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25
대한민국 절대 재벌! 25화
“그런데 강철 동지, 쥐를 잡는데 흰 고양이면 어떻고 검은 고양이면 어떻겠소? 우린 그것 이상으로 공산주의를 생각하지 않고 있소.”
조국 광복을 위해.
중국 공산당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소리다.
“정말 믿어도 됩니까?”
“무엇을 그렇게 걱정을 하시는 겁니까?”
오덕수가 내게 다시 물었다.
‘미래에 일어날 일······!’
내가 알고 있는 일에 대해 말을 해줘도.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아닙니다. 아니라면 됐습니다.”
“강철 동지, 군자금이 좀 필요하오.”
“준비하겠습니다.”
오덕수를 만날 때마다 괜한 돈이 나간다.
사실 요즘은 독립자금을 내주는 사람이 거의 없다.
아니 독립이 되리라 생각하는 사람 자체가 없다.
조선이 광복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변절자들의 수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고맙소.”
“반드시 나에 대해서는 아무도 몰라야 합니다.”
“그건 걱정을 하지 마시오.”
그렇게 둘째 형 때문에 오덕수를 또 만났다.
‘둘째 형이 점점 물들고 있다.’
그래서 걱정이다.
‘나는 절대 공산주의자가 될 수 없다.’
왜?
철저한 자본주의자이니까.
그런데 형이 공산주의자가 되면.
정말 형제가 원수의 시간을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그게 두렵다.
* * *
대현 미곡상회.
명성이 쌓이는 만큼 시기하는 자들도 늘어날 것이다.
나는 한없이 그것을 경계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미움 받아 좋을 일 없다.
곧 격동의 시대가 올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모두가 벌거벗겨진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자기만 잘났다고 설칠 것이다.
수십 개가 넘는 정당이 만들어질 것이고.
서로 악이라 몰아붙일 것이다.
그러니 인심을 잃지 않으면서도 힘도 키워야 한다.
‘조선 사람들은······.’
배가 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 사람들이다.
‘가깝게, 때로는 멀게.’
권력을 가질 사람들과 나는 줄타기를 해야 한다.
처음에는 이승한 박사에게 붙을 것이고.
그 이후에는 박정이에게 붙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권세는 영원하지 않으니 완벽한 밀착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근대사적 격동의 순간이 찾아오면.
한발 물러나 있을 것이다.
내가 미래를 바꿀 수 없다면.
적극적으로 끼어들 필요가 없다.
‘······만약 내가 바꾼다면?’
요즘 자꾸 이런 생각을 한다.
‘영웅이 되고 싶은 거냐?’
나 스스로 물었다.
영웅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아니, 허울뿐인 영웅은 이쪽에서 사양이다.
남는 것은 돈이다.
‘빌어먹을 천민자본주의자.’
나는 나를 질책했다.
이것은 내 나름의 번뇌이자 고민이었다.
만약 내가 미래를 바꿀 생각이 있었다면.
15살에 경성으로 올라올 것이 아니라 만주를 택했어야 했다.
그러니 나는 처음부터 미래를 바꿀 마음이 없었다.
그 사실을 지금까지 애써 외면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고 보니 전주들이 나를 고용하려고 모여들었다.’
자기가 가진 돈을 굴려 달라는 사람들이 종종 찾아왔다.
‘바로 앞의 이익을 좇지 않는다.’
돈 때문에 장인어른이 되실 분을 배신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전주들이 내게 줄 수 있는 것은 돈뿐이다.
하지만 장인어른께서는 내게 희망을 주셨고.
성장할 발판을 만들어 주셨다.
그리고 이제는 내 장인이시기도 하다.
누구 밑에서 일해야 한다면 남보다는 가족이다.
사실 이런 상황은 나쁠 것이 없지만 혹할 필요는 없다.
전주는 어디까지나 전주일 뿐이니까.
그리고 나는 비빌 언덕이 있다.
그러니 이제 곧 남의 돈을 굴릴 필요가 없다.
이왕 내 능력을 보일 거라면.
장인어른이 될 나카무라 사장님의 자본을 늘리는 것이 좋고.
내 재산을 늘리는 것이 좋은 일이니까.
