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 Farmer RAW novel - Chapter (44)
정령 농사꾼 – 44
모든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사실에 기반하지 않습니다.
영월 신비술사라는 이명답게 조윤아는 평소에 영월에 있는 자신의 개인 연구단지에 거주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어떤 창의적인 느낌이 왔을 때 지체할 것 없이 연구를 하기 좋다는 이유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녀만을 위한 편의시설이 전부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구단지에 모든 것이 있는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하와가 보고 싶어.’
그렇다. 연구단지에는 하와가 없었다.
새하얀 피부, 크고 맑은 눈동자, 보들보들한 피부, 빵빵한 볼살, 무엇보다 치유가 되는 듯한 환한 미소.
하와에 푹 빠진 조윤아에게 하와가 없다는 것은 너무 큰 문제였다. 그렇다고 해서 하와를 납치해올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결국 조윤아가 발걸음을 옮겨야만 했다.
이것이 바로 조윤아가 다짜고짜 건우네 집으로 쳐들어온 이유였다.
‘조금 더 일찍 연락을 해둘 걸 그랬어.’
조윤아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옆에 앉아있던 나이트가 슬쩍 고개를 숙였다.
“아가씨. 죄송합니다. 제가 이건우 님께 좀 더 일찍 연락을 해놨어야 했는데······집사로서 실격입니다.”
“괜찮아요. 나이트. 제가 다짜고짜 오자고 한 거니까요. 오히려 제 잘못이에요.”
“아가씨······역시 마음씨가 비단결 같습니다. 집사 나이트, 크게 감복했습니다.”
그러면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나이트. 조윤아가 난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나이트도 참, 항상 설레발이 심해요.”
“설레발이 아닙니다. 아가씨. 저는 무척 진지합니다.”
그러면서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나이트.
조윤아는 그래서 더 문제라는 생각을 감춘 채로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때, 안방 문을 열고 하와가 들어왔다.
하와는 작은 쟁반에 네 잔의 찻잔을 올린 채, 행여나 조금이라도 흘릴까봐 조심스러워 했다.
그리고 무사히 쟁반을 상 위에 올리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와아~”
부르르르.
하와의 모습을 보고 잔뜩 상기시킨 채 입술을 꽉 깨무는 조윤아.
‘귀, 귀여워!’
하와가 하는 모양새를 보고, 심장에 막대한 타격을 입은 것이다.
그때, 건우가 뒤따라 들어와서 하와 대신에 찻잔을 상으로 옮겨주었다.
“한 번, 드셔보세요. 맛있을 거예요.”
그러는 사이에도 정신을 못 차리고 하와만 빤히 바라보고 있는 조윤아.
나이트가 슬쩍 헛기침을 하고 나서야, 그녀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조윤아는 살짝 민망해 하는 모습으로 찻잔을 들었다.
“색, 색이 너무 예쁘네요.”
“맛은 더 좋을 겁니다.”
건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빈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하와가 그의 앞에 찻잔을 놓아주었다.
“고마워. 하와야.”
그러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건우.
하와가 방끗 웃으면서 화답하고는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고서 찻잔을 들었다.
조윤아는 그 모습을 보면서 입을 꽉 다물었다.
‘부, 부러워! 나도 하와가 직접 찻잔을 내줬으면······.’
물론 그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낼 생각은 없었다.
그러던 그때, 그녀의 코에 달짝지근하면서 향긋한 냄새가 느껴졌다.
“어?”
살짝 놀라면서 들고 있던 찻잔의 안을 다시 살피는 조윤아.
그 안에는 연하고 맑은 노란빛의 차가 채워져 있었다.
“향이 아주 좋네? 무슨 차인데 이렇게 향긋한 냄새가 나는 거지?”
그녀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나이트도 눈을 반개한 채, 차의 향기를 느꼈다.
“살짝 달콤하면서 향긋한 향이라······마치 향수 같군요. 묘합니다. 은은하지 않고 이렇게 강렬한 향인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맡고 싶어지는 향이라니······이건우 님. 혹시 꽃차입니까?”
그 말에 건우가 미소를 머금으면서 슬쩍 고개를 저었다.
“꿀차에요.”
그 말에 조윤아와 나이트가 동시에 놀랐다.
“꿀차라고요?”
“오호.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군요. 향긋함이 강해서 그렇지, 색도 그렇고 꿀차가 맞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다시 보니까 그러네요. 생각해보면 꿀차도 종류에 따라서는 향긋함이 있으니까요.”
“네. 맞습니다. 아가씨. 다만 의문이 좀 생기는군요. 색만 보면 꿀을 많이 첨가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향을 맡아보면 꿀을 많이 첨가한 느낌입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건우가 내놓은 꿀차를 감평하기 시작했다. 건우는 그 모습을 보면서 살짝 어색하게 웃었다.
