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49
대한민국 절대 재벌! 49화
1944년 8월 7일.
대마도에서 돌아온 지 보름이 지났고.
나는 지금까지 뇌물로 친분을 쌓은 헌병대 야마모토를 만나고 있다.
‘처음 뇌물을 쓸 때는 조마조마했는데······.’
뇌물이 정말 잘 통하는 자인 줄은 뇌물을 주고 나서야 알았다.
‘제대로 탐욕스러운 새끼.’
저런 새끼는 아마 출세를 위해 일본 육군에 입대했을 것이다.
사실 야마모토 같은 부류의 인간은 내가 살았던 미래 대한민국에서도 많았다.
‘아직 이자를 이용하기는 어렵지······.’
대마도에서 천연 진주 채취 사업을 하기 위해.
장인께서 백방으로 총독부에 뇌물을 써서.
중추원 참의와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했다.
‘하여튼 결국 해방 후에 득세하는 사람은 이승한이다.’
대마도 때문이라도 그와 친하게 지내야 한다.
거기다가 독립과 함께 미군정의 신탁통치가 시작된다.
‘결국······.’
나는 신탁을 찬성하는 쪽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대마도를 불법 점령까지 성공한다면.
그곳을 대한민국의 영토로 만들기 위해서는 미국의 협조와 양해가 필요하니까.
나는 그렇게 움직일 것 같다.
‘이승한에게 최대한 잘 보여야 한다.’
대마도를 차지해 볼 것이다.
대한민국 영토에 포함된 내 명의의 큰 섬.
그게 내가 바꿀 미래다.
그것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을 것이고.
또한 일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민간 조직을 만들 것이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무척이나 위험한 일이 될 것이다.
‘아예 이승한을 없애버린다면?’
그렇다면 미군정은 누구를 선택할까?
조민식 대신에 김성주를 선택한 소련처럼 대안을 찾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내가 미군정 놈들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실질적으로 어렵다.
해놓은 것이 하나도 없으니까.
이승한은 그래도 하와이나 미국 본토 등 이곳저곳 돌아다며 연설이라도 했지만.
나는 한 것이 아예 없다.
그리고 한 것을 아는 사람도 몇 없다.
‘역사를 거스르지 말자.’
진짜 역사를 거스를 거라면 한국전쟁을 막자.
이게 내가 내린 결론이다.
‘단추들을······.’
나는 내가 입은 양복 단추를 만지작거렸다.
양복 안에는 단추가 많은 조끼까지 입고 있고.
걸을 때마다 구두가 무거워서 힘들었다.
왜냐고?
검은 칠을 했지만.
단추는 모두 순금이고.
구두의 굽과 밑창도 순금이니까.
“만주국으로 간다고?”
이번에는 둘째 형을 보낼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움직여야 한다.
둘째 형님을 자꾸 만주로 보내면 의심할 것이다.
그리고 의심을 받으면 꼬리가 밟히는 법이다.
그래서 나는 저번에 봤던 헌병 중위를 다시 만나고 있다.
“예, 그렇습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는 눈빛으로 대답했다.
“왜지?”
“그곳에서 담비를 비롯한 모피를 수입해 경성과 동경에 팔 생각입니다.”
물론 말한 그대로 할 것이다.
내 말에 헌병 중위는 찰나의 순간 인상을 찡그렸다.
“아무것도 모르나 보군.”
야마모토와 나는 몇 번의 거래를 했고, 제법 친해졌다.
‘끼리끼리, 유유상종.’
뭐 이런 거다.
내 말이라면 절대 거부하지 못할 정도로 뇌물을 처먹였다.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는 금화를 꽤 많이 뇌물로 쓰고 있다.
군인도 돈이 필요한 법이니까.
‘한 방에 회수한다.’
투자라면 투자니까.
거기다가 야마모토가 기생집에 쓰는 비용을 거의 내가 다 내고 있다.
그러면서 리에 아가씨 모르게 더러운 짓도 같이 참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남자는 신뢰를 쌓으면서 교분을 다지는 경우도 많지만.
서로 나쁜 짓을 하면서 친해지는 경우도 많다.
