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63
대한민국 절대 재벌! 63화
‘가지 마라, 죽여 버릴 테니까.’
야마모토가 두려운 것은 놈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입은 군복 때문이다.
‘금 10돈이면 너 하나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다.’
내가 살기 위해 남의 목숨까지 노려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다.
“아니지, 가야지. 가야 네가 주는 금으로 땅을 사지. 그리고 복수할 수 있겠지. 그 망할 것의 자식들이 내 고향에 여전히 떵떵거리며 살 테니까.”
야마모토의 복수 대상은 정해진 모양이다.
“그러시군요.”
“내가 돌아가서 다 밟아버릴 것이다, 다! 그리고 내가 겪은 치욕을 놈들의 후손 대대로 겪게 할 것이다!”
야마모토의 눈에 살기가 번뜩였다.
‘일본군 대위가 건드리지 못할 정도면 대단한 부를 가진 모양이군.’
하여튼 야마모토도 복수를 꿈꾸는 것 같다.
‘그 복수에 나는 부를 축적한다!’
* * *
우미관 뒤편 선술집.
밀짚모자를 쓴 오덕수가 내 호출을 받고 나타났다.
“여기 탁주 한 사발 주소!”
오덕수는 선술집으로 들어서며 괄괄하게 소리쳤고.
내 옆으로 다가와 나와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왜 보자고 했소?”
조금 떨어진 자리지만 서로의 목소리는 들을 수 있다.
“사람 하나 죽여야겠소.”
내 말에 오덕수가 나를 뚫어져라 보다가.
자기 앞에 놓인 탁주를 벌컥 들이켜고 묵은지를 찢어먹었다.
“나는 함부로 그러는 사람 아니오.”
오덕수는 대의를 위해 손잡은 것일 뿐.
자기는 광복군이지 살인 청부업자가 아니라는 눈빛을 지었다.
한참 나를 노려보던 그는 묵은지 때문인지 인상을 찡그렸다.
“제기랄, 이 김치 더럽게 시네.”
나를 두고 더럽다고 하는 것이다.
“하편락이라고 있소. 당신도 아시지 않소?”
마음 같아서는 야마모토를 죽여 달라고 하고 싶다.
하지만 그는 항상 무장한 채로 다니고.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호위병도 데리고 다닌다.
만약 그를 죽이려 했다면 남산에서 죽였어야 했다.
“우리 합이 좀 맞나 보군, 이 탁주와 묵은지처럼!”
“뭐라고요?”
“놈이 종로를 벗어나게 할 방법을 찾아달라고 부탁하려던 참이었는데······.”
“원한이 있소?”
광복군의 눈빛이 아니다.
복수심에 불타는 눈빛이다.
-사연 없는 사람 있겠습니까?
나도 모르게 은월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합이 맞았으니 기회를 봅시다.”
오덕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선술집에서 나갔다.
‘하나씩 처리한다. 하나씩!’
나는 계획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었다.
* * *
종로서 건물 뒤편.
밀정 하나가 김수복에게 다가와 귓속말로 뭔가를 속삭였다.
“그렇단 말이지?”
김수복은 살짝 놀란 눈빛으로 변했다.
“예.”
“수고했다.”
김수복은 주머니에서 10원짜리 지폐를 꺼내 밀정에게 내밀었다.
10원이면 꽤 큰 돈이다.
“뭐 이런 것을 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입막음으로 10원을 준 것이다.
“물론입죠.”
밀정은 꾸벅 인사하고는 돌아서서 급히 종로서를 빠져나갔다.
‘강철이 위험한 짓을 하는군······.’
김수복은 보고받은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며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더는 눈감아 줄 수 없을 정도인데······.’
김수복은 보고받은 것을 하편락에게 보고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여기서 담배를 피울 줄 알았다.”
같은 계급의 순사가 김수복을 보며 다가왔다.
“속에서 부글부글 끓지?”
순사가 김수복을 놀리듯 말했다.
“글쎄.”
“나라면 깽판을, 아니, 깽판을 칠 수도 없지. 우리 같은 것들이 무슨 힘이 있겠어?”
“뭐가?”
“저번에 네가 검거한 공산주의자들 있잖아? 조선인들이 정미칠적이라고 부르는 놈들의 후손들 공격했던 그놈들 말일세.”
“그게 왜?”
“공고가 붙었어. 재주는 김수복이 부리고, 돈은 경부보께서 챙기셨더군. 세상 참 지랄이다, 지랄이야!”
