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187
대한민국 절대 재벌! 187화
“김책 동지······.”
“지금은 김원몽 계파지만 곧 당과 인민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김책이 조선 인민에게 저지른 가장 큰 잘못은 김일성의 가면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일 것이다.
“쿨럭! 강산 동지에게는 저에게 정성을 다하신 것처럼 정성을 다하십시오.”
“나는 김책 동지의 건강이 걱정입니다.”
“요직에 앉히고 그의 말을 경청하십시오. 그를 가까이한다면 크게 도움 될 겁니다.”
“알겠소, 그렇게 하리라.”
김책의 추천으로 강철과 강산 형제는 어쩌면 이념적인 문제로 갈라서는 상황에 놓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김일성의 필요에 따라서 강산은 인질로 전락할 수도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조선공산당 북조선 분국을 조선공산당으로 변경하시는 것입니다. 쿨럭, 쿨럭!”
“괜찮소? 오늘은 이만 쉬시오.”
“괜찮습니다.”
“쉬세요, 이건 명령입니다.”
김일성에게 김책은 모든 측면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 * *
1946년 2월 10일.
평양으로 강산 형을 데리러 간 평양 출신 대한청년회 소속의 다섯 청년은 그 이후 연락이 끊겼다.
“아직 연락이 없소?”
함평식에게 물었다.
“보고드린 대로 연락이 끊겼습니다.”
“내가 괜한 목숨을 사지로 몰아넣었군요.”
“소득은 있습니다. 이것으로 공산주의자들이 북한 지역을 완벽히 장악한 것이 확실해졌습니다.”
헝클의 말에 동의한다.
‘간첩을 심어야 하는데······.’
분단될 것이니 북한의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서는 간첩을 심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 생각은 위험천만했다.
“이렇게 된다면 첩자를 심어야 합니다.”
아무 말도 없던 오덕수가 말했다.
“첩자라고요?”
“이 정도로 철저하게 통제되는 세상이 됐다면 분단은 당연합니다. 닥칠 미래를 안타까워만 할 게 아니라 대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비라······.”
“의열단들이 대부분 월북했습니다. 그들 중에는 저를 따르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제가 이북에 다녀오겠습니다.”
평양으로 보낸 다섯 명이 행방불명되었다.
그런데 오덕수가 이북 지역에 가겠다고 말했다.
“안 됩니다. 위험합니다.”
“제가 아니고는 이 일을 해낼 사람이 없습니다.”
“안 됩니다.”
다른 수단을 취해야 할 때다.
‘꼭 데려와야 하는데······.’
비공식적으로 안 된다면 이제부터는 공식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미군정을 움직여 볼 것이다.
2월 13일은 비상 국민회의의 대의원을 선출하는 날이다.
그날을 기점으로 움직여야 할 것 같다.
똑똑.
그때 누가 집무실 문을 노크했다.
“왔군요.”
사실 오늘은 더 중요한 일이 있다. 곧 3월 1일이다.
“들어오십시오.”
함평식이 말했고,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이미 누가 올지 알고 있었다.
‘내 세력에도 친일파는 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김수복이다.
그리고 내 책상 서랍 속에는 김수복이 종로 경찰서에서 빼낸 기밀문서들과 야마모토가 준 불령선인들을 살펴본 문서가 있다.
물론 그 문서 속에는 친일파들의 행적이 적힌 시찰서도 포함되어 있다.
나는 아직 모든 서류를 꼼꼼히 챙겨 보지는 않았다.
‘이게 살생부지.’
하지만 그전에 나도 어쩔 수 없이 내 사람부터 챙겨야 했다.
“오셨습니까?”
“예.”
김수복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는지 표정이 밝지 않았다.
“그럼 대부분 모였군요.”
“예, 그렇습니다.”
“김 회장.”
“예, 회장님.”
“들으셨겠지만 내가 정치를 시작했소.”
“예, 들었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지은 죄를 씻고 갑시다.”
“그, 그 말씀은······.”
김수복의 얼굴이 굳었다. 물론 함평식의 얼굴도 밝지 않았다.
“3월 1일에 거국적으로 미군정 직속 위원회인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가 발족할 겁니다. 그리고 오덕수 동지께서는 위원장이 되실 겁니다.”
김수복은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지그시 눈을 감았다.
“제일 먼저 함평식 사장과 김수복 회장이 체포될 겁니다.”
“그렇겠지요.”
김수복은 만감이 교차하는 눈빛으로 나를 봤다.
“하지만 수사에 협조한다면 나는 위원장의 직권으로 그대들을 석방하기로 했소.”
오덕수의 말에 그제야 표정이 밝아졌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일이지만 나는 내 사람을 챙겨야겠습니다.”
“회, 회장님······.”
“김수복 회장은 친일 행적이 있는 경찰들을 고발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석방될 명분이 생깁니다. 그리고 함평식 사장 역시 친일 행적을 한 사업가들을 고발해야 합니다.”
오덕수가 내가 해야 하는 말을 대신했다.
“그러겠죠.”
“여러분, 우리 이제 속죄하고 삽시다.”
나는 친일파 출신들에게 우리라는 단어로 함께했다.
어떤 측면에서는 나 역시 적극적인 친일은 아니더라도 소극적인 친일을 했다.
“예, 알겠습니다.”
“헝클!”
“예, 빅 보스.”
“내일 하지 군정장관과 오찬하고 싶은데 하지 군정장관의 스케줄이 비어 있는지 알아봐 주시오.”
“예, 알겠습니다.”
그것으로 회의가 끝났고, 모두 내 집무실에서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오덕수가 다시 돌아왔다.
* * *
이승한의 집무실.
모든 정치적 판세가 강철 쪽으로 힘이 실리자 이기붕은 무척 초조해했다.
