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37)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36화
가슴속에는 분노가 들끓었다.
하지만 이성은 더없이 차갑고 이지적이었다.
건우는 주먹을 쥐었다 피며 머릿속에 담은 완전기억을 바탕으로 미믹의 정체를 간파해 나가기 시작했다.
팔락.
TV 화면 속에서 열풍에 팔락거리는 종이에는 특이한 로고가 새겨져 있다.
열어젖힌 보물 상자.
그곳에 튀어나온 괴이한 손과 흉흉한 눈길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미믹(Mimic)
그것은 실제로 던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몬스터이며…….
동시에 어떤 목적을 가지고 확인하는 정체불명의 도굴꾼들의 단체를 의미하는 단어이기도 했다.
이 단체의 간부들은 통상의 헌터들보다 훨씬 강인한 힘을 갖고 있다.
가령, 똑같은 A급 각성자라고 해도 미믹의 A급 각성자들과 맞붙는다면?
결과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참패였다.
왜냐하면, 그들은 탑에서 건너온 기술을 전수받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쉽사리 포지션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현대의 레이드의 정석 파티 멤버는 탱커, 마법사, 서포터로 간략하게 나누어지지만.
이들은 이 세 종류로 단정 지을 수 없을 만큼 괴이한 힘을 지니고 있다.
이런 특이한 특성으로 간부들 사이에서는 통성명을 할 때, 이름이 아닌 특이한 클래스로 서로를 부른다.
‘지난번에 만났던 녀석들은 테이머와 커서였지. 그리고 녀석들의 목표는 7대 마왕의 유산.’
건우는 그 유산을 두 가지나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지난번 미믹의 두 간부한테서 강탈한 벨페고르의 반지.
두 번째는 그 이전에 광신도 집단, 구마니에게서 획득한 폭식의 지팡이.
이것은 과연 우연일까? 필연일까?
씨익.
건우는 대답 대신 차갑게 조소를 그렸다.
-또 무슨 음산한 계획을 품는 거냐?
‘우선순위가 아니라 제외했던 놈들인데, 계획 전체를 바꿔야겠네요. 방치하면 안 되겠어요.’
지금은 탑에서 건너올 사도보다 이 미믹이란 수상한 집단의 정체와 그 수장을 해치우는 것이 급선무였다.
-잘 생각했다. 언제 올지 모르는 사도들보다 이 녀석들이 더 위험해.
사도는 그저 자연재앙으로 취급하면 그만이지만.
미믹은 인간에게 큰 위협을 끼치는 테러리스트 집단이다.
그렇기에 이들의 파괴공작은 사도들보다 더욱 악질적이고 집요했다.
생각을 마친 그때.
협회장, 구자혁이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최건우 헌터.”
“말씀해 주십시오.”
“매번 부탁만 하는 게 염치가 없지만 철원에 가줄 수 있겠나? 이렇게 영웅에게만 의지해서 미안하네.”
구자혁은 양손으로 이마를 꼭 누르며 자책했다.
마음 같아서는 자신이 가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었지만, 전성기에 비해 점차 기력을 상실한 데다 지병으로 몸을 움직이기 쉽지 않았다.
게다가 국내 다른 길드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서 참가를 꺼려 하고 있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패러사이트.
그것에 감염된 사람들을 상대해야 되는 건데, 여론의 지탄을 받기 딱 좋은 형국이었다.
평소 협회에 조력을 잘해 온 봉황 길드도 5성급 게이트의 출몰로 서일도가 자리를 비웠기 때문에 큰 도움을 받기는 어려웠다.
후룩.
건우는 차를 한 모금 들이켜며 눈매를 좁혔다.
“협회장님. 외람 되는 말이지만 저는 정의의 영웅 따위가 아닙니다.”
“……그런가.”
구자혁은 면목이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건우는 한쪽 눈을 지그시 뜨며 말했다.
“그렇다고 비겁한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피하는 사람도 아니죠.”
“……?”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걸까?
영문을 알 수 없었던 구자혁은 이다음 건우의 말을 기다렸다.
“이번 게이트 참가만큼은 조건을 걸겠습니다.”
“그게 뭔가?!”
반가운 소식에 구자혁은 반색하며 몸을 일으켰다.
“국내 삼대 길드를 포함해 각 지역의 길드 정예 멤버를 소집해서 철원주민들 구조에 파견해 주십시오. 예외는 없습니다.”
“그, 그건?!”
예상치 못한 제안에 구자혁은 당황했다.
아무리 협회장의 위치에 있다고 해도 길드에게 함부로 강제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협회의 사정이었다.
건우는 완고한 기세로 자신의 주장을 밀어붙였다.
