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74
대한민국 절대 재벌! 74화
“옹주마마, 강철이라 하옵니다.”
망한 나라의 옹주에게 존댓말을 하는 것은 돈이 들지 않는다.
또한 엎드려 절하는 것도 돈이 들지 않기에.
나는 바로 바닥에 엎드려 절했다.
“내가 조선의 옹주였나요?”
의외의 표정으로 되묻는 덕은 옹주다. 그리고 나는 조심히 그녀를 올려 보고 그녀의 머리 위에 떠 있는 반투명의 신상명세서를 봤다.
‘운명이 변할 수도 있겠군.’
내 계획대로 된다면 말이다.
“뵈오니 영광이옵니다.”
“조선말을 들으니 숨통이 조금은 트입니다.”
답답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가엽거나 불쌍하지는 않다.
나는 그렇게 감성적이지 못한다.
‘그래도 가엽네······.’
나는 젊은 백작의 마음에 탐욕을 집어넣고.
사지라 할 수 있는 나가사키로 가서 정치에 입문하라고 했다.
그렇다면 덕은옹주도 따라갈 것이다.
‘이 역시 역사가 변하게 되는 것인가?’
덕은 공주는 일본이 패망했다는 소리를 듣고 바로 나가사키로 향해 귀국하려다가.
조선의 왕족은 귀국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절망한다.
그 이후 병원에 입원했다고 책인가 영화에서 본 것 같다.
그런데 그녀가 백작과 함께 나가사키로 간다면 원폭에 사망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내가 아주 미세하지만 역사의 한 자락을 바꾼 것이다.
‘크고 작음이 중요할까?’
바뀌는 것은 바뀌는 것이다.
“이곳이 싫으십니까?”
“나는 일본 땅 어디라도 싫습니다.”
“그러시다면 조선과 가장 가까운 이곳에 계십시오.”
“이곳도 싫소.”
“제가 봄이 오면 꼭 모시러 오겠나이다.”
“봄이 오면?”
“나쁜 마음을 먹으면 몸이 나빠지고, 인생이 불행해집니다. 물론 항상 즐거이 웃는다고 해서 행복이 찾아오거나 미래가 밝아지는 것은 아니겠으나 마음을 단단히 잡수시고 편히 생각하시옵소서. 조선은 이미 망했나이다. 하나 조선의 백성과 땅 그리고 옹주마마는 그대로 계시옵니다.”
“나는 그대의 말이 무엇인지 모르겠소이다.”
“봄이 오면 울 밑에 선 봉선화가 활짝 필 것이고, 바로 코앞 바다를 건너면 조선이옵니다. 그때까지 이곳에서 저 강가 철이를 기다려 주십시오.”
덕은 공주를 손에 쥐고 있는다면 훗날 나는 이런저런 명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대마도를 얻을 수 없다면······.’
덕은 공주를 이용해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
“기다리라······.”
처음 이 자리에 들어올 때부터 그녀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오늘은 내 고향 조선에서 봄바람이 불어왔네요.”
그녀와의 만남이 내 인생에 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모르겠다.
* * *
나는 대마도 젊은 백작과 담판을 끝내고 며칠을 더 대마도에서 머물렀다.
대마도의 화족은 돈을 받자마자 나가사키로 떠났다.
다행히도 덕은은 이 대마도에 남았다.
그녀의 인생이 나로 인해 돌변하는 순간이다.
이것을 내가 달가워해야 할지 아닐지는 지금 판단할 수 없다.
“드디어 대마도를 차지하셨군요.”
후지모라가 멀어지는 여객선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아직은 아니다.’
대마도는 나가사키로 향하는 저 젊은 화족이 원폭에 죽어 대마도로 돌아오지 못할 때.
진정 내 섬이 된다.
“이제 여기는 나와 후지모라 상의 땅입니다.”
“강철 상의 섬이지요. 실질적인 대마도주가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후지모라가 내게 머리를 숙였다.
‘실질적인 대마도주라······.’
듣기만 해도 심장이 쿵쿵 뛸 정도로 벅차다.
“많이 도와주십시오.”
“도주께서 오신 후로 대마도가 눈에 보이게 달라졌습니다. 웃음소리가 끝이 없습니다. 이전보다 더 풍요로워졌고, 활력이 넘칩니다.”
