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75
대한민국 절대 재벌! 75화
명월관 특실.
나는 지금 야마모토를 기다렸다.
내 앞에는 가야금을 켜는 은월이 차분히 앉았다.
“타령 한 자락 올릴까요?”
“타령이라 하셨소?”
“그렇습니다.”
“노래도 하실 줄 아시오?”
“예.”
“어디 들어 봅시다.”
“예, 한 자락 올리겠습니다.”
은월이 조심히 가야금을 옆에 놓고는 자세를 가다듬었다.
“장산곶 마루에~ 북소리 나더니이이~ 갈 길은 멀고요~”
꽤 흥겹다.
그러나 구슬프다.
‘이 묘한 기분 뭘까?’
“갈 길은 멀고요~ 행선은 더디니~ 늦바람 불라고 성황님 조으른다아아아~”
은월은 노래도 정말 잘 불렀다.
‘재인이다, 재인!’
그런데 갈 길이 멀다는 구절이 딱 내 행보처럼 느껴진다.
‘그래, 아직 갈 길이 멀다.’
내가 아는 역사의 고개를 굽이굽이 잘 넘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금일도 상봉에 임 만나 보겠네~”
스르륵!
그때 조심히 문이 열렸다.
“야마모토 소좌님이 도착하셨습니다.”
뽀이의 말에 은월이 타령을 멈췄다.
“저는 그때처럼 그리 있겠나이다.”
“그래 주시오.”
* * *
야마모토의 눈빛이 사납다.
‘또 무슨 지랄을 하려고?’
겁난다.
내 목줄을 쥐고 있는 놈은 누가 뭐라고 해도 야마모토다.
“대출 완료했습니다.”
90만 원을 수표로 받아 왔다.
그리고 그중 10만 원을 순금으로 바꿔서.
9할은 야마모토의 집에, 그리고 1할은 이곳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이 1할의 황금은 따로 쓰일 곳이 있다.
‘온전한 금이 아니지.’
사실 쌀섬에 넣어 보낸 금괴는 안에 납을 채웠다.
그리고 철저하게 무게를 맞췄다.
아마 녹이거나 자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이북 출신 대장장이들은 대단하다니까.’
이북지역 사람들은 정말 손재주가 대단한 사람들이 많았다.
‘견물생심이다.’
뭐든 자기 눈으로 직접 봐야 욕심이 생기는 법이니까.
철컥!
나는 가방을 열어 야마모토에게 금괴를 보여줬다.
“두렵나?”
“예?”
“두려워서 먼저 꺼내 놓은 것 아닌가?”
역시 야마모토 소좌는 돌대가리가 아니다.
“저는 항상 존경하고 두려워합니다.”
“네 형은?”
“예?”
“첫째는 네 옆에 있고, 셋째는 부산에 가 있고, 그런데 둘째는?”
왜 이러는지 알겠다.
‘들켰다.’
그리고 임정에 밀정이 있다.
“그 망할 놈은 말도 꺼내지 마십시오.”
“망할 놈?”
“예, 그놈은 자자손손 망한다는 빌어먹을 독립운동을 한다고 뛰쳐나갔습니다.”
“알고 있었다는 건가?”
“······예.”
“왜 보고하지 않았지?”
“빌어먹을 놈이라고 해도 형이라서······.”
“하여튼 너는 거짓말을 너무 잘해.”
“아닙니다.”
“상관없다. 이왕 망할 조국이니까. 조센징이 무엇을 하든 이제 나랑은 상관없다.”
“하여튼 망할 놈입니다.”
내 말에 야마모토가 피식 웃었다.
“그건 그렇고 이런 것을 가져오면 어떻게 해?”
야마모토는 짜증을 부렸지만.
눈동자만큼은 한없이 기뻐 보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속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드리기 위해서······.”
“이게 전부야?”
“9할은 댁에 보냈습니다. 쌀섬 속에 넣어 보냈으니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겁니다.”
경우에 따라 그 쌀섬에 넣은 금괴는 야마모토의 쥐약이 될 수도 있고.
훗날 야마모토의 뒷목을 잡으며.
나를 떠올리며 치를 떨게 만들 수도 있었다.
‘당장 녹이지는 않겠지.’
놈이 여편네한테 반지라도 해 주려고 금괴 하나만 녹여도 내가 죽는다.
“잔머리 하나는 탁월하군.”
“감사합니다. 야마모토 소좌님.”
“형님이라고 불러.”
다시 형님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됐다.
지금은 형님이라 부르지만.
내 언젠가 저 개새끼의 멱을 따 버릴 것이다.
“감사합니다. 형님.”
“우리, 오래가자.”
지랄 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
“그건 그렇고 이제 어떻게 할 건가?”
