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Mechanic Player RAW novel - Chapter 210
210화
쾅!
한차례 큰 소음과 함께 박기태의 신형이 벽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그 모습에 지켜보고 있던 모두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저, 저거…….”
“이, 일 났다.”
그동안 하위 그룹에서도 보지 못한 길드의 얼굴들이었다.
차림새만 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 사람들.
그런 이들 중 하나가 톱 20에 빛나는 백두산 길드의 공대장을 날려 버린 것이다.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무엇보다 놀란 쪽은 제닉스 길드였다.
뭐라 손을 쓰기도 전 나가 버린 한상진의 주먹.
마치 못 볼 것이라도 본 듯 눈이 크게 떠진 양태식 등이 한상진을 바라봤다.
“자, 자네…….”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벌리고 있는 그들을 향해 한상진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제가 병신을 보면 손이 먼저 나가는 버릇이 있어서. 하하하핫!”
“…….”
할 말을 잃어버린 길드장과 참모장.
그 옆에 있던 태정은 덤이었다.
급히 그가 수습에 나섰다.
“이 친구가 아무래도 비행기는 처음이다 보니 공황장애가 온 것 같습니다.”
“…….”
믿을 수 없는 대답에 믿을 수 없는 두둔이었다.
물론 그들 역시도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화가 이곳까지 미칠 것이란 것도 예상을 하지 못한 바가 아니다.
하지만 양태식은 대화로 풀어 나갈 자신이 있었다.
왜냐면 이미 제닉스의 명성은 금사자와의 한판으로 인해 서열이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당연히 소속을 밝히면 꼬리를 내리고 들어갈 것이 분명한 상황.
굳이 일을 크게 만들 필요가 없었다.
더군다나 상대는 말만 했을 뿐, 무력행사는 하지 않았다.
아니, 자신들은 그 말조차도 듣지 못했다.
자칫 큰 사건이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양태식의 머리가 복잡해지고 있는 가운데, 태정이 심각한 표정으로 한상진을 올려다봤다.
그러자 그 기색을 읽은 그가 다소 시무룩한 얼굴로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형님. 저도 모르게…….”
“아니다. 잘했다.”
“예?”
“저런 놈은 좀 맞아도 돼.”
예상치 못한 그의 말에 한상진의 얼굴이 급격히 밝아졌다.
“역시 형님도 저와 같은 생각이셨군요.”
“맞을 놈은 맞아야지.”
“맞습니다. 으하하하!”
그들이 웃고 떠들고 있을 때, 반대편 좌석에서는.
“공대장님!”
“괘, 괜찮으십니까?”
“이런… 기절했어.”
상세를 살핌과 동시에 눈에 쌍심지를 켜고 일어선 사내들.
그들 역시 백두산의 주요 전력이라 할 수 있는 중진급 간부들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인가!”
분노에 찬 쩌렁쩌렁한 소리.
그에 한상진이 응했다.
“너도 맞고 싶냐.”
“뭐, 뭐라고? 이게 미쳤나.”
“꼬우면 덤벼라. 백두산 따위 한 시간이면 명부에서 지워 버릴 수 있으니까.”
미친놈이었다.
기내에서 무력행사를 한 것도 모자라, 감히 대백두산 길드에 선전포고라니.
이걸 참을 위인들이 아니었다.
“이거 완전 또라이구만? 어디서 굴러먹다 온 놈들인지는 모르겠다만. 오냐, 내 오늘 네놈의 그 오만방자한… 으악!”
씩씩대며 다가오던 사내의 신형이 중력을 거슬러 천장으로 처박혔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패대기쳐진 그의 모습.
그대로 축 늘어져 움직임이 없었다.
기절을 해 버린 것이다.
그 어처구니없는 광경에 남은 한 명이 바로 검을 빼 들었다.
착! 위이잉-!
시릴 듯 푸른 오러가 넘실거리는 사내의 검.
최상급 오러가 분명했다.
그 위협적인 모습에 기내에 있던 사람들이 구석으로 급히 몸을 피신했다.
