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91
대한민국 절대 재벌! 91화
“예, 그렇습니다.”
“아, 그렇구나······.”
일본인 노인은 그렇게 말하고 돌아갔고.
나는 이곳에 미리 징용자로 위장해 도착한 광복군을 봤다.
“부두 조장은 어디에 있습니까?”
그때 저 멀리서 징용자로 위장했던 부두 하역 담당 조장이 급하게 뛰어왔다.
“사장님!”
나를 부르는 호칭이 참 다양하다.
“사람들을 회의장으로 모으세요. 일본인, 조선인 가릴 것 없이 모두 모으세요.”
“예?”
“이제 결정할 시간입니다.”
저들에게 결정권을 주는 척해야 한다.
아니, 그렇게 보여야 한다.
힘으로 빼앗는 것은 오래가지 못하고.
국가 분쟁 지역으로 발전할 수 있다.
물론 일본은 당분간 자위대도 만들지 못하니 5~6년은 무력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이 미군에게 징징거리면 상황이 달라진다.
‘미국은 허울뿐이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지.’
시민의 결정을 존중하는 척 구실을 만들어야 한다.
“······예.”
“서두르세요.”
“예, 알겠습니다.”
조장이 내게 대답하고.
오덕수를 봤다.
“오, 오 동지!”
“고생했네, 드디어 조국이 광복했네!”
“정, 정말입니까?”
“그렇다네. 일본이 망했어. 하하하!”
“대한, 대한 독립 만세!”
부두 하역 담당 조장이 조선말로 목이 터져라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다.
그리고 그 모습을 한가롭게 지켜보던 일본인 노인들이 인상을 찡그렸다.
‘샴페인은 너무 빨리 터트리는 것이 아닌데······.’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자중하세요. 여긴 조선도 일본도 아닌 대마도입니다! 모두가 평화롭게 살던 대마도라고요!”
내 말에 오덕수가 나를 물끄러미 봤고.
그제야 일본 노인들이 안심하는 눈빛을 지었다.
물론 내가 이런 소리를 한 건.
일본인 노인들이 들으라고 한 소리다.
‘어디에도 속하고 싶지 않다는 건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일본인 노인들에게 다가갔다.
“날이 참 좋습니다. 어르신들!”
“도주님, 오셨습니까?”
대마도에 사는 대다수 일본인이 나를 도주라 부른다.
대마도의 3/4이 내 땅이고, 내 명의다.
그리고 항구부터 시작해서.
대형 창고와 상점, 건어물 가공 공장, 곡물 창고가 모두 내 것이니.
실질적으로 나는 이곳의 주인이다.
그리고 소씨 가문의 백작이 대마도를 떠날 때.
이제 네가 이 섬의 주인이라고 공포하듯 선언하고 떠났다.
그래서 일본 노인들은 나를 새로운 도주로 생각했다.
저들은 항상 지배당했던 사람들이다.
그러니 누가 이 섬의 주인이 되든 상관하지 않는다.
주인이 바뀌든 그대로든 지배당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저들에게 배불리 잘 먹이고 안락한 생활을 제공했다.
저들은 그것이면 족하다 생각한다.
‘그는 죽었겠지?’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됐고, 35,000명이 죽었다.
아니, 죽었으면 좋겠다.
“이것 좀 드셔보시겠습니까?”
나는 주머니에서 눈깔사탕을 꺼내 노인들에게 내밀었다.
“호호호, 사탕이네요.”
“드십시오. 그래도 이거, 물 건너온 겁니다. 하하하!”
민심은 천심이다.
하지만 이런 천심이 조석으로 변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잘 먹겠습니다. 도주님.”
저들은 다행스럽게 내게 거부감을 가지지 않는 것 같다.
“햇볕을 너무 쬐지는 마세요.”
“할 일이 없어서요.”
노인들은 일하지 않아도 굶을 걱정을 안 해도 된다.
그러니 저리 여유로운 것이다.
아마 일본과 대한민국을 통틀어 가장 여유로운 곳은 대마도일 것이다.
* * *
미쓰비시 도쿄 본사.
미쓰비시는 전범 기업이다.
