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 Farmer RAW novel - Chapter (166)
쇼핑몰에서 실컷 놀고 들어온 건우는, 아이들과 방에 엎드려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라일라가 씻고 올 때까지 방에서 미튜브를 보고 있을 생각이었다.
그런 건우의 등에 찰싹 달라붙어 있던 하와가, 건우의 얼굴 옆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하와!”
건우가 보고 있던 스마트폰 화면 한구석을 가리키는 하와.
그쪽으로 시선을 옮긴 건우는 묘한 영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응? 뿔이 영상?”
‘뿔이’라는 뿔토끼의 영상이 뀽튜브 관련 영상에 떠 있었던 것이다.
건우는 그것을 클릭해서 한동안 영상을 감상해 봤다.
“와, 이건…… 제대로 베꼈는데?”
놀랍게도 그것은 뀽튜브 영상을 비슷하게 따라서 촬영한 영상이었다.
‘이런 걸 표절이라고 하던가?’
배경과 배우만 바뀌고 스토리나 연출, 편집 같은 것은 비슷하게 따라 한 느낌이었다. 다른 시청자들도 그것을 느꼈는지, 부정적인 댓글들을 많이 남겼다.
[너무 대놓고 표절 아닌가요?] [뀨뀽이는 이렇게 마르지 않았다뀽!] [뀨뀽이 뒤태 매력을 제대로 알면 이런 허접한 영상을 올릴 생각은 안 했을 텐데…….] [뿔이가 무슨 잘못이겠냐? 주인 놈이 잘못이지.] [와, 이건 좀 아니지 않나? 뀨뀽이 깻잎 먹방 그대로 따라 했네.] [자막까지 비슷함. 양심 어디?] [뀨뀽이가 더 잘 먹음. ㅅㄱ.]대부분 뀽튜브를 너무 따라 했다는 비난 일색이었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뿔이튜브’를 옹호하기도 했다.
[장르적 유사성이라고 아냐? 법리적으로 전혀 문제없다.] [아무려면 어때요? 뿔이도 귀여운데.] [뀨뀽이 동생 같아서 커엽!] [뀨뀽이랑 뿔이랑 합방하면 예스잼.] [그래서 싸우면 누가 이김?] [당연히 뀨뀽이 압승. 체급이 깡패다.]표절이든, 인용이든 상관없이 자신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느낌이었다.
건우는 댓글들을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동영상을 제작하는 건 아니지만…… 괜히 기분 나쁘네.’
그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언제 옆으로 왔는지, 엘이 뿔이튜브 동영상을 같이 보고 있었다.
건우가 그런 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엘. 누가 뀽튜브를 따라 한 것 같은데, 괜찮아?”
그 물음에 엘이 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음, 기분이 나쁘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 이상하답니다.”
“좋기도 하다고?”
건우는 엘의 대답에 살짝 의아해했다. 무조건 기분이 안 좋다고 말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건우가 그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물었다.
“누가 뀨뀽이를 따라 해서 이득을 보면 기분 나쁘지 않아? 뀽튜브 인기가 떨어질 수도 있고…….”
“그렇게 생각하면 기분 나쁜데…… 뀨뀽이가 대단해서 따라 한 거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기도 하답니다.”
“아.”
건우는 예상치 못한 엘의 대답에, 한동안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주억였다.
‘그렇게 생각하면 기분이 좋을 수도 있겠네. 뀽튜브 영상이 따라 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영상이라는 소리니까.’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복잡한 표정으로 뿔이튜브를 한동안 시청해 봤다. 미튜브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볼 동영상은 얼마 없었다.
건우는 그것들을 전부 본 후에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보니까, 뀨뀽이에 비하면 볼 것도 없네. 거기다가 뀨뀽이가 정확히 1500만 배 정도 더 귀엽고…….’
뿔이라는 뿔토끼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뀨뀽이의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에는 상대가 되질 못했다. 영상 제작자의 편집 실력도 엘의 편집 실력에는 못 미쳤다.
‘짝퉁이 진품을 따라잡을 수는 없는 법이지.’
건우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하와!”
“저도 할 거랍니다!”
“나도!”
갸웅!
뀽튜브를 볼 때와는 다르게, 뿔이튜브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 아이들이 건우의 등 위에서 장난치고 있었다.
건우를 가장 아래에 깔고 그 위로 자신들의 몸을 이용해서 탑을 쌓기 시작한 것이다. 일명 ‘햄버거’라는 놀이였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서 탑은 무너졌고, 이불 위로 여기저기 흩어진 아이들은 꺄르르 웃었다.
