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level reincarnated councillor RAW novel - Chapter 48
Book 10 Chapter 2
단상으로 올라가는 사람은 정말로 의외의 인물이었다.
본래라면 이곳에 있을 이유도 없었고,
있어서도 안 될 녀석.
『Lv.31 강혜영.』
백지장 같은 새하얀 피부도 그렇고,
가지런한 이목구비도 그렇고,
귀에 익은 맑은 목소리도 그렇고,
심지어 머리 위 이름까지도 녀석이라고 말해 주고 있지만…….
“아니, 그래서 왜 여기 있는데?”
주상혁은 그래서 더욱 지금 상황이 혼란스러웠다.
태생도 서울 태생이긴 하지만…….
강태섭이 쓰러지기 전까지 서울에서 학교에 다니는 강혜영이다.
녀석이 지금 어느 지방의 중등부 입학식에서 신입생 대표로 올라올 이유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나름 강혜영에 대해서라면 부친 강태섭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하는 주상혁이었으니, 납득이 안 된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 혼란스러운 일이었다.
주상혁이 살짝 경직된 미소를 지었다.
“설마…… 기억이 존재하나?”
말이 안 되긴 해도 지금으로서는 이것 말고는 딱히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
저번에도 유독 이런 쪽에서는 예리했던 녀석이었으니까.
주상혁이 그렇듯 모종의 이유로 기억이 존재하는 이유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문뜩 저번 회차에 녀석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계속 좋아할 거라고,
반드시 잊어버리지 않겠다고,
당돌하게 말하던 녀석의 목소리가 뇌리에 울렸다.
‘혹시 그게 근거 없는 말이 아니었나?’
신입생 선서가 끝이 나고 단상에서 내려가는 강혜영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자니 눈앞에 창이 하나 떠올랐다.
Q. 잊혀진 의원의 약속.
「완벽한 약을 만들어 강태섭을 깨워 주겠다고 한 약속은 잊혀졌지만 당신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강태섭이 과거와 마찬가지로 쓰러지지 않도록 원인을 차단하자.」
달성 조건: 강태섭의 수면 상태 저지.
달성 보상: 의원의 비밀 상점, 명성+300
실패 시 페널티: 모든 능력치 20% 소실.
“퀘스트가 변했네…….”
본래라면 지금 보상에 해당되는 퀘스트는 6년쯤 후에나 강혜영과 만나면서 발생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강혜영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퀘스트가 발생했다.
아무래도 그 이유는…….
‘내가 기억이 존재하기 때문이겠지?’
애초에 강태섭과의 친분은 주상혁에게 몹시 중요한 요소이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가는 도중에 빼먹지 말고 챙겨야할것중 하나였다.
‘미리 선행해 두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겸사겸사 비밀 상점도 얻어 둘 겸 퀘스트가 썩 번거롭지만은 않았다.
* * *
입학식이 끝났다.
주상혁이 옆자리에 앉아 있던 한혜지 일행들과 함께 바깥으로 나갔다.
입학식이 끝나자 앞서 바깥으로 이동한 정지호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여러 학부모에게 둘러싸여 있는 정지호는 눈에 띄는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학부모라지만 주변에 둘러싸여 있는 사람들도 일단은 보통 사람은 아니다.
어느 길드의 대표거나,
차림새만 봐도 대형길드의 핵심 인물이라는 걸 굳이 머리 위 레벨을 보지 않아도 알수 있었다.
그 때문에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기 머뭇거리는 찰나였다.
다행히 정지호 쪽에서 먼저 아는 체해 줬다.
“상혁아.”
정지호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사람들이 주상혁을 확인하는 게 보였다.
“남은 대화는 다음에 해야겠군요. 조만간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아, 예, 그러시죠.”
사람들이 하나둘 흩어지는 게 보였다.
정지호의 앞에 도착한 주상혁이 말했다.
“바쁜 일이셨으면 조금 더 나누셨어도 됐는데요.”
“바쁜 일은 무슨, 그냥 인사 좀 했지.”
그렇게 말하고는 정지호가 슬쩍 물었다.
“그나저나 꽤나 지루했을 텐데 잘 견디더구나?”
“저도 제가 대견스럽네요.”
물론 처음에는 졸려 죽는 줄 알았다.
하지만 중간부터는 강혜영의 생각으로 그럴 틈이 없었긴 한데…….
‘굳이 이것까지 이야기 꺼낼 필요는 없겠지.’
정지호가 물었다.
“들어 보니 오후에는 반 배정을 위한 등급 측정이 있다는구나.”
“네, 저도 들었어요.”
“곤란하면 이 할애비가 슬쩍 빼 줄까?”
