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 King went to school RAW novel - chapter 50
촤아아아…….
사실 나와 선생님의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미 저 진동 소리의 원인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잔잔하던 바다에 울리는 거친 진동 소리라면.
그거밖에 없지.
“왜 하필이면 여기에.”
…….
“게이트가.”
■ 제51편 이상 게이트 (1) □
온몸에 퍼지기 시작하는 엄청난 소름.
바로 지금,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 같던 바다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잔잔하게 일렁이던 바닷물은 격분(激忿)이라도 한 것인지 잔뜩 성을 내기 시작했고, 폭발하듯 갈라지는 바닷물 사이로 게이트가 그 거대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호야아…….
“니아이스, 나오지 마.”
-인간…….
“플레임. 너도.”
나는 니아이스와 플레임을 품 안에 넣은 채 고개만 돌려 게이트의 출몰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넓은 바다에 비해 게이트의 크기는 그렇게 거대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것이 바다에 끼치는 영향만큼은 실히 엄청났다.
바닷물이 격분한다는 표현이 단순한 표현이 아닐 정도였으니까.
“혹시 이것도 훈련인가요.”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고개를 돌려 선생님께 물었지만, 선생님의 얼굴은 훈련 따위는 절대 아니라는 듯이 굳어 있었다.
“정령들 데리고 뒤로 빠져.”
“저 혼자 빠질 수는 없죠.”
선생님은 내게 뒤로 물러서라는 손짓을 하셨지만, 나는 고개를 저으며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선생님이 내게 버럭 소리를 지르시기 시작하셨다.
“선생은 선생이야! 빨리 말 안 처들어?!”
“선생님…….”
사실 선생님은 전부터 알고 계셨다.
저 정제조차 되지 않은 어린 정령사가 여러 고난을 겪으며 성장한 자신보다 엄청난 강함을 가졌다는 것을.
하지만 ‘선생님’이라는 이름의 무게는 그렇게 가볍지 않았다.
아무리 자신보다 학생이 강하다는 걸 인정한다고 해도, 어쨌거나 학생을 지켜야 하는 건 선생님이니까.
학생과 선생님이라는 이름의 무게 앞에 강함 따위는 절대 우선시될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나는 선생님의 호통을 듣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곧이어 니아이스와 플레임을 둘러업고 바다 반대편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짜식……. 나란 것도 선생이라고…….”
선생님은 뒤로 빠지는 나를 확인하시고는 게이트를 바라보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하셨고, 이내 다른 선생님들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뚜르르…….
덜컥.
“다들 괜찮으십니까.”
“김 티처! 와츠 롱인가요? 잇츠 퍼킹 게이트!”
“현 위치에 미발견 게이트 열렸습니다.”
“여기도…….”
선생님이 건 전화의 정체는 다름 아닌 특별반 선생님들끼리의 단체 통화였고, 선생님들의 한마디가 오가자마자 지금 이 상황의 심각성이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바로 지금 전지훈련 장소에 출몰한 게이트는 하나가 아닌 네 개라는 것.
“현재 해변 A구역 미확인 게이트 발견. 다른 분들 브리핑하세요.”
“찰스, 김대호. 마운틴 C구역 미확인 게이트 발견.”
“엘리자, 이수진. 숲 A구역 미확인 게이트 발견.”
“김성, 이슬기. 해변 C구역 미확인 게이트 발견…….”
『미확인 게이트』
[보통 게이트가 출몰하면 가장 먼저 기관(KHA)에서 그것의 진위를 파악 후, 헌터들에게 게이트의 위치를 포함한 정보를 보낸다.하지만 드물게 기관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게이트가 출몰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게이트를 헌터, 혹은 민간인이 발견했을 경우 그 게이트를 『미확인 게이트』라고 부른다.]
“기관에 연락부터 하죠.”
“네. 제가 하겠습니다.”
미확인 게이트가 발견될 경우 가장 먼저 해야 하는 행동은 기관에 미확인 게이트를 신고하는 것이다.
김지혜 선생님은 기관에 미확인 게이트를 발견했다는 연락을 보내셨고, 순식간에 선생님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현 위치에 출몰한 게이트 파악 불가. 현재 위치로 헌터를 곧바로 파견하겠다.]역시 기관은 이곳에 출몰한 미확인 게이트들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고, 김지혜 선생님은 문자를 확인하신 뒤 다시 휴대폰을 귀 옆에 가져가셨다.
