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26
대한민국 절대 재벌! 26화
을사오적 이지용의 다섯째 아들 이근택은.
놀랍게도 미곡상에서 해고된 한 주임과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그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란 말이지?”
이근택은 한 주임에게 강철에 관해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보였다.
“예, 그렇습니다. 나카무라라는 일본인의 재산을 10배는 넘게 키워 줬다는 소문이 종로에 파다합니다.”
“10배라?”
또 한 번 놀라는 을사오적 이지용의 아들 이근택이다.
“예, 그것도 딱 4년 걸렸습니다.”
한 주임은 그래도 강철에게 꽤 호감이 가고 있었다.
하여튼 강철은 이렇게 누구도 적을 만들지 않는 처신을 잘하고 있었다.”그래?”
“예, 제가 걔를 잘 아는데, 싹싹하고 의리 있고 똑똑한 녀석입니다. 거기다가 땅을 보는 재주가 정말 탁월합니다.”
강철이 한 주임을 편을 들어줬던 것이.
이렇게 작용하고 있었다.
“그렇단 말이지? 돈의 가치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어, 이럴 때는 땅밖에는 없지.”
“그런데 왜 갑자기 땅을 사시겠다는 겁니까?”
한 주임이 궁금해 물었다.
“자네는 몰라도 되네.”
이근택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네놈은 일본이 곧 망한다는 것을 알 필요가 없어.’
옛날 말에 배가 침몰하기 직전에 쥐새끼가 제일 먼저 도망친다는 말이 있다.
조선이 망하기 전에 제일 먼저 나라를 팔아먹은 놈의 자식이니 쥐새끼나 마찬가지였고.
또 일본이 망하기 직전이니 자기 살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늦지?”
“곧 올 것입니다. 정말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랬으면 좋겠어. 으흐흐!
* * *
이근택의 저택.
이근택의 아비인 이지용은 을사오적 중 하나다.
을사오적이라 하면 우리는 가장 먼저 이완용을 떠올린다.
1905년, 강제로 을사늑약을 체결할 조약에 찬성하여 서명한 다섯 대신이 있는데.
그들을 을사오적이라고 한다.
외무대신 박제순.
내무대신 이지용.
군부대신 이근택.
학부대신 이완용.
농상부대신 권중현.
이 다섯 개새끼의 이름은 꼭 기억해야 한다.
사실 이완용을 제외한 다른 친일파들은.
이완용에게 고마워해야 할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의 후손들이 이완용에게 고마워해야 할지 모른다.
내가 아는 미래의 대한민국 국민은 친일파 하면 이완용, 을사오적 하면 이완용만 떠올리고.
‘나머지는 모르지.’
나머지 4명의 잡놈은 기억도 못 한다.
아마 누군지도 모를 것이다.
을사오적들 때문에 정미칠적들의 후손들도.
국민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이래서 못된 짓도 제일 먼저 하는 놈이 제일 많이 욕을 먹는 법이다.
‘친일파가 잘 먹고 잘사는 대한민국······.’
내가 기억하는 내 조국의 미래는 딱 이것이다.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파가 득세하고.
나중에는 일제에 받은 땅이 자기 땅이라고 대한민국 정부에 소송을 거는 나라이니.
누가 조국과 국민이 위태로울 때 목숨을 바치려 하겠는가?
내가 이근택의 저택 앞에 서서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내가 전생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거참 지랄 같군.”
을사오적을 떠올렸는데.
기가 찬 건.
다섯 놈 중에 둘이 전주 이씨 놈들이다.
방계라지만 왕족의 뿌리를 가진 놈인데.
그들이 결국 조선을 팔아먹었다.
“왜 나를 불렀을까?”
스스로 의문을 던졌지만.
대충 답은 알고 있다.
아마 그는 나의 전주가 되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나와 이지용의 아들인 이근택은 아무런 접점이 없다.
그래서 이상할 뿐이다.
* * *
끼이익, 철컥!
팥을 배달하러 왔다고 알리자.
잠시 후에 저택의 문이 열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미곡상에서 해고당한 한 주임이 문을 열고 나왔다.
“한, 한 주임님?”
나와 이근택의 접점이 바로 한 주임이라니, 놀랍다.
‘형이 거기서 왜 나와?’
한 주임이 해고되던 날.
한 주임은 앞으로 나보고 자신을 형이라고 부르라고 했었다.
-철아, 쪽발이는 믿는 것이 아니다.
한 주임이 내게 했던 말이다.
‘이렇기에!’
