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189
대한민국 절대 재벌! 189화
하지 군정장관의 집무실.
하지 군정장관은 애써 담담한 척하고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모스크바 3상회의에서 미국은 신탁통치 기간을 20년으로 주장하지 않았습니까?”
“왜 그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내 뜬금없는 물음에 하지 군정장관은 당황스러운 눈빛을 보이며 이유를 물었다.
“나는 완벽한 찬탁주의자입니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미국과 공조하여 이 땅에 자유민주주의를 완벽하게 뿌리내릴 것입니다.”
물론 이승한도 그렇고.
소련의 지령을 받은 남한 지역 공산주의자들 역시 모두가 찬탁주의자들이다.
어느 순간부터 반탁보다 찬탁이 지배적이었지만.
민족주의 계열은 여전히 반탁을 부르짖었다.
물론 이념적인 부분과 연관 없는 평범한 조선 인민들과 어린 학생들은 오로지 온전한 독립을 위해 반탁을 주장했다.
“나는 조선 반도의 안정을 위해서 신탁통치 기간이 필요하다 봅니다.”
“그러십니까?”
하지 군정장관은 조선 반도는 이미 미군과 소련이 나눠서 신탁통치를 하고 있는데.
왜 갑자기 이런 소리를 하는 투로 말했다.
“내 정보통에 의하면 소련이 신탁통치 기간을 축소하자고 강력하게 요구해서 어쩔 수 없이 최대 5년으로 정해졌다고 들었습니다.”
“예, 그 이하를 제시했지만 본국이 거부했습니다. 그래서 최대 5년입니다. 나는 신탁통치 기간을 늘리고자 합니다.”
내 말에 하지 군정장관이 멍하니 나를 봤다.
“뭐, 뭐라고 하셨습니까?”
“최대 10년은 신탁통치가 진행되어야 안정된 정부가 수립될 겁니다.”
“그, 그건······.”
“미국이 모스크바 3상회의 협의안을 위반하는 일이겠지요.”
“그렇습니다. 물론 그렇게 될 일도 없지만 그렇게 된다면 소련이 크게 반발할 것입니다.”
“이미 미소가 대립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는데 그딴 것이 상관 있습니까?”
“수, 수상 각하······.”
“나는 이 자리에 대한민국 비상 국민회의 집행위원으로서 자리에 앉은 겁니다.”
“으음……. 이유가 무엇입니까?”
“하지 군정 장관, 중국을 보시오. 그들은 지금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이 각자 추구하는 세상을 위해 통일전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조선반도에서 미군과 소련군이 철수한다면 그것과 똑같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겠습니까?”
“전, 전쟁이라고 하셨습니까?”
“공산주의자들은 항상 무장투쟁을 부르짖습니다. 벌써 불법 파업을 저지르지 않습니까?”
“그래서······.”
“최대 10년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 신탁통치가 끝난다면 대한민국의 요청에 의해 한강 이남에 미군이 주둔하면 됩니다. 일명 주한미군이라고 합시다.”
“주한미군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소이다.”
“죄송합니다만 그 문제는 제가 결정할 수 없습니다.”
“나도 알고 있소이다. 나는 당신에게 통보했고, 미국 백악관에 강력하게 요청하는 바입니다.”
파격을 넘는 파격이기에 하지 군정장관의 눈빛이 덜덜 떨렸다.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노 취급을 받겠지.’
2월 13일 이후 조선 인민들은 내 욕을 하며 일어나고, 자기 전에 내 욕을 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하지 군정장관.”
“어어······.”
“하지 군정장관!”
내가 그를 다시 부르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예, 예! 말씀하십시오.”
“소련 군정에 특사를 파견해 주시오.”
“예?”
“조민식 선생께서 연금당했다고 합니다. 그분은 비상 국무회의 대의원이십니다. 서울로 모시고 싶소이다.”
“이해가 안 됩니다.”
“뭐가요?”
“그는 반탁지지자입니다. 추진하려는 일에 걸림돌이 될 겁니다.”