후지모라가 나를 이제 도주라고 말했다.
“도주라고요?”
“대마도의 땅을 3/4이나 가지시지 않았습니까? 항구도, 진주조개 채취장도 모두 도주님의 것입니다. 그리고 덕분에 모두 웃게 됐습니다. 대마도가 이리 풍요로웠던 적은 없었습니다.”
맞는 말이기는 하다.
“앞으로는 더 크게 웃을 겁니다.”
“그리고 곧 봄이 오면 진주조개 채취를 시작할 것입니다.”
“하하하, 곧 좋은 날이 오겠군요.”
“예, 그렇습니다.”
하여튼 나는 대마도 땅의 2/3를 가지게 됐다.
그리고 내가 파악하기로 후지모라는 나머지 1/3중에 1/4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땅은 일본 정부가 가지고 있다.
‘일본 정부의 땅도 모조리 구입한다.’
그렇게 되면 대마도를 모두 가지게 된다.
이제는 플랫A보다 플랫B가 더 수월할 것 같다.
* * *
대마도 화족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고 대마도에 있는 사업소로 돌아왔다.
이곳은 내 숙소도 있다.
내 숙소를 포수들이 지키고 있다.
물론 그들은 광복군 출신이다.
“대마도에 위치한 지서는 두 곳입니다. 병력은 15명 정도지만 전투 감각이 전혀 없습니다.”
지금 내게 보고하고 있는 사람은 기태다.
“결혼했다면서요?”
“······예.”
중요한 것을 보고하는데 왜 개인적인 일을 묻느냐는 눈빛이다.
“어떻습니까?”
“지금은 중요한 부분을······.”
“사람 사는 부분이 가장 중요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지금은 혁명을 위한 과업 수행중입니다.”
혁명이라는 단어와 과업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공산주의라는 말이 떠오른다.
‘오덕수의 사람이니······.’
기태도 공산주의자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오덕수는 내게 혁명이니, 과업이니 하는 소리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공산주의자입니까?”
“저는 인민의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추구합니다.”
“그게 공산주의밖에는 없다고 생각하시죠?”
“제국주의에 맞설 수 있는 이념은 공산주의뿐입니다.”
이 시대는 공산주의의 허상이 깨지지 않은 시대고.
만민이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이념을 공산주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
“또한 조국 독립을 위해서는 공산주의밖에는 없습니다.”
“대마도를 보면 무척이나 평화롭지 않습니까?”
“예?”
“만민이 평등하고 풍요롭고,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나는 자본주의자입니다.”
찰나의 순간 기태의 눈빛이 달라졌다.
“오덕수 동지도 공산주의자입니까?”
“아니요, 그분은 민족주의자이십니다.”
그래서 내게 ‘혁명’이나 ‘과업’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공산주의자들은 누구와도 손을 잡지.’
과업이 달성될 때까지는 그렇다.
“어떤 이념이든 본질적으로 인민이 행복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이 대마도처럼 말입니다.”
“그렇기는 합니다.”
기태는 골수분자는 아닌 모양이다.
‘때려잡자, 공산당!’
물론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아니다.
모두가 각자의 이념대로 행동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안사람이 임신했다고요?”
“예.”
“잘해 주십시오. 이 대마도에는 이제 일본 사람, 조선 사람이란 구분이 없으니까요.”
“도대체 목적이 무엇입니까?”
“예?”
“당신의 혁명은 무엇입니까?”
기태가 나를 뚫어지게 보며 물었다.
“나는 자본가입니다. 돈 많이 벌고 번 돈 나눠서 다 같이 풍요롭게 사는 것이 내 혁명입니다. 물론 내가 가장 많은 돈을 가질 겁니다.”
“공산주의자이시군요.”
“그냥 자본계획주의자라고 합시다.”
“예, 그리 생각하겠습니다. 하여튼 지서가 두 개 있습니다. 점령할 때 사상자를 내지 않고도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마도에서 피를 뿌리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그 생각이면 됩니다.”
모두가 플랜 A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점점 더 플랫B로 향하고 있다.
* * *
헌병대 야마모토 소좌의 집무실.
