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 Farmer RAW novel - Chapter (68)
건우는 뀽튜브에 관리자 자격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엘이 사용하는 아이디 자체가 건우의 명의로 만든 아이디였기 때문이다.
‘오. 조회 수가 꽤 나오는데?’
건우는 예상 외로 조회 수가 상당히 올라가 있는 동영상을 보면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냥 뀨뀽이만 찍어 놓은 영상이었는데······ 수요가 생각보다 있나 보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가장 처음에 올라온 동영상을 터치해 봤다.
제대로 된 인트로 영상도 없이 시작한 영상은 처음부터 뀨뀽이가 등장했다. 뀨뀽이는 앞발로 자신의 얼굴을 열심히 문지르고 있었다.
그때, 엘의 목소리가 들렸다.
-뀨뀽이 님.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그 물음에 뀨뀽이가 카메라를 슬쩍 보면서 힘차게 대답했다.
-뀽!
-취미는요?
-뀽뀽.
-혹시 좋아하는 일이 있나요?
-뀽!
엘이 물으면 뀨뀽이가 대답하는 식으로 이어지는 영상.
나름대로 다채로운 엘의 물음과는 반대로 뀨뀽이의 대답은 일관되게 뀽뀽거리는 것이었다. 이러면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뀨뀽이의 대답을 전혀 이해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엘이 달아 놓은 자막이 있었다.
-뀨뀽이라뀽!
-취미는 낮잠자기라뀽!
-농사짓는 게 좋다뀽!
건우는 그 자막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엘이 대충 달아 놓은 자막이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실제로는 100% 뀨뀽이가 대답한 내용 그대로였다.
건우는 그렇게 엘과 뀨뀽이가 열심히 만든 동영상에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영상을 보는 시간 자체가 좋아졌다.
‘검사할 때는 몰랐는데, 의외로 볼만하네. 뀨뀽이만 마냥 보고 있어도 힐링 되는 느낌이야.’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영상에 ‘좋아요’를 누르려고 했다. 좋은 영상을 보면 습관적으로 누르는 것이었다.
하지만 건우의 아이디로 올라간 동영상이었기 때문에 좋아요는 눌리지 않았다.
‘이건 좀 아쉬운데?’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댓글 반응이나 확인할 겸 댓글 창을 확인했다.
[뀨뀽이는 사랑입니다.] [커엽!] [혹시 뀨뀽이 뿔토끼인가요? 나도 뿔토끼 테이밍하고 싶다.] [음, 내가 아는 뿔토끼보다 100만 배 정도 더 귀여운 듯.] [뭔가 말이 통하는 것 같다. ㅋㅋㅋㅋ.] [보니까 어린애가 만든 영상 같은데, 어린아이 시선에서 보는 것 같아서 더 좋네요. ^^] [뀨뀽이 말고 촬영자 이름은 뭔가요?]건우는 댓글을 하나하나 보면서 괜히 뿌듯해했다. 분명 엘과 뀨뀽이를 향한 칭찬들이었는데, 이상하게 자신에게 하는 칭찬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잠시 후.
[뿔토끼 맞아? 뭐가 저렇게 살이 쪘어? 구워 먹으면 딱 좋겠네.]건우는 악플을 발견하고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이 새끼가? 어린아이들이 만든 영상에 이런 악플을 달아?’
그는 그러면서 자기도 모르게 키보드 워리어의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곧 자신이 관리자 신분이라는 것을 깨닫고서 멈칫거렸다.
‘괜히 댓글로 싸우면 엘한테 민폐니까.’
그는 그러면서 심호흡을 한 번 했다. 그러고서 악플을 삭제하고, 해당 아이디를 차단하는 것으로 상황을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얼마 안 가서, 건우는 또 다른 악플을 발견했다.
‘이것들 봐라?’
건우는 그 후로, 간간이 있는 악플들을 찾아내면서 삭제 버튼을 꾹꾹 눌렀다. 당연히 차단도 걸어 버렸다.
덕분에 뀽튜브는 아주 깨끗한 댓글 창을 가지게 되었다.
건우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놈들아. 어디 계속 달아 봐라. 제대로 숙청해 줄 테니까.’
