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188
대한민국 절대 재벌! 188화
강철의 집무실.
이제 혼자 남았다. 내 서랍 안에는 일제강점기 시절 김수복이 내게 가져온 서류들과 죽은 야마모토가 제공한 민간 사찰 문서들이 들어 있다.
그리고 오늘 밤, 그것을 전부 확인할 것이다.
‘3월 1일이 되면 이 문서들은 데스노트다.’
일본 헌병대와 일제 앞잡이들이 작성한 민간 사찰 문서다.
이 서류들에는 친일파는 물론 독립운동가들, 그리고 공산주의자들의 동향까지 파악되어 있다.
스르륵.
나는 책상 서랍을 열었고 수북이 서류가 쌓인 봉투를 꺼냈다.
“일목정연하게 정리되어 있군.”
일본 경찰서의 문서와 일본 헌병대의 문서는 찾기 편하게 가나다순과 히라가나 순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야포나 더 요청해 달랍니다.
순간 함평식의 말이 떠올랐고.
혹시 그의 이름도 이 서류 속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일본 헌병대 문서들을 살폈다.
일본 헌병대가 작성한 문서들은 간략하면서도 핵심만 기록되어 있었고.
한 페이지에 스무 명이 넘게 기록되어 있었다.
그런 문서들이 100페이지 정도 있고, 다시 말해 2,000명이 넘는 인원의 과거 행적이 기록되었다는 것이다.
[시라카와 요시노리 – 조선 이름 백성협, 만주국 육군군관학교 제9기로 졸업하여 간도특설대에서 복무 중인 만주군 중위, 조선인 특성 상 반란군으로 전향 가능, 요시찰 지시 완료.]놀랍게도 본명과 창씨개명을 한 이름으로 간략하게 적혀 있었다.
“있다······.”
내가 알고 있었던 백성협은 한국전쟁의 영웅이다. 하지만 일본 헌병대 사찰 서류대로라면 백성협을 친일파로 규정할 수 있었다.
“만주국이라······.”
1931년 일본 제국 관동군은 만주 사변을 일으켜 만주 지역을 점령했다.
‘간도······.’
나도 모르게 떠오르는 것은 간도다.
되찾아야 할 땅, 간도.
하지만 영원히 빼앗길 수밖에 없는 땅이다.
“너무 먼 이야기다······.”
지금은 간도를 다시 찾을 겨를이 없다.
“다 이렇겠지.”
물끄러미 백성협의 서류를 봤다.
“거기다가 간도특설대 소속 장교였다고······.”
간도특설대는 독립군과 중국인과 연계한 반일본 제국주의자들을 색출하고 말살하는 임무를 담당한 만주국 부대다.
백성협은 그 부대에 장교로 있었다.
“친일 행적은 씻을 수 없다.”
고민스러운 순간이다.
내가 가진 전생의 기억이 역사적 진실과 다르지 않다면.
그는 한국전쟁이 발발하면 꼭 필요한 인물이다.
“곤란하군.”
한국전쟁 때문에 그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다른 이들도 각각의 이유 때문에 처벌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고민스러운 순간이다.
“혹시······.”
순간 나는 또 한 명의 인물이 떠올랐고, 문서를 살폈다.
[다까끼 마사오 – 조선 이름 박정이 만주군 중위, ‘한 번 죽음으로써 충성함(一死以テ御奉公 朴正熙)’이라는 혈서까지 썼기에 조선인 출신이나 반란군으로 전향할 확률 0퍼센트.]그도 있었다. 조선인 장교 출신은 대부분 기록되어 있었다.
“이들을 가만둔다면 처벌할 수 있는 친일파는 없다고 봐야겠지.”
결국 처벌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 아주 지랄을 했네······.”
나도 모르게 기록된 문서 내용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나는 일본이 몇백 년은 갈 줄 알았지.
시인 서정주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걔도 있나?’
조선에서 활동한 사람이기에 나는 김수복이 내게 보내 준 서류에서 서정주를 찾았다.