“만약 거절하거나 뜸을 들인다면 메시지 하나만 남겨 주시면 됩니다. 공략은 저 혼자 단독으로 진행합니다. 찌질한 짓 그만하고 나설 때는 나서라고요. 그래도 나서지 않는다면, 언론에 공표해 주십시오. 이건 제가 전하는 서신이니 각 길드에 뿌려 주시고요.”
건우가 건넨 서신을 읽어 본 구자혁은 손등으로 눈을 비비며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
서신의 내용은 도발을 넘어서 각 길드에 모욕을 주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싱긋.
얄궂게 웃는 그의 미소에 구자혁은 주륵 땀을 흘리며 물었다.
“……어째서 자네는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건가?”
“굳이 말하자면, 나 혼자 개처럼 고생하기 싫으니 너희들도 고생하라는 심보죠. 제가 일할 때, 남이 게으름을 피우면 배가 아프잖습니까?”
건우는 그대로 자리에 일어서서 구자혁을 스쳐 지나갔다.
뚜벅뚜벅.
결심은 바뀌지 않는다.
한 치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는 그 기색에 구자혁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정말 그게 이유의 전부인가?”
그의 질문에 건우는 발을 멈추며 입을 열었다.
“그게 전부인데요. 딱히 이유가 있을까요?”
싱긋.
다시 한번 얄궂게 웃은 건우는 그대로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갔다.
풀썩.
긴장이 풀렸는지 구자혁은 소파에 등을 기대며 중얼거렸다.
“후우, 정말 저 친구를 보면 한없이 부끄러워지는군.”
김유미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의 말에 동조했다.
“당연한 걸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뿐인데, 주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주장하는 모습이 확실히 멋있네요.”
“그러게 말이야.”
이번에는 단단히 결심이 서린 듯 구자혁은 소매를 걷어붙였다.
한편으로 걱정이 되는 건지, 김유미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
“진짜로 감행하실 생각인가요?”
“젊은 친구가 저렇게 나오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협회장 타이틀이 국 끓여먹으라고 있는 것도 아니니.”
결단을 마친 구자혁은 즉각 건우의 부탁을 이행했다.
***
시간은 저녁 8시.
강원도 철원에서 일어난 패러사이트 사태로 모두 분주한 지금.
각 길드장에게 협회를 통해 한 통의 이메일이 전송됐다.
[강원도 철원에 벌어진 패러사이트 퇴치 전에 참가합시다. 이것은 딱히 협회를 통한 공문이 아닙니다. 그저 지금 시간까지 아직 간을 보고 있을 한심한 길드 대표님들에게 한마디 올려 달라고 부탁만 했을 뿐이니, 심려치 말아주세요. 패러사이트의 진원지인 게이트는 제가 공략하겠습니다. 여러분은 패러사이트를 통해 피해를 입은 주민들 구조에 적.극 협조해 주십시오. 조금이라도 이의를 제기한다면, 신생연합에 참가했던 여러분들의 진의를 언론에 적극 공표하겠습니다.]예상치 못한 통보이자, 협박.
콰직!
메일 내용을 읽고 제일 흥분한 것은 태광 길드의 이해빈이었다.
그는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손에 쥐고 있는 머그컵을 악력으로 깨뜨렸다.
“이 개자식이! 끝까지 가 볼 대로 가보자는 거야!!”
다시 얼굴을 안 보면 된다고 생각했거늘.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가뜩이나 신생연합의 창설이 백지화된 마당에 협박까지 하다니…….
“미친 새끼!”
빠드드득.
이해빈은 이빨을 빠득 갈며 화를 삭이지 못했다.
“어떻게 할까요?”
태광 길드의 경영을 보좌하고 있던 비서는 불안한 표정으로 이해빈을 바라보았다.
빠득.
이해빈은 간신히 화를 곱씹으며 그에게 명령을 내렸다.
“지금 당장 투입할 수 있는 인원 전부를 철원에 투입시켜!”
“하, 하지만. 여력은 남겨놔야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했다가는 그 미친 새끼가 회의 내용을 공표하겠다잖아! 당장 서둘러!”
화를 주체 못하고 윽박을 지르자…….
“아, 알겠습니다.”
기겁한 비서는 발이 부리나케 달려가 일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두고 보자. 최건우.”
이해빈은 이빨을 빠득빠득 갈며 건우에 대한 증오를 곱씹었다.
레이드에 참가한 서일도를 대신해 대신 길드를 운영하고 있던 서유라는 건우가 보낸 메일 내용을 읽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 괴팍하게 정의롭다니까.”
그 시선이 묘하게 애틋해 보여 서일도의 수제자, 염용필이 그녀를 배꼼 바라보며 말했다.
