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 King went to school RAW novel - chapter 111
구원자는 악마를 향해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그가 자세를 잡자 그의 주위를 따라 거친 물결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 거친 물결은 구원자의 몸을 타고 흘러 그의 주먹으로 모이더니 이내 거칠게 터져 나오며 분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구원자는 자신의 거대한 주먹을 날렸다.
푸콰과아앙!
마치 거대한 해일의 충격을 한곳에 모아 둔 것만 같은 일격.
구원자가 날린 주먹은 마치 공간을 부숴 버릴 듯한 위력으로 악마를 강타했다.
그 무엇이 와도 살아남기는 어려워 보일 듯한 구원자의 일격.
주위가 모두 붉은색을 띠던 지옥은 구원자의 일격에 순식간에 푸른빛이 맴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단 한 군데만큼은 여전히 너무나도 붉었다.
“역시…… 보통내기는 아니군.”
그건 바로 구원자의 주먹을 정통으로 받아 낸 악마의 한쪽 손이었다.
악마는 정령들의 일격을 막아 낸 것과 같이 한 손을 뻗어 구원자의 주먹을 막아 냈다.
한쪽 손은 여전히 내 어깨에 박혀 있었기에 다른 손으로 구원자의 주먹을 막아 낸 악마.
…….
그 녀석의 표정은 빌어먹게도 평온했다.
“하하! 역시…… 보통내기는 아니야!”
하지만 구원자는 자신의 일격이 손쉽게 막혔음에도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
내가 그런 그를 의아한 표정으로 응시하던 바로 그때.
구원자는 자신이 쓰고 있던 하얀 가면을 살며시 벗었다.
그리고 드디어 드러낸 자신의 맨얼굴과 함께 호탕한 목소리로 외쳤다.
“어이. 새 정령사! 지금 있었던 일은 세상에는 비밀이다!”
그가 무엇을 보여 줄 것인지 과연 그의 전력은 어느 정도일지.
나는 그에 대해 궁금한 것이 분명 많았다.
하지만 그의 맨얼굴을 보는 순간, 그 궁금증은 눈 녹듯 사라지고 말았다.
그를 바라보며 드는 생각은 이것 하나뿐이었으니까.
…….
‘아버지……?’
할머니 댁에서 아버지의 사진을 가져온 뒤로 나는 그 누구보다 아버지 얼굴을 잘 기억하는 사람이 되었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얼굴이기에 더욱 기억에 새겼는데.
어떻게 구원자 당신이 그 얼굴을 하고 있는 거지.
나는 구원자의 맨얼굴을 바라보며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엄청난 충격을 받아서일까 더 이상 어깨의 고통은 내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난 하도 고통을 참느라 피가 범벅된 입술을 한 채 구원자를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 당신이 설마……!”
하지만 나는 질문에 대한 답을 듣지 못했다.
내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악마가 그에게 다가갔으니까.
“…….”
구원자의 전력이 담긴 기척을 느낀 악마는 순식간에 내 몸에 박힌 그의 손을 빼낸 뒤 구원자를 향해 느린 걸음을 옮겼다.
“좋아. 시원하게 하자, 이거구만!”
구원자 역시 자신의 몸을 풀며 악마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저건…….”
악마에게 다가가는 구원자의 걸음이 가까워질수록 그의 몸 주위에는 거친 물줄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내 그 물줄기는 마치 그를 섬기듯 그의 주위를 감싸기 시작했고 나는 그런 구원자를 바라보며 나와 같은 느낌을 느꼈다.
‘말하지 말라는 건 이걸 말하는 거였나.’
그를 아는 아주 일부의 세상은 그를 최초의 정령사라고 기억한다.
하지만 아주 일부인 그들조차 그의 정체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있었다.
구원자.
그는 정령사가 아니다.
나와 같은.
“자, 물의 정령왕. 엘시드가 명한다. 집어삼키자고.”
정령왕이다.
‘잠깐. 엘시드라니. 내 선대 물의 정령왕의 이름이…….’
한꺼번에 수많은 사실을 알게 되어 머리가 어질거렸다.
지금 당장이라도 모든 퍼즐 조각을 맞추고 싶은 느낌이 들었지만, 지금 당장은 그럴 수 없을 터.
구원자가 빠르게 저 악마를 쓰러트리는 걸 바라야겠네.
나는 그렇게 꿰뚫린 어깨의 상처를 지혈하며 악마와 구원자를 나지막이 응시했다.
그리고 잠시 뒤, 결국 온몸에 붉은색을 띤 악마와 푸른빛을 두른 구원자가 서로의 앞에 멈춰 섰다.
그 둘은 아무 말도 없이 서로를 나지막이 응시하더니 이내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악마는 마치 피로 만들어진 것 같은 붉은색의 검을 손에 쥐었고 구원자 역시 마치 흐르는 물로 이루어진 듯한 푸른빛의 검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이어진 잠깐의 침묵 후.
그 둘의 전투는 시작되었다.
…….
콰광!