함께 합을 맞춘 지도 벌써 7년째,
눈치껏 슬쩍 제안해 주는 정지호의 물음은 고마웠지만, 지금은 아니다.
조용히 고개를 저었더니 정지호의 주름진 입가에 미소가 피었다.
“네 아비가 대견스러워할 만한 일이 일어나겠구나.”
“예, 뭐, 그렇죠.”
주재호의 성격상 아마도 지금의 성장치가 공개되면 대견스러워하다 못해 방구석에서 몰래 춤을 출지도 모른다.
비단 주재호뿐만이 아니다.
국내외로도 많이 화제가 될 것이다.
‘뭐 이제 그것도 별 상관없지만.’
혹여나 미래가 변하는 건 아닐지 하는 약간의 걱정.
물론 그것도 존재했었다.
불과 30분 전까지는.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 녀석 덕분이지.’
Q. 잊혀진 의원의 약속.
퀘스트가 떠오르면서 상황이 많이 변했다.
지금의 주상혁의 능력치가 공개된다고 한들 행동 패턴에 변화가 생길 만한 건 김진성 일행뿐이다.
그로 인해 강혜영과 만남이 틀어지고,
비밀 상점을 비롯한 알짜배기 기연들을 챙기지 못할 것을 걱정했지만, 이제 와서는 별 의미가 없어졌다.
비밀 상점을 보상으로 주는 퀘스트야 30분 전에 발생했고,
강태섭과의 친분을 쌓는 일이야 퀘스트를 이행하면서 다른 방법으로 모색해도 늦지 않는다.
또, 강태섭의 경계를 풀기 위해서는 그저 14살짜리 애송이보다야 장래가 밝고 능력 있는 애송이가 훨씬 나을 것이다.
어딜 봐도 이제 와서 측정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주상혁이 반대편에 사람들이 몰린 쪽을 바라봤다.
그 핵심은 강태섭.
오늘 김동현이라는 녀석을 밀치고 강혜영이 대표로 올라온 원인이라 할 수 있었다.
“왜, 강 서기에게 무슨 신경 쓰이는 점이라도 있느냐?”
“예, 뭐, 조금요.”
강태섭을 조용히 바라보자니 그런 격언이 떠올랐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그런 말.
“할아버지 부탁 하나만 들어주세요.”
“그래, 어떤 걸 해 주면 되겠느냐?”
“저 강태섭이란 분하고 오늘 점심 좀 먹고 싶은데요.”
* * *
과연 부나 명예란 게 좋긴 좋은지,
부탁대로 당일 점심은 강태섭과 함께할 수 있었다.
오면서 듣기로 선약이 있던 것 같은데…….
‘뭐, 그거야 상관없지.’
지금은 눈앞에 강태섭이 존재한다는 것 그게 핵심이었다.
강혜영을 비롯한 4명의 아이는 다른 방을 이용하게 하고 방에는 단 세 사람.
주상혁과 강태섭 정지호뿐이었다.
강태섭의 시선이 느껴진다.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이 방에 함께 있는 주상혁이란 존재에 대한 의문이 담긴 눈초리였다.
“혹, 실례가 안 된다면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먼저 나온 차를 살짝 홀짝이던 정지호가 잔을 내려놓으며 답했다.
“말씀하셔도 됩니다.”
“제가 식사를 나누고 싶다는 이야기를 오해한 것일지요?”
긴밀히 나누고자 하는 대화가 있다는 걸로 알았을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
정지호가 말했다.
“옳게 이해하셨습니다.”
“그럼 이 아이는…….”
“용무가 있는 건 할아버지가 아니라 저니까요.”
강태섭의 시선이 이곳을 향하는 게 느껴진다.
“정 대표님이 아니라?”
“네.”
약한 기가 찬다는 느낌이기도 하고,
한 방 먹었다는 허탈한 분위기이기도 한 미소가 강태섭의 입가에 맺힌 다음 순간이었다.
강태섭이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나와 무슨 대화가 하고 싶은지 듣고 싶구나.”
“음……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먼저 용무부터 말씀드리자면 한 가지 정보를 알려 드릴 생각입니다.”
“정보라? 중요한 정보겠구나?”
그렇게 말하는 강태섭의 입가에 걸린 옅은 미소에서는 아이 대하는 듯한 태도가 만연했다.
하지만 그건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음 자신의 말을 들으면 그 분위기가 사라질 테니까.
“네, 그렇죠. 한 1년 뒤 서기님이 혼수상태에 빠지실 거니까요.”
아니나 다를까, 예상대로 강태섭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조금 전까지 여유와 흥미가 느껴졌다면,
지금은 당황스러움과 불쾌에 가까웠다.
