?”
“오사카성의 명의가 야가미 라이토로 되어 있지 않나?”
“그렇게 명의를 이전했습니다.”
“그렇다면 오사카성을 되찾을 수 있겠군. 실존하지 않는 인물이니까.”
일본 총리는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 오사카성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일본 관리가 인상을 찡그렸다.
“저, 저기, 수상 각하.”
“뭔가?”
“오사카성에 대해서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뭐를?”
미소를 지었던 일본 총리의 표정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빠르게 일그러졌다.
“혹시······.”
“명의가 야가미 라이토에서 대마도 왕국 왕실로 이전됐습니다.”
“뭐, 뭐라고?”
“그러므로 오사카성의 반환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예 없는 존재가 명의를 이전했는데 자네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알아본바 야가미 라이토는 실존 인물입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조선총독부 인원 등록 문서를 확인한 관리가 조선인 강철이라는 자가 야가미 라이토로 창씨개명을 했다고 합니다.”
“뭐, 뭐야?”
“그것도 본국이 항복 선언을 한 하루 전에 그랬다고 합니다.”
물론 이 역시 조작이었다. 강철은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고.
서류상 자신의 신분을 야가미 라이토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위태롭던 일제강점기에서도 창씨개명을 하지 않았지만.
조국이 광복한 후 두 달이 지난 후에서 서류 조작으로 창씨개명을 한 흔적을 남겼다.
이것이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일이라고는 해도 법적으로는 문제 삼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모든 서류에 대한 전산 처리 시스템이 없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강철이 일본의 뒤통수를 제대로 친 것이다.
“이, 이 망할 놈의 조센징!”
“송구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진정 오사카성을 반환받을 방법이 없다는 건가?”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강철이라는 조센징에 대해서 흥분하실 때가 아닙니다. 아시는 것처럼 미국이 독립을 승인했습니다. 그러니 본국과의 국교 정상화가 시급합니다.”
“뭐, 뭐라고? 내가 왜!”
“대마도 왕국은 미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상태입니다.”
이건 일본이 이제 함부로 대마도 왕국을 건드릴 수 없다는 의미였다.
“그렇기에 시급히 일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해서 소련의 압박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만약 강철이 조선 반도에서 건국될 국가와 결탁한다면 경제적으로나 영토적으로나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저번에 수상 각하께서 지시한 것처럼 이제 대마도 왕국은 정상적인 국가이고, 본국이 건드릴 수 없는 국가입니다. 지금은 분노를 억제하시고 현실을 직시하기를 부탁드립니다.”
“으음……. 자네, 이름이 뭔가?”
“아베이노무새끼입니다.”
“알겠네, 괘씸한 것은 괘씸한 것이고, 당한 것은 당한 것이지만 국가의 실리를 위해 움직여야겠지, 하지만 너무나 괘씸해, 너무나!”
“진정하십시오.”
“이 망할 놈, 이 망할 노오오옴!”
일본 총리는 강철을 떠올리며 저주를 퍼붓듯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가 목덜미를 잡고 쓰러질 뻔했다.
* * *
이승한의 집무실.
이승한 역시 하지 군정장관이 보내 준 일주일 지난 뉴욕 타임스지를 읽었다.
그의 보좌관 역시 그 신문을 읽었다.
“야가미 라이토라는 자, 정말 대단한 자입니다. 미국과 동등한 입장의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다니, 정말 외교력이 뛰어납니다.”
“잠, 잠깐······.”
신문을 보던 이승한이 말을 더듬었다.
“왜 그러십니까?”
“자네는 이 친구 얼굴이 기억나지 않나?”
“누구 말입니까?”
“이 사진의 주인공 말이야, 어디서 본 것 같지 않나?”
“그러고 보니 어디선가 본 것 같기도 합니다.”
“맥아더의 집무실 앞에서 봤지.”
“어, 어어? 그, 그렇다면 이자는······.”
“조선 동포 강철이다.”
“그렇다면 야가미 라이토라는 자는 조선인 강철이라는 말씀입니까?”
“그렇지. 강철이 야가미 라이토다.”
이승한은 다시 복잡 미묘한 눈빛으로 환하게 트루먼과 악수하는 강철을 노려봤다.
‘이 청년이 조선인이라는 것이 밝혀진다면······.’
국내의 정치 입지가 한순간에 상승하게 된다는 생각이 드는 이승한이었다.
“왜 그러십니까?”
“이 비서.”
“예, 박사님.”
이승한이 착잡한 목소리로 이기붕을 불렀다.
“자네는 내가 늙어 보이나?”
“예? 무슨 말씀입니까?”
“내가 너무 늙었냐고 물었다네.”
“아직 청년처럼 정정하십니다.”
“으음……. 청년에게는 정정이라는 말을 쓰지 않네.”
“송, 송구합니다.”
놀랍게도 이승한은 강철이 자신을 대신할지도 모르고.
미국이 그렇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했다.
“강철에 대해 그리고 그 주변을 철저하게 조사하게. 그때 호텔 로비에서 본가가 조선에 있다고 했어.”
“예, 알겠습니다.”
이승한은 정적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철저히 대비하고자 했다.
‘새끼 호랑이인가······.’
이승한은 강철에게 두려움을 느꼈다. 그리고 보좌관 한 명이 이승한의 이런 모습을 유심히 살피며 복잡 미묘한 눈빛을 지었다.
* * *
덕은 여왕의 궁전.
브라운 대령이 방문했다.
그는 대마도 왕국의 남작 작위를 받은 귀족이기에 덕은 여왕에게 허리를 숙여 경의를 표했다. 물론 이 사실은 외부로 발각되지 말아야 했다.
브라운 대령은 사령부에 미국과 대마도 왕국 간의 상호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자 명예직을 받았다고 보고했다.
“감축드리옵니다. 대마도 왕국이 드디어 미국의 승인을 받았습니다.”
브라운의 말에 덕은 여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모든 것이 브라운 남작의 도움이 있기에 가능했소.”
“감사하옵니다.”
“그렇다면 이제 짐의 일가를 대마도 왕국으로 이주시켜도 됩니까?”
강철은 덕은에게 그렇게 해도 된다고 말했다.
-망한 조선 왕조의 떨거지들을 절대 입국시켜서는 안 됩니다.
브라운은 강철이 자신에게 신신당부했던 말을 떠올렸다.
“망극하오나 그것은 불가하옵니다.”
“왜요? 강철 백작이 허락한 일입니다.”
입헌군주국인 대마도의 왕은 덕은이지만 덕은 스스로도 강철이 허락한 일이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일은 저와 강철 백작이 결정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태평양 극동사령부가 판단하는 일입니다.”
이것은 대마도가 한시적이라 해도 미국령이기 때문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