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 Farmer RAW novel - Chapter (69)
건우는 신비술사 조윤아에게 바위벌 마정석을 맡기고 난 이후, 평소처럼 농사일에 집중했다. 그러던 중에 꽤나 의미 있는 일이 벌어졌다.
「아름의 열매 – S급.
농사의 정령과 던전의 정령의 관리를 받은 아름의 열매. 던전 농지의 기운을 듬뿍 머금었다. 기적과 같은 발모 효능을 지니고 있다. 기적과 같은 뼈 성장 효능을 지니고 있다. 섭취 후, 1회 한정이지만 영구적으로 체력 +5, 마력 +3.
★부작용에 유의할 것. 가공 후에 섭취 권장.」
아름이 수확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잘 자라 줬다.’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모든 농업인들이 다 비슷할 테지만 농사를 지을 때, 가장 보람을 느끼는 것은 역시 잘 자란 농작물을 볼 때였다. 지난 몇 개월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으니, 보람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작은 농사꾼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와와!”
“너무너무 잘 자랐답니다!”
“뀽!”
환호하는 하와와 엘, 뀨뀽이.
갸, 갸웅!
가온이만 슬슬 눈치를 보면서 분위기에 맞춰 좋아했다.
건우는 그 모습이 너무 눈에 띄어서 피식 웃어 버렸다.
‘하긴 가온이는 잘 모르겠지. 농사를 지어 본 적이 없으니까.’
직접 지은 농작물의 결실을 보는 것과, 이미 지어져 있는 농작물의 결실을 보는 것에는 하늘과 땅 차이가 있는 법이었다. 그것을 알기에 건우는 가온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가온이의 귀여운 눈치 보기를 못 본 척, 화제를 넘겼다.
“자, 그럼 오늘은 아름을 수확하는 날로 하자. 좋지?”
“하와!”
“좋답니다!”
하와와 엘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재빨리 스스로 할 일을 찾아서 흩어졌다. 이제는 뭐가 필요한지 미리부터 알고 준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뀨뀽이와 가온이는 난처한 듯 제자리에서 우물쭈물했다.
“뀽······.(나는 도와줄 수가 없다뀽······.)”
갸웅.
아무래도 둘은 신체 구조가 다르다 보니 하와나 엘처럼 큰 도움이 될 수 없었던 것이다. 건우는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기에 둘을 다독였다.
“괜찮아. 그냥 도와준다는 마음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뀨뀽!(그래도 도와주고 싶다뀽!)”
갸웅!
건우는 뀨뀽이와 가온의 의지를 느끼고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나서 물었다.
“그럼 둘이 함께 힘을 합쳐서 도와주면 어때?”
“뀽?(둘이서뀽?)”
갸웅?
건우의 말에 뀨뀽이와 가온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잠시 후, 건우를 다시 쳐다보면서 다른 반응을 보였다.
“뀽!?(얘랑 같이하라뀽!?)”
갸옹!
깜짝 놀라서 되묻는 뀨뀽이와, 기쁘게 받아들이는 가온.
건우는 둘의 상반된 반응을 보면서 볼을 긁적였다.
‘아무래도 뀨뀽이한테는 힘들려나?’
지난번에도 확인했지만 웬만한 몬스터는 가온이 앞에선 기를 펴질 못했다. 가온이가 딱히 뭔가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몬스터들이 가온을 피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뀨뀽이도 그런 몬스터였기에 지금까지 가온을 피해 다니고 있는 실정이었다. 솔직히 지금의 거리까지 가까워진 것만 해도 엄청난 발전이었다.
‘뀨뀽이도 충분히 노력하고 있어. 괜히 더 무리시킬 필요는 없지.’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이 한 말을 철회하려고 했다.
바로 그때였다.
“뀽.(해 보겠다뀽.)”
뀨뀽이가 두 앞발을 불끈 쥐면서 사뭇 비장한 표정으로 가온과의 협동을 천명했다.
건우와 가온이는 예상치 못한 뀨뀽이의 대답에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순간, 가온이 뀨뀽이에게 온몸을 던져서 껴안았다.
갸웅!
“뀽!(떨어지라뀽!)”
갸우웅~
“뀨웅!(핥지 말라뀽!)”
뀨뀽이에게 달라붙어서 할짝거리는 가온과 떨어지라고 밀치는 뀨뀽이.
건우는 놀란 표정을 서서히 풀면서 슬쩍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의외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이 될 것 같네.’
그는 그러면서 잠시 둘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둘이 어떻게 해야 한 조가 되어서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알려 준 후에, 아름 수확을 시작했다.
마침 하와와 엘이 다정하게 준비물들을 가져오고 있었다. ***
아름의 열매를 수확하는 건우.
그런 건우의 뒤로 수백의 바람의 정령들이 따르고 있었다. 녀석들은 섬세한 작업을 잘하지 못하는 관계로 건우가 하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건우가 어떻게 하는지 유심하게 관찰하면서 배워 가고 있었다.
‘기특하네.’
건우는 바람의 정령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면서 바람의 정령들이 잘 볼 수 있게 아름의 열매 하나를 톡! 하고 땄다.