그렇게 그는 자주자주 뀽튜브에 접속해서 악플러들을 숙청하기로 마음먹었다.
바로 그때였다.
누군가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기다리던 신비술사 조윤아와 집사 나이트가 찾아온 것이다.
***
갸웅?
“흐음.”
갸웅! “흐음. 안녕하십니까?”
갸옹~
“흐음.”
가온과 나이트가 서로를 바라보면서 뜻이 통하는지, 아니면 안 통하는지 모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건우는 조윤아와 오랜만에 독대를 하고 있었다. 아니, 완전한 독대는 아니었다.
그녀가 하와를 꼭 껴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건우는 살짝 난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하와는 잠시 내보내는 게 어떨까?”
“으음. 꼭 그래야 하나요?”
“아무래도 중요한 얘기니까 집중하는 게 좋겠지?”
그 말을 들은 조윤아는 아쉬운 표정으로 하와를 놔주었다. 건우는 그렇게 자유를 되찾은 하와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하와. 바위벌꿀 차 좀 내와 줘.”
“하와!”
자신만만하게 대답하고 주방으로 향하는 하와.
조윤아는 놀라서 건우에게 물었다.
“하와가 차 심부름도 할 수 있게 됐나요?”
“그럼, 물론이지. 어머니가 가르쳐 줬어.”
“무척 대견하네요.”
조윤아는 하와의 발전이 마치 자신의 발전인 것처럼 뿌듯해했다. 건우는 피식 웃으면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이것부터 받아. 이번에 새롭게 채취한 바위벌꿀이야. 지난번보다 조금 더 많아.”
그가 그러면서 내민 것은 바위벌꿀이 담긴 유리병들이었다. 확실히 이전보다 많은 양이었다.
조윤아의 얼굴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정말 고마워요! 아, 그러고 보니까 이전에 부탁하신 것들도 전부 준비해 놨어요. 언제쯤 가져다드릴까요?”
“부탁한 거?”
“네. 기억 안 나세요? 연습 삼아서 가공한 낮은 등급의 아름하고 바위벌꿀을 구해 달라고 하셨잖아요.”
“아, 맞다. 그랬지.”
건우는 그제야 기억났다는 듯이 자신의 무릎을 탁 하고 쳤다.
현재 건우는 슬슬 가공된 아름과 바위벌꿀이 떨어져 가고 있어서 난처한 상황이었다. 둘이 없으면 뿔토끼 뿔 수급은 물론이고 바위벌꿀 수급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조윤아가 연습 삼아 만들어 낸 가공된 낮은 등급의 아름과 바위벌꿀을 구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였다.
물론 무료로 제공해 달라는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건우가 높은 등급의 아름과 바위벌꿀을 구해 주면, 거기에 따른 차익을 계산해서 지급받기로 했다.
그런데 조윤아는 그런 거래가 조금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이건우 님이 원하시면 무료로 제공해 드릴 수도 있는데······.”
“아니야. 괜찮아. 어떻게 그래?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아, 윤아한테는 한두 푼인가? 하하.”
건우는 그렇게 농을 건네면서 웃었다. 그에 조윤아도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맞장구를 쳐주었다. 하지만 곧 다시 일 얘기를 꺼냈다.
“그럼 내일 바로 가져다드릴게요.”
“그래. 그렇게 해 줘.”
“그럼 이제 할 말은 끝인가요?”
조윤아는 그러면서 엉덩이를 들썩였다. 어서 빨리 하와와 다시 놀고 싶은 모양이었다.
건우는 그런 그녀에게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야만 했다.
“미안하지만 아직 안 끝났어. 오히려 이제 시작인데?”
“흐응······ 그런가요?”
조윤아는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 엉덩이를 바닥에 딱 붙였다.
그때, 하와가 방으로 들어왔다. 두 개의 찻잔이 담긴 쟁반을 든 채였다.
“하, 하와. 하와.”
혹시라도 차가 넘칠까 봐 조심하는 하와.
물을 얼마나 탔는지 바위벌꿀차가 아슬아슬하게 표면장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와~”
하지만 결국 찻잔은 건우와 조윤아의 앞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조윤아가 그런 하와의 모습을 보면서 눈을 반짝거렸다.