순식간에 앞으로 도약한 구원자와 악마의 검이 맞부딪쳤다.
분명 검이 맞부딪쳤을 텐데 주위에는 마치 거대한 운석이 부딪치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이내 그들의 검은 그들의 힘을 이겨 내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하지만 그들에게 검은 그저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일 뿐.
검이 부서진 악마와 구원자는 드디어 자신들의 진가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집어삼켜라!”
먼저 자신의 전력을 쏟은 건 구원자였다.
그는 자신의 한 손을 앞으로 쭉 뻗은 뒤 호탕한 목소리로 주위의 물을 지휘했다.
그의 말을 들은 물결은 순식간에 거대한 맹수의 모습을 한 채 악마를 한입에 집어삼켰다.
크워어어어!
푸른빛이 넘실거리는 구원자의 맹수는 악마를 한입에 집어삼킨 뒤 거대한 포효를 터뜨렸다.
하지만 악마 역시 그리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었다.
순식간에 붉은 빛을 몸에 감싼 악마는 거친 포효를 내지르는 물의 맹수의 입을 찢고 나와 모습을 드러냈고 이내 자신의 몸을 감싼 붉은 빛을 폭발시키기 시작했다.
그러자 악마의 몸에서 터져 나온 붉은 빛은 날카로운 날붙이가 되어 주변의 공기를 꿰뚫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구원자에게 날아가 그의 주위에 흐르는 물결을 마구 헤집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스친다면 타들어 가는 고통을 느낄 것이 분명한 악마의 피.
하지만 구원자의 주위에 흐르는 물은 순식간에 피를 정화시키기 시작했다.
악마의 피로 인해 구원자 주위에 흐르던 물결이 잠시 붉게 물들었지만, 그가 기합을 지르며 정신을 집중하자 순식간에 물은 다시금 푸른빛을 되찾았다.
그리고 구원자는 악마의 공격을 막아 낸 직후에 반 박자 빠른 공격을 퍼부었다.
“마지막 일격이다!”
순식간에 거친 푸른 빛을 뿜으며 악마의 코앞까지 다가간 구원자는 자신의 양손을 앞으로 쭉 뻗으며 악마의 얼굴을 조준했다.
그리고 이내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양손에서 엄청난 위력의 물줄기를 쏟아 내기 시작했다.
“끝이다!”
푸화아아아아!
마치 니아이스의 물대포.
그 이상을 웃돌고도 남을 정도의 위력을 가진 물줄기가 악마의 머리에 명중했다.
엄청난 위력의 물줄기가 악마의 머리를 쓸어버리자 악마의 머리에서 흘러나온 붉은 피가 공중에 튀었다.
그리고 이내 그것의 붉은 피가 바닥에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하자 구원자는 나지막이 자신의 손을 내려 물줄기를 거둬들였다.
“끝이구만…….”
구원자의 물줄기가 잦아들자 그 자리에 남은 건 흥건하게 젖은 지옥의 바닥과 바닥에 흩뿌려진 악마의 피.
그리고 머리의 절반이 날아간 악마의 모습이었다.
‘저게 악마인가…….’
악마는 악마라는 이름답게 머리의 반이 날아갔음에도 굳건히 두 다리로 서 있었다.
하지만 머리의 반이 날아간 이상 승패는 결정된 거나 다름없을 터.
구원자는 반 이상 날아간 악마의 머리를 응시하며 몸에 잔뜩 들어갔던 힘을 풀었다.
하지만 그는 악마라는 존재를 간과했다.
머리가 반 이상 날아가면 보통 숨이 끊겼다고 보는 것이 맞지만 그것의 숨이 완전히 끊긴 걸 확인하지 않았으니.
…….
악마는 아직 남아 있는 반쪽짜리 눈을 떴다.
“아니…… 이게 무슨!”
구원자가 몸의 힘을 풀고 자세를 고쳐 서던 바로 그때.
악마의 반쪽짜리 눈이 그를 응시했고 이내 악마의 양손이 그의 복부를 꿰뚫었다.
“치유해라……! 어서!”
죽었다고 생각한 악마에게 자신의 복부가 찔리자 구원자는 흠칫 놀라며 치유를 펼쳤지만, 악마는 그 이름값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푹. 푹. 푹. 푹.
머리의 반이 날아갔음에도 악마는 더욱 집요하게 구원자의 복부를 찔러 댔고 이내 구원자의 치유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그를 상처 입히기 시작했다.
결국, 잠시 뒤 그의 치유 속도가 상처 입는 속도를 이겨 내지 못하기 시작했고 구원자는 입에서 붉은 피를 왈칵 토해 내며 거친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이제…… 죽는 건가……. 아직 나는 죄인인데…….”
그렇게 구원자가 옅어진 목소리로 마치 유언 같은 말을 중얼거리는 바로 그때.
희미해진 그의 시야 속 누군가가 그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당신은…….”
구원자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내 희미해진 시야 속 마지막 남자를 불렀고 이내 그 남자는 아주 차가운 목소리로 구원자의 말에 답했다.
