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64
대한민국 절대 재벌! 64화
그의 신분은 고등계 순사고.
그것은 몇 개월 동안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그리고 고등계가 조사한 수많은 자료를 손에 넣을 것이다.
내 물음에 김수복은 내 옆에 차분히 앉아 있는 독사를 보고.
궁금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봤다.
‘신상명세서를 보면!’
머리가 좋고.
야망이 꽤 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때문에.
결국 그 좋은 머리로 자신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순사가 된 인물이다.
‘도구로 쓴다.’
그러다가 내게 진심으로 충성한다면 측근으로 쓰리라.
“내 비서입니다. 내 사람이니 말씀해도 좋습니다.”
그러고 보니 독사는 평범한 조폭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단지 날카롭게 생기긴 했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인텔리처럼 보일 정도다.
“예.”
그저 담담하게 말하는 김수복이다.
“결정했습니까?”
나는 다시 한번 김수복에게 물었다.
“따르겠습니다. 대신 저를 끝까지 돌봐 주십시오.”
김수복이 자신보다 한참이나 어린 내게 머리를 숙였다.
‘머리가 나쁜 사람이 아니지.’
그래서 친일파가 됐을 것이다.
머리가 영악하니 몸이 편한 곳을 찾았고.
그것이 친일이었다.
“잘 생각했습니다. 제가 당신 인생 편하게 해드리지요.”
“예,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제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계속 고등계에 있으세요. 물론 당분간입니다.”
“예, 알겠습니다.”
김수복은 아주 쓸모가 많을 것이다.
“그곳에서 장충동, 신당동, 약수동, 청파동, 후암동에 있는 일본인 소유 호화 주택을 주시해 주세요.”
“예?”
뜬금없는 내 지시에 김수복이 되물었다.
“당신이 나를 선택한 이유가 뭐죠?”
“그건······.”
김수복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괜찮습니다. 여긴 제가 비밀리에 운영하는 바입니다.”
“아, 그래서 오늘 손님이 없는 거군요.”
김수복은 내 말에 다시 한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전에 하셨던 말씀이 옳을 것 같았습니다.”
일본은 멸망한다.
그리고 쥐새끼들은 침몰하는 배에서 제일 먼저 도망친다.
하여튼 김수복은 머리가 좋은 놈이다.
“그날이 오면 다 버리고 갈 겁니다. 그전에 미리 제가 사야겠습니다.”
장충동, 신당동, 약수동, 청파동, 후암동은 일본식 고급 호화 주택이 즐비하다.
‘적산 가옥을 노린다.’
크게는 토지지만.
작게는 일본인이 두고 떠날 수밖에 없는 가옥을.
적산 가옥이 되기 전에 내가 헐값으로 사들여야겠다.
‘불하를 받는 방법도 있지만······.’
그건 정부에 뇌물을 써서 줄을 대야 하는 일이고.
난 정부와 엮이고 싶지 않다.
“아······.”
김수복이 입이 쩍 벌어졌다.
“평생을 모시겠습니다.”
내가 자신의 황금빛 동아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직감한 듯했다.
나는 적산 가옥을 노릴 것이다.
적산 가옥은 패망한 일본인 소유의 재산 중 주택을 말하고.
남한 지역을 통치하는 미군정은 법령을 제정하여.
남한에 있는 모든 일본인 소유 재산을 인수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11월쯤.
신조선회사를 설립하여 일제의 동양척식주식회사 소유의 재산과 토지를 인수한다.
내가 미군정에 줄을 대려는 것은 이것 때문이다.
하여튼 주택 문제가 대두되는 시점이 바로 그 시점이다.
어떤 시대든 집 없는 서러움이 제일 큰 법이고.
무작정 월남하는 동포들 때문에 심각한 주택난이 일어난다.
‘4만 채의 적산 가옥으로······.’
미군정은 주택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그로 인해 적산 가옥을 불하받는 사람은 노다지를 잡았다는 소리까지 하게 되고.
적산 가옥에 대한 불법 점유와 분쟁이 끝도 없이 일어나게 된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디펜던트 하우스로 불리는 주택들로.
훗날 군정청의 관사가 된다.