“땅과 기계들을 싹쓸이할 겁니다.”
“그 소리는 들었고, 이거!”
야마모토가 들고 온 가방을 내게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내가 부탁한 서류들이다.
저 가방 안에는 과거 동양척식주식회사에서 땅을 할양받은 일본인들의 명부가 들어 있다.
‘정보 수집은 헌병대가 최고지.’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다 이용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야마모토의 눈치를 봤다.
그만 나를 조사한 게 아니다.
나도 따로 조사한 것이 있다.
“그리고 뭐?”
“노모시나케가 곧 올 겁니다.”
“그자가 누군데?”
“경기도 일대의 땅을 꽤나 가진 지주입니다.”
물론 일본인이다.
“그자를 왜 불렀지?”
야마모토가 인상을 찡그렸다.
“제가 말해 봐야 소용없잖습니까?”
그 순간 야마모토가 매섭게 나를 노려봤다.
‘섬뜩하네.’
왜 내가 노모시타케를 부른지 직감한 눈빛이다.
“내 입으로 그 말을 하란 말이냐? 이, 이 망할 놈······!”
“저와 형님은 한 배를 탔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어마어마한 양의 황금을 줬다.
그러니 이제는 겁먹을 것 없다.
내가 아무리 미워도 금을 주는 놈이니 죽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장사치들은 그리고 부자들은 무엇보다 자기의 안위가 우선입니다. 나라도 팔아먹을 놈들이 많습니다.”
“으음······.”
나라를 팔아먹을 놈?
그중 하나가 야마모토다.
스르륵!
그때 기방 특실 문이 조심히 열렸다.
“강 사장님, 노모시나케 상이 오셨습니다.”
기생 하나가 조심히 내게 말했다.
“안으로 모셔.”
“예.”
다시 기생이 나갔고.
야마모토가 매섭게 나를 노려봤다.
“네놈이 옛날에 태어났다면 나라를 말아먹을 간신이 됐을 거다.”
‘간신?’
만약 내가 그 시절로 환생을 했다면.
간신이 아니라 간웅이 됐을 거다.
“형님께서는 그냥 묵묵히 고개만 끄덕이시면 됩니다.”
오늘 야마모토의 역할은 그냥 병풍이다.
“네놈은 늪이군. 한번 빠지면 혼자 나올 수 없겠어.”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건방져졌다. 내 총은 항상 실탄이 들어 있다.”
놈이 협박했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저벅, 저벅!
그때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거구인 모양이군.’
발소리가 방 안에까지 들렸다.
그리고 야마모토는 발소리를 듣고 가방을 자기 옆으로 치웠다.
* * *
아키코의 숙소.
“장인이 쪽발이고, 놈의 아내는 반쪽짜리 쪽발이라고 합니다. 돈을 벌어들이는 능력이 출중하다고 합니다.”
아키코의 앞에서 조용히 남자가 말했다.
“재주 좋은 놈이군. 그런 재주가 있다면······.”
아키코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리고 헌병대에서 가장 악랄한 놈인 야마모토 소좌와 호형호제를 하는 놈이라 합니다.”
“호가호위군요.”
“맞습니다. 강철, 그놈에게 당한 조선 인민이 엄청나다는 소문입니다.”
“돈으로 조선 인민을 괴롭힌다?”
“예, 그렇습니다.”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는군요.”
* * *
기방 특실로 들어선 노모시타케는 야마모토 대위를 보고 놀란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자리에 앉자마자.
나는 단도직입으로 그에게 일본의 미래에 대해 말해 줬고.
이런 상황에서 그는 야마모토 소좌를 묘한 눈빛으로 봤다.
“제로센 전투기를 헌납하라는 겁니까?”
“그렇게 하시면 충성된 일일 겁니다. 하지만 그것도 중요하지만 일본이 패망해도 노모사타케 상은 망하면 안 되지 않습니까?”
“예?”
내게 되묻고 야마모토의 눈치를 다시 봤다.
하지만 야마모토는 아무 말도 없이 술만 마셨다.
“일본이 위태로워지면 본토인들은 반도에서 살 수 없습니다.”
“그렇겠지요.”
“도망치듯 떠나셔야 합니다. 그때가 되면 아무것도 들고 돌아가실 수 없습니다.”
“그래서요?”
“제게 땅을 다 파십시오.”
“아······.”
“제 말이 거짓으로 들리십니까?”
야마모토 소좌의 앞에서.
일본이 망할 거라는 소리를 대놓고 할 수 있는 조선인은 나밖에 없을 것이다.
“아, 아닙니다.”
이래서 야마모토라는 병풍이 필요한 것이다.
그가 내 말을 진실로 만들어주었다.
“그렇다면 제가 가진 땅을 얼마에 구입해 주실 겁니까?”