‘나중에는 이 녀석들이 열매도 딸 수 있게 되는 걸까?’
교육과 경험을 통해서 성장하는 바람의 정령들.
건우는 얼마 가지 않으면 바람의 정령들뿐만이 아니라, 다른 정령들도 섬세한 작업을 할 수 있게 되리라고 생각했다.
‘그럼 또 내 할 일이 줄어드는 건가?’
그렇게 생각한 건우가 잠시 작업을 멈췄다. 그리고 밀짚모자를 고쳐 쓰면서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럼 좋지. 다른 작물을 키워 볼 여유가 생기게 되는 거니까.’
예전에 그는 주먹구구식으로 농사를 짓게 될까 봐 작물 종류를 늘리는 것을 경계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능력 밖에서 종류를 늘렸을 때였다.
지금처럼 땅도 더 늘어날 예정이고, 일손에 여유까지 생기게 되면 작물을 늘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물론 그렇게 되려면 정령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발전해야만 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건우는 잠시 입술을 핥으면서 눈을 번뜩였다.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은근히 흥분되는 마음을 진정시켜야만 했다. 지금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에 집중할 때였다.
그런데 그런 건우의 시선을 잡아 끄는 존재들이 있었다.
갸웅!
뀽!
가온과 뀨뀽이가 합심해서 일하는 모습이었다.
건우는 둘의 모습을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아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생각보다 잘하고 있네.”
현재 둘은 2인 1조가 돼서 아름의 잎을 따고 있었다.
가온이 잎을 살짝 물어서 딴 후에 뀨뀽이가 등에 메고 있는 바구니에 넣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바구니가 가득 차면 뀨뀽이가 바구니를 비우고 와서 다시 잎을 따는 식이었다.
효율은 극도로 떨어지지만,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듯이 생각보다는 작업에 도움이 되었다.
건우는 한동안 둘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가 한 가지 주의를 주었다.
“모든 잎을 다 따면 안 되는 거 알지?”
뀽!
갸웅!
힘차게 대답하면서 열심히 잎을 따는 녀석들. 무섭게 집중하고 있어서 말을 걸기가 무서울 정도였다.
건우는 만족하면서 둘에게 파이팅을 외치고 다시 작업에 열중했다.
그러면서 방금 둘에게 했던 주의에 대해서 떠올렸다.
‘과연 꽃이 다시 자랄 수 있을까?’
현재 뀨뀽이와 가온에게 생생한 잎들은 따지 말고 남겨 두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그 주문은 하와와 엘에게도 똑같이 한 상태였다. 그 이유는 아름의 잎을 남겨 두고 아름이 ‘무한꽃차례’ 식물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쉽게 말해서 꽃을 여러 번 피워서, 열매를 여러 번 맺는 식물인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분명 나이트 씨한테 받은 아름 재배 방법에는 아름이 무한꽃차례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지. 그 방법으로는 성과가 영 좋지 않았다고 했지만······.’
나이트가 넘겨준 아름의 재배 방법은 건우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그가 넘겨준 자료는 완벽한 방법은 아닐지라도 건우보다 오랜 시간 데이터를 축적한 것이라, 건우에게 필요한 정보도 있었던 것이다.
‘웬만하면 두 번, 세 번 일하지 않게 꽃이 여러 번 달리면 좋겠다.’
그러면 2모작, 3모작을 안 해도 고추나 토마토처럼 여러 번 수확할 수 있어서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았다. 아름이 성장하는 시간을 아낄 수 있었고, 무엇보다 값비싼 프람망고 사체를 몇 번씩이나 리필(?)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황을 봐서 이번 겨울에는 아름의 대궁(대)을 베지 말고 놔둬 봐야겠어.’
아름이 한국의 혹독한 겨울을 버틸 수 있는 종류의 여러해살이 식물인지 확인해 볼 셈이었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지난겨울에 보니, 가망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겨울은 못 버틴다고 해도 꽃만 여러 번 달려 준다면 대박이지.’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아름의 열매를 따서 바람의 정령들이 들고 있는 바구니에 넣었다. 바구니에는 어느새 아름의 열매가 한가득이었다.
***
이제는 옛말일 수도 있지만, 지금도 포식자라고 불리는 민서린이 바위벌 양봉 실험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녀는 바위벌 양봉에 성공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건 반쪽짜리 성공일 뿐이야.’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바위벌 양봉 실험장에 가까이 다가갔다. 강화유리 너머로 바위벌들이 민서린을 보자마자 턱을 조였다가 풀면서 위협적인 턱짓을 보였다.
그 모습을 본 민서린이 뒤로 물러나면서 안경을 벗었다. 그리고 미간을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면서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도저히 저 공격성을 없애지 못하겠어. 저 공격성만 없애면 완벽한데······.’
그녀는 워블랑 돌쇠의 힘을 빌려서 누구보다 빠르게 바위벌 사육에 성과를 내고 있었지만, 결국 다른 몬스터 사육에 성공한 이들의 한계에 부딪혀 버렸다.
바로 일반인은 몬스터를 사육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었다. 아니, 일반인뿐만이 아니라 웬만한 초인들도 몬스터를 사육할 수 없었다. 너무 위험했기 때문이다.