‘역시 보통 사람들하고는 많이 다른 것 같아.’
건우는 그러면서 꿀차를 슬쩍 맛봤다. 그러자 원액을 직접 찍어먹었을 때와는 다른 풍미가 입안을 자극했다. 아니, 장악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은 표현이었다.
‘원액보다 향이 더 살아있어.’
달콤함은 희석되었지만, 향은 더욱 풍부해진 꿀차.
그렇다고 해서 달콤함의 존재감이 향보다 뒤진다는 것은 아니었다. 은은한 달콤함은 입가에 미소를 품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원액보다 더 좋아.’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꿀차의 맛을 충분히 음미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안 가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응? 왜 벌써 없어?’
눈 깜짝할 사이에 꿀차의 존재감이 입가에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건우가 크게 당황하면서 찻잔 안을 살폈다. 찻잔 안에 꿀차는 없었다. 정신없이 꿀차를 음미하다보니 어느새 전부 마셔버린 탓이었다.
“아.”
건우는 자기도 모르게 아쉬움의 탄성을 내뱉었다.
‘시간이 삭제된 느낌이네.’
그때, 건우의 귓가에, 비슷한 탄성이 연이어서 들려왔다.
“하와앙······.”
“아잉.”
“흐음.”
하와, 조윤아, 나이트가 거의 동시에 꿀차를 다 마셔버린 것이다.
순간, 넷 사이에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그 어색함 속에서 먼저 목소리를 낸 것은 바로 건우였다.
“한 잔 더 드시겠어요?”
“하왓!”
바로 반짝 웃으면서 반응하는 하와.
“부탁드릴게요.”
“흠흠. 그럼 염치 불고하고 저도······.”
조윤아와 나이트도 살짝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끄덕였다.
***
바위벌꿀차를 한 잔씩 더 마신 넷은 그제야 만족했다. 바위벌꿀 원액과는 다르게 계속해서 먹고 싶어지는 부작용 아닌 부작용이 덜한 덕분이었다.
‘앞으로는 원액보다는 꿀차로 마셔야겠어. 원액 그대로 먹었다가는 남아나질 않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한 건우가 슬쩍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슬슬 왜 오신건지 여쭤 봐도 될까요?”
건우는 두 사람이 뭔가 이유가 있어서 급하게 찾아왔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리 물은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별다른 이유 없이 찾아온 것이었기에, 조윤아가 당황한 눈치로 움찔거렸다.
바로 그때, 나이트가 나섰다.
“투자 관련된 것과 여쭤보고 싶은 것들이 있어서 급하게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쉬시는데 방해가 되었다면 죄송합니다.”
“방해라뇨? 절대로 아니에요. 너무 늦은 시간이나, 이른 시간만 아니라면 언제든지 찾아오셔도 돼요. 아, 일하는 시간도 힘들겠네요. 하하.”
건우는 별 생각 없이 그렇데 말했다.
그런데 조윤아가 반색하면서 그 말을 덥석 물었다.
“언제든지요?”
“응. 여유만 있다면야 언제든지 찾아와도 돼.”
“네. 감사합니다. 자주자주 들릴게요.”
조윤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눈을 무섭게 불태웠다. 기어코 출석 도장을 찍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
‘설마 진짜로 그러겠어?’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별일 아닐 거라고 치부했다.
그때, 나이트가 슬쩍 말을 이었다.
“그건 그렇고 사업 얘기는 저와 단둘이 나누시는 게 어떠십니까?”
그와 동시에 나이트의 의향을 정확하게 꿰뚫어본 조윤아가 자리에서 슬쩍 일어났다.
“그럼 저는 하와하고 밖에서 기다릴게요.”
“그럴래?”
건우가 그렇게 말하자, 조윤아가 활짝 웃으면서 하와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와야. 언니랑 같이 놀까?”
잠시 조윤아의 손을 빤히 바라보는 하와. 조윤아가 긴장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왓!”
반짝 웃으면서 조윤아의 손을 덥석 잡는 하와. 조윤아가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표정으로 하와와 함께 안방을 벗어났다.
그리고 안방문이 닫히자마자, 건우가 나이트를 보면서 물었다.
“그럼 슬슬 일 얘기를 해볼까요? 어쩐 일로 찾아오셨나요?”
그 물음에 나이트의 등허리를 타고 식은땀이 한 방울 흘렀다. 솔직히 말해서 딱히 뭔가를 준비해온 것이 없었던 탓이었다.
***
건우와 나이트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 조윤아는 하와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밖으로 나가서 마당 구경을 하기도 하고, 하와와 같이 TV를 보거나 손장난을 치기도 했다.
그렇게 얼마 후,
“그럼, 안녕히 계세요.”