강태섭이 슬쩍 정지호의 표정을 확인하고는 무슨 일 있냐는 듯한 태연자약한 모습을 확인하고 다시 주상혁을 바라봤다.
“장난에 어울려 줄 만큼 한가한 사람은 아니란다.”
“저는 장난이라고 말한 적 없는데요.”
“…….”
말없는 강태섭의 시선이 따갑다.
장난은 그쯤 해두라는 야단이 담긴 시선이었지만…….
오히려 한치의 미동도 없는 표정으로 대응했다.
그게 진실이었으니까.
“하…….”
참다못한 강태섭이 정지호에게 말했다.
“정 대표님, 제가 더 어울려야 합니까?”
“약간 불쾌하시더라도 들어 보시죠, 그 아이가 그렇게 말했다면 들어 볼 가치는 있을 겁니다.”
주상혁이 말했다.
“혼수상태에 빠지는 이유는 독이에요. 독을 사용하는 사람은 30대 중반쯤 되는 금발의 외국인 여성. 실력은 S급 초입쯤 되는 상대입니다.”
일행이 있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라거나,
일행 역시 S급일 수도 있다는 설명 등.
나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나열하자, 그저 철없는 소년의 장난으로만 느껴지진 않았는지 강태섭의 표정에 살짝 변화가 일었다.
반신반의한 강태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좋다. 그게 모두 사실이라고 하자, 어떻게 그걸 알고 있고 있는지도 지금은 묻지 않겠다.”
그러면서 강태섭이 이것만은 양보 못 하겠다는 목소리를 뱉었다.
“이걸 내게 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듣고 싶구나,”
강태섭의 말대로 S급이 다수가 움직일 수도 있다면 강태섭의 입장에서 볼 때 이미 그건 불가항력에 가깝다.
그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 같은 정보를 미리 알아도 쓸모가 없다.
S급에 필적하는 호위를 줄줄이 달고 항상 행동할 게 아니라면 말이다.
“물론, 해결 방법이 있기 때문입니다.”
“해결 방법이 있다고?”
대체 그러한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는 것도 여전히 믿기지 않지만, 해결 방법이란 게 있다니…….
강태섭의 호기심이 한층 높아질 찰나였다.
주상혁이 작은 강아지 하나를 테이블 아래서 들어 올렸다. 주주의 분신인 주삼이었다.
“이 녀석을 길러 주시면 돼요.”
방 안에 적막이 깔렸다.
손에 들린 주삼이를 끔벅끔벅 3초 남짓 보던 강태섭이 돌연 기가 찬다는 듯한 웃음을 흘리다가 이마를 짚었다.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듣고 있던 자신이 우습게 느껴질 테지…….’
그러나 강태섭의 그런 마음은 이해하지만 사실이다.
주삼이는 주주의 분신 중에서는 꽤나 강한 축에 속한다.
레벨도 무려 91.
여기에 전투 형태로까지 변하면 김진성 일행 전부가 달려들어도 발길질 몇 번으로 찢어버릴 수 있다.
“저는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강태섭이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인사했다.
“식사는 얻어 먹은 걸로 하겠습니다.”
강태섭의 입장에서 본다면 괜한 시간만 낭비한 일임에도 정지호를 생각해서인지 끝까지 예의를 갖춘다.
그의 사람 됨됨이가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주상혁이 막 방을 나가려는 강태섭에게 말했다.
“오후에 반 배정 차원으로 등급 측정을 한다죠?”
“…….”
미닫이문을 반쯤 열고 멈춰선 강태섭이 천천히 돌아섰다.
“믿게 해 드릴게요, 그때.”
“나도 그랬으면 좋겠구나.”
강태섭이 문을 통해 사라졌다.
나가기 전에 그 말이 진심인지,
아니면 형식상의 말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반쯤 열린 문을 조용히 바라보던 정지호가 뒤늦게 껄껄 웃었다.
“믿기 힘들 만한 이야기긴 하더구나.”
“네, 저도 알고 있어요.”
회귀하기 전에는 흑요석과 백요석,
혹은 그게 아니더라도 주상혁에게 침을 맞는다든지 해서 등급을 올리는 방법이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성장기가 끝나면 각성자는 어지간해서는 성장하기 힘들다.
현시대에 S급이라고 하면 거의 국가를 대표하는 각성자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몰려다니며 자신에게 해를 가할 거라니, 갑자기 들으면 섣불리 믿기 힘든 말이란 건 주상혁도 인지하고 있다.
“할아버지도 참관하실 건가요?”
“뭐…… 우리 상혁이 부탁이라면 어려울 건 없다만, 오후엔 볼일이 좀 있어서 말이다.”