나는 그 가옥들을 미리 선점하여 미군정에 헌납할 생각이다.
그리고 각종 공사와 이익을 챙길 것이고.
원조물자 불하를 선점할 것이다.
‘미래를 아는 것은 내 가장 강력한 힘이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1공화국에서도 특혜를 받을 것이고.
3공화국까지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설립할 기업을 더욱 키울 것이고.
그 이후에는 국가도 내 그룹을 건들지 못할 정도로 성장시킬 것이다.
“그러니 조사해 놓으세요. 그리고 두어 달 후에 만날 수 있게 손을 써놓으세요.”
“예,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몇 채 사놓는 것도 좋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김수복이 내게 머리를 숙였다.
‘악질 경찰 김수복과 독립군 오덕수라······.’
극과 극인 사람을 내가 부려볼 것이다.
“그리고 나를 위해서 해줄 일이 있소.”
“말씀하십시오.”
“고등계에서 수집한 자료가 있다면 뭐든 은밀히 필사해서 내게 가져오시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는 눈빛이다.
“특히 친일파들의 동향을 파악해 놓은 것을 최우선으로 챙겨야 할 겁니다.”
그 자료들은 나중에 내 무기가 될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파멸의 증거가 될 것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협박용이 될 것이다.
타인의 치부를 손에 쥐고 있다는 것은 큰 힘이 된다.
* * *
강철의 둘째 형은 오덕수를 찾아 우미관으로 향했고.
오덕수는 우미관 김두완의 사무실에 숙식을 해결하며 꼭꼭 숨어 있었다.
“강 동지, 무슨 일입니까?”
강철의 둘째 형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오덕수는 살짝 걱정되는 표정을 지었다.
만약 강철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자신은 다시 어디론가 피신해야 하고.
또다시 조직을 구축해야 했다.
“저 같은 것도 독립운동이라는 것을 할 수 있을까요?”
근주자적 근묵자흑이란 말처럼 역시 물드는 것이다.
“이미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하시지 않습니까?”
강산은 강철을 대신해 충칭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지원금을 전달했고.
또한 오덕수가 활동하기 수월하게 자금을 전달하고 있었다.
오덕수는 강철이 지원하는 자금으로 하부 조직의 수를 더 늘릴 수 있었으니.
경성에 있는 광복군의 활동에 강철이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물론 오덕수가 운영하는 하부 조직은 자신들이 독립운동을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고.
상부에서 지시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제대로 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임시정부로 가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강산의 결심에 오덕수는 살짝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강철이 광복군을 지원하는 것은 자신의 처세를 위해서였다.
“예, 가고 싶습니다.”
“작은 강 동지도 압니까?”
“곧 말할 것입니다.”
“독립운동은 생각한 것만큼 쉽지 않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만약 작은 강 동지가 만류한다면 어쩌시겠습니까?”
“동생의 말에 꺾일 거라면 이곳에 오지 않았을 겁니다.”
강산이 단호하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추천장을 써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 사람의 운명이 그의 동생 때문에 완벽하게 변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리 떠나시면 작은 강 동지가 위험하지 않을까요?”
오덕수는 강철이 처세를 위해 광복군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조선 인민을 걱정하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거지들에게 먹을 식량을 가져다주고 곡물의 가격을 3년 전 가격으로 팔고 있습니다.
-뭐라고? 원래 그런 자였나?
-보릿고개에 나무껍질을 벗겨 연명하던 사람들은 그자 덕분에 입에 풀칠한답니다. 여전히 친일파라고 수군거리는 사람도 많지만, 경주 최 부자만큼은 아니라도 인민들에게 제법 많은 인심을 얻고 있습니다.
-처세가 밝군.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게라도 하는 부자들이 몇이나 있겠습니까?
오덕수는 강철에 대해 알아봤을 때가 떠올랐다.
“제 동생은 머리가 좋습니다. 잘 헤쳐나갈 겁니다.”
“알겠소이다.”
강산의 말에 오덕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뇌물을 그리 많이 쓰고 있으니······.’
누가 뭐라고 해도 강철의 처세가 뛰어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이 박쥐의 삶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또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강산이 오덕수를 뚫어지게 봤다.