경부보는 하편락이다.
“공고?”
김수복이 인상을 찡그렸다.
“경부보가 현상금 500원과 총독부 표창을 받는다네. 하하하!”
“정말이야?”
김수복의 표정이 굳어졌다.
“공고를 보고 왔다. 나라도 위로해야 할 것 같아서.”
사실 놀리는 거라는 것을 김수복은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젠장!”
“경부보까지 되어서는 무슨 욕심이 그리 많은지, 쯧쯧!”
동료의 말에 김수복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데 언제까지 순사 옷 입으실 겁니까?] [감이 툭 하고 떨어져야 떨어진 줄 아는 겁니까?] [잘 생각해 보십시오. 그날이 오면 맞아 죽을 수도······.]김수복의 머릿속에 강철의 말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결정했어.’
경부보 하편락의 욕심이 강철을 두고.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던 김수복에게 결정을 내리게 했다.
‘최소한 강철은 내게 돈을 준다. 그것도 아주 많이!’
강철은 자신도 모르는 상태에서 또 한 번 위기는 넘겼다.
* * *
나는 내가 관리하는 상점으로 출근하기 위해 집에서 나왔다.
그리고 칠성, 태식, 광수가 나를 따라 나와 꾸벅 인사를 했다.
집 밖에는 시라소니 숙부에게 부탁해.
싸움패 출신 경호원 셋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일을 또 어디서 당할지 몰라.’
난 이들을 고용했다.
저들은 시라소니처럼 모두 이북 출신이고.
그는 저들을 꽤 믿을 수 있다고 했다.
독사, 망태, 망치라 소개한 저들은 시라소니 숙부가 보장한 사람들이기에.
실력은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독사는 무척 날렵해 보였고.
망태는 단도를 잘 던진다고 했다.
그리고 망치는 정말 태산처럼 컸다.
물론 야마모토가 나를 죽이려고 헌병을 모은 채 나를 소환한다면.
저들은 대항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날 이후 내게 무슨 일이 또 어떻게 일어날지 몰라 고용했다.
그리고 나는 저들에게 그저 묵묵히 나를 따라다니며 경호만 하라고 했다.
“잘 다녀오십시오.”
그때 태식이 내게 꾸벅 인사를 하다가 밖에 있는 3명을 보고 눈빛이 달라졌다.
‘관찰력이 좋다니까.’
태식은 나중에 크게 될 녀석이다.
“공주님 잘 모셔라.”
내 말에 아이 셋이 웃는다.
“예, 숙모님, 잘 모시겠습니다.”
태식이 내게 대답했다.
그때 왼쪽 길에서 고등계 순사 하나가 내 경호원 셋을 살피다가 내게 다가왔다.
“들어가라.”
“예.”
태식은 대답하자마자.
내게 다가오는 고등계 순사를 힐끗 보고는 집 안으로 들어가 대문을 걸어 잠갔다.
그리고 광수가 빼꼼 담장 밖을 내다봤다.
“괜찮으니까, 들어가서 공부나 해라.”
“예.”
광수가 그제야 담장 밖에서 내려와 사라졌다.
“어찌 됐습니까?”
나는 내게 다가온 고등계 순사를 보며 물었다.
그러자 독사와 망태, 그리고 망치가 주변을 살폈다.
“말씀하신 그대로 김수복에게 전했습니다.”
이자 역시 일본 고등계 순사다.
나는 김수복에게만 뇌물을 쓴 게 아니다.
뇌물은 그물을 치듯 촘촘하게 뿌려야 한다.
이자는 김수복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은 내 밀정이다.
김수복도 인간이니 언제 마음이 변할지 모른다.
“어땠어요?”
“그냥 속이 답답할 겁니다. 저라도 그럴 거니까요. 막말로 열심히 일해도 공은 모두 경부보가 챙기니 허탈할 겁니다.”
김수복을 100% 믿을 수 없다.
‘일본 순사다!’
그러니 이렇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다.
그리고 그가 내게 충성을 다할 수 있게 몇 가지를 툭툭 던졌다.
“고생했습니다.”
“아닙니다.”
“오늘 명월관에 가시면 한 상 떡하니 차려져 있을 겁니다. 곧 제대로 인사를 하죠.”
“예, 감사합니다.”
놈이 내게 고개를 숙이고 사라졌다.
‘촘촘하게!’
만사 불여튼튼이라고 했으니까.
“갑시다.”
“예, 사장님.”
독사가 내게 말했고.