“무리하실 것 없으세요. 오늘 감사했습니다.”
오늘 한혜지 일행을 소개해 준 것도,
강태섭과의 자리를 마련해 준 것도,
정지호에게 또 도움을 받았다.
때마침 음식이 들어왔다.
그릇을 내려놓고 점원이 나가자 정지호가 젓가락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우리도 빨리 먹고 나가자꾸나. 교문까지는 데려다주마.”
* * *
배부르게 식사하고 교정으로 돌아온 주상혁은 안내판을 참고해 측정실로 향했다.
“어디 보자, 3층이란 말이지?”
계단을 통해 3층까지 한혜지 일행과 올라가자, 탁 트인 넓은 공간이 한눈에 들어왔다.
족히 수백 평은 되어 보이는 넓은 공간에는 사람이 북적였다.
홀 중앙에 세워진 거대한 기둥에 설치된 네 개의 모니터로 전해지는 반 배정 결과를 지켜보는 사람도 있었고,
대기할 수 있도록 마련된 테이블과 좌석에 앉아서 가볍게 음료를 마시거나 수다를 떠는 사람도 있었으며,
자신의 차례가 되어서 내벽에 붙어 있는 열 평 남짓의 측정실로 들어가고 나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본래라면 입학식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추레한 차림의 기자들이었다.
“저기 드디어 왔네.”
“대호길드에서 집중해서 키웠다는 애가 쟤들이야?”
“근데? 저 애는 누구지? 3명이라고 안 했나?”
주상혁이 훤히 들리는 기자들의 목소리는 일단 무시한 채 대형 모니터를 확인했다.
모니터에 라이센스를 출력한 듯한 사진이 보였다.
“어디 보자 이제 막 끝난 게 33번이면 꽤 기다려야 하려나?”
한혜지부터 108번으로 시작해서 주상혁이 111번으로 끝난다.
아무래도 차례가 오려면 꽤 남았겠지.
읏차…….
적당히 빈 테이블에 넷이서 둘러앉았다.
조금 전 3층에 올라오자 구석에서 수군거리던 기자들이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몰려왔다.
본래라면 교내에 기자가 출입하는 건 불가능할 테지만, 특별한 날이니만큼 무슨 수를 써서 허가를 받은 것이다.
“잠시 인터뷰 좀 가능할까요?”
주상혁에게 하는 말은 아니다.
박상운을 포함한 세 사람에게 하는 말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듯한 세 사람의 시선이 느껴졌다.
하고 싶으면 하고 말면 말 것이지…….
하는 수 없이 주상혁의 입이 열렸다.
“하고 싶은 사람 손.”
한혜지를 제외한 두 사람이 손을 들었다.
“어차피 꽤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하고 싶으면 해야지.”
기자를 보며 말했다.
“짧게 10분 정도로 부탁할게요.”
“아, 네…….”
14살 꼬맹이치고는 능숙하게 기자를 다루는 태도에 당황한 기자였지만 이내 두 사람과 구석으로 이동했다.
인터뷰를 시작하는 것까지 확인한 주상혁이 시선을 거뒀다.
‘인터뷰가 끝나면 알아서 돌아오겠지, 뭐…….’
관심을 끄고 모니터를 바라보려는데 이번엔 우연히 반대편에 앉아 있던 강태섭과 눈이 딱 맞았다.
까딱.
주상혁이 고개를 숙여 가볍게 눈인사했다.
지금은 이걸로 충분하다.
아까 식사 자리에서 나눈 말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강혜영의 배정을 지켜볼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신뢰를 주는 게 중요했으니까.
근데…….
‘거, 얼굴 뚫리겠다, 야.’
강태섭은 일단 끝나긴 했는데 애써 무시해 오던 녀석이 신경 쓰이는 건 별개다.
반대편에서 보내는 강혜영의 시선이 노골적이다 못 해 따가울 정도다.
아주 부담스러울 만큼.
‘정말 기억이 돌아온 거야?’
정말로 그렇다면 뭐…… 내일이 되었든 모레가 되었든 반응을 보이기야 하겠지만, 이 부분은 주상혁도 신경 쓰이긴 했다.
강혜영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며 15분쯤 지났을까?
강혜영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곁눈질로 보였다.
직진으로 다가오는가 싶던 강혜영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대로 스쳐 지나갔다.
달칵.
강혜영이 뒤편의 측정실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너였냐? 46번?
강혜영이 들어가고 30분 정도 지났다.
강혜영의 결과가 중앙 모니터에 떠올랐다.
능력치는 뭐, 예상했던 대로 C급 각성자 정도인데…….
“등급도 역시는 역시네.”
특질계.
하긴 이변이 없다면 저렇게 나와야 맞긴 하다.
