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92
대한민국 절대 재벌! 92화
“그런데 말입니다.”
나는 후지모라를 봤다.
우선은 후지모라부터 설득해야 한다.
그는 대마도의 유지다.
그리고 급진적으로 나가기보다는.
점진적으로 행동해야 성공할 확률이 높다.
‘바로 대한민국에 편입시키려고 하면 일본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고······.’
그러니 미국령으로 만든 후에 독립을 추구하고.
대한민국으로 귀속하는 게 더 좋을 것이다.
“예, 강철 상.”
후지모라는 나를 도주님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할 때는 도주라고 소개한다.
‘심경이 복잡한 거지.’
“제가 가진 힘이 일본보다는 대한민국에 크게 행사할 같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임시정부 지도층과 줄을 대고 있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아시겠습니까?”
물론 아직은 아니다.
하지만 이승한과 접점을 만들었으니 앞으로는 그리 휘말릴 것이다.
‘끊어낼 수 있을까? 내가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을까?’
고민된다.
‘이승한 대통령이 없는 대한민국은 과연 어떻게 흐를까?’
나도 모르게 고민된다.
이것은 내가 이승한과 접점을 만들었다는 자체를.
무의식중에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는 방증일 것이다.
‘대마도만 없었어도······.’
이승한과 접점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
고난과 시련이 있겠지만.
기업가로서 성공했을 것이다.
어쩌면 내 욕망이 그를 향해 달려가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대마도가 끼어 있으니 상황은 달라진다.
권력자에게 대항할 피난처로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러십니까?”
후지모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대마도 도민들에게 의견을 물어볼 생각입니다. 투표라는 것을 해볼 생각입니다.”
일본 주둔 미군정에게 이렇다는 구실을 만들어야 하니까.
“투표요? 대마도 땅의 3/4를 가지고 모든 기반시설이 강철 상의 것입니다. 투표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저 강철 상이 결정하시면 됩니다. 실질적으로 대마도 도주는 강철 상입니다.”
의외의 반응이다.
사실 일본인들은 지금까지 무엇인가 결정을 내린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내가 아는 일본은 경제 대국이기는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후진국에 가깝다.
물론 내가 아는 여의도 정치도 개판이지만 일본에 비교할 바는 아니었다.
“후지모라 상께서는 제 결정을 그대로 따라 주실 겁니까?”
나는 후지모라를 뚫어지게 보며 물었다.
“정말 제 생각을 듣고 싶으십니까?”
“그렇습니다.”
후지모라는 뭔가 다른 생각이 있는 것 같다.
물론 무엇인지는 짐작된다.
하지만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왜 우리가 일본과 조선에 둘 중 하나에 속해야 합니까?”
의외의 반응이다.
게다가 후지모라는 ‘우리’라고 했다.
말은 마음을 담는다.
그에게 나는 ‘우리’에 속한 것이다.
“무슨 말씀입니까?”
“작지만 대마도는 섬입니다. 일본과도 꽤 떨어져 있고, 조선과도 거리가 있습니다. 사실 대마도는 근대까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도 나라가 되면 안 됩니까?”
당황스럽다.
“나라라······.”
나는 힐끗 오덕수를 봤고, 오덕수도 살짝 당황한 눈빛을 지었다.
‘그러자고 하면 분열주의자로 보이겠군.’
따지고 보면.
나는 이 대마도에서 또 다른 의미의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복군이 마음만 먹는다면.
또 오덕수가 명령만 내린다면.
나와 내가 고용한 포수들을 사살하는 것은 일도 아닐 테니까.
* * *
대동강이 보이는 평양.
김일성은 김책과 함께 대동강을 걸었다.
“미소의 합의에 따라 조선 반도의 분할 통치가 결정되었습니다.”
김책이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
“예상한 대로 진행됐군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현재 조선 인민은 조민식 선생을 따르고 있습니다.”
“훌륭한 분이시지요.”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는 공산주의자가 아닙니다. 또한, 저희와는 노선도 다릅니다.”