“연애편지라도 읽습니까?”
“……”
서유라는 얼굴에 홍조를 피우다 곧 그를 찌릿 노려보며 말했다.
“불만인가요?”
“아, 아닙니다.”
그 시선이 실로 살벌해 염용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서유라는 진지한 어조로 그에게 말했다.
“지금 당장 봉황 길드에 가용할 수 있는 인력을 전부 철원에 투입시킵니다.”
“저, 전부 말입니까? 하, 하지만 스승님 승인 없이는…….”
“승인은 받았다고…… 기정사실로 받아들이죠.”
무슨 말이지?
그 의미를 되묻고 싶었지만 서유라의 시선이 무서워 염용필은 즉각 그녀의 명령을 실행에 옮겼다.
[백석 길드 측]최건우의 메일내용을 받아 든 마동석은 콧김을 내뿜으며 말했다.
레이드를 마치고 돌아온 그의 장비는 곳곳이 균열이 가고 무뎌져 있었다.
“아, 진짜 패기가 넘친다니까. 좋았어. 지금 당장 간다.”
그의 결단에 길드원들은 일제히 경악했다.
하지만 무서워서 그 누구도 그에게 반박할 수 없다.
그저 오랜 시간 동안 지내 온 김용진만이 의견을 펼칠 뿐이었다.
“그래도 장비를 수선하고 쉬는 게 급선무 아니겠습니까? 공략을 마친 길드원들도 심신이 지친 상태입니다.”
“아, 지들 알아서 쉬라고 그래. 난 내가 직접 갈 테니까. 따라오면 죽는다.”
“진짜 길드 대표님 몸에 해라도 입었다가는 저희가 더 손해잖습니까? 말 좀 들으세요!”
“어? 저게 뭐였더라?”
“있긴 뭐가 있습니까?”
김용진은 짜증 서린 표정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어? 이거 어디서 겪어 본 것 같은 느낌인데’
그러다 그는 알 수 없는 기시감에 몸을 떨었다.
눈을 부릅뜨며 다시 마동혁에게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빠악!
“쿠엑!”
마동혁의 거친 손바닥이 그의 뒤통수를 후려쳤고 김용진은 삼류 엑스트라처럼 뻗어 나가떨어졌다.
마동혁은 주변 길드원을 홱 쳐다보며 말했다.
“끌고 가.”
“……네.”
공포에 질린 길드원들은 순순히 김용진을 끌고 갔고, 마동혁은 즉각 철원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건우의 메일에는 호의적인 반응이 있는 길드가 있는 반면.
“어린놈이 세상 물정 모르고 기어오르는군.”
“이거 완전 길거리의 투견이 다름없네. 허참 기가 막혀서.”
“후우, 이 자식 언젠가 가만 안 놔둔다.”
일월 길드, 루치아 길드, 뇌신 길드 등.
국내 굴지의 길드장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철원 파견이라는 공통된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미지 한 번 말아먹었다가는 복구가 힘든 게 바로 이 한국 사회이지 않은가.
***
장소는 강원도 철원.
맨몸으로 단숨에 그 땅에 발을 디딘 건우는 아직까지 불길이 피어오르는 그 풍경을 주시하고 있었다.
크아아아아.
패러사이트에 감염된 시체들은 불꽃 속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하며 민가를 연신 습격하려 하고 있었다.
꽈악!
건우는 손에 착용한 장갑을 당기며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는 평소에 입던 하얀 코트 대신, 경갑 형태의 검은 슈트를 걸치고 있었다.
상의로 걸치고 있는 검은 갑주는 은은히 보랏빛의 문양과 뱀의 눈처럼 섬뜩한 눈동자 문양이 서려 있었다.
베놈 플레이트.
그것은 일전에 프리메라를 퇴치하고 보상으로 획득한 아티팩트였다.
하반신의 가죽 바지에는 은신 효과가 가미된 문워크 슈츠의 기능을 심어 두었다.
세이비어는 그런 건우에게 질문을 건넸다.
-그래서 이번에는 어떻게 상대를 골려줄 속셈이냐?
“차례, 차례 잡아먹는 건 지겹잖아요. 모조리 일망타진해야죠.”
-재밌는 꿍꿍이가 있나 보구나. 그나저나 이번에는 미믹의 소탕뿐만 아니라 인명구조까지 책임져야 되지 않느냐? 세피아와 바포메트 없이 가능하겠냐?
“그럼요. 저는 오히려 이 녀석들한테 걸릴 운명을 생각하면 위로해 주고 싶은데요.”
우웅.
대답을 마친 순간.
건우의 뒤로 형성된 게이트에서 인어와 인마의 그림자가 섬뜩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137.