조윤아는 얼굴이 반들반들해져서 건우의 집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나이트가 살짝 핼쑥해진 얼굴로 뿌듯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만족하셨습니까, 아가씨?”
“네. 아주 대만족이었어요. 고마워요, 나이트.”
“아닙니다. 아가씨만 만족하신다면 저도 만족입니다. 그럼 바로 연구단지로 향해도 되겠습니까?”
“네. 그렇게 해줘요. 나이트.”
그러면서 익숙하게 리무진에 타는 조윤아.
나이트는 그것을 확인하고는 직접 문을 닫아주었다. 그리고 나서야 운전석으로 향해서 운전을 시작했다.
부드럽게 움직이는 리무진.
조윤아가 잠시 창밖을 바라보다가 나이트에게 물었다.
“나이트. 이건우 님하고는 무슨 얘기를 나누셨어요?”
“사업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어떤 사업 얘기요?”
“바위벌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바위벌에 관한 이야기라는 말에 조윤아가 자세를 바로 했다.
“바위벌이라면, 양봉 방법이 완성되지 않아서 안전 교육만 진행하고 있었죠?”
“네.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건우 님은 저희 생각보다 더 대단한 인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더 대단한 인물이라고요?”
“네. 이건우 님은 이미 바위벌 양봉을 진행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 말에 조윤아가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
“정말인가요?”
“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그것이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어쩌면 세계 최고의 농사 장인이시니, 양봉에도 소양이 있었을 거라고 짐작됩니다. 그리고 추가적인 조사결과, 이건우님은 초인이기도 했습니다.”
거기까지 들은 조윤아는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초인이었다고요?”
“네. 정령 농사꾼이라고 해서 농업의 스페셜리스트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어쩐지······그렇다면 이해가 가네요. A+급 작물이 쉽게 등장할 리가 없겠죠.”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머릿속에 있었던 건우에 대한 여러 의구심들을 지워나갔다.
그리고 여러모로 머릿속이 정리됐을 때, 말을 이었다.
“그럼 제가 원하는 수준의 바위벌꿀도 생각보다 빨리 얻을 수 있겠네요?”
“네. 생각보다 빨리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이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슬쩍 미소를 그렸다. 그러면서 조윤아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아, 그리고 아가씨. 죄송하지만 뒷자리 보관함 좀 살펴봐 주시겠습니까?”
“보관함이요?”
“네. 사실, 요즘 젊은이들이 한다는 서프라이즈를 준비해봤습니다. 이건우 님이 추천해주시더군요.”
조윤아는 그 말에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풋!하고 웃었다.
“나이트. 갑자기 무슨 서프라이즈에요? 그리고 서프라이즈를 서프라이즈라고 말하면 서프라이즈가 아니잖아요.”
“후후후. 그런가요? 그래도 한 번 열어보시지요. 아마 깜짝 놀라실 겁니다.”
“에이. 나이트도 참. 서프라이즈라는 걸 다 알고 있는데, 놀랄 리가 없잖아요.”
조윤아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살짝 기대하면서 보관함을 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연한 노란빛의 액체가 가득 들어간 병이 두 병 들어있었다.
“이게 뭐지?”
조윤아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그중에 하나를 꺼내 들었다.
「봄의 기운이 충만한 바위벌꿀 – A+급.
봄의 기운이 충만한 바위벌꿀이에요. 바위벌이 봄꽃꿀을 모으는 과정에서 바위벌꿀 특유의 특징이 살아났답니다. 향긋한 봄내음이 아주 좋네요. 어? 거기다가, 정령의 축복까지!?
♡아름을 가공하는데 가장 중요한 재료랍니다!
♡자꾸 먹고 싶어지는 부작용 아닌 부작용이 있으니까 자제심은 필수!」
조윤아가 병 안의 내용물을 확인하고는 너무 놀라서 바짝 얼어붙었다.
“나, 나이트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죠?”
그 물음에 나이트가 좀 더 짙어진 미소를 지어보였다.
“어떻습니까? 충분히 서프라이즈였지 않습니까?”
그에 조윤아가 딱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서프라이즈였다. 심장이 두근두근해서 터져버릴 정도의 서프라이즈.
“어서 빨리 분석해보고 싶어요!”
“후후후. 하지만 오늘은 안 됩니다. 일찍 주무셔야 합니다.”
“읏. 알았어요.”
조윤아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다시 바위벌꿀을 바라보았다. 그때, 그녀의 눈에 유독 눈에 띄는 글자가 있었다.
‘정령의 축복이란 건, 이건우 님이 정령 농사꾼이시기 때문인가?’
참고로 정령의 축복은 하와와 엘이 바위벌꿀을 많이 찍어 먹은 후에 생긴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