“나도 압니다.”
여전히 여유로운 김일성이다.
“그와 맞설 수 있는 자가 필요합니다.”
김일성은 아직 조민식과 대립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냈다.
그러니 자신 대신 싸워 줄 사람이 필요했고.
김책에게 더 이야기해 보라고 말을 꺼냈다.
“그래서요?”
“임시정부에 김원몽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지 않소?”
“임시정부는 지금 발이 묶였습니다.”
김책은 다른 누구보다 판단이 빨랐다.
“남쪽은 미군정이 상륙할 겁니다. 그러니 중국에서 활동한 임시정부 요인들은 달갑지 않을 겁니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가 혹시라도 월북한다면 후하게 대우하셔야 합니다.”
“나를 도와준다면 나는 누구라도 극진히 대할 것이오.”
“예, 혁명이 완성될 때까지는 그러셔야 합니다. 그리고 차후의 문제는 조선 의용군 출신입니다.”
김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두봉과도 반목하셔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합시다. 하하하, 대동강이 참 좋지 않소?”
“예, 곧 환영 연설회가 개최될 겁니다.”
“내 열성적으로 준비하고 있소.”
* * *
고베 외곽의 유곽.
일본 고베도 일본의 주요 항구도시이기에.
미군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의 폭격을 받아 거의 초토화됐다.
사실 고베는 야쿠자의 성지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야마구치구미가 시작된 곳이다.
야마구치구미는 일본 최대 야쿠자 조직이다.
“알아봤소?”
김수복은 독사와 함께 강철의 지시를 받아 탈영한 야마모토를 따라 고베항까지 왔다.
“예, 알아봤습니다.”
“무슨 일을 꾸미고 있소?”
“대장간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 지역의 건달들과 접촉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야마모토는 조선에 있을 때부터 일본 야쿠자 세계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갑작스럽게 중좌로 진급하자.
일본 육군이 자신의 가문이 몰락한 사무라이 가문이라는 것을 알고.
조선에 지은 만행에 대한 속죄양으로 정했다고 생각했고.
그다음부터 빠르게 움직였다.
“역시······.”
김수복은 강철의 판단력에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또한, 탈영한 일본군들을 모으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야쿠자로 변신을 꾀하려는 것 같습니다.”
“반드시 제거해야 합니다.”
“주변에 거느리는 놈들이 많습니다. 돈을 물 쓰듯 쓰고 있습니다.”
야마모토가 고베로 이동할 때.
그는 5㎏의 금을 가지고 있었다.
그중 1㎏이 100그램짜리 진짜 금괴고.
나머지는 모두 금도금을 한 납과 주석을 섞어서 무게와 부피를 맞춘 가짜였다.
“사장님에게서 빼앗은 금을 녹였군.”
물론 지금까지 운이 좋게도.
야마모토는 진짜 금괴를 녹여 그 자금으로 세력을 규합하고 있었고.
야마모토의 손아귀에 돈이 있기에.
패잔병과 지역 건달이 모여들었다.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알아본 것으로는 이 근처의 땅을 사고 있고, 판자로 집도 지어서 장사하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답니다.”
야마모토는 패잔병이나 지역 건달을 모으기 위해선,
허세도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았다.
“으음, 주변에 건달이 모여들면······.”
“하지만 방법이 있습니다.”
독사의 눈빛이 변했다.
사실 강철은 독사에게 또 다른 임무를 준 상태다.
감시, 그리고 만약 김수복이 자신을 배신할 때 제거하라는 임무를 내렸다.
하지만 배신할 생각이 없다면 철저하게 보호하라고 말했다.
“방법?”
“그렇습니다. 금은 귀신도 부립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네. 놈에게 들어간 자 중 적당한 인물을 골라 보시오.”
“예, 부사장님.”
“뭐라고요?”
“사장님께서 앞으로 그리 부르라 하셨습니다.”
한준만은 부장으로 불렸다.