그는 야마모토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제부터 흥정이다.
하지만 일방적인 통보가 될 것이다.
‘네놈도 지은 죄가 많지.’
노모시타케는 일본에 충성하자며 헌금을 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이 운영하는 공장 근로자들의 월급을 각출했다.
그리고 그 각출한 돈의 90%를 착복했다.
이건 김수복이 내게 가져다준 정보 중 하나다.
그리고 놈의 아들은 철저한 공산주의자다.
일본 헌병대나 고등계 형사들이 제일 싫어하는 두 부류가 있는데.
그게 바로 광복군과 무장투쟁을 하는 공산주의자다.
“기존 지가의 50퍼센트를 드리겠습니다. 적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땅을 가져가실 수는 없지 않습니까?”
나는 노모시타케를 보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뭐, 뭐라고요?”
제대로 된 후려치기다.
그리고 술잔을 들던 야마모토가 피식 웃었다.
“싫으십니까? 도망치듯 떠나실 때 땅은 일본으로 가져가지 못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 비옥한 땅을······.”
“야마모토 소좌께서는 반년밖에 안 남았다고 하셨습니다.”
“그, 그······.”
두렵고 겁먹은 눈빛이다.
“싫으십니까?”
“다른 사람에게 팔면 그 이상 남을 겁니다.”
“그렇죠. 그런데 저한테 안 팔면 크게 후회하실 겁니다.”
“왜, 왜요?”
“우린 이제 엄청난 비밀을 공유하게 됐으니까요.”
탁!
그때 야마모토 소좌가 나를 지원사격을 하듯 술잔을 술상에 내려 놨다.
“말이 너무 길어지는군.”
“죄송합니다. 형님.”
내가 야마모토를 형님이라 부르자 노모시타케는 더욱 놀란 눈빛을 지었다.
“이제 결정하십시오.”
나는 노모시타케를 압박했다.
“으음······.”
“결정에 도움이 되는 몇 마디를 더 해 드리죠.”
“뭐, 뭡니까?”
“아드님께서 공산주의자시더군요.”
내 말에 노모시타케가 기겁한 눈빛을 지었다.
물론 이 정보는 김수철이 내게 가져다준 정보다.
그리고 나는 친일파와 일제강점기에 관리로 있는 자들의 행적도 이미 파악했다.
‘타인의 치부는 내 무기가 된다.’
그것을 나는 철저히 이용할 것이다.
“어쩌시겠습니까?”
협박과 회유가 펼쳐지는 순간이다.
난 비정하게, 때로는 독하게 나갔다.
“팔, 팔겠습니다.”
“금으로 드릴까요?”
“금?”
“돈은 사실 종잇조각이 될지도 모르잖습니까?”
곧 일본이 망할 건데.
일본이 만든 지폐가 그 가치를 계속 유지한다는 것을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노모시타케도 그것을 잘 알 것이다.
“그, 그래 주시겠습니까?”
“그럼 30퍼센트입니다.”
또 한 번 더 후려치기를 했다.
“으음…….”
“싫습니까? 요즘 다들 쉬쉬하고 있지만 귀국을 생각하는 본토인들이 금을 모으고 있어서 가격이 몇 배나 올랐습니다.”
“좋습니다. 쫄딱 망하는 것보다 재기할 수 있는 자금을 가져가는 것이 좋겠죠.”
결국 내 첫 번째 거래는 성공했다.
기존 지가의 30%밖에 안 되는 가격으로 20만 평이 넘는 땅을 산 것이다.
물론 노모시타케에게 구입한 땅은 논도 있지만.
대부분이 밭이고, 남은 것도 평지나 임야였다.
“형님.”
“왜?”
“마음은 조석으로 변합니다.”
내 뜬금없는 말에 야마모토가 묘하게 나를 봤다.
“그래서?”
“바로 대금을 주십시오. 그래야 군말이 없습니다.”
내 말에 야마모토가 피식 웃었다.
“툭!”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옆에 놔둔 가방을 노모시타케에게 던졌다.
“거래, 끝났습니다.”
“여, 여부가 있겠습니까?”
“잘 돌아가십시오.”
“좋은 정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노모시타케다.
‘비정하게!’
내 계획은 하나가 더 남아 있다.
“그리고!”
나는 일어서서 나가려는 노모시타케 다시 불렀다.
“더, 더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자쿠 쫙! 만약 소문이 퍼진다면 노모시타케 상이라 생각하겠습니다.”
나는 손으로 입가에 가져가며 지퍼를 채우는 시늉을 했다.
“무, 물론입니다.”
다시 한번 겁을 먹는 노모시타케다.
‘하여튼 일본식 영어 발음은 구려, 졸라게 구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