그리고 이승한 역시 강철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서 답답했다.
“왜 그렇게 초조해하는가?”
“이러다가 토사구팽을 당하는 것이 아닐까 해서 걱정됩니다.”
이기붕은 개인적인 불안을 숨기고 이승한을 걱정하는 척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돌파구를 찾아야 합니다.”
“미군정 치하에서는 다른 도리가 없네.”
그때 이승한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너도 두렵겠지.’
이승한은 이기붕의 표정을 살폈다.
“그래도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해결책이 없네. 그건 그렇고 내가 자네에게 잘못된 지시를 했어, 괜히 나 때문에 자네가 곤란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네.”
“박사님······.”
“내 저번에 강철 군에게 강산에 대해서는 잘 말했다네.”
그 순간 이기붕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강철도 이해한다고 했으니 너무 걱정 말게. 내 계획이 본의 아니게 참 많이 꺾였어. 만송,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많이 늙었지, 그래서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안정을 이끌어 낸 후 자네를 내 다음으로 생각했었네.”
“박, 박사님······.”
“하지만 이제는 다 틀렸어. 강철 군은 우리보다 젊다네.”
“박사님······.”
“그래도 걱정된다면 도미하는 것이 어떻겠나?”
이 찰나의 순간 이승한이 얼마나 사악한 인간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기붕은 수많은 생각을 했다.
“박사님.”
“왜 내게 할 말이 있나?”
“100만이 못하는 일을 단 한 명이 할 수도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 머리가 좀 아프군, 쉬어야겠네.”
이승한이 이기붕에게 말하려다가 인상을 찡그렸다.
“예, 이만 쉬십시오.”
이기붕은 하고자 했던 말을 다하지 못하고 이승한의 자택에서 나갔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라네······.”
이승한은 이기붕이 나간 문을 덤덤히 바라보았다.
* * *
강철의 집무실.
“저밖에는 없습니다. 강산 동지는 강철 동지의 발목을 잡을 것입니다.”
“하지만 위험합니다.”
“제 삶에서 위험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습니다.”
“내 따로 하지 장관을 만나서 움직일 것입니다.”
“김일성과 김책은 이미 강산 동지를 파악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은 우대하겠지만 상황이 불리해지면 인질이 될 겁니다.”
사실 둘째 형은 그런 위치였다.
그리고 내가 김일성이 신경을 쓸 정도로 성장했다는 증거기도 했다.
“그래서요?”
“제가 데려오겠습니다. 그리고 이북 지역의 의열단을 규합해서 정보 조직으로 활용하겠습니다.”
“내 개인적인 사정으로 오덕수 동지를 사지로 내몰 수는 없습니다.”
“제가 갑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저는 그리 싫어하셨던 정치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충성을 다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곧 3월 1일입니다.”
“그전까지 돌아올 수 있습니다.”
오덕수의 말에 나는 오덕수를 뚫어지게 봤다.
“꼭 돌아온다고 약속하실 수 있습니까?”
“어찌 그 약속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하하하!”
“그러니까요.”
“그래도 가겠습니다. 대신 은월을 잘 부탁드립니다.”
은월은 또 다른 별채에서 머물고 있었다.
“불편한 것 하나 없게 하겠소. 참, 은월은 보셨소?”
“봐야지요.”
“은월께 좀 살갑게 대하는 것은 어떠십니까? 마음은 그리 애모하시는데······.”
“사랑하는 마음이 더 깊어지면 제가 어찌되었을 때 더 아프지 않겠습니까?”
오덕수가 내게 미소를 지었다.
“동지는 비겁하군요.”
“······”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사랑하십시오.”
나는 리에를 그렇게 사랑하고 있다.
“저는 준비를 끝내면 바로 떠나겠습니다.”
“정말 고집불통이십니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리고 제게 해 주신 말씀은 실천해 보겠습니다.”
오덕수가 묵례하고 밖으로 나갔고,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헝클이 묵직한 가방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
“무슨 입니까?”
“태평양 사령부에서 선물을 보냈습니다.”
“예?”
“좀 놀라시겠지만 꼭 필요할 것입니다.”
헝클이 묵직한 가방에서 방탄조끼처럼 보이는 조끼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이건 맥아더 원수의 편지입니다.”
헝클이 먼저 내게 편지를 내밀었다.
[젊은 친구가 노병보다 먼저 가지 않기를.]편지의 내용은 간략했다. 맥아더가 얼마나 나를 아끼고 필요로 하는지 짐작되는 문구였다.
“그건 뭡니까?”
짐작되면서도 물었다.
“이번에 개발된 방탄조끼라고 합니다.”
“방탄조끼요?”
“예, 제법 무겁지만 대외 활동을 하실 때 꼭 착용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만큼 한반도의 정세가 혼란스럽고 위태롭다는 의미일 것이다.
* * *
1946년 2월 10일 밤.
강철의 집무실에서 나온 김수복과 함평식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고.
오덕수는 그들을 물끄러미 봤다. 김수복과 함평식이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그들의 처한 입장 때문일 것이다.
“오덕수, 당신의 손에 내 목숨이 달렸군요.”
“나도 착잡하오.”
오덕수가 처음 김수복을 봤을 때는 강철 때문에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고 주먹을 날렸다. 그리고 대마도에 있는 동안 많은 생각을 했었다.
“착잡하다고요? 당신이?”
오덕수의 반응이 의외이기에 김수복이 어리둥절해하며 되물었다.
“내가 모시는 분이 새로운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데 인재는 부족하고, 과거의 죄는 따져 물어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오덕수의 말에 김수복이 오덕수를 물끄러미 봤다.
“그분의 뜻대로.”
“그럼 당신은 살겠군요.”
“죽어야 한다면 죽어야겠지요.”
김수복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