“이런 순서로 간다면 그룹이 해체될 겁니다.”
놀랍게도 이치로 켄신이 전력 본부장 비슷한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것을 막자고 회의를 하는 게 아닌가?”
“그렇습니다.”
“그러니 걱정과 통탄만 하지 말고, 대책을 내놓으란 말일세!”
“우선 본사가 대전 때 군수물자를 지원했다는 이미지를 지워야 합니다.”
“그건 당연한 소리잖아?”
“그리고 수상께 일본이 패망했지만 다시 되살려야 하고, 우리 미쓰비시가 중공업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해야 합니다. 미국은 본보기가 필요할 거고, 본사보다는 더 크고 더 오래된 그룹을 해체하려 들 것입니다.”
“그래서?”
“본사가 아니라 미쓰이가 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미쓰이?”
이치로 켄신이 예상하고 분석한 대로 미쓰이 그룹은 일본 패망 후 해체된다.
해체되기 직전까지 미쓰이 은행과 미쓰이 물산을 중심으로 한 일본 최대의 기업이기에.
그 상징성은 엄청났다.
“그런 분위기를 조성해야 우리가 삽니다. 그리고 미쓰이 그룹이 해체될 테니 대비하셔야 합니다.”
“지금 처한 상황도 돌파하기 힘든데 다른 그룹이 해체되는 것까지 신경 써야 하나?”
“미쓰이는 산하 조직이 270개나 됩니다. 그 조직이 해체된다는 것은 누군가는 인수 합병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 말을 듣자 미쓰비시 회장이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예, 본사에서 막대한 배상금을 내더라도 미쓰이 그룹의 해체 후를 도모하셔야 합니다.”
“막대한 배상금이라······.”
“감내할 부분은 감내해야 합니다. 모든 것은 연합군의 손에 달렸지만, 그 연합군에게 그룹을 던져주는 것은 정부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옳다, 그룹은 살아 있는 생명이다. 우린 살아남을 것이다.”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치로 켄신이 말꼬리를 흐렸다.
“다른 문제가 있나?”
“생각하지도 못한 곳에 치명적인 약점을 발견했습니다.”
“치명적인 약점? 그게 뭐지?”
“본사가 조선식산은행에 300만 원이나 대출한 적이 있습니다.”
“그게 왜?”
“적산은 모두 점령군에게 귀속됩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조선은 지금 정부가 없습니다. 본국처럼 미군정이 시작될 것이고, 미군정은 가용 적산을 파악하고 매각할 것입니다. 그때 만약 본사가 조선식산은행에 막대한 대출한 내용이 드러난다면 본사는 미군정이나 미군정이 매각한 기업에 대출금을 갚아야 합니다.”
“그런 문제가 있었나?”
“예, 그렇습니다.”
“해결 방법은?”
“조선식산은행의 인수 합병입니다.”
놀라운 판단력이다.
“그게 가능할까?”
“대출 문제는 본사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영향력을 상실한 반도에서 그 일을 추진할 수 있을까?”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을 제가 알고 있습니다.”
“그게 누구지?”
“조센징 강철이라는 자입니다.”
이치로 켄신은 자신이 그에게 속았는지도 모르고 강철을 믿었다.
“조센징 강철?”
“예, 반도의 사업가입니다.”
“그렇다면 조선식산은행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지 않나?”
“도쿄 지역의 땅을 매각하시더라도 대출금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대출금을 갚는다면?”
“해체될 미쓰이 그룹 공략에 사용될 자금이 부족합니다.”
“위기일수록 팽창하라?”
“예, 그렇습니다.”
“자네가 추진해 보도록.”
“예, 알겠습니다.”
이치로 켄신은 슬슬 흘러나오는 미소를 참으려 애썼다.
‘그런데 야마모토는 도대체 왜 연락이 없는 거지?’
원래 이들의 계획은 자신이 미쓰비시에 입사하면 일본 군인으로 지원해 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일본은 자신들이 생각한 것보다 더 빠르게 패망했고.
이치로 켄신은 고베로 떠난 야마모토가 그날 이후 연락이 없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뭐 상관없지. 이제는 군인의 힘은 별 도움도 안 되니까.’