강혜영의 심사가 끝나고 1시간쯤 시간이 흘렀다.
이번엔 굳은 얼굴로 앉아 있던 한혜지가 일어났다.
108번.
“저, 저예요.”
“다녀와.”
한혜지가 깊게 심호흡하더니 정해진 측정실 쪽으로 사라졌다.
연이어 박상운과 박지훈도 일어나 이동했고,
주상혁도 얼마 지나지 않아 측정실로 들어갔다.
측정실 내부는 첨단 컴퓨터를 비롯한 기계실이 다섯 평 정도 그리고 남은 다섯 평 정도는 측정하는 곳이었다.
악력기 같은 기계를 받아 들고는 방으로 들어가 앉았다.
“뭐, 결과를 눈으로 보고 싶긴 한데…….”
하지만 주상혁은 결과를 이미 알고 있다.
아마 선천 각성자인 박지훈은 마법 계열 배정을 받을 테고 다른 두 사람은 전투 계열을 받을 것이다.
“내가 그랬으니까.”
선천 각성자인 박지훈과는 달리 박상운과 한혜지는 후천 각성자다.
다만 주상혁의 보충제로 인해 각성자의 신체를 가졌을 뿐이다.
다방면으로 성장한 스테이터스와 일반인처럼 새하얀 스킬창을 보면 전투 계열 아니면 특질 계열을 받을 게 뻔했다.
“근데 그나저나 심사 한번 오래 걸리네.”
보통 측정은 30분 내외로 끝난다.
그런데 주상혁이 벌써 아늑한 측정실의 소파에서 TV를 시청한 지도 40분이 지났다.
“근데 10분 전쯤 바깥이 좀 시끄럽던 걸 제외하면 딱히 들리는 말이 없단 말이지?”
평소라면 천장 귀퉁이에 박힌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들려오고도 남을 시간인데 좀처럼 들려오지 않자 답답함을 느낄 때였다.
치직, 치치칙.
“드디어 끝났나 보네.”
마침내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에 기계실로 나오자, 하얀 가운을 입은 관리자가 보였다.
“반은 어딘가요?”
“미안한 말이지만, 주상혁 학생은 다른 측정실에서 재측정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측정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나 했더니…….
아무래도 무슨 이유인지 대충 알 것 같았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주상혁의 성장도가 오류라고 판단한 듯했다.
“뭐, 그럴게요.”
바로 옆의 측정실로 이동하기 위해 문을 열고 홀로 나오자 사람들이 시선이 느껴졌다.
이미 심사를 끝마친 한혜지 일행도,
인터뷰를 끝마치고도 자리를 뜨지 않던 기자들도,
들어가기 전 그 자리에서 서 있던 강태섭도 있었다.
또 한 번의 측정을 마치고 주상혁의 반이 드디어 결정됐다.
‘특질 계열이구나…….’
뭐, 잘되긴 했다.
전투 계열에 비한다면 특질 계열의 경우엔 여유 시간도 많다.
홀로 나온 주상혁이 강태섭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주상혁이 말했다.
“혹시, 마음이 변하셨으려나요?”
* * *
다행히 강태섭과의 이야기는 잘 마무리되었다.
여전히 주상혁의 말에 대해서는 100% 신뢰하는 듯한 기색은 아니었지만, 다행히 주주의 분신을 분양하는 데까지도 성공했다.
“뭐, 무슨 일이 있어도 이제 나머지는 주삼이가 알아서 해 주겠지.”
주상혁은 점심에 못 한 강태섭과의 식사를 저녁에 했다.
덕분에 첫날부터 밤 8시가 되어서나 배정받은 기숙사로 돌아올 수 있었다.
기숙사 문을 열고 들어와서 내부를 살펴보고는 짤막한 감상을 남겼다.
“학교 기숙사치고는 꽤나 좋네…….”
통 크게 1인실인 것도 모자라서 방음도 제법 잘되는 듯하고 바로 뒤편에 산이 있어서 공기도 좋고 심지어 방까지 넓은 편이다.
가구가 텅텅 빈 기숙사를 보고 주상혁이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
“그럼 짐이나 풀어 볼까?”
인벤토리에서 꺼낸 한의학 기구들을 주상혁이 잔뜩 배치하기 시작했다.
금세 기숙사가 주상혁의 취향대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30분쯤 이쪽저쪽 옮겨 가며 배치를 마친 주상혁이 방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면서 중얼거렸다.
“그럼 본론으로 돌아가서…….”
Q. 자격 증명 [승급 퀘스트] – page1
오늘 갑작스럽게 강혜영과 만나면서 시간을 좀 뺏겼지만, 역시 본론은 이쪽이라 할 수 있었다.