“있네······.”
이 서류는 진짜 데스노트였다.
-미군한테 말해서 야포라도 더 달라고 하시오.
다시 백성협이 떠올랐다.
‘어떻게 해야 할까?’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다시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내 가슴을 누르는 한국전쟁 때문일 것이다.
“헝클!”
나는 집무실에서 소리쳤고 밖에 대기하고 있을 헝클을 불렀다.
“예, 빅 보스.”
“갈 곳이 있습니다.”
“이 시간에 말씀이십니까?”
“예, 가 보고 싶은 곳이 있습니다.”
내 눈빛이 변했기에 헝클은 물끄러미 나를 봤다.
“빅 보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아야 하지만 내일 할 일을 꼭 오늘 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은 밤입니다.”
헝클도 맥아더가 보낸 방탄조끼 때문에 내 경호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런가요?”
“예, 그렇습니다. 내일 할 일이십니다.”
“그래도······.”
나는 지금 당장 백성협을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왜 그랬는지 묻고 싶었다.
‘조선인으로 만주국 중위까지 할 정도였다면······.’
머리가 비상할 것이다.
“맥아더 원수께서 선물을 보내신 것은 다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알겠소.”
“이만 쉬십시오.”
헝클이 묵례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래, 나는 이제 개인이 아니다.’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고, 경악했다.
“그, 그럼 난 뭐지······?”
자신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자신이다.
“나도······.”
이 순간만큼은 나와 독재자들과 다르지 않았다.
* * *
정판사가 위치한 건물
깊은 밤이다.
1945년 재건된 조선공산당은 정판사(精版社)가 위치한 건물에 입주하여 해방일보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이게 성공하면 혁명 자금 확보는 물론······.”
“이남 경제를 교란시킬 수도 있습니다.”
“은밀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물론이죠.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여긴 책을 찍어 내는 출판사입니다. 야간에 윤전기가 돌아가도 누구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놀랍게도 이 자리에는 조선공산당 재정부장인 이관술이 있었고, 이관술과 이야기하는 사람은 해방일보 사장 권오직이었다.
엄청난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밤이었다.
“그런데 총비서께서는 아십니까?”
“모르십니다. 이런 일은 혁명 세포들이 알아서 하는 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 * *
이기붕의 서재.
이기붕은 집으로 돌아온 후 늦은 시간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선잠이 들었는데 깨어나 보니 늦은 아침이었다.
“으음······.”
이기붕은 강산이 자신을 노려보고.
그의 뒤에서 강철이 자신에게 총구를 겨누는 악몽에 시달렸다.
“방법을 찾아야 해.”
그는 이미 이승한에게 말할 때부터 결단을 내렸다.
“100만이 못하는 일을 한 명이 할 때도 있으니까.”
놀랍게도 이기붕은 암살을 떠올렸다.
물론 이승한에게 그것을 말하려고 했으나 이승한은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고 했기에 말하지 못했었다.
-나는 자네를 내 다음으로 생각했었지.
이승한이 자신에게 넋두리하듯 한 말이 떠올랐다.
“박사님은 대통령이 되실 분이야······.”
그는 강철이 등장했다고 해도 그것은 변하지 않는 현실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강철이 만약 이승한을 버리고 전면에 나설 거였다면.
이승한과 손잡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
스르륵.
그때 이기붕의 서재 문이 조심히 열렸다.
“깨셨어요?”
그때 이기붕의 아내인 박마리아가 서재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이 아침에 당신을 만나고 싶다고 사람이 찾아왔어요.”
“나를 찾아왔다고?”
“예, 젊은 청년이에요.”
“누군데?”
“안두희라고 했어요. 돌려보낼까요?”
“안두희?”
* * *
미군정으로 향하는 자동차 안.
한국전쟁만큼은 막아야 했다.
‘막지 못한다면 적어도······.’
최대한 뒤로 늦춰야 한다. 그리고 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에드워드의 브라질 종합 개발 회사에서 6억 5천만 달러가 입금됐습니다.