“찬성하는 사람들만으로는 똑바로 갈 수 없소. 반대하는 사람도 존재해야 틀리지 않고 올바르게 갈 수 있는 법입니다. 부탁드립니다. 특사를 파견해 주시오, 소련 입장에서도 달가운 일일 겁니다.”
“예, 그 일은 그리 조치하겠습니다. 그런데 계획하신 일은 언제 시작할 생각이십니까?”
“조선 속담에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습니다.”
“예?”
“바로 실행될 겁니다.”
“조선 반도가 다시 한번 뜨거운 용광로처럼 끓어오를 겁니다.”
“용광로가 끓어올라야 쇳물이 만들어지고, 단단한 강철이 만들어집니다. 조선 반도가 끓어올라야 강력한 국가가 건설될 겁니다.”
* * *
고려 호텔.
여운형과 이북 지역의 저명인사들이 조민식을 만나고 있었다.
“지난 2월 1일 이남 지역에서는 대한민국 건국을 위한 비상 국민회의가 개최되었습니다.”
여운형이 담담히 앉아 있는 조민식에게 말했다.
“건국이라고 했소?”
“그렇습니다.”
“이남 지역에 단독정부를 수립하겠다는 겁니까?”
여운형은 공산주의자들 중에는 유일하게 비상 국민회의에 참석했었다.
“결과적으로는 그럴 것입니다.”
“안 될 일입니다.”
“물론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가 온 것입니다. 선생님, 저와 같이 월남해 힘이 되어 주십시오.”
“내가 무슨 힘이 되어 드릴 수 있겠소?”
“비상 국민회의는 우익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럴 테지요.”
“선생님께서는 비상 국민회의의 대의원으로 선출되셨습니다. 신탁통치를 종식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운형을 제외한 공산주의자들은 이미 찬탁으로 돌아섰지만.
여운형은 다른 공산주의자들과는 조금은 다른 행보를 걸었다.
“비상 국민회의는 신탁통치를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저 혼자서는 힘이 부칩니다. 그리고······.”
여운형이 조민식의 눈치를 살폈다.
“말하시오.”
“이북 지역은 김일성의 세상이 됐습니다. 소련의 비호를 받는 김일성이 있기에 선생님께서는 아무 일도 하실 수 없습니다. 연금까지 당하셨으니 목숨마저 위태로우십니다.”
여운형의 말에 조민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아오, 하나 나는 38도선 이북의 일천만 동포와 운명을 같이할 것이오.”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십시오.”
여운형이 다시 한 번 조민식을 설득했다.
“이북 동포들이 소련 군정 놈들에게 고통받는 이 상황에서 나 혼자 살자고 월남할 수는 없소.”
미군정이 무상 원조로 남한 지역에 물자를 어느 정도 이상 제공해주었지만 소련 군정은 착취를 일삼았고, 북한 지역을 장악한 김일성은 그것을 못 본 척 눈감았다.
“선생님······.”
“이만 돌아가시오.”
* * *
1946년 2월 11일, 평양.
1월 23일, 김일성은 조민식을 반동으로 규탄하고 조선민주당을 접수한다. 물론 이 시점 조민식은 고려 호텔에 연금되어 있었다.
“최용건 동지.”
인자한 지도자의 탈을 쓴 김일성이 차분하게 앉아 있는 최용건을 불렀다.
“예, 위원장님.”
“내가 백번 말해 무엇 하겠소?”
“으음······.”
“동지께서 조선민주당을 맡아 주십시오.”
“제가요?”
“내 조선 인민들에게 밝힌 것처럼 조민식은 반동이오.”
“그렇습니다.”
그때 가만히 있던 김책이 나섰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조선 인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혁명을 완수하려면 반드시 인민들의 지지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최용건 동지, 우리도 그것을 모르는 바가 아닙니다. 그래서 위원장 동지께서는 조민식에게 모든 당권을 드리고, 위원장께서는 군대만 장악하여 자주국방에만 힘쓴다고 제안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는 거절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김책은 소련 군정청 로마넨코 장군이 조민식에게 제안했던 내용을 알아냈고, 그 정보를 이용해 최용건을 포섭하고자 했다.