“기관에 연락했고, 곧 지원이 올 겁니다. 다들 맡은 학생들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주시고, 최대한 게이트에서 떨어지죠.”
“어…… 킴 티처?”
“무슨 일이죠. 찰스 선생님.”
“그때까지 웨이팅하기…… 힘들 것 같은데……?”
“그게 무슨…….”
…….
“뭐야.”
쿠구궁…….
키에에엑……!
게이트의 출몰 후 헌터가 게이트로 진입해야 하는 마지노선을 우린 ‘세이브 타임’이라고 부른다.
『세이브 타임』
[게이트의 출몰 직후 30분~3시간까지를 세이브 타임이라고 부르는데, 출몰 직후 30분까지는 게이트의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진입을 금하고, 출몰 후 3시간이 지나기 전까지는 헌터가 무조건 진입해야 한다.게이트가 열리고 3시간이 지나면 게이트 안의 몬스터들이 게이트의 차원을 찢고 순식간에 우리를 향해 넘어오기 시작하기 때문.]
그러나 지금 우리 앞에 열린 게이트들은 분명 열린 지 5분이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눈에 보이는 건 게이트 안에서 스멀스멀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몬스터의 체액.
지금 이곳에 열린 게이트들은 역시나 정상이 아닌 이상 게이트들이었다.
“젠장할……. 다른 곳 상황 브리핑하세요!”
“마운틴 C! 웨이팅하기 힘듭니다!”
“숲 A. 게이트 이상 신호 감지됩니다.”
“해변 C. 기다리기 힘듦.”
“해변 A.”
…….
“기다릴 수 없음.”
이곳에 출몰한 네 개의 게이트들은 모두 똑같은 이상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3시간은커녕 열린 지 5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게이트 안의 몬스터들이 차원을 찢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이는 기관의 지원 따위는 기다릴 시간이 없음을 뜻했다.
“젠장할…….”
이제 여기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단 두 가지다.
게이트 밖으로 몬스터가 뛰쳐나오는 걸 틀어막으며 언제 올지 모르는 지원을 기다릴 것이냐.
아니면.
어떤 위험이 도사릴지 모르는 저 게이트 안으로 들어갈 것이냐.
여기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이라면 전자가 무조건 옳다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거기 있던 모든 이들도 처음에는 전자가 옳다고 생각했었지만, 알다시피 이들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뛰어난 강함을 가진 A급 헌터들.
이대로 지원을 기다린다고 해도 자신들보다 강한 헌터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까지 저 게이트를 막을 수 있을 거라는 보장 따위도 우리에겐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끼리 들어가죠.”
결국, 김지혜 선생님이 총대를 메고 결단을 내리셨고, 다른 선생님들도 이에 기다렸다는 듯이 모두 같은 답을 내놓으셨다.
“옛 설.”
“알겠습니다.”
“확인.”
그렇게 선생님 넷은 각자 학생의 안전을 확보한 후 게이트로 뛰어 들어갈 준비를 시작하셨다.
하지만 그런 강함을 지닌 A급 헌터의 제자들이 그 상황을 멀리서 지켜볼 수만은 없는 법.
나를 포함한 학생들의 머릿속엔 선생님들만 보낼 생각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게이트 입성하실 거죠.”
“그래. 너는 정령들과 여기서 안전 확보를…….”
선생님은 내게 다가와 나와 정령들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려고 하셨지만, 나는 선생님의 말씀에 고개를 완강히 저으며 말했다.
“같이 가죠.”
“안 돼.”
하지만 선생님 또한 내 말에 완강히 고개를 저으셨고, 그때 내 어깨 위에서 니아이스와 플레임이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지혜야! 강호 말 들어! 거기 혼자 가면 되게 위험해!
-맞아 인간. 자존심 세우지 말라구.
사실 맞는 말이다.
아무리 강한 A급 헌터일지라도, 아무 정보도 없는 게이트를 혼자 들어가는 것은 큰 무리일 터.
거기다가 만약 저 게이트의 등급이 A로 결정되기라도 한다면 선생님들의 생사조차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겁 없는 자식…….”