재수 없게 휘말리기라도 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
“날 원망하지 마라. 이건 정당방위다.”
사내의 검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한상진을 양단해 들어갔다.
강철도 두부 베듯 베어 버린다는 최상급의 오러.
그 모습에 지켜보고 있던 헌터들이 눈을 질끔 감았다.
‘대참사야.’
하지만 이어 들려온 소리는 예상과 전혀 달랐다.
“아, 아니!?”
한상진을 단숨에 베려 했던 사내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무적의 오러가 실린 검이 고작 상대의 맨손에 잡혀 버렸기 때문이다.
너무 어이가 없어 눈을 껌벅이는 그의 시야가 순간적으로 가려졌다.
퍽!
“으아악!”
검을 뺏긴 채 날아가 자리에 처박힌 사내.
그런 그를 향해 한상진이 검을 바닥에 던지며 입을 열었다.
“적에게 검을 빼앗기다니, 너 같은 놈은 검사의 수치다. 자결해라.”
“…….”
“싫음 말고. 으하하핫!”
“으으. 네놈이 이러고도…….”
사내가 한상진을 씹어 먹을 듯 노려봤다.
하지만 그것은 찰나의 순간에 지나지 않았다.
최상급 오러를 맨손으로 잡아 낸 사나이.
게다가 SS급에 근접한 자신이 어떻게 당했는지 보지도 못했다.
즉 그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고수라는 뜻이었다.
눈을 내리까는 사내를 보며 한상진이 흡족한 미소로 말을 내뱉었다.
“조용히 가자. 더 이상 까불지 않는다면 나도 이쯤에서 자비를 베풀겠다.”
당당히 돌아와 자리에 앉은 그가 태정을 보며 입을 열었다.
“형님, 톱 20이 저 정도라니 대한민국의 미래가 심히 걱정됩니다. 어디 저런 것들 데리고 공성이나 제대로 치를 수 있겠습니까.”
“너무 그러지 마라. 약자를 괴롭히는 건 강자의 덕목이 아니다. 미우나 고우나 함께 싸워야 할 동료가 아니더냐.”
“적당히 약해야지 말입니다. 저런 놈들은 이곳에 있어 봐야 의미가 없습니다. 병풍으로 쓰면 모를까. 이게 국내 주력 길드의 현실이라니, 참담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어허. 겸손하래도.”
한마디 한마디가 주옥 같은 말들이었다.
상대는 공식 랭킹 17위의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길드.
그런 길드의 중진을 박살 낸 것도 모자라, 대놓고 모욕을 주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비현실적이라 기내에 있던 사람들은 그들이 누구인지 궁금했다.
“저 사람들 대체 뭐지? 백두산 길드를 동네 구멍가게 취급하고 있잖아.”
“그럴 만도 하지. 아까 못 봤어? 손으로 오러 잡아 내는 거. 사람이 아니야.”
“근데 왜 우리가 얼굴을 모르는 거지?”
스페셜리스트에 포함이 된 길드는 대부분이 상위 길드 중책들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그 이유는 영지전에서의 불필요한 분쟁과 오해를 막기 위해서인데, 눈을 씻고 봐도 저들의 얼굴은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제닉스는 공식 서열이 48위밖에 되지 않으니까.
아무도 관심을 갖지도 주지도 않는, 언제든 뒤바뀔 수 있고 또 뺏을 수 있는 그런 위치였다.
하지만 그런 그들도 이것 하나는 알고 있었다.
최근 금사자에서 있었던 미스테리 한 사건.
자연스레 하나의 길드가 떠올랐다.
“혹시 제닉스라는 곳 아닐까? 저번에 금사자랑 한판 붙었다는.”
“붙었다고? 에이, 거기가 그 정도는 아니지. 소문이 과장된 거야. 그래도 톱 텐에 히든까지 있는 곳인데.”
“그럼 쑥대밭을 만들고 어떻게 빠져나왔겠냐고. 너는 그 영상도 못 봤냐?”
“아아. 그 강철 거인? 그거 한산도에서 조작이라고 공문 내려왔잖아.”