“그랬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는 무턱대고 반대했습니다. 고집불통이고 인민들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개인주의자입니다.”
“정말 그랬단 말입니까?”
“조민식은 일본의 신민이 되는 것을 칭찬하고, 격려한 사이비 민족주의자일 뿐입니다. 소련 군정에서도 그것을 알았기에 연금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그러니 최용건 동지께서 조선민주당의 당수를 맡아 주십시오.”
김책의 말에 최용건의 눈빛이 떨렸다.
“······예, 알겠습니다.”
“고맙소.”
김일성은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최용건의 손을 꼭 잡았다.
“아닙니다. 위원장 동지.”
김일성의 마각이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그렇게 최용건은 김일성에게 포섭되었다.
사실 이때의 최용건은 자신이 김일성의 제안을 거절한다면 조민식처럼 가택 연금을 당할 거라는 생각에 김일성의 제안을 수락하고 이 자리를 피한 것이었다.
“내키지 않는 기색인데······.”
“옛날 말에 뭐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했습니다.”
김책이 담담한 어투로 김일성에게 말했다.
“그런가요?”
“최용건은 이제 조민식을 규탄할 수밖에 없습니다. 위원장 동지께서 반동으로 규정했으니 모든 동지가 조민식을 반동이라고 성토할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편에서도 그리해 준다면 위원장 동지에게 더욱 이롭지 않겠습니까?”
“맞는 말이기는 합니다.”
“워낙 고집불통이라 처리하기 정말 곤란합니다. 그래도 오늘 여운형 동지가 조민식을 만났다고 합니다. 여운형 동지가 그를 설득해 남조선으로 데려가면 가장 좋은 상책일 것 같습니다.”
김책의 말에 김일성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조민식이 연금되었지만 여전히 이북 지역 인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만약 그가 월남한다면 김일성과 김책에게는 이보다 좋은 선전 수단이 없었다.
“그게 최선입니까?”
처음으로 김일성의 눈빛이 서늘하게 번뜩였다.
“위원장 동지, 다시 말씀드리지만 암살은 절대 안 됩니다.”
“알고 있소이다.”
“최후의 수단은 최후의 최후에 써야 할 것입니다.”
“그럽시다. 워낙 고집불통이라······.”
김일성이 인상을 찡그렸다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소련 놈들은 믿을 놈들이 아니야.’
김일성은 로마넨코 장군이 조민식에게 했던 제안을 떠올리며 인상을 찡그렸지만.
그 제안을 거절한 조민식을 떠올리고 가식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런 정보까지 입수한 김책이 놀랍기만 했다.
‘김책이 건강하지 않은 것이 참 다행이야.’
김일성은 자신의 권력이 완벽하게 구축될 때까지.
김책이 자신을 위해 활동해 주기를 바랐다. 그다음에는 죽든 살든 상관없었다.
* * *
미군정 하지 군정장관의 집무실.
“어찌되었든지 그것은 제가 결정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잘 아실 겁니다.”
“백악관에 제 뜻을 전해 달라는 겁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내 요청은 미국의 국익과 트루먼 대통령의 선언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집행위원 각하.”
하지 군정장관은 내가 대마도 왕국 수상이라는 것을 떨쳐 낼 수는 없는 모양이다. 물론 내 입장에서는 그것을 떨쳐 내지 못하는 것이 고맙다.
“왜 그러십니까?”
“조선 인민들이 끝없이 지탄할 겁니다. 감당할 자신이 있으십니까?”
“누군가는 짊어져야 하는 일입니다. 말씀드린 대로 이대로라면 분단되고 전쟁이 일어납니다.”
“이 조선 반도에도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는 분이 있다니 놀랍습니다.”
“시간을 벌려는 겁니다.”
“무엇을 위해 시간을 벌려는 겁니까?”
“당연히 전쟁 준비지요.”
내 말에 하지 군정장관이 인상을 찡그렸다.
“혹시 북진 통일을 생각하시는 겁니까?”
이 말로 하지도 분단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