동업자 의식 비슷한 거라고 해야 할까?
공모자 의식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이다.
나쁜 짓을 같이하면 더 친해지는 법이니까.
물론 기방에서 기생들의 저고리를 벗기기는 했지만.
그 기생집에서 자고 온 적은 없다.
내게는 꽃보다 귀한 리에 아가씨가 있으니까.
물론 기생들에게 입막음은 단단히 해놓았다.
하여튼 쟤랑 나쁜 짓 참 많이 했다.
분명한 건.
겉으로는 명예를 따지는 놈이지만.
속으로는 탐욕스러운 속물이다.
“예?”
“아닐세, 거긴 위험하지 않을까?”
“천하무적 일본 황군이 있는 곳인데 뭐가 위험하겠습니까? 좋은 모피를 수입해서 경성에 팔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을 겁니다.”
“자네는 그렇게 생각하나?”
“물론입죠! 원래 예전에도 했던 사업인데, 이번에 아주 크게 할 생각입니다. 이 모든 것이 만주 철도를 조선에 설치해 주신 천황 폐하의 은덕이십니다.”
지랄 같은 것은 일왕을 거명할 때는 정자세로 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금을 가지고 간다는 건가?”
“제가 미쳤습니까? 거금을 가지고 가게? 마적들이 득실거리는 곳인데 물건부터 받고 경성에서 대금을 치를 생각입니다. 중국 놈들은 못 믿을 놈들입니다. 그래서 3등 신민이잖습니까?”
마적 중 일부는 광복군이다.
하지만 그들 말고 진짜 마적도 꽤 많다.
사실 그들은 마지막 남은 청나라 군벌의 찌꺼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야마모토는 내 말에 피식 웃었다.
마치 내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빛이었다.
“알았네. 자네의 충심이야 내 익히 알지, 조심해서 다녀오게. 그리고 무슨 일이 있으면 만주에 주둔하고 있는 관동군에 달려가 내 이름을 말하게, 그래야 무사할 거네.”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는 일본 헌병대가 승인해 준 여행증을 들고 만주로 향했고.
은밀히 이승한 박사에게 검은 단추와 구두를 보냈다.
‘잘 전달될지 모르겠군.’
어쩌면 이건 미래를 위한 도박이었다.
사실 만주 철도에 몸을 실을 때만 해도.
직접 임정에 가 김규 주석에게 내가 강철이라고 말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영화에서 보면······.’
대한민국 임시정부에도 일본의 밀정이 숨어 있었다.
그러니 현실에서도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다.
‘다시 조선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돌아가자마자.
헌병대에 끌려가고 싶지는 않다.
* * *
1944년 11월 30일.
이승한 박사의 집무실.
다행스럽게 강철이 은밀히 보낸 검은 단추들과 구두는 3달이 지난 후에서야 이승한 박사에게 도착했다.
천운이라면 천운이다.
“조선에 있는 동포가 보낸 거라고?”
“예, 그렇습니다. 박사님. 그런데 단추 20개 정도와 구두뿐입니다. 그래서 이해되지 않습니다. 이런 것을 박사님께 왜 보냈을까요?”
“누가 보낸 건가?”
“그건 밝히지 않았습니다.”
강철은 자신을 밝힐까도 했지만.
차후에 가장 드라마틱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비밀에 붙였다.
그리고 자신의 안전을 위해 꼭 밝힐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었다.
뇌물이라는 것은 주고받았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제공자를 밝히면 되니까.
이게 바로 뇌물의 속성이다.
준 듯, 안 준 듯 그래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받은 것에 부담이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뇌물을 줄 때는 소리 소문 없이 줘야 하고.
받은 사람이 부담이 될 정도로 많이 줄수록 효과가 크다.
“보낸 사람이 누군지 모른단 말이지? 내게 보냈다는 것 자체만으로 신분의 위협을 느낀다는 의미군.”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같이 보낸 쪽지에 조선 독립을 위해 써달라고 하는데······.”
단추 20개와 구두를 받은 이승한 박사의 비서는 인상을 찡그렸다.
사실 이상한 물품이기에.
이승한 박사에게까지 가지고 온 그였다.
