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 King went to school RAW novel - chapter 110
모래바람이 걷히자 내 눈에 들어온 건 그저 엄청나게 광활한 황야뿐이었다.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구원자에게 물었다.
“여긴 어디죠.”
낯선 풍경에 두리번거리는 나와 달리 구원자는 마치 잘 찾아왔다는 듯이 어딘가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내 말에 답했다.
“텍사스.”
“텍사스라니. 여긴 왜 온…….”
난데없이 나를 텍사스로 데려온 이유가 궁금했기에 나는 구원자에게 그 물음에 대한 답을 들으려 했다.
하지만 내가 그에 대한 질문을 던지려던 바로 그때.
난 스스로 그에 대한 답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저것 때문인가.”
광활한 텍사스 황야에는 땅에 굴러다니는 몇 개의 가시덤불과 공중을 메우는 자욱한 먼지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니, 그것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저 자욱한 먼지 사이로 힐끔힐끔 보이는 낯선 불빛.
그것은 아무리 봐도 황야의 주유소 불빛 같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느껴지는 거대한 기척.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이렇게 먼지가 자욱한 이유는 바로 저것 때문인 것 같았다.
-호야…… 눈 매워…….
나는 먼지바람에 양손으로 눈을 가리고 있는 정령들을 내 품속으로 넣은 뒤 구원자를 향해 말했다.
“빠르게 움직이죠.”
“화끈하군. 맘에 들어.”
구원자는 그런 내 말에 호탕하게 한 번 웃더니 이내 앞장서서 그 의문의 기척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나 역시 그의 옆에 나란히 서 먼지바람을 뚫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이내 불빛이 내 눈을 확실히 비추기 시작하자 난 그 의문의 기척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를 데려온 이유가 있네.”
내가 여태까지 본 게이트들은 그래도 한눈에 담기는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미국은 뭐든지 크다는 게 게이트에도 적용이 되는 걸까.
광활한 텍사스 황야를 메우고 있는 저 불빛의 정체가 게이트라는 건 예상했지만, 저 정도로 거대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빌어먹게 크네.
텍사스 황야에 출몰한 이상 게이트는 마치 영화에서나 볼 법한 천계 혹은 마계를 잇는 문 같은 거대한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내보내는 진동은 보통 게이트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하지만 보통 게이트처럼 지면을 울리게 하는 것이 아닌 상공에 진동을 퍼트리고 있었고 그것이 바로 이 엄청난 먼지바람을 만들어 낸 이유였다.
뭐, 그건 중요치 않고.
“먼저 안 갈 거면 제가 갑니다.”
나는 이상 게이트 앞에 멈춰 선 구원자에게 툭 내던지듯 말했다.
그러자 구원자는 나를 바라보고 손의 관절을 꺾기 시작했다.
뚜둑–
마치 철교와 철교가 부딪쳐 깨지는 듯 거대한 소리.
도저히 인간의 관절을 꺾는 소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소리가 황야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정령사가 무투도 갈고닦은 건가.’
나는 그런 구원자를 몰래 흘겨봤고 구원자는 몸의 모든 관절을 다 꺾어 풀더니 이내 홀가분해진 몸과 함께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게 말했다.
“증명할 시간이다. 내가 너에게. 그리고 네가 나에게.”
“압니다.”
“좋아. 아주 화끈해!”
그렇게 나와 구원자는 서로 눈빛조차 교환하지 않았지만,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이상 게이트 안으로 몸을 내던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 게이트 역시 여태까지 파훼했던 이상 게이트처럼 손쉽게 혼자서 파훼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구원자는 나를 이 게이트로 데려왔다.
그 말인즉슨 정령사가 둘이나 필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진…….
…….
냉정함을 유지하라.
* * *
“빌어먹게 눈부시네.”
게이트 속의 풍경은 겉모습과는 다른 엄청난 이질감이 느껴졌다.
마치 정말 천국에 온 듯 하늘에서 밝게 내리쬐는 빛과 새하얀 풍경.
그리고 구름을 밟는 듯한 푹신한 지면.