주재호에게 당장에 백여 개쯤 보충제를 넘기긴 했지만, 그걸로는 턱도 없다.
부지런히 만들 필요가 있었다.
주상혁이 인벤토리에서 추가로 사발과 약재를 꺼내서 보충제를 만들 때였다.
기숙사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잠시 후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똑똑.
“누구지?”
오늘 막 이곳으로 들어왔다.
찾아올 사람은 아무리 생각해도 없는 것 같은데…….
주상혁이 혹시 사감인가 해서 문을 슬쩍 열었을 때였다.
“뭐야? 네가 여긴 왜 있냐?”
“물어볼 게 있어요.”
『Lv.31 강혜영.』
난데없이 물어볼 게 있다는 것에 주상혁도 약간 관심이 있긴 있지만,
주상혁은 그보다 궁금한 게 있었다.
“내 방이 여긴지는 어떻게 알고?”
“사감님한테 물어봤어요.”
“물어본다고 알려 줘?”
유감스럽지만 여자 기숙사와 남자 기숙사는 건물이 다르다.
건물이 다르다는 거는 일반적으로 출입을 금한다는 말이다.
“아빠 심부름이라고 말했더니 알려 주던데요.”
아, 그러셔?
참 편할 것 같다. 권력자 아버지를 둬서.
“그래서 물어볼 거란 게 뭔데?”
“우리가 언제 만난 적 있나요?”
주상혁이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
“그렇죠?”
그렇게 말하면서도 뭔가 석연찮은 게 있는지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야, 근데.”
“왜요?”
“너 왜 존대하냐?”
강혜영이 주상혁보다 한 살 어리긴 한데…….
대한민국엔 빠른이라는 조기 입학 제도가 있다.
“어라?”
강혜영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했다.
“그러게……요?”
강혜영의 반응을 살펴보니 확신이 섰다.
‘아닌가 보네.’
혹시나 기억이 있을까도 생각했지만,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듯한 저 표정은 결정적이었다.
저번 회차의 기억이 유지되고 있다면 저런 표정일 리 없겠지.
“그럼 물어볼 건 다 물어본 거지? 문 닫는다?”
“자, 잠깐만요.”
“뭔데?”
“제 이름, 강혜영이에요.”
“갑자기 자기소개냐?”
무슨 중요한 말인가 해서 픽 웃었더니 강혜영이 배시시 웃었다.
“그냥 말해야 할 것 같아서요.”
“그래, 약해영. 그럼 잘 돌아가라.”
“잠…… 강혜영이라니까요.”
현관문을 닫고 돌아섰다.
잠시 후 문 너머에서는 강혜영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발소리가 멀어지다 못해 이내 사라지는 것까지 듣다가 자리로 돌아갔다.
“괜히 설렜네.”
아닌 척하긴 했어도 강혜영이 찾아왔을 땐 놀랐다.
솔직히 기대도 됐다.
정말로 기억이 존재한다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역시는 역시지.”
하지만 예외는 없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특유의 촉 같은 건 있어 보였지만 그뿐이었다.
“뭐, 그래도 오랜만에 봐서 나쁘진 않았어.“
모습은 매우 앳되어졌어도,
강혜영 특유의 분위기와 모습이 녹아 있어서 더욱더 그랬다.
“아는 체할 마음은 없다.”
애초에 그런 약속이었으니까.
본인이 스스로 잊지 않겠다고 한 약속이니까.
스스로 떠올려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자리로 돌아와서 다시 사발을 들고 보충제를 만들기 시작했다.
본론으로 돌아가 다시 보충제를 한창 만들 때였다.
“일어났어?”
가구를 배치하는 동안에 침대에서 자고 있던 주주가 거실로 나왔다.
주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니 주주가 물고 와 바닥에 내려놓은 휴대폰이 보였다.
“누구지……?”
무음, 무진동의 핸드폰이 누군가의 전화로 인해 불이 들어와 있었다.
침대 위에 외투를 벗어 놨었는데…….
‘아마 주주가 전화 때문에 들고 온 건가?’
수신이 때마침 끊기는 핸드폰을 집어 든 주상혁이 부재중 전화를 보고 놀랐다.
“20통이 넘네?”
발신자는 모두 한 사람.
아버지 주재호였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
보충제의 일도 있겠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지, 급히 전화를 걸었다.
곧바로 통화가 연결되며 주재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그게 정말이더냐?
난데없이 물어오는 주재호의 질문.
“그거요?”
―등급 말이다.
“아…….”
깜박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쯤이면 외부로 소식이 퍼지고도 남을 시간이긴 하지.