야마모토 대위는 소좌로 진급했다.
뇌물로 진급한 것이고.
이것만 봐도 그가 탐욕스러우면서도 얼마나 명예를 탐내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물론 그가 소좌로 진급한 것은 강철의 몫도 컸다.
그리고 강철의 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일이기도 했다.
강철은 리에를 들먹인 야마모토를 반드시 죽이겠다고 다짐했지만.
완벽한 계획을 꾸미기 전까지는 손댈 수 없었고.
계획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철저히 이용해야 했다.
“밀정의 보고에 의하면 강철의 둘째 형인 강산이 임정으로 갔답니다.”
헌병대 중위가 야마모토 소좌의 앞에 정자세로 서서 보고했다.
“뭐라?”
야마모토 소좌가 인상을 찡그렸다.
‘이 망할 놈이······!’
강철이 받아간 몇 장의 여행 허가증을 발급해 준 것은 야마모토 소좌였고.
결국에 자신이 발급한 여행증이 그렇게 쓰일 거라는 것은 생각도 못 했다.
‘이 망할 놈이 양쪽에 줄을 대고 있구나!’
야마모토 소좌는 속으로 강철의 처세에 혀를 내둘렀다.
‘내게 골드를 물어다 주는 개이니 죽일 수도 없고······.’
지금 당장 잡아들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사실 강철, 그자는 수상한 부분이 많습니다. 바로 잡아들여서 취조해야 합니다. 제가 바로 체포해 심문하겠습니다.”
강철은 이미 대마도에서 돌아와 자신의 부를 확대시켜줄 먹잇감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남들은 생각도 못 한 엄청난 짓을 꾸미고 있었다.
“하하하! 드디어 성공했군!”
“예?”
“드디어 임정에 내 끄나풀을 심었어! 이건 특급 비밀 작전이니 반드시 비밀로 하게, 곧 김원몽의 모가지를 가져다 줄 것이다.”
“아······.”
야마모토가 환호를 지르자 보고한 중위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번 작전이 성공하면 자네도 진급할 것이야.”
“감사합니다.”
“이만 나가 보게.”
야마모토 소좌의 부하가 밖으로 나갔고.
그제야 야마모토가 인상을 찡그렸다.
‘빠가야로······.’
야마모토 소좌는 강철의 얼굴을 떠올리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가 강산의 정보를 얻은 것은 임정에 일본 헌병대의 밀정이 숨어 있다는 의미였다.
* * *
명동에 위치한 혼마지바.
김수복이 내 호출을 받고 이곳으로 왔다.
“알아보라고 한 것은?”
“하편락이 밀양 서장으로 발령받았고, 곧 떠날 겁니다.”
나는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다름 아니라 내가 뇌물을 써서 밀양 서장으로 보냈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돈의 무서움이다.
‘경성을 벗어나면······.’
죽일 기회가 많다.
그리고 이것은 오덕수의 부탁이기도 했다.
-뜻이 같다면 합을 맞춰 봅시다.
그때 오덕수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알아낸 것을 오덕수에게 전하시오.”
“오, 오덕수라 하셨습니까?”
김수복의 표정이 굳어졌다.
당연한 반응이다.
얼마 전까지 김수복은 오덕수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고.
오덕수는 하편락과 김수복을 암살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렸다.
“당신을 죽일 것 같소?”
“저, 저는······.”
“지금은 아니지 않소? 내 사람이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그렇게 하시오.”
“예, 알겠습니다.”
“내가 알려준 말을 잊지 마시고.”
“예, 알겠습니다.”
“그 말을 하면 오덕수도 당신을 죽이지 않을 것이오.”
“과, 과연 그럴까요?”
“누구에게나 다 그럴듯한 변명이 있는 법이지.”
“예, 맞습니다. 다 살려고 그러는 겁니다.”
나는 김수복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 보이.”
“예, 사장님.”
내가 부르자.
카운터에 있던 보이가 급히 뛰어왔다.
“오늘이 그 계획을 실행할 날이라고 전하게.”
“예, 알겠습니다.”
가지고 싶은 것이 많아지니 내 행동들은 더 위험천만해졌다.
‘리스크가 클수록 이익도 커진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