그런데 독사는 김수복을 부사장이라고 불렀다.
‘역시 사장님은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는 마력이 있군.’
김수복은 묘한 눈빛을 지으며 강철을 떠올렸다.
“알겠소, 적당한 인물을 찾으시오.”
“예, 부사장님.”
* * *
‘후지모라는 몽상가였나?’
이 일은 생각도 못 했다.
아니, 생각은 했다.
단지 후지모라의 입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올 줄 몰랐다.
그때 한동안 들리지 않던 메시지가 떴다.
‘선택의 순간이라······.’
내 인생이 또 한 번 갈림길에 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 시기는 격동의 혼란기입니다. 이 혼란기를 이용해 대마도를 모나코와 같은 독립국으로 만들겠다면 1번, 일본이나 대한민국에 속하게 만들려면 2번을 선택하시오.]이번 선택은 내 인생을 180도로 바꿀 것이다.
사실 나도.
대마도를 작은 왕국으로 만들 생각을 했었다.
‘모나코······.’
가능할까?
1번을 선택한다면 일본과 대한민국을 동시에 적으로 만들지도 모른다.
‘미국령 대마도?’
1번을 선택했을 때 내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뭘까?
‘왕?’
대마도 땅 3/4나 내 것이니 그리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입헌군주제가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돈만 많지 명분이 없으니 99.9%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2번을 선택해야 하는데······.’
선택의 메시지는 대한민국에 속할 거냐고 묻지 않았다.
일본과 대한민국 둘 중 한 곳을 선택하라는 숨겨진 선택이 또 하나 존재했다.
‘1번을 선택하면 철저히 고립된다.’
일본으로서도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도 괘씸할 것이다.
‘2번!’
또 한 번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순간이다.
[2번을 선택하셨습니다. 선택의 결과는 각자의 몫입니다.]지금 후지모라는 자신의 본심을 내게 말하고 내 결정만 기다렸다.
그리고 오덕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나를 보고 있다.
‘오덕수도 있었지.’
그리고 오덕수를 따르는 광복군도 있다.
만약 그들이 내가 후지모라의 말을 동조했다면 어떻게 돌변할지 모른다.
그것도 내가 2번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다.
“그건 어렵습니다. 독립을 선언해도 지킬 힘이 없습니다. 우리의 독립을 누가 승인해 주겠습니까?”
“정말 둘 중 한 곳을 택해야 합니까?”
나의 마음속에는 아직 대마도 왕국이 자리 잡고 있지만.
지금은 현실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그렇습니다. 물론 어떤 결과가 나와도 성공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일본 쪽으로 결론이 난다면 광복군은 무장 점거를 감행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는 감금될 것이고, 살해되거나 추방당할 것이다.
“예, 그럴 참입니다.”
여전히 오덕수는 아무 말도 없이 나만 보고 있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지금까지 자신과 했던 말들과 모두 다르다고 말하고 있었다.
‘배신감 비슷한 것을 느끼는 것 같군.’
후지모라와 이야기를 끝낸 후 오덕수와도 따로 이야기해야겠다.
“정말 그들의 뜻을 따르실 겁니까?”
“예.”
“그럼 저도 대마도 주민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어떤 결정이 나와도 따를 것입니다. 아니, 저는 처음부터 강철 상, 아니, 도주님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나는 후지모라의 손을 꼭 잡았다.
“주민들을 모두 모아 주십시오.”
“예, 그리하겠습니다.”
후지모라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묵례하고 밖으로 나갔고.
오덕수와 광복군, 그리고 나만 남았다.
“잠시 둘이 이야기 좀 합시다.”
오덕수에게 말했다.
“그럽시다. 모두 나가 있으시오.”
“예, 대장 동지.”
그렇게 무장한 광복군이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겁니까! 처음 내게 했던 말과는 다르지 않소?”
“예, 다릅니다.”
내 말에 오덕수가 매섭게 나를 노려봤다.
“마음이 변한 겁니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