나카무라 사장님 아니 내 장인어른께서는 한 주임을 바로 해고하지 않았다.
-예, 그렇죠.
-조선인은 조선인끼리 뭉쳐야 한다.
-물론이죠.
-그리고 앞으로 형이라고 불러.
-제가 어떻게 감히.
-하하하, 다음에 또 보자.
해고를 당한 한 주임이지만.
그래도 무슨 자신감인지 표정이 그리 어둡지 않았다.
‘자리를 미리 만들어놨구나.’
그리고 그 자리가 이근택의 비서 비슷한 거였다.
“철이, 잘 지냈냐? 하하하!”
나를 부른 한 주임의 눈빛은 내게 아주 큰 도움을 주겠다는 눈빛이다.
‘저 사람도 인텔리라면 인텔리지.’
어느 학교인지는 모르지만.
경제학부를 나왔다고 들은 적 있다.
물론 그 말도 한 주임의 입을 통해서 들은 이야기지만 말이다.
“여기에는 어찌 계십니까?”
왜 여기 있는지 짐작은 됐지만 놀란 척해 봤다.
“내 이 댁에서 잡무를 봐 드리고 있다네. 뭐, 나중에는 중책을 맡겠지만 말일세. 하하하!”
한 주임은 나카무라 사장님께 해고당했는데.
오히려 출세한 꼴이다.
그리고 내가 그에게 서운하게 대한 것이 없기에.
여전히 나를 반기고 있다.
“아, 그렇습니까?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보다 망할 놈의 일본인 주임은 해고당했다며?”
내게는 억하심정이 없는 눈빛인데.
자신이 해고당하고 나서 부임한 일본인 주임에게는 감정이 있는 듯했다.
“그게······.”
해고당한 것이 아니라 일본으로 돌아갔다.
“일본 놈한테 아무리 충성해 봐도 너도 내 꼴이 될 거다. 헌신하면 헌신짝처럼 버려진다니까?”
자기가 한 짓은 기억도 못 하는 모양이다.
물론 삶이라는 것이 자신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거지만 말이다.
‘아예 틀린 말도 아니지.’
벌써 내 성공을 시기하는 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시기와 질투처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짓을 하면서.
자신들의 삶을 허비하는 것은 낭비다.
그리고 나를 친일파라고 매도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쪽발이에게 붙어서 인민의 피를 빨아먹는 놈!’
뒤통수가 간지러울 정도다.
내 성공과 함께 이런 중상모략들은 광복 후.
내 이미지로 굳어질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되면 나도 한동안 친일파와 똑같은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
물론 그것에 대비해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군자금을 보내고.
광복군인 오덕수를 돕고 있지만.
불만 가득한 자는 그것 역시 조작된 것이라 치부할 것이다.
‘사람들은 사실을 믿는 게 아니라,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
어쩔 수 없이 내가 안고 가야 할 부분이겠지.
선택에는 그에 따른 결과와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그럴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제가 마땅히 방법이 없어서요.”
여기서 멍청하게 나카무라 사장님은 좋은 사람이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
말귀를 못 알아먹는 소한테 백 번도 넘게 경을 읽어줘도.
이해하지 못하는 이치와 같은 거니까.
“그래서 내가 너를 불렀다.”
“예?”
“그 좋은 능력, 일본 놈을 위해 쓸 필요 없잖아?”
“무슨 말씀이신지······.”
“백작 각하께서 기다리고 계신다. 어서 들어가자.”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한 주임이 나를 그자에게 추천했다는 건가?’
그렇다면 이지용의 아들인 이근택이 내 전주가 되겠다는 의미다.
“너는 나를 도와서 일하기만 하면 돼. 들어가자. 너도 알지? 이 집안의 권세가 얼마나 높은지.”
친일파의 권세가 높단다.
정의가 뒤틀려 버린 일제강점기다.
“예, 압니다.”
이럴 때는 싫다고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내 능력이 이 정도로 알려진 것인가?’
나도 놀랄 뿐이다.
앞으로 적이 많아질 것 같고.
내게 돈을 뜯어내려는 자들이 많아질 것 같다.
‘빼앗기기 전에 뇌물을 쓰는 것이 좋겠지.’
이미 법과 정의가 무너진 시대고.
뇌물만큼 큰 힘을 발휘하는 것도 없다.
뇌물은 같은 편이라는 인식을 심을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어이없는 빌미를 잡혀 악질 고등 경찰이나 다른 놈들에게 재산을 빼앗기는 것보다.