‘귀여운 것들.’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아이들이 햄버거 놀이를 더 즐길 수 있게 등을 최대한 넓고 평평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 모습을 본 아이들은 다시 햄버거 놀이를 시작했다.
그러길 잠시, 라일라가 방으로 들어왔다.
“다 씻었어요.”
그렇게 말하는 라일라는 물기가 촉촉한 상태였다. 건우는 괜히 흠칫 놀라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 햄버거 놀이를 하고 있던 하와와 아이들이 이불 위로 데굴데굴 굴렀다.
그에 건우는 아차 싶었지만, 다행히 다친 아이들은 없었다. 오히려 재밌었는지 좋다고 웃고 있었다.
건우가 그 모습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였다.
라일라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걸었다.
“매일 정령들의 도움을 받다가, 손수 씻어 보니까 새롭네요. 개운하기도 하고요.”
그 말에 건우는 볼을 긁적이면서 입을 열었다.
“잘됐네요. 그럼 여기서 주무세요. 저는 거실에서 잘게요.”
그렇게 말한 그는 괜히 눈도 못 마주치고 방을 나서려고 했다. 눈을 마주쳤다가는 홀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건우를 라일라가 잠시 붙잡았다.
“오늘 즐거웠어요. 고마워요.”
그에 건우가 어색하게 웃었다.
“뭘요. 내일은 더 즐거울 거예요.”
“놀이공원 말씀인가요?”
“네. 기대해도 좋아요.”
그 말에 라일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쉽지만 내일은 라-인야가 돌아올 거예요. 그 아이가 오면 바로 부족으로 돌아가야 해요.”
그 말에 건우는 눈을 깜빡거렸다.
“인야가 내일 올 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바로 부족으로 돌아갈 생각이셨나요?”
“네. 족장하고 그렇게 약속했으니까요.”
“하지만 인야가 내일 늦게 올 수도 있잖아요.”
“아마 그러진 않을 거예요. 제가 아는 라-인야는 해가 막 떠오르는 시점에는 돌아올 거예요.”
그 말에 건우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럼 아침 일찍 돌아가신다는 거네요?”
“네.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아쉽네요.”
“저도 많이 아쉬워요. 나중에 다시 지구로 나올 일이 생기면, 그때 부탁드릴게요.”
그 말을 끝으로 건우는 잘 자라는 말만 남기고, 거실로 나와서 자리를 잡았다.
‘알게 모르게 정이 쌓인 건가? 많이 아쉽네.’
그는 내일 아침 라일라가 돌아간다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정이 쌓여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이성적인 감정도 조금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랑한다거나 그런 거창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조금 호감이 갈 뿐이었다.
‘솔직히 남자라면 호감이 안 갈 수가 없지.’
이전에도 말했지만 엘프는 성의 구별이 없었다. 그저 외모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우는 라일라를 여성으로 느끼고 있었다. 외모도 외모지만, 라일라에게서 느껴지는 묘한 매력 때문이다.
‘분명 키나 비율, 귀를 보면 기괴하다고 느껴야 정상인데…… 눈만 보면 그런 생각이 싹 달아난다니까.’
건우는 그런 부분에서 볼 때, 엘프에게 이성의 호감을 높이는 뭔가가 있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확신은 없지만…… 아무튼 참 신기해.’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눈을 감았다. 보통 사람들이 자기엔 이른 시간일 수도 있었지만, 새벽 일찍 잠에서 깨는 건우에게는 이 시간이 잘 시간이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건우의 단잠을 방해하는 전화벨이 울렸다.
건우는 발신인도 확인하지 않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쉬고 계실 텐데, 죄송합니다. 저, 나이트입니다.
집사 나이트의 전화라는 것을 확인한 건우는 상체를 일으켜서 앉았다.
“아뇨 아뇨. 괜찮아요. 그런데 어쩐 일이세요?”
-말씀드릴 것이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나이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지옥초에 관한 내용을 건우에게 알렸다. 그리고 그로 인해서 조윤아가 부득이하게 놀이공원에 가지 못하게 됐다는 사실까지 말해 주었다.
상황을 들은 건우는 자기도 모르게 안타까운 탄식을 내뱉었다. 놀이공원에 가는 걸 기대하고 있던 만큼, 아쉬움도 컸던 것이다.
하지만 조윤아의 결정도 이해가 갔다. 사용후핵연료가 정확히 뭔지는 모르지만, 그것을 처리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 정도는 얼추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나이트가 말을 이었다.
-아가씨는 어쩔 수 없이 못 가게 됐지만, 놀이공원은 일정에 맞춰 이용하실 수 있게 준비해 두겠습니다.