“그랬단 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냥 흔한 단추입니다. 장난을 치는 것도 아니고······.”
“내게 보낸 물건인데 장난이겠소?”
이승한 박사는 한참 동안 단추를 만지작거리다가 손톱으로 단추를 긁었다.
“박, 박사님······.”
손톱으로 검은 칠을 벗기자 그 속이 드러났다.
이승한 박사에게 이런 기발함이 있으니.
국내에 아무런 세력도 없는데도.
광복 후 혼란스러운 정세에서 미군정을 등에 업고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 된 것이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꼭 기억해 둬야겠어.”
이것도 어떤 면에서 강철에게는.
내일을 위한 도박 같은 투자가 성공한 순간이었다.
* * *
아키코의 침실.
“그렇단 말이죠?”
“예, 그런 자입니다. 특히 야마모토 대위와 각별한 사이입니다. 정말 뼛속까지 친일파 놈입니다.”
“그렇군요.”
아키코의 눈빛이 서늘했다.
‘강철, 죽어 마땅한 자구나.’
“그런데 어디론가 다녀왔다고 합니다.”
“어디를?”
“부산으로 간 것까지 확인되었습니다.”
“부산에 왜?”
아키코가 궁금한 눈빛을 보였다.
“알아볼까요?”
“됐어요. 12번째로 정했습니다.”
“예.”
* * *
1944년 8월 19일 오전.
나카무라 장인어른의 서재.
“그런 묘책이 있었군.”
나는 후지모라와 이야기를 나눈 진주 조개잡이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장인께 말했다.
“징용자들?”
“예, 그렇습니다.”
“쓰시마는 징용지역이 아니지 않나?”
“그렇습니다. 하지만 손을 쓰기에 따라 징용지가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사업을 구상하고 실행에 옮길 때는 철저히 그 목적 그대로 움직여야 한다.
“손을 쓴다?”
“예, 총독부에 손을 써서 쓰시마를 징용지로 만들면 진주조개를 채취할 잠수부들을 이주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기는 하겠지.”
“쓰시마는 홋카이도나 군함도보다는 훨씬 안전한 곳입니다. 징용대상자들의 입장에서도 나쁠 것이 없을 겁니다.”
“사위, 자네는 하나의 일로 여러 가지 일을 하는군.”
장인께서 의미심장하게 말씀하셨다.
“죄송합니다.”
“위험천만한 일이지만 말릴 수는 없겠지?”
“죄송합니다.”
“자네가 이렇게 그릇이 큰 줄 알았다면 자네를 사위로 삼지 않았을 거네.”
“그 역시 죄송할 뿐입니다.”
“아닐세,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 알겠네, 내가 중추원 참의와 만날 수 있게 줄을 대어 보겠네.”
“감사합니다.”
대마도에 대한 일은 이 정도까지만 아시면 충분했다.
‘플랜 A도, 플랜 B도 지금은 모르는 것이 좋지.’
* * *
일본 고등경찰 사무실.
“강철이 수상하다?”
조선인 출신 고등경찰 노덕순은 강철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제물포 소래포구에 어선을 자그마치 10척이나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또 만주에 다녀왔습니다.”
만주를 다녀왔다는 것만으로도.
조선인은 고등경찰의 요시찰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해상 운송 수단으로 쓰일 수 있는 중형 어선을 10척이나 보유했다는 사실이 일본 고등계 형사들의 관심을 받고 있었다.
이만큼 강철은 위험한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렇단 말이지?”
노덕순의 눈빛이 달라졌다.
“예, 그렇습니다.”
“그자의 장인이 총독부에 연줄이 많지 않나?”
노덕순은 강철에 대해서 꽤 많이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카무라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예, 그렇습니다. 제로센 전투기만 다섯 대를 헌납한 인물입니다.”
고등계 형사가 조선 민초들에게 막강한 힘을 휘두른다고 해도.
조선 총독부와 연결되어 있는 나카무라를 그리고 그의 사위를 건드리는 일은 쉬운 일이 절대 아니었다.
“일본인이 하등한 조센징을 사위로 삼았다?”
노덕순이 피식 웃어버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