독사는 내 옆에서 비서처럼 내 가방을 들고 따라 걸었다.
나머지 둘은 마치 남처럼 5m 정도 떨어져서 따라왔다.
‘조금은 안심이 되네.’
만약의 사태에 직면할 때.
저들이 목숨을 걸고 일본군 헌병대와 맞서 나를 지켜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저들은 그저 마음이 불안하여서 고용했다.
* * *
일본 유곽 아키코의 침실.
“성공 가능한 곳은 명월관밖에는 없습니다. 며칠 전부터 호위를 달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호위라고요?”
“예, 싸움패로 보이는데 누군지 알아보고 있습니다.”
강철은 남산에서 죽을 뻔한 이후 경호원을 데리고 다녔다.
그것도 하나도 아니고 셋씩이나 데리고 다녔고.
물론 그 경호원들을 소개한 사람은 시라소니였다.
다시 말해 강철의 경호원들은 이북 출신 건달이었다.
‘공산주의자들이 싫은 내게는 딱이지.’
그리고 이북 출신 건달들은 내게 충성을 다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명월관이라고요?”
아키코가 남자에게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예전 같지 않습니다. 대로나 다른 곳에서는 동지들의 도주로 확보가 쉽지 않습니다.”
“정말 명월관밖에는 없습니까?”
아키코가 되물었다.
“예.”
남자의 말에 아키코는 명월관에서 가야금을 연주하는 은월이 떠올랐다.
‘언니······.’
“프롤레타리아의 혁명을 위해서는 더러운 친일파 부르주아들을 척살해야 합니다.”
남자가 아키코에게 나직이 말했고.
아끼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산 혁명 분자들이 강철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든 인민이 해방되는 그 날까지.”
“예, 조장 동지!”
이들도 조선 독립을 위해 활동하는 독립군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철저히 공산주의자들이며.
광복군과는 또 따른 노선을 추구하고 있었다.
* * *
장인어른의 서재.
“고향에 혹시 일가친척이 있으십니까?”
이건 내게도 장인어른께도 중요한 일이다.
히로시마!
버섯구름!
그 자체만 생각해도 두렵다.
또 못된 마음으로 접근한다면.
장인어른이 돌아가고 나서 재산을 노리고 덤벼들 놈들이 생길 수 있고.
좋은 마음으로 접근한다면 원폭으로 쑥대밭이 될 히로시마에서 이주시켜야 한다.
“뜬금없이 왜?”
장인께서 의구심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보시며 되물었다.
“일가친척이 계신다면 반도로 모시고 싶습니다.”
“나도 그러고 싶네.”
“제가 준비하겠습니다.”
“아쉽게도 없네.”
장인께서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그렇군요······.”
속으로 안도하는 순간이다.
“히로시마는 내가 가고 싶은 고향이지만 반길 사람이 없네. 사위, 오늘 나와 한잔하겠나?”
이래서 내가 처음 본가로 내려가겠다고 했을 때.
과할 정도로 챙겨주셨던 것 같다.
자신이 고향에 가 봐야 아무도 없었고, 가지도 못한다.
“예, 아버님.”
이제는 호칭을 바꿔드려야겠다.
“내 아들 노릇을 해주겠다는 건가?”
“예.”
진심을 담아 말씀을 올렸다.
“고맙네. 오늘은 진탕 마시고 싶군.”
그날 저녁부터 나는 장인과 술을 마셨다.
그리고 장인께서는 내게 처음으로 흐트러진 모습을 보였고.
흐느끼며 구슬픈 엔카를 몇 곡조나 부르셨다.
* * *
명동에 있는 으슥한 혼마지바.
이틀이 또 지났다.
목숨을 걸고 야마모토와 손을 잡았다.
그리고 우리는 희대의 사기를 준비하고 있다.
그 희대의 사기극을 위해.
나는 야마모토에게서 지금까지 헌병대가 확보한 고위직 친일파 놈들의 동향 파악과.
기타 비리를 기록한 서류들을 넘겨받았다.
야마모토는 자신이 주는 것을 이용해 나보고 돈을 물어 오는 개가 되라 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내 옆에는 독사가 앉아 있었고.
뒤의 뒤 테이블에는 망태와 망치가 삐루를 마셨다.
‘사이즈가 너무 커.’
그래서 김수복을 만났다.
야마모토가 내게 준 정보는 모두 거물에 대한 정보들이었다.
“결정했소?”
그를 철저히 내 도구로 이용할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