“기자가 혹시나 그쪽으로 몰려갔나요?”
―정말인가 보구나…… SS급…….
“네, 뭐…….”
역시 저번 회차에서도 그렇지만 항상 이럴 때가 가장 쑥스럽다.
별것 아닌 걸 알면서도,
그걸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주재호가 좋아하니까 더욱 그런 기분이 든다.
―대체 언제부터?
“꽤 됐죠.”
―왜 진작 언급해 주지 않고?
“낯부끄러워서요.”
아…… 이건 말하지 말 걸 그랬나?
적막이 흘렀다.
길고 긴 적막이었다.
제법 긴 시간이 지나고 주재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큼큼, 그래 입학식은 잘 끝냈고?
“네, 곧바로 전화 못 드려서 죄송해요. 바쁜 일이 갑자기 생겨서…….”
뭔가 어색하고 낯간지러운 통화였지만…….
이상하게 싫지만은 않은 통화였다.
* * *
간밤에 늦게까지 보충제를 만들던 주상혁은 가슴의 답답함을 느끼고 눈을 떴다.
가슴 위에 서 있는 주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7시 30분.
지각과는 아직 먼 시간이었지만,
한숨 더 자긴 위험하겠지.
“밥 먹을까?”
왕!
주주의 밥을 챙겨 주고,
어제 들어올 때 사 들고 온 도시락을 전자레인지에 데운다.
조리가 끝날 때까지 시간이나 때울 겸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
인터넷은 아니나 다를까 예상대로 뜨거웠다.
“그때 생각나네…….”
등급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한 기사들을 보고 있자니,
저번 회차에서 하피퀸을 쓰러트린 직후의 일들이 새록새록 생각났다.
그때도 딱 이랬었는데…….
등급에 관한 일이라거나,
대호길드와의 관계라거나,
청초길드에 관한 이야기 등등.
내키는 대로 기사를 대충 눌러서 분위기만 쓱 확인하던 주상혁이 돌연 입을 뗐다.
“어? 보충제에 관한 기사도 있네?”
―주상혁 등급의 비밀? 청초길드, 등급을 올려 주는 보충제가 있다.
주상혁이 딱히 외부로 정보를 퍼트린 적은 없다.
정지호에게도 이런 일을 할 거라고 말한 적도 없다.
그렇다는 건…….
“아버지란 말인데?”
백 프로 주재호의 기지일 것이다.
“뭐, 나야 할 일이 줄었으니까 좋지.”
뻔한 본문의 이야기는 이번에도 건너뛰고 댓글로 바로 이동했다.
⌙등급을 올려 주는 보충제면 그거 보충제가 아니라 영약 아닌가?
⌙듣기로는 1만 명 분량 한정 판매한다던데 구라 아님? 영약이 그렇게 흔함?
⌙이야…… 아들 팔아 장사 잘하시네.
⌙⌙아니래요, 협회에 판매 승인 떨어지면 바로 팔 거라 그랬음.
⌙어느 머저리 각성자가 영약을 팜? 지가 먹을 것도 없는 판에.
⌙이런 거 속는 흑우 없제?
인터넷의 반응은 냉혹했다.
9할 이상이 부정적인 내용이었다.
물론 주상혁은 이 정도는 예상하긴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댓글을 확인한 것은 그냥 단순한 여흥.
딱히 별다른 의미는 없었다.
“어차피 판매하기 시작하면 사방팔방 사겠다고 달려들 텐데.”
띠잉.
댓글을 확인하던 중에 조리를 끝낸 전자레인지의 소리가 들렸다.
도시락으로 가볍게 식사를 하고,
주주랑 같이 느긋하게 샤워를 하고,
옷도 적당한 걸로 갈아입고도 시간이 제법 남았다.
내일 부터는 한 10분쯤 늦게 일어나야지 싶었다.
“조금 이르긴 해도 나갈까?”
어차피 여기서 기다리나 거기서 기다리나 무언가를 하기에는 애매한 시간이다.
주상혁이 방을 나섰다.
“특질계는 후관 3층이라 그랬지?”
주상혁이 배정받은 반은 5반.
1반부터 전투 계열, 마법 계열 이런 식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5반이었다.
1-5
3층 복도 우측에 존재하는 1-5반을 발견한 주상혁이 뒷문을 열고 반으로 들어갔다.
휑한 교실,
기다란 하나의 책상.
네 개의 의자.
주상혁이 교실의 모습을 쓱 훑고는 중얼거렸다.
“가만? 의자가 네 개면 네 명이란 건데…….”
머릿속에 인원이 모두 자연스레 그려졌다.
한혜지, 박상운, 강혜영.
“그리고 나까지…….”
픽 웃음이 나왔다.