뇌물을 써서 더 큰 이익을 챙기고.
나를 지키는 것이 최고의 선택.
숭고한 독립운동에서도 내 이익과 입장부터 생각한 놈이니.
이런 면에서 보면 나는 정의로운 자는 아니었다.
‘하여튼 빨리 독립이 왔으면 좋겠다.’
물론 독립이 온다고 해도.
당장 조선 인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는 되지 않을 것이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머리에 동백기름을 자르르 발라 뒤로 넘긴 40대의 남자가.
지랄같이 근엄한 척하며 하문하듯 물었다.
‘왕처럼 구네.’
기가 찰 노릇이다.
“강철이라 하옵니다.”
친일파 놈이 양반 놀이를 하고 싶다면.
그냥 따라주면 된다.
여기서 발끈할 필요는 없다.
“강철이?”
욱한다.
조선은 자기 아비가 일본에 팔아먹었는데.
아직도 조선 시대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저런 놈들은 나중에 광복이 찾아와도.
양반 상놈 따질 놈들이다.
“그렇사옵니다.”
나는 고개를 들어서 이근택을 바라봤고.
그의 머리 위에는 반투명의 신상명세서가 떴다.
‘이북으로 이주?’
특이 사항이 이북으로 이주라고 적혀 있다.
‘이주일까?’
아니면 한국전쟁 때 북한군에 의한 강제납북일까?
뭐든.
이근택의 말년은 비참할 것 같다.
‘신상명세서를 더 확인할 것도 없군.’
친일파이니 오래 알고 지낼 필요는 없으리라.
“허드렛일을 보는 한 서방이 극구 칭찬해서 너를 한번 보기로 했다.”
그의 말에서 한 주임이 이 집에서 어떤 대우를 받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한 서방?’
3년 정도가 지났는데.
크게 자리를 잡지 못한 모양이다.
겨우 행랑채 머슴 중 하나 정도의 대우를 받는 것 같다.
그러니 자신의 돌파구를 만들려고 나를 불러들인 것 같다.
즉 나를 이용해 자신의 입지를 굳힐 심산일 것이다.
“칭찬이라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작은 일본인 상인을 종로와 명동에서 알아주는 갑부로 만든 장본인이 철이옵니다.”
내 비록 한 주임이 있을 때.
내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 아부깨나 했지만.
이런 결과를 가져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돈을 벌어들이는 재주가 상당하다고 들었는데 사실이냐?”
“저는 그저······.”
“이 녀석은 입도 무겁고 겸손하기까지 합니다.”
“좋다, 얼마 받고 일하느냐?”
“예?”
“월에 얼마를 받고 일하냐고 물었다.”
“적게 받지는 않습니다.”
“일본인 그 작자가 주는 급여에 두 배를 주마.”
뜻밖의 스카우트 제의다.
“아······.”
“그건 그렇고 하나 묻자.”
“예?”
“내가 제대로 돈을 좀 벌어야겠는데 어느 쪽에 투자하면 되겠느냐?”
“소인이 어찌······.”
“아는 그대로 말씀드리게.”
한 주임이 내게 속삭였다.
‘하여튼 나에 대해서 꽤 좋은 평판이 돌고 있는 모양이다.’
나쁠 것은 없다.
평판은 중요하다.
내가 능력 있다는 평판이 돌수록 내가 움직이기 편하다.
물론 시기하는 자들도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러시다면······.”
잠시 고민하는 눈빛을 보였다.
이래야 한다.
나를 칭찬했을 때 바로 ‘아 그렇습니까?’ 하고 거들먹거리며 나불거릴 필요는 없으니까.
“망설이지 말고 말해 보아라.”
미운 호구가 자기 발로 내게 걸어온 꼴이니.
한번 엿을 제대로 크게 먹이고.
나카무라 사장님의 이익을 증대시켜야겠다.
‘일본인 밑에서 일해도 친일파 밑에서는 일 못 하지.’
대붕은 앉을 자리를 가려 앉는 법이다.
내가 대붕은 아니지만, 대붕이 되려면.
지금부터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
나는 앞으로 조선, 아니,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이 될 것이다.
“요즘 들어 지폐의 가치가 계속 하락합니다.”
“옳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상승합니다.”
한 주임이 맞장구치듯 거들었다.
“그런가?”
돈이 너무 많은 놈들은 물가 변동에 둔감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저 친일파 아들놈처럼.
자기가 직접 돈을 벌지 않은 놈은 더욱 그럴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