내 지시를 받아 귀국한 차인성이 보고한 것이 떠올랐다.
‘충분하다면 충분한 돈이다.’
지금부터 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면 한국전쟁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었다.
‘방법은······.’
이미 나는 방법을 생각해 놨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방법을 발표한다면 나는 조선 인민 모두의 적이 될 것이고, 매국노라 지탄받을 것이다.
“걱정되는 것이 있으십니까?”
헝클이 조심히 내게 물었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인데, 모든 이에게 욕을 먹는 일입니다.”
“그것을 감수하고 해낸다면 사람들이 영웅이라고 부르지 않을까요?”
“그럴까요?”
“이미 결정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물론 헝클은 내가 무슨 결정을 했는지 모르고 있다.
“그렇습니다. 해야죠, 할 사람이 나밖에는 없습니다.”
“그러실 겁니다.”
“대한청년회는?”
운전하는 망태에게 물었다.
“아침에 말씀하신 대로 소집해 놨습니다.”
망태가 내게 말했고, 헝클이 나를 봤다.
“그런데 무슨 일을 준비하시는 겁니까?”
“욕먹을 짓입니다.”
* * *
이기붕의 서재.
젊은 안두희가 이기붕 앞에 공손히 앉았다.
“이승한 박사님을 도울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했나?”
“그렇습니다.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인 박사님을 돕고 싶기에 비서관님을 찾아왔습니다. 이북 지역은 온통 공산주의자들의 세상입니다. 땅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죄고, 지탄받습니다.”
안두희는 야망이 큰 인물이었다.
“공산주의자들이 다 그렇지.”
“예, 망할 놈들입니다. 법이 없는 세상입니다.”
공산주의자들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월남한 사람들은 공산주의자라면 치를 떨 수밖에 없다.
“이 이남 지역에도 공산주의자들이 뿌리내리게 해서는 안 됩니다.”
“올바른 생각을 가진 청년이군.”
“감사합니다.”
“자네, 박사님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나?”
이기붕은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리며 안두희에게 물었다.
“예, 할 것입니다.”
“사실 말일세, 이승한 박사님 옆에 자본가의 탈을 쓴 공산주의자가 있네.”
“예?”
안두희의 눈빛이 변했다.
“그는 뼛속까지 공산주의자라네, 그자의 형이 월북했고, 공산주의자인 김원몽과 함께 공산당에게 충성 맹세를 한 자이네. 혹시 강산이라고 들어봤나?”
“강산이라고 하셨습니까?”
안두희가 놀란 눈빛으로 이기붕에게 되물었다.
“아나?”
이기붕은 안두희 따위가 강산에 대해서 알 턱이 없을 거라고 판단하고 거론했는데, 강산을 아는 눈빛이라 도리어 놀랐다.
“예, 압니다.”
“어떻게 아나?”
“북조선 임시 인민위원회라는 것의 대의원입니다. 김일성이 위원장이고, 강산과 김원몽이 대의원입니다.”
“정, 정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공산주의자 놈들이 그가 대의원으로 선임되었다고 선전 선동을 해서 삼척동자도 다 압니다. 그자의 동생이 이승한 박사님 옆에 있다고요? 그렇다면 그자도 분명 공산주의자입니다.”
“맞네, 그자는 공산주의자야, 하지만 놈의 가면을 벗길 방법이 없네. 자네, 국가와 인민 그리고 이승한 박사님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다고 했지?”
“예, 그렇습니다.”
이기붕은 다시 한번 강철의 얼굴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 * *
“어떤가, 해줄 수 있겠나?”
“제, 제가요?”
안두희의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그렇게만 해준다면 박사님께서는 자네의 공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네.”
“하지만······.”
“왜, 박사님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이기붕의 말에 안두희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알겠습니다. 하겠습니다.”
이기붕이 안두희의 손을 꼭 잡았다.
‘강철만 없으면 내가 2인자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