“하긴 생각해 보니 무리도 아닌가?”
특질계는 무척이나 드물다.
듣기로는 그해에 신입생 중에 특질 계열로 분류되는 학생이 한 명도 없는 해도 흔하단다.
작년이 바로 그런 해였고,
재작년에는 한 명이었다던가? 두 명이었다던가?
여하튼 그런 게 5반이다.
매년 존재할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는 반.
그런데 올해는 좀 다르다.
주상혁을 포함해서 강혜영, 한혜지, 박상운까지.
무려 네 명이나 특질계 판정을 받았다.
“어쩌면 학교 입장에선 이것도 많다고 느끼려나?“
뭐, 주상혁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좋다.
괜히 어설프게 한두 명 있는 것보다야 없는 게 입맛대로 할 수 있었으니까.
의자에 적당히 앉아서 기다리자니 뒷문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벌써 도착해 계셨네요?”
“왔냐?”
강혜영이었다.
강혜영이 옆자리에 슬쩍 앉길래 한 칸 옆으로 떨어져 앉았다.
곧바로 일어난 강혜영이 조용히 일어나 옆으로 붙어 앉았다.
또다시 엉덩이를 떼고 한 칸 옆으로 이동했더니 이번에도 역시나 따라붙었다.
“뭐야, 왜 따라와?”
“그냥 피하려는 거 같아서요.”
됐다, 말을 말아야지.
어차피 좌측 끝에 몰려서 더 물러날 곳도 없다.
순순히 포기하자 강혜영의 입가에 예쁜 미소가 그려졌다.
힐끔힐끔 눈치를 보던 강혜영이 슬쩍 물어 왔다.
“근데 어제 약해영이요.”
“그래, 알아 강혜영이라며.”
“말고요, 한 번만 더 불러 주면 안 돼요?”
“왜?”
“어제 그거 듣고 나서 뭔가 기억날 듯 말 듯 그러는거 같아서요.”
그렇게 말하고는 혼자서 중얼거리는 강혜영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어디 산속이었던 거 같은데…….
움찔…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이거 혹시 이미 알고 있으면서 떠보는 거 아니야?’
눈이 마주친 강혜영이 말했다.
“왜요?”
“아무것도…… 아니다.”
다음부터는 별명말할때도 신중해야겠다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이번엔 박상운과 한혜지가 들어왔다.
박상운이 기운차게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한혜지도 어색하게 인사한다.
“좋은 아침이에요.”
참 소박한 반 전원을 확인한 주상혁의 입가에 호선이 그려졌다.
“그래 좋은 아침이다.”
* * *
각성자 학교의 교육 시간대는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고정이다.
오전엔 국영수를 비롯한 기본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오후엔 각성자 학교답게 전투와 관련된 일관된 교육을 실시한다.
‘물론 일반적인 경우에는 말이지.’
오전 수업이 끝이나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5반은 오전으로 정규수업이 끝.
다른 반의 경우에야 적성이 맞는 교사들에게 맞춤 지도를 받을수 있겠지만 특질계열 각성자는 아니다.
누군가가 가르친다고 배울수 있는게 아니다.
심지어 모두가 저마다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교사를 구할수도 없다.
덕분에 5반의 경우에는 오후수업이 없다.
“먼저 일어난다 밥들 맛있게 먹어라.”
교과서를 대충 책상 서랍에 쑤셔 넣고는 교실을 나왔다.
‘방에 가서 보충제나 마저 만들어야지.’
어제 밤늦게부터 새벽까지 20인분 정도 만들었으니 앞으로 갈 길이 멀다.
때문에 주상혁은 현 5반의 시스템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후관 건물을 벗어나 기숙사 쪽으로 걸음을 옮길 때였다.
따라 걷던 세 사람 중 강혜영이 물었다.
“근데 어디 가는 거예요? 식당은 반대편 아니에요?”
“기숙사 가는데?”
“네?! 점심은요?”
강혜영의 물음에 답한건데 반응하는건 한혜지와 박상운이다.
“아니, 너희는 안 따라와도 되는데…….”
평소처럼 보충제 먹으면서 즐기기만 해도 된다.
어차피 나이가 되면 알아서 각성할 녀석들이다.
반쪽짜리 각성자가 아닌 박상운은 암살 계열에 눈을 뜰 테고,
한혜지는 보조 계열에 눈을 뜰 것이 분명했다.
새끼오리처럼 졸졸 따라다니려는 두사람을 보고 이도저도 못하고 있을 때였다.
강혜영이 팔을 잡아끌었다.
“뭐, 왜?”
“그러지 말고 우리 밥 먹어요.”
“하아…….”
딱 밥만 먹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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