선생님은 잠시 나와 하늘을 번갈아 바라보시더니 이내 휴대폰을 들고 다른 선생님들을 향해 허탈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셨다.
“그쪽 학생들도 예상대로인가요.”
“예스……. 고집이 너무 세요.”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여긴 의견 없음…….”
“할 수 없죠. 어떤 상황에서도 학생들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세요.”
…….
“같이 들어갑니다.”
그렇게 김지혜 선생님은 자신의 인생사에서 몇 번 없을 두 번째 중대한 결단을 내리셨다.
만약 이 일로 인해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긴다면 모든 책임은 아마 담임선생님이 지시는 거겠지.
뭐, 그런 일 따위는 없겠지만.
“가자 얘들아.”
-응! 호야! 가자!
-난 물만 없으면 다 좋아!
나는 선생님의 말씀과 함께 게이트 입성을 준비하려 했으나, 우리에게 완벽할 준비를 할 시간 따위는 주어지지 않았다.
점점 몬스터들의 괴기한 앞다리가 게이트 밖으로 삐져나오는 게 시야에 잡히기 시작했으니까.
“시간이 없는 것 같네요.”
“그러게. 준비는 됐나.”
“네.”
“그럼.”
…….
“가자.”
그렇게 나는 정령들을 어깨 위에 올린 채 게이트가 솟구쳐 오른 바다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바닷물이 내 발목까지 적신 바로 그때.
난 선생님의 손을 덥석 붙잡은 뒤 니아이스에게 말했다.
“니아이스. 날아가자.”
-응!
촤아아아아아아!
니아이스는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 뒤 바닥을 향해 거친 물대포를 발사했고, 그에 따른 반동으로 인해 나와 선생님은 엄청난 속도로 게이트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슈우우웅!
“해변 A게이트 입성.”
그렇게 우리는 미지의 게이트 안에 발을 들여놓았다.
* * *
“선생님.”
분명 나는 선생님의 손을 붙잡고 게이트로 들어왔다.
그런데 게이트 안에서 눈을 뜨자 내 손은 텅 비어 있고 내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뭐지.”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선생님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나는 어깨 위에 올라타 있던 정령들을 바라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니아이스, 플레임.”
-응? 호야?
-인간!
다행히 니아이스와 플레임은 두 손으로 옷을 꼭 붙잡은 채 내 어깨 위에 붙어 있었고, 나는 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어째서 선생님만.’
다행히 정령들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해도 선생님이 사라진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
선생님께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아니면 지금 내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확실한 건 무슨 일은 생겼다는 것이다.
“일단 움직이자.”
나는 일단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정령들을 데리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게이트 속에는 마치 아마존 열대우림, 혹은 밀림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식물들이 즐비했고, 그렇게 나와 정령들은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 게이트 속 풀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몸집보다 거대한 풀을 베어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던 도중,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다들 조심해.”
“아 진짜 여긴 또 어디야!”
‘저 목소리는.’
나는 곧바로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고, 놀랍게도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나를 제외한 특별반 학생 셋이 모여 있는 장면이었다.
“뭐야. 너희가 어떻게.”
나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걔들을 쳐다보기 시작했고 걔들 역시 나만큼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렇게 잠깐 침묵의 시선 교환 후 안수진이 나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하자, 나와 학생들은 긴장을 푼 채 서로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강호! 너까지 있어서 다행이다 진짜아.”
안수진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내게 달려와 내 손을 부여잡았고, 나는 그런 안수진의 손을 대충 흔들어 준 뒤 곧이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너희 아직 학생이잖아. 게이트 들어오는 거 불법일 텐데.”
프로 헌터를 제외하고 게이트에 입성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학생들을 향해 의문의 눈빛을 보냈지만, 그들은 나를 향해 옅은 미소를 보이며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놓았다.
“응? 우리 전부 프로 헌터 시험 봤는데?”
그들이 꺼낸 것은 프로 헌터증.
잠깐, 쟤들도 설마 이미 프로 헌터 시험을 본 건가.
…….
“너두?”
“나두.”
■ 제52편 이상 게이트 (2) □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나 혼자만 먼저 본 줄 알았던 프로 헌터 시험.
하지만 사실 나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 역시 헌터 시험을 이전에 치렀던 상태였고, 그에 의해 게이트 입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