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48
대한민국 절대 재벌! 48화
“지랄하네~”
나는 온천목욕을 끝내고 자리에 누웠다.
에에엥~ 에에엥~
모기 새끼가 앵앵거리며 잠을 방해했다.
“기모띠~ 기모띠~”
그리고 옆방에서는 야릇한 소리가 들린다.
“아······!”
전생에서 일본 여행을 갈 때.
가급적 일본전통 여관을 피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 인터넷 글이 떠올랐다.
모기와 신음소리.
방음이 절대 안 된다는 소리다.
그리고 전생에서 일본전통 여관이나 모텔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신혼부부라는 소리도 떠올랐다.
그러니 검은 밤을 하얗게 보낼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나같이 혼자 온 사람이 감당해야 했다.
“기모띠~”
또 들렸다.
“오늘 지랄이 승천하는구나.”
* * *
아침이 됐고 일본인의 식사상이 아닌 조선식 밥상이 차려져 내게 왔다.
그리고 야시시한 유타카를 입은 또 다른 여자 둘이.
식사 시중을 들기 위해 내 옆에 공손히 무릎을 꿇고 앉았다.
‘다리 안 저리나?’
저리 오래 앉으면 다리가 저릴 것인데 참 신기할 뿐이다.
“족발도 있고, 돼지고기 수육도 있군.”
정말 조선에서도 이런 상을 받아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
“일본 간장에 절인 표고군.”
“섬에 멧돼지와 표고가 많습니다.”
“그래요?”
“예.”
“표고는 입에 맞는군요.”
“더 가져올까요?”
“아니, 먹을 만큼 먹었소.”
정말 귀빈 대접이다.
‘그만큼 후지모라가 몸이 달았다는 거지.’
진주조개 채취 사업이 그만큼 돈이 되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하긴 보석이니까. 비쌀 수밖에.’
잠은 잘 못 잤지만.
잘 먹기는 했고.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는데.
후지모라가 나를 배웅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며칠 더 쉬다 가시지요? 온천이 좋지 않습니까?”
“스르륵 녹는 줄 알았습니다.”
나는 어리다.
하지만 후지모라는 나를 귀하게 대접했다.
“섬의 온천이 아주 좋습니다.”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럼 이제 가십니까?”
“서둘러 가서 준비해야죠. 사업입니다.”
“예, 알겠습니다. 이건 제 마음입니다.”
후지모라가 비단으로 된 복주머니 형태의 주머니를 내게 공손히 내밀었다.
‘복주머니······.’
이런 복주머니는 한국 사람들만 쓴다.
후지모라는 내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내가 조선인이라고 무시하지 않고, 언변도 조심했다.
물론 이 모든 게 나 때문만이 아니라 내 뒤에 계신 장인어른 때문이기도 하다.
“뭡니까?”
“견본은 드렸지만 선물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일본인들은 타인에게 선물을 잘 주지 않는다.
“제가 받아도 되겠습니까?”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보다 30살이나 많아 보이는 후지모라가 내게 머리를 숙였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리고 곧 잠수부들을 데려오겠습니다.”
나는 이렇게 대마도에 접근하기로 했다.
“예, 그리해 주십시오.”
후지모라도 많은 기대를 하는 눈빛이다.
“그리고 곡물도 충분히 가져오겠습니다.”
“곡물까지 말씀입니까?”
후지모라가 미소를 머금었다.
“섬에 멧돼지들이 많다고 하니 백미만 가져오면 섬사람들이 이밥에 고깃국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 겁니다.”
“하하하,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처녀들이 참 많이 아쉬워했습니다.”
처녀들?
어젯밤에 내게 왔던 그 여자 둘을 말하는 것 같다.
“제가 좀 피곤했습니다.”
“그러실 거라 했습니다. 이런 말씀 드리기 그렇지만 키가 작은 아이는 제 딸이고, 키가 큰 아이는 제 조카입니다.”
“예?”
나도 모르게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뭐냐 이거······?’
호의가 과하면 위험할 수 있다.
‘왜지? 내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 건가?’
그리고 자기 딸을 내게 내어줬다면.
이것은 내 장인과 척을 지는 일이다.
그렇다면 나와의 협상에서 장인어른은 배제하고 진행했다는 의미다.
“왜 그런 말씀을?”
“숙소로 가신 후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섬에 희망을 주실 분인 것 같습니다. 화족이신 백작께서는 섬을 떠나신 지 오래시고······.”
‘나를 새로운 지도자쯤으로 생각한다는 건가?’
하여튼 당황스럽고 놀랄 일이다.