“바보야, 그게 조작이겠냐. 사냥만 다니지 말고 세상 돌아가는 눈을 좀 키워라.”
“에이, 그래도 한산도에서 거짓말을 했으려고.”
그들의 수군거림에 한상진이 옆에 쳐진 칸막이를 가볍게 때렸다.
탁!
“거기 소협들.”
“……?”
“그건 조작이 아니오.”
“그, 그럼 당신들이 정말 제닉스…….”
“에헴! 조용히 가고 싶소이다.”
“아. 미, 미안합니다.”
사건이 일단락되고 다시 기내는 조용해졌다.
물론 그 사이 작은 이벤트가 하나 있었다.
두 번째로 기절을 했던 사내가 일어나자마자 한상진에게 덤벼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입을 틀어막는 데는 채 1초도 걸리지 않았다.
다시 찌그러진 사내와 평화로워진 기내.
그렇게 별 문제 없이 지나가는 듯 보였다.
적어도 박기태가 깨어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으으. 골이야. 왜 이렇게 머리가 아픈 거지?”
“공대장님 깨어나셨습니까.”
“뭐야? 내가 잠이 든 건가?”
“예? 기억 안 나십니까?”
“무슨 기억?”
“그게…….”
“그게 뭐?”
“아, 그러니까…….”
사내는 감히 진실을 말할 수가 없었다.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그에게 어떻게 얻어맞고 기절을 했다는 소리를 할 수가 있겠는가.
그것도 단 한 방에 말이다.
다행히(?) 박기태는 금세 기억을 되찾았다.
자신을 바라보며 싱글벙글 웃고 있는 한상진의 얼굴을 봤기 때문이다.
“너 이 새끼… 감히 기내에서 기습을.”
살벌한 얼굴이 된 박기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모습에 사내들이 급히 그를 말렸다.
“공대장님, 기, 기내인데 그냥 참으시죠. 도착해서 한산도에 정식으로…….”
“닥쳐라! 네놈은 상관이 기습을 당했는데 대체 뭘 한 거지? 왜 아직도 저놈들이 저렇게 멀쩡하게 앉아 이쪽을 바라보며 실실 쪼개고 있냔 말이다.”
“일단 흥분을 가라앉히시고…….”
“비켜라. 내 오늘 저놈을 천참만륙 내지 못하면 사람 새끼가 아니다. 아, 그리고 그 옆에 세 놈. 네놈들은 덤이다. 오랜만에 피가 끓어오르는구나. 흐흐흐.”
박기태의 전신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특수 클래스인 무투가의 전신 해방.
그 모습에 제닉스를 제외한 모두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미, 미친. 기내에서…….”
“사람 불러야 되는 거 아냐? 네, 네가 가 봐. 이러다 잘못되면 다 죽는다.”
“네, 네가 가. 저길 뚫고 어떻게 가.”
스치기만 해도 비행기가 박살이 날 수가 있는 상황이었다.
오죽하면 같은 길드원들조차도 일어나 그를 말리고 있을까.
하지만 그런 그들과 다르게 제닉스 인원들은 태연자약이었다.
놈들이 기절을 할 때부터 양태식과 참모장은 이미 손을 놓아 버린 상태고, 히든인 태정과 한상진에겐 그 모습이 마치 발악으로 보였다.
“네가 수습해라. 난 힘 조절이 안 될 것 같다.”
“다녀오겠습니다.”
대답과 동시에 한상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에 박기태의 얼굴이 비열함으로 물들었다.
“흐흐. 이제와 용서를 구한다고…….”
“여물고. 몇 대 맞을래?”
“뭐, 뭐? 여물어? 하. 이게 무슨 개그맨 시험인 줄… 허업!?”
무어라 말을 하려던 그의 입이 돌연 허공을 향했다.
유령처럼 접근한 한상진에게 멱이 잡혀 버린 것이다.
그 수법이 어찌나 빠른지 스킬을 개방한 그가 미처 반응을 하지도 못할 정도였다.
“이, 이 자식…….”