이치로 켄신은 야마모토가 야쿠자로 변신하려는 것을 꿈에도 짐작하지 못했다.
이것만 봐도.
이 둘의 연합은 조선에서 끝났다고 봐야 할 것이다.
* * *
후지모라의 집무실.
후지모라의 표정이 잔뜩 굳어 있었다.
“각자가 결정하라는 말씀입니까?”
나는 후지모라에게 내 계획을 말했다.
물론 혹시 몰라 포수로 신분을 숨겼던 기태와 광복군 출신 다섯이 무장한 채.
병풍처럼 내 뒤에 서 있다.
‘이미 지서를 점령했군.’
아마 일본 지서에 태극기가 휘날릴 것이다.
물론 그 옆에 성조기도 휘날리고 있을 것이다.
‘당신도 일본인이니까.’
이런 상황에서 내가 일본인과 조선인을 구분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나는 광복하는 날, 장인어른의 눈물을 봤고.
일본인은 결국 일본인이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습니다. 대마도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결정하라고 할 것입니다.”
도민들이 자유의사로 대한민국에 복속되길 원하는 것으로 보여야 한다.
맥아더에게는 그렇게 말할 구실이 필요했다.
“자신 있다는 표정이시군요.”
후지모라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저와 후지모라 상께서 노력하신 만큼 저들이 답해 줄 겁니다.”
몰론 나는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민심만큼 간사한 것은 없다.’
“저들은 풍요만을 원합니다.”
“맞습니다. 주민들은 풍요를 원하니 대마도가 꼭 일본일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일본은 망했습니다.”
내 말에 후지모라의 표정이 묘하게 굳어졌다.
마치 올 것이 왔구나 하는 눈빛인데.
거기서 한 발 더 나가서 이제야 때가 왔다는 눈빛처럼도 느껴졌다.
‘왜 저런 눈빛을 짓지?’
충격에 빠졌는데 내가 또 한 번 충격을 준 것이다.
“그렇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조선일 필요도 없지 않습니까?”
대마도가 지리적으로 한반도와 가깝다고 해도 정서적으로는 일본이다.
일본 옷을 입고, 일본 풍습대로 살아왔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합니까? 우리가 왜 여기에 왔는데? 일본 놈······.”
“어허! 말조심해라!”
그때 오덕수가 흥분한 기태의 말을 중지시켰다.
“죄송합니다.”
지금 기태는 점령자의 모습이다.
이런 모습들은 내 계획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나가 있으시오. 누구도 자기 의견을 가질 권리는 있습니다.”
나는 기태를 질책했다.
“예?”
“최소한 이 대마도에서는 그렇게 될 겁니다.”
대마도에서 민주주의를 꽃피울 거라는 망상에서 출발한 말이 아니다.
최소한의 구실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도민들이 자유의사로 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통해서.
나는 맥아더와 하지에게 대마도 도민들이 자유주의를 원한다고 강변할 것이다.
그래서 산꼭대기에 성조기를 꽂은 것이다.
‘물론 만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인데······.’
그러니 그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이승한부터 만나야 한다.
그리고 그들은 아마 내 말을 받아들일 것이다.
곧 미소 냉전의 시대가 올 것이고.
그것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사실 대한민국은 미소 냉전의 희생양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달라지게 만들 것이다.
“기태, 나가 있어!”
오덕수가 나가라고 하자.
그제야 기태는 못마땅한 얼굴로 밖으로 나갔다.
“······예.”
그리고 내 뒤에 선 광복군 출신 병력이 나와 오덕수를 못마땅한 눈빛으로 보았다.
“후지모라 상의 말씀도 옳습니다. 대마도가 조선, 아니지, 이제는 대한민국이 될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처럼 풍요롭고 부유하게 살면 되니까요.”
내가 대한민국을 말하자 오덕수가 힐끗 나를 봤다.
“저도 그 생각이 우선입니다.”
이 말을 들은 후지모라는.
대마도가 대한민국의 영토에 복속되는 것에 거부감이 들진 않는다고 생각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