‘이건 결국 몬스터를 그냥 감금해 놓은 것뿐이야.’
물론 그렇게 키우는 것도 사육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바라고, 다른 몬스터 사육 연구자들도 바라는 것은 그런 사육이 아니었다.
일반인도 비교적 안전하게 몬스터를 사육할 수 있게 되어야만 그들이 원하는 사육이었다. 쉽게 말해서 몬스터를 가축화시키는 것이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였다.
‘어렵다. 어려워. 대체 신화그룹은 어떻게 바위벌 양봉에 성공한 것일까?’
신화그룹은 현재 공식적으로 바위벌 양봉에 성공했다고 발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신화그룹이 강원도 횡성 묵계리를 바위벌 양봉 마을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었다.
실제로 묵계리 근처에 가면 바위벌들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도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멀어지는 순한 바위벌들이었다.
이는 바위벌의 공격성을 완벽하게 제어했다는 뜻이었다.
‘들어 보니까 정수찬 레스토랑에서 그 결과물로 만든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거기까지 생각한 민서린은 안경을 다시 쓰고서 실험장을 나섰다.
휴게실로 돌아가자 거기에는 워블랑 돌쇠가 배를 까고 쿨쿨 자고 있었다.
“이 녀석은 맨날 잠만 자고······.”
민서린은 괜한 심술이 나서 까치발을 들고 돌쇠에게 살며시 다가갔다. 그리고 녀석의 배를 사정없이 쓰다듬었다. “이놈. 이놈! 기분 좋아져라!”
냐아~ 냐앙!
기분 좋아지는 공격(?)에 깜짝 놀라서 잠에 깬 돌쇠는 민서린을 보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면서 뒷발로 민서린의 손을 밀어냈다.
“어쭈?”
민서린은 그 모습을 보면서 돌쇠를 안아 들었다. 그리고 입술을 쭉 내밀고 돌쇠한테 뽀뽀 세례를 내리려고 했다.
꾹.
그때, 돌쇠가 앞발로 그녀의 입술을 막아 냈다.
잠시 고개를 뒤로 빼는 민서린. 하지만 곧 다시 입술을 디밀었다.
꾹.
다시 앞발로 그녀의 입술을 막는 돌쇠.
민서린은 그게 재밌었는지 몇 번을 더 그렇게 반복했다. 결국 돌쇠가 한숨을 내쉬면서 몸을 비틀어서 그녀의 손아귀를 완전히 벗어났다.
민서린이 아차 싶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앗! 돌쇠. 너 자꾸 뽀뽀 안 해 주고 도망칠래?”
냐앙!
돌쇠는 고개를 홱 돌리면서 관심 없다는 의사 표현을 명확히 했다. 그리고 자신의 전용석인 높은 캐비닛 위로 올라갔다.
거기에는 웬 스마트폰이 있었는데, 돌쇠는 그것을 앞발로 꾹 눌러서 켰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자연스러워 보였다.
민서린이 그 모습을 보면서 물었다.
“돌쇠야. 또 미튜브 볼려고?”
냐앙.
“그러지 말고 나랑 놀자. 요즘 자꾸 미튜브만 보더라? 나랑 놀아 줘~”
그녀의 투덜거림에 돌쇠는 대꾸도 하지 않고 귀찮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면서 능숙하게 앞발을 이용해서 미튜브에 접속했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 재밌게 보고 있는 채널을 찾아 들어갔다.
그 순간이었다.
[채널 관리자가 당신을 차단하였습니다. 채널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차단 이유 : 악성 댓글.]냥!?
돌쇠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그러면서 자기가 언제 악성을 댓글을 썼냐며 억울해했다. 돌쇠는 그저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댓글에 남겼을 뿐이었다.
동영상에 나오는 몬스터가 통통해서 먹음직스럽다고 썼을 뿐인 것이다.
냥냥!
하지만 아무리 화를 내도 차단이 풀리는 일은 없었다.
결국 돌쇠는 다른 방안을 찾아낼 수밖에 없었다. 돌쇠의 시선이 민서린에게로 향했다.
민서린은 돌쇠에게 삐져서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었다.
“흥, 나도 미튜브 보면 된다, 뭐.”
그녀는 그렇게 투덜거리면서 자신이 자주 보는 영상을 보려고 했다.
그때였다.
그녀의 어깨에 사뿐히 올라탄 돌쇠가 돌연 그녀의 볼에 자신의 얼굴을 비비기 시작했다.
냐아~
“뭐냐? 뭔데 갑자기 친한 척이냐? 낯설다, 너?”
냐아앙~
간드러지는 울음소리.
결국 민서린은 피식 웃으면서 물었다.
“원하는 게 뭔데?”
냥!
“그래그래. 봐라, 봐. 아니, 같이 보자.”
민서린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돌쇠는 신기에 가까운 터치감으로 채널 하나를 찾아들었다.
민서린이 채널 이름을 조용히 읊조리듯 읽었다.
“뀽튜브?”
그렇게 민서린은 처음으로 뀽튜브와 만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