“주임님, 이지용 백작 댁, 이근택 나리께서 해팥 다섯 섬을 보내라 하셨습니다.”
주문 전표를 종합하는 직원이 내게 다가와 공손히 말했다.
‘이지용 백작 댁?’
어처구니가 없는 순간이다.
을사오적 중 하나인 이지용이 뒈진 지 16년이나 지났건만.
‘신기한 것은!’
친일파들의 이름은 그대로다.
그리고 아직도 그놈의 후손들은 백작가라고 자랑하고 다녔다.
나라 팔아먹어 얻은 작위를 자랑하다니, 미쳤다.
“해팥이라고요?”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난 주문 품목이 이해가 안 됐다.
“예, 그렇습니다. 이근택 나리께서 주문했습니다.”
이근택은 친일파의 이지용의 다섯째 아들이다.
다시 말해 이 조선 땅에 이지용 백작가를 자칭하는 족속들이 다섯이나 있다는 의미다.
“동짓달은 아직 멀었는데 팥은 어디다 쓰려고 그럴까요?”
이건 전표 담당 직원에게 묻는 것이 아니라.
내게 스스로 물어보는 말이었다.
이지용은 도박으로 재산과 작위를 탕진했지만.
아직도 집채가 거대하니.
집안 곡간에는 쌀이 그득그득 쌓여 있을 것이다.
추수철이 되어도 조선 팔도에는 굶어 죽는 인민의 수가 점점 늘어났지만,
친일파 집안 곡간을 차지한 쥐새끼들은 배가 터져 죽을 것이다.
하지만 팥은 많이 쓰이는 곡물이 아니니.
따로 이렇게 미곡상에 사서 쓸 수도 있다.
그런데 주문한 양이 너무 많다.
팥죽이나 팥떡을 만들어 잔치를 펼친다고 해도.
양이 너무나도 많았다.
‘동짓달도 아닌데······.’
원래 팥은 동짓달에 많이 팔린다.
팥죽을 만들어 액막이하는 전통 때문이다.
“아마 사냥 때문일 겁니다. 뭐, 그런 짓은 사냥도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전표 담당 직원이 뭔가 아는지 내게 말해 줬다.
사실 나는 직원들에게 무슨 소문이든 들은 것이 있으면.
주저 없이 내게 말하라고 말해 놓았다.
소문은 따지고 보면 첩보가 되고.
그 첩보를 잘 종합해서 내 나름대로 판단하면 그게 정보가 된다.
그래서 풍문이라는 것이 참 무섭고.
유용하게 쓰일 때가 많다.
미래로 따진다면 찌라시에 해당할 것이다.
그리고 그 찌라시들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라는 말처럼.
아무런 근거 없는 풍문만은 아니었다.
“사냥이라고요?”
“예, 그렇습니다.”
사냥에 팥이 왜 그리 많이 쓰이는지 모르겠다.
내가 환생자라고 해도 사냥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사냥에 팥이 뭐 그리 많이 쓰인답니까?”
돼지나 사슴은 아닐 테니.
아마도 꿩을 불러 모으는데 쓰려는 모양이다.
“그 집안 나리께서 성질이 워낙 급해서 총질은 못 한답니다. 그래서 팥에 독을 발라 들판에 뿌린답니다. 저도 들었는데 그렇게 하면 꿩은 물론, 멧돼지나 노루까지 아주 싹쓸이한답니다.”
한마디로 미친놈이라는 소리다.
사실 조선의 정기라고 할 수 있는 백두산 호랑이와 표범은 일본 놈들이 씨를 말렸다.
반도 호텔에서 백두산 호랑이 고기 시식회를 가질 정도다.
하여튼 돈 있는 쪽발이 새끼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일본에 없는 호랑이 가죽을 구하려고 혈안이었고.
결국에는 그렇게 조선 호랑이의 씨는 말라 버렸다.
물론 호랑이가 조선 백성에게는 극악할 정도의 해로운 짐승이라고는 해도 조선의 것이고.
호랑이가 씨가 마르자.
승냥이들의 수가 더 늘어나 조선 백성들은 더 큰 피해를 입었다.
물론 일본군은 그 승냥이들 역시 털옷을 만들기 위해 싹 잡아들였지만 말이다.