“뭡니까?”
“제 동생을 부탁드립니다. 머리 좋은 녀석이지만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간다면 위험해질 겁니다.”
강산은 강철에 대해서는 걱정할 것이 없다고 말한 강산이지만.
결국 오덕수에게 강철을 부탁했다.
“제가 작은 강 동지에게 도움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하하하!”
사실 김두완에게 오덕수를 소개해 준 사람은 강철이었다.
이렇게 강철은 인맥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래도 옆에서 지켜보다가 지켜 주십시오. 그날이 오면 제 동생은 누구보다 많이 욕먹을 겁니다.”
그날이 오면!
그리고 기다리는 광복, 그날이 온다면.
그것은 강철에게는 위기가 될 수도 있었다.
“내 노력하겠소.”
“감사합니다.”
“강산 동지.”
“예.”
“굳은 결심, 절대 변치 마십시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오덕수는 강철의 둘째 형에게 변절하지 말라고 당부를 하듯 말했다.
* * *
20분 전, 우미관 건물이 보이는 골목길 모퉁이.
“어? 저 사람은 강철 상의 둘째 형인데?”
김수복이 우미관으로 들어가는 강산을 보고 눈빛이 변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순사 앞잡이로 보이는 남자가 김수복과 함께 강산을 노려보았다.
“왜 우미관에 왔을까?”
사람들은 강산이나 강수가 막내인 강철의 덕을 보며 사는 존재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시대를 풍미하는 김두완을 찾아갈 이유는 없었고.
그가 김두완을 만난다면 그것은 강철의 지시라 생각했다.
‘강철, 묘한 구석이 많아······.’
이렇게 김수복은 강철에게 뇌물을 받으면서도 강철을 의심하고 감시하고 있었다.
물론 자신이 확보한 정보들을 하편락에게 보고하지는 않았다.
어떤 측면에서는 강철이 주는 뇌물에 김수복이 녹아내린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김수복은 강철을 체포할 결정적인 타이밍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나오면 은밀히 뒤를 밟아.”
“예, 알겠습니다.”
“특별한 일이 있으면 나한테만 보고해.”
“물론입죠.”
“이거 받아.”
김수복은 지갑에서 지폐 몇 장을 꺼내 앞잡이에게 내밀었다.
“어이쿠, 매번 감사합니다.”
“내가 곧 경부보님께 말씀드려서 시골 순사 자리 하나 알아봐 줄 테니까, 알지?”
“흐흐흐, 알고 있습죠, 꼭 나리께만 보고하겠습니다.”
* * *
깊은 밤에 둘째 형이 나를 찾아왔다.
‘혹시······.’
짐작되는 것이 있다.
둘째 형은 상기된 얼굴이면서 뭔가 결심한 눈빛이다.
그리고 나를 한참이나 바라봤다.
“철아······.”
한참이나 나를 바라보던 둘째 형이 내 이름을 불렀다.
쿵!
왜 갑자기 가슴이 내려앉는 기분이 드는지 모르겠다.
“형······.”
“나, 간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위험해. 생각 이상으로 거칠고 힘들고 위태로운 일이야.”
“네 덕분에 눈을 떴고, 세상을 똑바로 보고 있다.”
내가 형을 광복군으로 만든 것이다.
믿을 것은 형제뿐이라는 생각에 형을 내가 위험한 길로 몬 것이다.
나는 사실 둘째 형이 이리 빨리 물들지는 생각도 못 했다.
“정, 정말 갈 거야?”
“간다. 오 동지에게 추천장도 받았다.”
오덕수의 이름에서는 김원몽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그를 공산주의자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는 공산주의자가 아니라 민족주의자였다.
하지만 그의 주변에는 공산주의자들이 많다.
그리고 그는 결국 남한의 한심하고 처참한 현실을 통탄하며 월북한다.
‘오덕수는 어떻지?’
그가 공산주의자인지 아닌지는 아직 밝혀진 것은 없다.
공산주의자들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자신의 신념을 철저히 숨기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것은 내가 전생에서 철저한 반공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라.
선입견을 가진 것일지도 모른다.
주입식 세뇌라고 할까?
그런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