“고마워. 하와! 나를 위해서 하와가 직접 타 준 거야?”
“하와!”
“고마워. 나 감동했어!”
조윤아는 그러면서 하와를 꽉 껴안았다. 건우는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고는 조윤아가 그랬던 것처럼 하와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고마워, 하와. 잘 마실게.”
그는 그러면서 차를 슬쩍 들어 올렸다. 그 순간 달달한 향이 건우의 후각을 급습했다.
‘녹는다, 녹아.’
먹지 않고 코로 향만 맡았을 뿐인데도 달달함이 느껴지는 듯했다. 이번에 채취한 바위벌꿀로 만든 꿀차는 유독 달달한 향이 강했다.
하지만 어머니나 건우가 꿀차를 타면 이 정도 달달한 향은 절대로 나지 않았다.
‘하와가 타서 향이 강한 건가?’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가볍게 꿀차를 마셨다.
“응!?”
그는 입가에 느껴지는 걸쭉함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입안에 퍼지는 달달한 풍성함에 두 번 놀랐다.
건우는 잠시 황홀경을 맛보다가 아직도 조윤아에게 안겨 있는 하와에게 물었다.
“하와야. 대체 바위벌꿀을 얼마나 넣은 거야?”
그 물음에 하와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양팔을 크게 펼쳤다.
“하왓!”
아주 많이 넣었다는 소리였다. ***
바위벌꿀차인지, 바위벌꿀에 뜨거운 물을 조금 넣은 것인지 모를 것을 다 마신 건우는 다시 조윤아와 일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가 품 안에서 작은 유리병을 꺼냈다.
조윤아가 그것을 보고서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머? 그건 뭔가요? 물방울 다이아몬드?”
건우는 그 물음에 슬쩍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 마정석이야.”
“마정석이요? 이것들이요?”
“응. 한번 봐주겠어?”
건우가 그렇게 말하자, 조윤아가 바위벌 마정석이 든 병을 들어서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건우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꺼내서 살펴봐도 될까요?”
“물론이지.”
건우의 허락이 떨어지자 조윤아가 바위벌 마정석을 하나 꺼내서 손바닥 위에 놓았다. 그리고 잠시 그것을 확인하더니 감탄사를 터뜨렸다.
“와. 이건우 님. 이 마정석은 어떻게 얻으신 거예요? E급에 크기가 작긴 하지만 마력이 너무 정순해요.”
건우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뜸을 들이다가 대답했다.
“사실, 그거 바위벌들이 죽고 남긴 것들이야.”
그 대답을 들은 조윤아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바위벌이 남긴 마정석이라고요?”
“응. 맞아.”
“그래요? 바위벌이 마정석을 지닌 몬스터였던가?”
조윤아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잠시 생각에 빠졌다.
건우는 잠시 그녀가 생각할 시간을 주고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상품성이 있을까?”
그 물음에 조윤아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있긴 있는데, 아무래도 동급의 것보다 상품성이 떨어질 것 같아요.”
아무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렇게 작은 마정석이 들어가는 제품은 많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너무 작다 보니 가공에도 어려움이 많을 것이 분명했다. 여러모로 상품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건우가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역시 그렇지?”
“네. 그런데 이 투명하게 빛나는 것 때문에 상품성이 더 뛸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해요.”
“오, 그래?”
“네. 딱 봐도 아름답잖아요. 조금만 가공해서 액세서리에 박으면······.”
조윤아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갑자기 상품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신비술사로서의 직업병이 도진 것이다.
그러다가 눈을 반짝이면서 건우에게 물었다.
“이 마정석 더 구할 수 있나요?”
“응? 아무래도 구할 수 있겠지? 많이는 못 구하겠지만.”
건우의 대답을 들은 조윤아가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곧 다시 기운을 차리면서 물었다.
“혹시 이 마정석, 저한테 맡겨 보시겠어요?”
“너한테?”
“네. 뭔가 작품이 나올 것 같거든요.”
그녀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눈을 번뜩였다. 그 기세가 상당해서 건우는 절로 주눅이 드는 느낌이었다.
건우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그렇게 해.”
“고마워요!”
그렇게 처음으로 수확한 바위벌 마정석은 조윤아에게 넘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