그때 털이 긴 우리 토종견 삽살개도.
경주의 동경이도.
다 씨가 마를 수밖에 없었다.
‘안 빼앗아 간 것이 없군.’
일본 놈들의 수탈을 떠올리자.
나도 모르게 치가 떨렸다.
이것이 나라 빼앗긴 자들의 서러움이리라.
하여튼 이런 일도 어떤 측면에서 보면 민족정기 말살일 것이다.
‘말세구나.’
물론 그놈이 아니라도 지금은 말세다.
아비 놈은 을사오적으로 민족정기를 말살하더니.
그 아들놈은 사냥으로 조선의 짐승들을 다 잡아 죽이는 것이다.
‘아비는 도박에 백작의 작위를 빼앗기더니 아들은 사냥에 미쳤단 말이지?’
망조가 든 집안이 분명했다.
이런 집안이 아직도 안 망하는 것이 용할 정도였다.
물론 그 아비는 일본 천황이 면죄부를 줘서 백작의 작위를 되찾았지만.
이런 집안이 안 망하는 것이 놀라울 뿐이고.
다시 한번 친일을 하면.
자자손손 잘 먹고 잘산다는 이 시대의 진리를 떠올릴 수 있었다.
하여튼 여전히 친일 못 해서 안달이 난 사람들이 정말 많다.
일본이 망하면 자신들도 망할 거라고 생각할 테니.
그들 역시 발악하는 것이리라.
“그렇군요.”
“참, 강 주임님이 직접 가져오랍니다.”
뜬금없다.
“워낙 대단한 집안이라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직원은 내 눈치를 보며 자기 의견을 냈다.
직원들은 이래야 한다.
수동적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일해야 하고.
그렇게 능동적인 직원을 만들려면.
월급을 올려 주는 것이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율이 좋은 최고의 방법이다.
“저보고 직접 가져오라고 했다고요?”
나는 아랫사람이라고 해서 하대하지 않는다.
‘저들은 나를 위해 일해 주는 고마운 사람이다.’
따지고 보면 재벌도 그저 돈 많이 버는 노동자일 것이다.
그러니 내가 시키는 일을 한다고.
나보다 돈을 더 적게 번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나를 위해.
내 기업을 위해, 국가를 위해.
또 자신들의 가정을 위해 자신들의 청춘을 다 바치는 존재이니까.
그런데 내가 살았던 미래 대한민국의 재벌은 누구 하나 존경받는 사람이 없다.
가진 것이 많다고 비난받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그들이 재산을 늘릴 때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다.
‘큰 부자는 하늘이 내린다?’
아니다.
대한민국의 재벌은 일제가 내렸다.
일제가 버리고 간 적산들을 누구보다 재빠르게 챙겨 재벌의 발판을 만들었다.
그게 전부일까?
그 이전에 가면 일제에 붙어 친일하며 자산을 쌓을 드넓은 토지를 받았다.
그런 후에 미래로 가면.
독재자들에게 빌붙어 특혜를 받아 재벌이 됐다.
물론 그것도 어떤 면에서는 노력일 것이다.
‘나는……. 나는 앞으로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내가 그런 재벌들과 다른 과정을 통해 진정한 재벌이 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자신이 없다.
‘어쩔 수 없이 같은 길을 가겠지만······.’
다른 평판과 결과를 만들고 싶다.
“예, 그렇습니다.”
사냥에 이용하려는 것뿐만이 아니라 또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다.
‘왜 나를 불렀을까?’
왜일까 궁금해졌다.
물론 대충 짐작은 된다.
‘땅 투기를 하려나?’
내 명성이 친일파의 다섯째 아들 이근택에게까지 알려졌다는 것이 놀랍다.
‘그자와 나는 접점이 없는데······’
진짜 궁금한 것은 이것이다.
“그럼 제가 직접 가져가야죠. 대단한 집안의 눈 밖에 나면 곤란한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요.”
아무리 그놈이 나라를 팔아먹은 을사오적의 자식새끼라 해도 아직은 권세 높은 개새끼다.
그리고 아직은 그런 친일파의 거두 집안이 총독부에 행사할 수 있는 입김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