휙! 휙! 퍽! 퍽!
허공에 매달려 손짓 발짓을 하며 한상진을 가격하는 그.
한 방 한 방이 2만 이상의 파괴력을 가진 엄청난 일격이었다.
하지만 그 엄청난 일격도 10만 방어력의 호신강기 앞에선 애들 장난질에 지나지 않았다.
“이거 안 놔!? 놔라! 이놈!”
퍽!
“크악!”
발광을 하던 그의 고개가 격하게 뒤로 넘어갔다.
한상진의 주먹이 콧등을 가격한 것이다.
동시에 다시 돌아와 그를 노려보는 박기태의 살기 어린 눈빛.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눈깔 착하게 안 뜨냐?”
퍽!
“으아! 내 눈! 이 개자식…….”
“말 예쁘게 안 하냐?”
퍽!
“악! 내 입! 으아아! 죽인다!”
“가만 안 있냐?”
퍽!
“커헉! 배, 배가 우으으. 우웩!”
숨이 끊어질 듯한 고통이 전신을 휘감았다.
멱이 잡혀 허리를 숙일 수도 없는 그.
두 다리가 가슴까지 올라왔다.
대롱대롱 매달려 쭈그리고 있는 볼품없는 그의 몰골.
대백두산 길드의 공대장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는 모습이었다.
다시 한상진의 주먹이 쥐어졌다.
그 모습에 급히 배에서 손을 뗀 그가 소리쳤다.
“자, 잠깐.”
“정했나?”
“일단 이거 놓고 말로 얘기하… 크악! 아니, 이 x발 색기가! 말하고 있잖아!”
마저 남은 눈마저 터진 박기태가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다.
아파도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즈음 드는 의문 하나.
자신이 대체 왜 맞고 있는 것일까.
하이 레벨에 이른 대백두산 길드의 기둥이 왜 이런 볼 것도 없는 놈에게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이놈 한가락 하는 놈이 분명하다. 일단 빠져나와야 돼. 이 상태로는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가. 빠져나가기만 하면…….’
그가 머리를 열심히 굴리고 있을 때, 뜻하지 않은 구원의 손길이 뻗쳤다.
“청룡대주, 그쯤 하면 알아들은 것 같은데 그만하지. 보는 눈도 많고 잘못해서 기체에 데미지라도 주면 일이 커지지 않겠는가.”
“음. 길드장님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야 그렇게 하겠습니다. 조용히 입 닫고 가자.”
“…….”
턱.
잡았던 멱을 풀어 주자 박기태의 신형이 힘없이 주저앉았다.
바로 그때였다.
눈부신 빛이 한상진의 시야를 가리며 쏘아졌다.
“뒈져라!”
빈틈이 생기기만을 기다렸던 박기태의 회심의 일격.
하지만.
그 일 권은 지르지 말았어야 했다.
턱.
가볍게 뻗은 손에 손쉽게 잡혀 버린 박기태의 일 권.
놀랄 새도 없이 그가 놈의 복부에 주먹을 질러 넣었다.
“크허억!”
고꾸라져 침을 줄줄 흘리는 박기태를 한상진이 들쳐 멨다.
“아무래도 너에겐 스페셜 한 교육이 필요할 것 같군.”
한상진은 그리 말하며 성큼성큼 비상구로 향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도어를 개방한 그.
엄청난 바람이 유입되며 기내가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무도 예상을 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런 그가 태정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형님, 이놈은 갱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놔, 놔라. 이놈. 지금 무슨 짓을… 미쳤나? 문 안 닫아!? 문 닫아!”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감한 듯 발악을 하는 박기태와 허락을 구하는 한상진의 눈빛.
기내에 데미지를 줄 수 있으니 밖에서 맘껏 패 버리겠단 뜻이리라.
기왕 벌어진 일이었다.
여기서 더 나간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그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죽이진 마라.”
“존명.”
박기태를 들쳐 멘 한상진의 신형이 빨려 들어가듯 문밖으로 사라졌다.
실로 거짓말 같은 광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