그 말에 건우는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다가, 입을 열었다.
“그러지 않으셔도 돼요. 나중에 윤아하고 시간이 맞으면, 그때 같이 가는 걸로 할게요.”
-음,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일단 저는 괜찮아요. 아이들한테도 한번 물어보고 문자 남겨 드릴게요.”
건우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통화를 마쳤다.
그리고 곧바로 방에 가서, 이 안타까운 소식을 하와와 아이들에게 전해 주었다.“너무 아쉽답니다.”
“가고 싶었는데…….”
갸웅.
무척 아쉬워하는 엘과 소아, 가온.
하지만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누가 뭐래도 하와였다.
“하와…….”
입술까지 살짝 내밀고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었던 것이다.
건우가 그런 하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면서 물었다.
“내일 우리끼리라도 놀이공원에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갈래?”
그 물음에 하와가 잠시 뜸을 들이다가, 고개를 저었다.
“하와!”
조윤아와 같이 가고 싶다는 뜻이었다.
‘윤아가 이 모습을 봤으면 정말 좋아했을 텐데…….’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하와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
“그럼 나중에 다 같이 가자. 조금만 참아, 알았지?”
그에 하와가 꾹 참아 보겠다는 듯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건우는 아빠 미소를 지으면서, 그 모습을 기특하게 바라봤다.
즐거우면서도 조금 아쉬운 하루가 그렇게 지나갔다.
* * *
다음 날 이른 아침.
-일어나세요.
뜨거운 바람이 건우의 귓가를 간질였다.
“뭐, 뭐야!?”
그에 깜짝 놀란 건우가 놀라서 일어났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라-인야의 모습이었다.
라일라의 말대로, 라-인야는 임무를 마치고 아침 일찍 돌아온 것이다.
건우는 놀란 마음을 추스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깜짝이야. 누군가 했네. 인야였구나?”
-후후후. 놀라셨나요?
라-인야는 그렇게 물으면서 건우에게 찰싹 달라붙어 왔다. 불쾌하지 않은 후끈함과 끈적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그것을 느낀 건우는 살짝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 물었다.
“라일라 씨가 부탁한 일은 다 했고?”
그 물음에 라-인야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네. 아주 간단한 일이었어요.
“그럼 라일라 씨한테 알려 줘야지.”
-후후. 그 전에 이건우 님께 먼저 알려 드리고 싶네요.
그 말에 건우가 볼을 긁적였다.
“그래도 돼? 내가 부탁한 게 아니라, 라일라 씨가 부탁한 거잖아.”
-괜찮아요. 결국, 이건우 님도 알게 될 내용이니까요.
라-인야의 그럴듯한 말에, 건우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원래 정령이 이렇게 제멋대로였나?’
건우에게 호감을 나타내는 정령은 지금까지 꽤 많았다. 하지만 라-인야처럼 과할 정도로 호감을 드러내는 정령은 없었다.
건우는 그것에 의문을 느끼면서 물었다.
“음, 한 가지만 물어도 될까?”
-뭐든지요.
“나한테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뭐야?”
그 질문에 라-인야가 슬쩍 떨어졌다.
-혹시 싫으셨나요?
“싫다기보다는 조금 이상해서. 다른 정령들은 이렇게까지 행동하지 않거든.”
그 말에 라-인야가 씨익 웃으면서 대답했다.
-비밀이에요.
그러면서 장난스럽게 윙크하는 라-인야.
건우의 표정이 한층 복잡해졌다.
그때 마침, 방에서 라일라가 나왔다.
“라-인야. 왔구나.”
-네. 방금 막 왔어요.
라-인야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라일라에게 다가갔다.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한 모습이었다.
건우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정말 알 수 없는 정령일세.’
그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건우의 스마트폰으로 갑자기 문자 하나가 날아왔다.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누구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문자를 확인했다. 문자를 한 주인공은 바로 아이스 프린스 박예준이었다.
[건우 형님. 일어나셨습니까?]그 문자에 건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답장했다.
[어, 일어났어. 왜?] [어쩌다 보니, 좀 빨리 일어나서 미리 댁 앞에 왔습니다.]그 문자를 본 건우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째서 박예준이 아침부터 집 앞에 와 있는지 의아했기 때문이다.
그때, 그의 머릿속으로 스치는 것이 하나 있었다.
‘아, 아침 일찍 레버랜드로 출발하기로 했었지.’
그러면서 건우가 표정을 딱딱하게 굳혔다.
레버랜드에 같이 가기로 한 사람들에게, 일정이 취소됐단 사실을 알리지 않은 걸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