“잠수부들을 데리고 다시 오겠습니다.”
그 잠수부들은 이 대마도를 대한민국의 영토로 만들 사람들이다.
“예, 알겠습니다.”
플랜 A보다 플랜 B가 더 좋을 수도 있을 것 같다.
* * *
초량 왜관은 일본인들의 집단거주지다.
대마도에서 돌아오는 김에 부산에 내 사업 거점을 만들 계획을 짰다.
이것이 플랜 B이며 내가 차후에 추진할 사업의 핵심지역이다.
‘한국전쟁······.’
그 전쟁은 내가 막을 수 없으니 피해야 할 것이고.
그러니 경성에서 부산으로 빠르게 진출해야 할 것이다.
“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나도 모르게 노래 한 자락을 흥얼거렸다.
‘부산하면 돌아와요, 부산항이지.’
나는 지금 노래를 흥얼거리며 부산 초량 왜관을 둘러보았다.
‘용두산이 보이는군.’
왜관은 용두산을 중심으로 동관과 서관으로 구분되고.
강화도 불평등조약 이후 일본 공사관이 설치되었다.
‘이곳에 미곡상을 세워야겠군.’
그리고 남포동에 무역사업소를 세워야겠다.
‘물론 밀수사업소겠지만······.’
경성으로 돌아가면.
내가 생각하는 일들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겨야겠다.
그런 후에 기술자를 구하고 부산에 공장을 세울 참이고.
별사탕이 든 건빵 공장을 시작으로 섬유 봉제공장.
그리고 가능하다면 비료를 만드는 화학 공장을 세우고 싶다.
‘믿을 것은 형제뿐이지······.’
이곳에 셋째 형을 보내면 될 것 같다.
셋째 형은 건달기가 있으니 괄괄한 부산 사람들과 잘 어울릴 것이다.
그리고 셋째 형의 옆에 시라소니 숙부가 계신다면.
누구도 셋째 형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다.
‘대마도는 부산에서 가깝다.’
이게 핵심이다.
* * *
후지모라의 집.
주술사처럼 보이는 늙은 노파가 후지모라 앞에 앉아 있었다.
“어머니 말씀대로 바람처럼 왔다가 태풍처럼 저를 흔들어놓고 조용히 떠났습니다.”
이건 놀랍게도 강철이 대마도에 올 줄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투로 말하고 있었다.
“못된 마음을 먹고 왔지만 좋은 마음으로 떠났을 것이야.”
“과연 그 조센징이 섬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요?”
“우리도 조센징이 아니더냐? 너와 나의 피에는 조센징의 피가 흐르고 있지.”
대마도는 일본과 조선의 사이에서 삼각무역을 통해 생존해 온 섬이다.
그러니 대마도인의 몸속에 조선인의 피가 흐르지 말라는 법도 없다.
“아직도 내 말이 미신이라고 생각해?”
“어머니께서 한 번은 맞추신 것 같습니다. 융숭하게 대접해 보냈습니다.”
“그는 풍요를 가져올 거야.”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화족도 떠난 이 섬이 다시 풍요로워졌으면 좋겠습니다.”
마치 무협 영화에서나 볼 것 같은 신비한 기연 같은 것이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 * *
대한해협을 다시 건넜다.
‘얻은 것인가? 잃은 것인가? 얻었다면 무엇을 얻었나? 잃었다면 또 무엇을 잃었나?’
내 손 안에는 후지모라가 준 복주머니가 잡혀 있다.
“이게 과연 어떤 의미일까?”
복을 담아주는 주머니를 후지모라가 왜 내게 건넸을까?
고민이 깊어진다.
얻은 것은 마음이고, 잃은 것 역시 마음이리라.
그의 마음과 나의 마음, 서로 잃고 얻었다.
“뭐가 들었을까?”
나는 복주머니에 든 것을 꺼냈다.
“흑진주······.”
그것도 아주 크다.
진주 중에서 가장 희소성이 높고 값비싸다.
“진주목걸이를 만들어 리에 아가씨에게 줘야겠다.”
이 목걸이의 주인은 리에고, 내 마음의 주인도 리에니까.
“One heart only one!”
대한해협에서 외쳐본다.
“우리 젊은 선주, 또 병 도졌어라~”
“뭐라고는 거고?”
“원할머니 엄니여 라고 하는디요? 도대체 알아먹을 수가 없는디요.”
“우리 젊은 선주께서는 바다만 보면 미치나 보네요. 선주요, 앉으라니까, 앉아요!”