잠깐이지만 이 게이트는 마치 천국이라고 생각이 들 만큼이나 평화롭고 또 밝았다.
“겉모습과는 다르군.”
구원자 역시 예상과는 다른 게이트 안 풍경에 신기해하며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로 그때.
우리를 비추던 밝은 빛이 점점 꺼져 가기 시작했다.
마치 달이 태양을 가리듯 하늘에서 내리쬐던 밝은 빛은 점점 사라져 주위는 어둠에 물들기 시작했고 나와 구원자는 본능적으로 주위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천국과 지옥은 정말 한 끗 차이였다.
“어이.”
“압니다.”
-호야…… 무서워…….
-인간…… 왜 어두워졌어……?
-히…… 히끅…….
정령들은 갑자기 어두워진 주위에 잔뜩 겁먹어 떨기 시작했다.
그중 특히 겁이 많은 노움은 벌써 글썽글썽한 눈물을 눈가에 머금고 있었고 나는 그런 정령들을 품 안에 안으며 달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령들을 달래는 도중에도 내 눈은 계속해서 주위를 경계했다.
“정령들을 엄청 아끼는구만.”
“정령사니까요.”
구원자는 정령들을 품 안에 안은 나를 보고서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그렇게 어둠이 모든 빛을 집어삼킨 그때.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구원자에게 말했다.
“당신도 슬슬 정령을 꺼내는 게 좋을 텐데요.”
기분 나쁜 기척이 사라진 빛과 함께 생겨나기 시작했기에 나는 서둘러 구원자에게 정령을 꺼내라 말했다.
하지만 구원자는 내 말에 대꾸조차 하지 않은 채 어딘가를 응시할 뿐이었다.
“정령을 꺼내는 게 좋을 것 같다니…….”
콰광!
내가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천국은 지옥으로 완벽히 탈바꿈되어 버렸다.
한 줄기의 빛조차 남아 있지 않은 게이트 안은 어둠으로 가득 찼고 이내 붉은색의 혈흔이 바닥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혈흔은 마치 쏟아진 피처럼 바닥에 붉은 웅덩이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 붉은 웅덩이에서 무언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마치……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얘들아, 괜찮아?”
나는 본능적으로 그것이 완전히 웅덩이 밖으로 나오기 전에 저지해야 한다고 느꼈고 이내 서둘러 정령들을 준비시키기 시작했다.
-으응……. 니아이스는 이제 괜찮아……!
-인간…… 나는 멀쩡했다구!
-히…… 히끅…… 저…… 저도 괜…… 괜찮아요…….
정령들의 마음속에 공포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닌 것 같았지만, 그래도 다행히 정령들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나는 그런 정령들을 내 품 밖으로 내보낸 뒤 각각 머리를 한 번씩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앞에 보이는 웅덩이를 향해 전력을 쏟아.”
-응! 알았어!
-알았어, 인간.
-네…… 네!
내 목소리에 정령들은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어 정신을 차린 뒤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
그리고 니아이스와 플레임은 힘차게 높은 상공으로 비행을, 노움은 땅에 나지막이 손을 짚었다.
‘셋, 둘, 하나.’
…….
‘지금.’
이어진 내 신호에 정령들은 마치 한 몸이 된 듯 자신의 전력이 담긴 일격을 한곳으로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푸화아아아아!
니아이스의 앙증맞은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친 물줄기와 플레임의 손에서 타올라 넘실거리는 거대한 불꽃이 상공을 가르며 웅덩이를 향해 솟구쳤고 지면에 생겨난 노움의 거대한 흙손은 사정없이 웅덩이를 내리치기 시작했다.
그 무엇이라도 그곳에 존재한다면 흔적조차 남지 못할 정도로 거칠고 엄청난 일격이었다.
…….
그런데 어째서 멀쩡한 거냐.
‘그만.’
그만하라는 나의 생각 공유 신호에 맞춰 정령들은 공격을 멈췄다.
정령들의 일격을 맞은 웅덩이는 이미 증발해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아직 공격의 후유증인 검은 연기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웅덩이에서 튀어나오려던 그것 역시 흔적도 남지 않고 사라진 것이 분명했다.