“증명하죠. 구원자, 선대 정령왕. 그리고.”
…….
“아버지.”
■ 제112편 지옥 (3) □
“그게 무슨…….”
구원자는 가빠진 호흡과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의문을 전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구원자를 감싸던 푸른 물결은 점점 흐려지고 탁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구원자의 눈동자 속 초점 역시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나도…… 늙었구만…….”
그렇게 구원자는 계속해서 쌓인 엄청난 충격 때문에 정신을 잃었고 그를 감싸던 푸른 물결은 모두 연기처럼 사라졌다.
하지만 악마는 그럼에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것의 날카롭고 붉은 손날은 마치 마지막 일격을 준비하듯 공중에서 그 자태를 드러냈고, 이내 그것의 예리한 손날이 구원자의 살결을 스치기 시작했다.
전직 정령왕이라는 거대하고 위대한 칭호를 받았음에도 역시 세월에는 장사가 없는 것일까, 악마의 손끝에 베인 구원자의 살결은 힘없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악마의 손끝이 갈라진 구원자의 살결 속으로 들어가 그의 심장을 움켜쥐려던 바로 그 순간.
촤아아아…….
구원자의 몸 주위에 푸른 빛이 맴돌기 시작했다.
“……!”
악마는 구원자의 주위에 생긴 푸른 빛을 확인하자마자 흠칫 놀라며 서둘러 구원자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구원자의 주위를 감싸던 푸른 빛은 이내 거대한 거품을 만들어 내더니 그 안에 구원자를 가두고 보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구원자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
악마는 여전히 굳은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지만, 그것은 지금 이 상황에 대해 엄청난 의문을 품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판단한 구원자를 의식 불명 상태까지 끌고 갔으니 더 이상의 위험 요소는 없어야 할 터.
거기다가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저 정도의 위력을 가진 푸른 빛을 방출할 리도 없고 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악마는 한 가지를 간과했다.
나를 인간 상태의 강호로만 생각한 것.
그랬으니 나를 별로 경계하지 않았던 것이겠지.
하지만 내 전력은 이 모습이 아니다.
…….
지금이다.
반응해라. 목걸이.
촤화아아아!
목걸이에서 푸른 빛이 폭발하듯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여태까지와는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힘이 내게 흘러들어 오기 시작했다.
“이건…….”
여태까지는 내 목숨이 위태로울 때 목걸이가 힘을 빌려준 것이라면 지금 내게 흘러들어 오는 이 힘은 그것과는 비교가 불가능한.
…….
목걸이가 나를 주인으로 인식한 것만 같은 힘이다.
지금까지 정령왕의 돌은 내게 엘림의 힘을 빌려주었다.
물론 빌려준다는 것은 정령왕의 힘을 온전히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지만, 엘림의 힘은 그 정도만 있더라도 압도적인 수준을 자랑했다.
그런데 지금 느껴지는 이 힘.
지금까지 내가 빌려 왔던 엘림의 힘을 마치 하급 정령의 수준으로 만들 정도의 힘이 느껴진다.
…….
이게 진정한 엘림의 힘이었던 건가.
무서울 지경이군.
‘기억을 되찾은 것에 대한 보상인가.’
아직 몸은 한낱 인간이지만 엘림 시절의 기억을 되찾은 내게 정령왕의 돌은 반응하기 시작했다.
목걸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 빛은 순식간에 넘실거리는 물결로 바뀌어 내 주위를 감싸기 시작했고 이내 차가운 감각이 내 전신을 웃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모습 역시 뒤바뀌기 시작했다.
“시야가 달라지다니.”
키가 170cm를 겨우 웃도는 인간의 몸과는 달리 지금 내 시야는 훨씬 높은 곳을 웃돌고 있었다.
지금 내 모습을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인간의 몸으로는 엘림의 온전한 힘을 받아들일 수 없을 테니.
…….
내게 정령왕의 몸까지 허락한 건가.
나는 그렇게 엘림의 형태와 엘림의 힘까지 갖춘 채 눈을 지그시 감았다.
마치 엘림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
나는 그 상태로 지그시 눈을 뜬 뒤 저 멀리서 나를 경계하는 악마를 응시했다.
악마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 얼굴에서 느껴지는 살의를 읽었다.
그리고 이유 모를 연민도 느껴졌다.
터벅. 터벅.
나는 쓰러진 구원자를 뒤로하고 악마를 향해 천천히 느린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악마는 그런 나를 가만히 서서 응시할 뿐 별다른 행동은 취하지 않았다.
“워터 소드.”
나와 악마의 거리가 서로의 눈빛이 오갈 정도까지 가까워졌을 때 나는 나지막이 한 손에 워터 소드를 만들어 냈다.
오랜만에 만져 보는 워터 소드의 감각은 여전히 서늘하고 차가웠고 나는 그 워터 소드를 고쳐 잡았다.
그리고 나지막이 읊조렸다.
“죽어라.”
촤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