선원 한 명이 뱃머리에 서 있는 내게 소리쳤고.
나는 고개를 돌려 선원들을 보며 웃었다.
“예~”
* * *
경성에 도착하자마자.
보석 상점을 찾았고.
나는 후지모라에게 받은 진주를 보여줬다.
이곳은 보석 판매 및 장신구를 제작하는 곳이다.
“어떻소?”
내가 건넨 진주를 감정하는 감정사에게 물었다.
후지모라가 내게 준 견본들이다.
“최상품입니다.”
“개당 얼마나 하겠소?”
“진주의 가치는 천차만별입니다.”
보석감정사의 눈동자가 반짝이고 있다.
“그렇겠죠. 다 제각각의 값이 있을 테니까.”
물건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도 그렇다.
각각의 값어치가 있을 것이고.
그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진주는 담수 진주보다 해수 진주가 비쌉니다.”
이건 처음 아는 사실이다.
물론 내가 가지고 온 진주는 당연히 해수 진주다.
“한 알에 100원에서 200원 하는 진주도 가공을 위해 구멍을 뚫는다면 다시 되팔 때는 시세가 없습니다.”
나 역시 이 사실은 잘 알고 있다.
“그건 알고 있습니다.”
다시 환생을 한 후에 내가 가장 혼란을 겪는 것은 돈의 단위다.
‘으음, 전생으로 따지자면 이 진주는······.’
천연 자연산 진주이고.
최상품이기에 몇 십만 원에서 몇 백만 원을 호가할 것이다.
하지만 이 시대에는 그저 몇 백 원이다.
그러니 헷갈릴 때가 많다.
‘유기물 보석이지.’
진주에 대해서 좀 알아본 것이 있다.
다른 보석들은 대부분 광석인 무기질 보석이지만.
진주, 산호, 호박은 유기질 보석이다.
오래 두면 색이 변하고.
가치가 하락하는 소모성 보석이라는 소리다.
“그래서요?”
결론만 말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것들은 300원씩은 합니다.”
그렇다면 평균치를 잡아서 대마도에서 채취되는 진주의 가격은.
60원에서 100원 정도로 계산하면 될 것이다.
이 진주들이 최상품이라고 했고.
20% 정도의 확률로 채취가 된다고 했으니까.
“이것으로 목걸이 하나 만들어주시오.”
나는 비단 복주머니에서 흑진주를 꺼내 보였다.
“으허어억!”
감탄 그 이상의 탄성이 터졌다.
“이, 이건······.”
눈빛을 보니 흑진주를 처음 보는 것 같다.
“어떻습니까?”
“이, 이 정도의 광체와 크기라면 만 원, 아니, 5만 원 이상 받을 겁니다. 이런 흑진주는 더는 없을 겁니다.”
정말 영롱하게 7색으로 빛나고 있다.
거기다가 눈깔사탕 정도 되는 크기이니.
이런 흑진주가 나오려면.
진주조개가 아마 몇백 년은 아파해야 나올 것이다.
“결점도 없고 완전한 구형이고……. 흐으음, 오늘 눈이 호강합니다. 내 평생 이렇게도 완벽한 흑진주를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 흑진주, 어디서 구하셨습니까?”
진주는 생산이 아니라 채취기에 내게 묻는 것이다.
‘그걸 내가 말해 주겠냐?’
물론 나도 후지모라에게 받은 거라 어디에서 채취했는지는 모른다.
‘그러고 보니 5만 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 보석을······.’
후지모라가 내게 줬다.
‘그가 진짜 내게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세상에는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
“지인에게서 선물로 받은 것입니다”
선, 선물이라고 하셨습니다.”
5만 원 이상의 가치라면 선물로 주고받을 것은 아닌 것이다.
“진주 목걸이 만들어주십시오.”
말이 길어질 것 같아서 본론을 꺼냈다.
아마 내가 이러지 않으면.
선물을 준 사람이 누구냐고까지 물어볼 기세다.
“진주 목걸이는 보통 여러 개를 연결해서 만드는 것이 보통입니다. 다른 진주를 이용해 꿰어 보겠습니다.”
스님이 목에 거는 염주처럼 말이다.
“제 소중한 사람에게 줄 것이니 최고로 만들어주십시오. 그럼 됩니다. 줄은 은으로 해 주십시오. 아주 깨끗한 순백의 은으로 부탁드립니다.”
리에 아가씨가 떠오른다.
순백의 리에, 흑진주처럼 매력적인 그녀, 내 심장의 주인이다.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 내겠습니다.”
미소가 머금어지는 순간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