…….
잠깐 저건…….
나는 눈을 찌푸린 뒤 검은 연기가 서서히 걷히고 있는 웅덩이를 응시했다.
분명 웅덩이는 모두 증발해 사라졌다.
그런데 어째서 저것은 멀쩡한 거지.
어째서. 아니 어떻게.
‘저게 뭐지.’
검은 연기가 모두 걷히고 내 눈에 모습을 드러낸 건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는커녕 건재하게 서 있는 그 의문의 생명체였다.
그것은 건장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피부가 모두 붉었고 머리에는 두 개의 붉은 뿔이 솟아 있었다.
마치 악마와도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한 손을 앞으로 뻗고 있었다.
…….
한 손으로 그 모든 공격을 막아 낸 건가.
이런 빌어먹…….
…….
커헉!
분명 저 멀리 있었는데.
어떻게…….
1초, 아니 0.1초 전까지만 해도 저 멀리 있었던 악마는 순식간에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사정없이 자신의 손끝을 세워 내 어깨에 찔러 넣었다.
나는 고통에 신음하며 거친 숨을 뱉어 냈고 그대로 악마로 보이는 그것의 얼굴을 응시했다.
그리고 떠올렸다.
…….
이건 몬스터가 아니다.
■ 제111편 지옥 (2) □
게이트.
간단히 정의하자면 다른 차원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차원에서 넘어온 미지의 생명체들을 우리는 몬스터라고 이름 붙였고 어느 순간부터 게이트 안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몬스터로 치부되었다.
하지만 하나 간과한 것이 있었다.
몬스터라는 건 우리 인류가 그저 이름 붙인 것일 뿐.
실질적으로 게이트는 다른 차원을 잇는 문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아마 내가 들어온 이 게이트 속 차원은…….
지옥인 것 같다.
그리고 그 지옥에는 악마가 있기 마련.
내 어깨에 손끝을 찔러 넣은 저 미지의 생명체는 몬스터로 치부할 수가 없다.
…….
기척만으로도 신에 가까운 존재이니까.
“커헉…….”
한쪽 어깨가 완전히 꿰뚫린 나는 거친 신음을 토해 냈다.
그냥 손끝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거대한 장검에 찔린 듯한 타들어 가는 고통이 내 어깨를 태웠다.
나는 이를 악물며 고통을 참았지만, 꾹 다문 입에서 새어 나오는 거친 신음은 이것이 참을 수준의 고통이 아님을 의미했다.
“얘……들아…….”
나는 고통을 최대한 억제하며 내 어깨를 꿰뚫은 악마의 팔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그 상태로 눈을 굴려 정령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
젠장할.
-으으…….
내가 느낀 신에 가까운 기척은 아직 정신적으로 어린 하급 정령들에게 너무나도 치명적이었다.
그저 페로몬을 이용해 사기를 떨어트리고 공포심을 심는 카이메로와는 달리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저 악마는 존재만으로 주위의 공기를 무겁게 만들었다.
그래서 카이메로의 페로몬과는 달리 나는 공포심에 집어삼켜지지 않았지만, 정령들은 아니었다.
이 녀석들의 정신은 아직 어린 꼬마에 불과하니까.
-으으…… 무서워어…….
-흐윽…… 흐윽…….
니아이스와 플레임은 바닥에 웅크려 앉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둘의 눈에는 그렁그렁한 눈물이 맺혀 있었고 평소에도 겁이 많은 노움은 이미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나를 구해 줄 정령은…….
없다는 건가.
…….
그럼 이제 그가 나설 차례인가.
“당신도 증명해야 할 텐데.”
나는 내 어깨에 박힌 악마의 팔을 굳세게 붙잡았다.
그러자 악마는 고개를 갸웃 저으며 내 어깨 속으로 자신의 손을 더욱 깊이 박아 넣었고 나는 더욱 극심해진 고통에 신음했다.
하지만 바로 그때.
악마의 뒤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래.
여기 들어온 건 나뿐만이 아니거든.
그럼 당신.
실력 한번 봅시다.
푸화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